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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변신 | 서평 2020-10-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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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왕의 변신

피에레트 플뢰티오 저/이상해 역
레모출판사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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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페미니즘을 입힌 색다른 동화의 해석!

나한테는 조금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의 외침!


프랑스 작가 피에레트 플뢰티오가 샤를 페로 동화를 현대식, 여성 주체적으로 재해석하며 다시 쓴 7가지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다시쓰기의 소재가 된 동화는 다음과 같다. <엄지동자>,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푸른 수염>, <신데렐라>, <빨간 두건>.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두 편의 단편소설 소재가 됐고 <백설공주>는 페로 작품이 아님에도 유일하게 등장해 작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림형제 동화 전집, 안데르센 동화 전집, 계몽사 세계의 동화, 세계의 명작, 펜타메로네 등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옛 동화를 찾아읽고 있기에 <여왕의 변신> 출간 소식이 반갑고 기꺼웠다.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동화 속 세계의 남다른 색다름을 기댔는데 이거 어쩐지 기대를 지나치게 초과한 느낌이다. 내 이해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어 홀로 달려가는 이야기들을 허둥지둥 뒤쫓느라 바빴다.


폭력적인 남편과 남편에게 동화된 딸들을 벗어난 식인귀의 아내는 엄지동자를 만나 자유와 욕망을 되찾는다. 신데렐로는 계부와 형님들에게 미움을 받다가 왕비님과 결혼하여 민주주의 도입을 주창한다. 사랑을 꿈꾸던 청춘은 직업과 자녀 양육의 대소사에 빠져 허덕이니 도대체 사랑은 언제 할까? 푸른 수염의 남편이 가둔 일곱 아내를 풀어주고 제 갈 길 가는 빨간 바지는 씩씩하다. 마법 거울의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던 왕비는 왕궁을 나와 우연히 만나게 된 일곱 여자 거인과 동거하며 젊은 사냥꾼과 사랑에 빠지고 백설공주를 사악한 궁궐에서 구출한다. 새왕비에게 내쫓긴 식인귀 전왕비는 잠자는 숲속의 궁궐로 배를 타고 들어가 배를 타고 다시 나오며 이야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음에 한탄하는데, 아차, 한탄하는 주제는 전왕비가 아니라 작가 본인인 것 같다. 마지막 동화는 샤를 페로와도 그림형제와도 관련이 없다. 여왕은 음침한 궁궐을 벗어나 궁궐 밖의 삶을 이리저리 관찰하며 헤맨다. 그러던 어느날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에 확신을 가지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기로 작정한다.


짧게 줄거리를 줄여 쓰고 보니 주제 면에서는 분명 내 취향이 맞는데 문장과 묘사와 전개가 그로테스크 하달지 내 심상엔 지나치게 거부감 드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했다. 잔혹동화의 면모를 살린거겠지만, 잔혹동화가 긴 세월 어린이를 위해 읽기 좋게 은유적으로 개편됐다면 피에레트 플뢰티오는 은유는 개뿔 몽땅 집어치우고 직접적 묘사로 독자에게 생생한 피칠갑을 전달한다. 나로서는 극복이 안될만큼 초반부터 인상이 강렬했다. 파사삭 부서진 독자 멘탈로도 소설의 끝까지 집중력을 끌어간 걸 보면 글에 힘은 있는 작가인데 지나치게 연약한;; 심성의 독자다 보니 내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듯도 하고. 단편 편집의 순서가 달랐으면 좀 나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추신) 사실 나는 내 어린 시절의 동화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멍청한 말로 들릴거라는건 알지만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근래의 어른들은 옛 이야기의 잔혹성에 놀라고 내 아이가 끔찍한 악몽을 꾸진 않을까 겁먹으며 책들을 책장에서 빼버린다는데 기억을 돌이켜 (기억력이 굉장히 나쁘다는걸 감안하고도) 나는 샤를 페로와 그림형제, 안데르센 동화에서 겁먹은 적이 없다. 남녀 차별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한다는데 그게 무의식으로 작용하는거라 여태 문제를 못느꼈나보다.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나를 이입하지 못해서 느꼈다는 "소외감"(p337)이나 "나의 동화를 갖지 못한 목마름"(p338)도 도통 뜻모를 단어다. 빨간구두를 탐냈다 발목이 잘린 소녀를 보고 무서워 벌벌 떨기 보단 어떡해 불쌍하다 해놓고서는 그림책의 빨간 구두가 예뻐서 나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소년이 아닌 소녀라서 잭을 따라 콩나무를 못오르는게 아닐까 겁먹으며 물러난 적도 없다. 백설공주를 보며 공주가 되고 싶다거나 왕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나무 속을 파낸 집과 스프를 꿈꿨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어린 나이에도 취향이 있어서 전집 안에서도 잘 들춰보지 않는 그림책이었다. 당나귀 가죽에서는 근친의 공포를 느낀 게 아니라 샛노란 드레스가 예쁘다는 감탄을, 푸른수염을 보면서는 도망가 소녀야 응원을 날렸다. 푸른 수염이 죽은 건 참 다행이었다. 내게 이 책이 어려웠던 건 책이 가진 묘사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화에 나를 이입할 수 없었다거나 동화에서 열패감을 느꼈다는 작가와 역자의 어린 시절에 공감을 못한 이유가 가장 크지 싶다. 같은 층간소음을 겪은 한가족 안에서도 누구는 심장이 쿵쿵 뛸만큼 스트레스를 받지만 누구는 무슨 소리가 났었냐며 이해를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나는 아무런 불편함을 못느끼는 세계를 보고 누군가는 고통을 느꼈다 하니 당혹스럽기도 하고 난처하다. 문학이 바뀌고 세상도 바뀌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건내는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 좀 더 귀를 열고 촉각을 세워야 할까? 아니면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무디게 생각하며 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저 들여다만 봐도 좋을까? 여왕의 변신을 읽고서 나는 좀 헷갈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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