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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몬의 삶이 나의 삶으로 다가왔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9-2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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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삶이라는 책

알렉산다르 헤몬 저/이동교 역
은행나무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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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이라는 책
(알렉산다르 헤몬 저, 이동교 역 / 은행나무 / 2019 / p.248)

푸른생각 스물아홉번째 선정도서입니다.

저자인 알렉산다르 헤몬은 보스니아 내전으로 고국을 떠나 시카고에 정착하게 되는데, 그의 인생을 쭉 써내려간 에세이입니다.
흔히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다."고들 하는데.. 저자의 인생이 이 한 권의 책에 솔직하게, 재치있게, 단정하게 쓰여져있습니다.

저자의 고국인 보스니아는 학창시절 세계사 수업 때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사라예보 사건으로 잘 알려진 사라예보가 수도인 구 유고연방의 구성국입니다. 상용구처럼 쓰이는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이지요. 1990년대 초 사회주의국가들이 붕괴하면서 유고연방의 여러나라들도 분리독립을 하게 되고 세계사 교과서에 삽입된 자그마한 발칸반도 지도에 길기도 긴 국가들의 이름이 깨알같이 적혀있었지만 그 부분을 공부할 때에 이름들만 달달외웠지 긴 이름만큼 지루한 내전의 상처가 있는지는 들여다보지 못 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찾아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내전에만 초점을 맞춘 르포형식의 글은 아닙니다. 저자의 삶 속에 시대적 배경으로, 인생의 큰 변곡점의 계기로 보스니아 내전이 이야기 되긴 하지만
내전 이전의 유년 시절 이야기, 내전 이후 난민으로 시카고에 이주하고 정착하게 되면서 겪게되는 다양한 삶의 기록을 보여줍니다. 군대이야기, 축구이야기(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다행히 없었습니다.ㅋㅋ), 체스이야기, 사랑이야기, 결혼이야기, 이혼이야기, 육아이야기(가슴을 에는ㅠ)까지..
저자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엿보면서 같이 웃고 같이 울었습니다.

옮긴이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에 매료되어 출간을 위해 노력하던 시절, 누군가 내게 내 삶이라는 책에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가 없다고 했다."(p.247)라고 했지만 저는 이 책에서 저자가 끊임없이 수족관의 유리를 경계로 나와 너, 우리와 그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결국은 소속감과 연대에 목말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뒤섞인 나라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며 일찌감치 타자화를 경험하게 되고, 내전으로 인해 난민의 신분으로 타국에서 정착하는 과정 속에서 역시 어려움을 겪었으며, 시카고 정착 후 단란한 가정을 꾸린 후에도 투병하는 딸을 간호하면서 다시 저자는 자신이 다른사람들과 수족관 안과 밖의 다른 환경에서 호흡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종교나 신에게는 거부감을 보였지만-"그가 전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진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p.163), "종교가 저지르는 가장 야비한 오류는 바로 고통을 무슨 깨달음이나 구원에 이르는 한 단계쯤으로 숭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p.242)- 하나의 사회나 집단(라야raya)에 속하고자 하는 마음, 아니 적어도 타자나 이방인인 현실에 대한 괴로움은 곳곳에 그려두었고 저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목마름으로 읽혔습니다.

한살한살 나이를 먹으면서 인간관계에 조심스러움이 많이 있습니다. 한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과거, 현재, 미래)이 나에게 들어오는 것이라던 지인의 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내 인생도 글로 쓰면 책 몇 권이 나올 정도로 버거운데 타인의 인생까지 내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니까요. 하지만 저자 알렉산다르 헤몬과 인연이 닿아 그의 삶이라는 책이 저에게 들어왔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만날 일도 없겠지만 소중한 나의 인연 알렉산다르 헤몬을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

나는 한때 나의 고향이었던 곳에서 실향을 느끼고 있었다. 나를 둘러싼 사라예보의 모든 것들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익숙하면서 동시에 너무나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p.126)

“문제는 네가 어디 속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네게 속해 있냐는 거야.” 그때 내 나이 스물일곱(하고도 반) 살이었고 사라예보는 내게 속해 있었다.(p.135)

나는 우리가 호수보다 악수가 훨신 많을 때의 절망을 나누고, 불안한 결정을 내릴 때의 두려움을 공유하며, 패배의 당혹감을 통해 연대하길 바랐다.(p.179)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말할 바에는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나았다.(p.193)

#나의삶이라는책 #알렉산다르헤몬 #이동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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