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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Q84 1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문학동네 | 2009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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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5년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루키는 그 동안 나를 시드니 올림픽의 순간으로도, 위스키 성지로도, 그가 달리는 마라톤의 노상으로도 초대하면서, 쉴 새 없이 지루하지 않게 배려해주기도 했으니 마냥 불평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의 재기 넘치는 에세이와 장정을 달리하거나, 원제를 되찾아 발간되는 지난날의 소설이 아닌, 그의 신작, 새로운 소설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었다. 꼭 그만이, 그의 짐작도 할 수 없는 베일 속에 가려져있던 『1Q84』만이 해갈해줄 수 있는.

 

 

 읽기도 전에 묘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것을 고백한다. '쥐' 4부작을 비롯해 장편소설들을 다시 읽으며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 하다못해 모티브가 된『1984』를 새로 정독할 것인지. 5년의 간극은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방대한 두 권의 신작을 앞에 두고 쉽게 책을 펼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연일 쏟아졌던 그의 수상경력과 거대한(그리고 새삼스러운) 미디어의 조명은 '『1Q84』를 세심하게 읽는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부추겼을지도 모른다고 자조하면서.

 

 

 막상 펼쳐본 『1Q84』는 사소한 강박 따위에 사로잡힐 겨를을 주지 않았다. 명쾌하고 가벼워 보이면서도 카피하는 순간 매력을 상실하게 하는 그만의 문체도 여전하고, 패러랠 월드, 영매 타입의 미소녀,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존재감을 감추어둔 주인공들, 수위는 높지만 어쩐지 담백하게 비치는, 섹스를 말하는 하루키스러운 묘사 등이 전작들과 변함없이 상통해있고, 고전마저 하루키의 코드로 재해석하는 솜씨를 따라잡기만도 벅찼을 따름이다.

 

 

 더 이상 미래소설이 아닌 조지 오웰의 『1984』는 철저하게 건조하고, 무자비하게 말살되어 버린,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정점에 서 있지만, 『1Q84』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오히려 동시대를 사는 이들이 함께 좌절하고, 극복하고, 다시 좌절해버리면서도 시대에 함몰되지만은 않은 상생을 이야기한다. 자살한 '쥐'와 소시민적 일상을 지키고자 언제나 고군분투했던 '나'로 대변되던 전공투 이후의 젊은 세대가 '양'과 '불확실한 벽'등에 맞섰던 것에서 진일보해, 강제로 단절되어 버린 시대정신의 틈으로 스며든 불길한 시스템의 전횡에서 진실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인물군상은 과연 승리할 것인지 마음 놓을 길 없이 좇으면서.

 

 

 

 2권, 각 24장(총 48장), 아오마메와 덴고가 교차되며 등장하는『1Q84』는 현실세계와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이 야기한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데, 하나의 달과 두 개의 달로 두 세계를 구분 지을 수 있다.

 

 

 기록과 기억이 바뀌어버린 미묘한 순간들이 어디서부터 생겨나고, 어긋났는지를 의심하고, 회의하며 '1Q84(의심스러운 1984년)'를 발견해낸 아오마메는,『1984』의 일탈을 꿈꾸지만 확고한 저항정신은 부재했던 줄리아보다 강인하고 다채로운 히로인이다. 유년시절을 부모의 맹신적인 종교 활동에 희생당하고,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사귄 동성친구의 가정폭력으로 인한 자살로 인해, 동일한 범죄를 저지르는 파렴치한 남자들을 처지 하는 비밀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덴고에의 평생의 사랑을 간직하며 사는 아오마메는 두 개의 달이 뜨는 세계의 진실을 위태롭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헤쳐 나간다.

 

 

 명징한 해답이 존재하는 수학과 자신의 불확실한 정체성의 빈틈을 메워주는 소설 창작에 동시에 매료되어 있는 덴고는, 사회적 책무가 확고하게 요구되는 상황을 피해가면서 소소한 일상과 의미 없는 문학적 활동을 이어간다. 그를 일시에 뒤흔들고 문학적 진일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이니컬하게도 고스트라이터로서, 온통 비밀스럽고 정의할 수 없는 미소녀 후카에리의 「공기 번데기」를 리라이팅하면서부터였다. 숲의 심연에 존재하면서 은밀하게 시스템의 배후에 서 있는 리틀 피플의 존재가 등장하는.

 

 

 하루키는 옴진리교의 지하철 사린테러 사건 당시의 피해자와 교단의 실행멤버들을 면밀히 인터뷰하고 분석해냈던 논픽션『언더그라운드』를 발표하면서 작가적 전기를 맞이했다. 그 후 발표된 단편집『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춘다』에서 기존의 1인칭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변환했으며, 작가활동 25주년이던 해에 발표되었던『어둠의 저편』은 3인칭으로 저술한 첫 장편이었다. 하루키는 '언제나 청춘스러울 것'이라는 한 번 고착되어 쉬이 수정되지 않았던 선입견을 물리치고 시대적 변혁과 아픔마저 보듬어내며 30주년을 맞이해 『1Q84』에 이르러 전공투, 옴진리교, 고도자본주의, 전체주의의 도래 속에서 스러져가는 개인에의 연민 등을 관통해내고 있다.

 

 

 전공투의 과격한 혁명정신을 계승했으나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고 괴멸한 '여명'과 유기농법과 안온한 평화적 공동체를 지향하다가 종교단체로 진화하는 '선구(분연히 옴진리교를 모델로 한)'가 원래는 하나의 단체였다는 설정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전공투 이후의 좌절한 구사고와의 강제적 유리, 부재하는 시대정신 속을 파고드는 거품경제와 정치적 선동이 횡행하는 시스템의 피라미드 안에 갇혀, 때로는 '양'에 의해, 리틀 피플에 의해 조정당하는 '선생'과 리더에 의해 재구축되어 나가고, 조작된 현재를 저항 없이 살아가는 절대다수의 고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소름끼치는 현실이다. '1984'와 '1Q84'의 미세한 간극을 회의하는 것이야말로 그것에 대한 유일한 저항이기도 하고.

 

 

 바흐의 <평균율 크라비아곡집>에 맞춰 총 48장으로 구성된 이 대작은 그것으로 완결된 이야기로 볼 수도 있었으나, 하루키가 3부를 집필하고 있다고 천명한 지금, 한 없이 열려있는 하나이자 두 개, 그리고 다시 하나로 포개지는 세계가 된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유년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성장기로도, 그들의 지순한 순애보로도, 권력을 가지는 순간 부패해버리고 마는 거대한 시스템과 자유의지의 힘겨운 싸움으로도 볼 수 있는 미완의 『1Q84』는 완결을 기다리는 절대적으로 초조한 그 시간동안 풀어낼 화두를 던진다.

 

 

 두 개의 달이 뜨고,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고, 교차할 수 없는 패러랠 월드가 레일을 바꿔가며 달리고 있는 이 순간! 과거를 새로 쓰고자 하는 열망에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보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현재가 과거가 되어가는 이 순간을, 어느 세계에 담겨있든 살아내라고! 다행히도 우리는 동시대에 태어나 같은 달을 바라볼 수 있는, 지켜내야만 하는 소중한 존재와도 함께 라는 것을! 덴고가 느낀 그대로 '언제나 격려해주고 지켜주었던'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의 힘찬 팀파니소리를 테마로 삼아보아도 좋을 런지도!

 

 

 

 어떤 세계에 존재하고, 그녀가 누구든 아오마메를 찾기로 결심한 덴고를 응원하는 동안 그 기다림의 시간이 성큼 끝나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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