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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박상영 연작소설, 창비) | 나의 성장을 위한 2022-09-0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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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저
창비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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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바다에서 바다를 돌아다니고, 차로 이동하였던 순간에도 책 한권은 비상약처럼 챙겨 다녔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휴가답게 웃으며 재미있고, 맥주와도 잘 어울렸던 책이 #대도시의사랑법 이었습니다. 대도시 부산 여행 중에 읽어서 그랬던 탓도 있지만 등장인물이 호텔과 모텔을 쏘다닐 때, 부산 호텔 안에서 책을 읽으며 맥주를 홀짝일 때 그 자체로 힐링이었습니다.


#1차원이되고싶어 속 '나'는 마음을 다하고 열정을 더한 사랑이었지만 슬프고 진득한 감정이 그득한 이별 이야기였다면, #대도시사랑법 사랑은 한풀이라도 하듯이 색깔과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서른 한가지 맛 아이스크림 처럼 마구 쏟아지는 연애를 합니다.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연애 한 가득입니다. 때로는 가벼워보이고 될대로 될라지 내려 놔버린 스무살 그 청춘의 연애 이야기 같은 소설입니다.


또 그 시절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죠. 자신의 영역을 갖춰가야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기 쉽지 않고, 경제적 자립은 멀기만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만으로 전부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아가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치열하면서도 처절하고 돌아보면 구질구질한 구석이 한가득이지만 오히려 무모하기까지 했던 사랑의 밑바닥을 들여다 본 시기였던 듯 싶어요.


■ 들 숨에 한 글자, 날숨에 한 글자.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지난 시간 동안 앓았던 열망과도 닮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에 대한 열망? 대상에 사로잡혀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열망?

그래, 한없이 나 자신에 대한 열망.

예수를 사랑하고 누구보다 열렬히 삶에 투신하는 자신에 대한 열망. 어쩌면 한때 내가 그를 향해 가졌던 마음, 그 사로잡힘, 단 한순가도 벗어날 수 없었던 그 에너지도 종교에 가까운 것일지 모르겠다. 새까만 영역에 온몸을 던져버리는 종류의 사랑. 그것을 수십년간 반복할 수도 있는 것인가. 그것은 어떤 형태의 삶인가.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 것인가.

본문 159쪽 중에서

엄마의 병간호를 하고, 엄마는 아들의 동성 연애를 눈치 챈 듯 하지만 결코 드러내지 않으면서 서로의 빈 틈에 기대어 어쩌면 생명을 연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신앙은 엄마에게 실제로 병을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건지 믿는 행위 자체로 얻은 열망과 같은 에너지가 엄마를 살게 하는건지 헷갈립니다. 아마도 주인공도 자신이 가졌던 사랑의 마음에 대한 정체가 사랑 그 자체인지, 지금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다른 형태의 감정으로 나아가는 통로였기에 사랑 행위 자체에 종교처럼 매달린건지 알 수 없었을 겁니다.



■ -아니면 좋은 여자를 만나라고 해야 하나?

파스타 말고 회나 먹으러 가요. 말하는 것처럼 가벼운 어조였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하는 그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는 없었다. 내가 좋아한, 나 자신의 모든 것을 투신해버릴 정도로 좋아했던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정말이지 모든 것이 알 수 없어져버렸고,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를 바라보았다.

본문 164쪽 중에서

사랑의 시간 중 어느 시점에서 그렇게 가벼워졌을까, 어스름한 새벽을 시작으로 하여 한낮의 뜨거운 볕을 지나 붉게 물들어버린 석양에 이르는 스펙트럼 중 어느 시점일까 궁금합니다. 분명 차가울지 모르는 새벽에서 출발하여 뜨거운 정오의 볕은 사랑의 온도였을 듯 싶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모든 것을 투신해 버리자 오히려 차가워진 온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런지.


■ -너무 애쓰지 마. 어차피 인간은 다 죽어.

본문 168쪽 중에서

엄마의 말 한마디가 책장을 더 넘기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유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많은 이유이기도 했던 지난날 사랑을 되짚어 보면 너무 애썼던 마음, 쏟아낼 것 없이 모두 비워내버린 그 마음이 안타까웠던 탓일까 싶습니다. 애미가 되어 보니 넘치지지 않으면서 모자르지 않은 말 한 마디 건네는 것 자체가 힘든 듯 합니다. 주인공은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엄마의 말에는 그 모든 것을 헤아리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 합니다.


■ 다른 술은 다 잘 마셔도 맥주만큼은 약한 내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인생에서 그래선 안 될 일 빼면 남는 게 없다. 술 취하면 쓸데없이 솔직해지며, 불필요하게 개가 되곤 하는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아무도 묻지 않은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중 최악은 내 지난 연애사를 구구절절 읊어대며 신세한탄을 한 거였다.

본문 199쪽 중에서

담아두면 병 된다는 어른들 말씀처럼 어디라도 구멍을 내어 쏟아 내지 않으면 죽어버릴까봐 술이라도 마시면 어김없이 쏟아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도시의사랑법 서술 중에서 이런 시원시원한 대사가 사이다처럼 뼈를 때려서 읽으며 좋았던 듯 싶습니다. 술에 취하면 쓸데없이 솔직해지죠. 불필요하지만 개가 되어 쏟아 낸 것이 병되는 것보다 낫겠구나 싶었습니다.


#대도시의사랑법 이야기가 #동성연애 코드라서 싫다는 분도 더라 있더라고요. 알고 읽으시면 좋을 듯 싶어요. 동성이든 이성이든 읽다보니 사랑이야기, 사람이야기,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 등 그냥 삶이구나 싶었습니다. 성을 달리 하여 사랑한다고 하여 사는 게 별다르지 않구나 싶었어요. 좀 더 많은 이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때로는 공격의 대상이 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며 죄악시되는 것이 안타까울뿐이죠. 그 누가 감히 돌을 던지는가 그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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