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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든 것들의 세계

이유리 저
자음과모음 | 2022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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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가끔 유체이탈의 순간, 물론 진짜는 아니고 상상의 차원에서 경험할 때가 있어요. 대부분 머릿속을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그러한 상상이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는 탈출구가 되어주더라고요. 그냥 개꿈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꿈을 기억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숙면하는 스타일이라서 꿈이다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든요. 오호,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상상의 세계를 만나고야 말았네요.

《모든 것들의 세계》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열다섯 번째 책이에요.

죽음 뒤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몰라요. 바로 그 점 때문에 무한한 상상이 가능한 것이겠지요.

영혼결혼식으로 만나게 된 고양미와 천주안의 이야기를 보면서 두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을 떠올렸어요. 사람이란 어쩔 수가 없나봐요. 아직 젊은 나이에 죽은 고양미와 천주안이 주인공인데 그들 부모를 생각하다니 말이죠.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건 살아 있는, 남겨진 이들의 마음이지, 떠난 이들이 아니니까요. 사실 죽은 망자의 의지와는 무관한 영혼결혼식이 갖는 의미는 양가 부모의 작은 소망이 아닐까 싶어요. 생전 본 적 없는 사람을 죽어서 부부의 연으로 만난다면 너무 황당할 것 같지만 고양미와 천주안은 잘 받아들인 것 같아요. 간섭하지 않고 각자 존중하며 거리두기.

누군가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 세상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거예요. 만약 내일 죽는다면 지금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도 우리에게 똑같은 걸 말하고 있어요. 살아 있을 때 후회 없이 아낌 없이 사랑하자고요.

양고미와 안도일의 마음소라 이야기는 우리에게 신기한 '마음소라'가 존재한다는 설정이에요. 각자 마음소라를 가지고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소라를 주면 그 주인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한번 누군가에게 마음소라를 선물하면 평생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라도 함부로 달라고 요구할 수 없어요. 정말 마음이 실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면 벌어질 수 있는 일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보이지 않아도 그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때로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걸 말이죠.

페어리 코인, 요정 이야기는 뒤통수를 치는 번뜩임이 있어요. 이유리 작가님의 들려주는 세 개의 이야기는 결국 마음에 관한 탐험이었던 것 같아요.

 

 

"주안 씨, 아까 차사가 말했잖아요. 우리는 '소멸되기 전까지' 부부 사이라고."

"그랬죠."

"그런데 소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요?"

...

"귀신이 소멸되는 조건은 단 하나. 피가 섞이지 않은, 그러니까 가족이 아닌 사람들 가운데 우리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지막 한 사람이 사라지는 때. 그때 비로소 우리도 사라져요." (24-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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