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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영 사진가 | 바닷가일상 2020-09-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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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공부하면서 유명한 사진가들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전시회를 뛰어다니고 그들의 사진을 탐닉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작업이 끝나지 않은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만큼 사진가들은 한 장의 사진을 손에 쥐기 위해 사진 하나에 엄청난 작업을 한다.


그저 그렇게 보이는 시간이라도 모든 사진가들은 명부와 암부를 위해서, 또는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서 후보정을 시간을 들여 작업한다. 필름 사진도 많은 작업을 해야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하는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요컨대 유진 스미스는 한 장의 사진을 건져내기 위해 얼마나 히스테릭한지 조수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사진작가 중에 윤주영 사진가가 있다. 프로필에 ‘사진가’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28년 생으로 젊은 시절에는 대학교수를, 일간지의 편집국장을, 나이가 들어서는 국회의원, 문공부 장관을 거쳐 여러 나라의 대사를 역임했지만 이 모든 타이틀을 버리고 그저 사진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화려한 이력은 그가 사진가로 활동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한다.


윤주영의 사진철학은 ‘기록’이다. 사진을 적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사진은 기록이다. 이 한 장의 기록이 과거를 바로잡고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게도 한다.


“기록을 중시합니다. 시대정신에 입각한 기록이지요. 정신이 없는 기록은 소용이 없어요. 모든 예술은 정신이 있어야 살아 있는 것이 됩니다. 정신은 곧 철학이에요. 이것은 ‘왜 사진을 찍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목적의식이 있어야 행위에 대한 틀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시대정신을 담은 기록을 남기려 함이에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넘길 수 없는 일들을 고발하고 아름다운 것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서 기록합니다.”라고 윤주영은 말한다.


그의 말 중에서 아름다운 것을 영원히 남긴다고 하는 부분은 와 닿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다 비슷하게 보이는 아이 사진도 엄마 눈에는 다 다르고 아름답게 보이기에 방대하게 아이의 사진을 기록한다.


“기교보다는 내용에 충실하도록 노력합니다. 사람을 촬영할 때는 마음을 찍자고 생각해요. 마음은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진에는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눈물, 웃음, 몸짓으로 나타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한 순간에 제게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마음이 가장 잘 나타나는 순간, 그리고 풍경은 한없이 많은 이야기가 생각되는 곳을 기록하여 풍경으로 남깁니다. 다큐멘터리는 보통의 기록이 아닌 예술입니다. 작가의 머리를 통해 나오는 개성 있는 시각,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단, 그 안에 시대정신,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고 정직한 태도로 대상에 접근해야 합니다.”


윤주영의 사진 시리즈 중에 ‘어머니’라는 사진집이 있다. 그 속에 담긴 사진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어머니, 이 시대의 어머니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밑의 사진들은 여러 곳에서 내가 담은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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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하는450 | 변이하는 2020-09-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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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은 방파제에 나왔다. 방파제에서 보이는 등대는 옛 연인처럼 언제나 그곳에 우뚝 선채로 등대의 불빛을 쏘아대고 있지만 그 빛이 멀리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여름의 방파제는 전문 낚시꾼들로 가득해야했지만 하늘에서 연일 검은 비만 뿌려대고 있어서 낚시꾼들은 투덜거리며 방파제를 모두 떠났다. 다른 소일꺼리에 시간을 소모하고 있어서 인지 비가와도 늘 보이던 한 두 명의 조인도 보이지 않았다.


낚시를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비가 오고 있음에도 방파제가 끝나는 부분, 해안의 등대로 이어지는 절벽 밑에는 해녀물질을 하여 해산물을 건져 올려서 낚시꾼들과 관광객에게 그 자리에서 썰어 판매하는 해녀가 보였다. 해녀 옆에는 우산을 쓴 구청직원으로 보이는 정장차림의 두 남자가 해녀를 설득하고 있었다. 오늘은 등대에 올라오는 관광객이 없어요, 하는 말이 들렸다. 해녀는 구청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구청직원은 어서 철수하라는 실랑이가 한창 이었다.


라이쳐스 브라더스의 노래처럼 내리는 비 사이에서 마른번개가 떨어졌다. 구청직원들은 비가 지금보다 더 오면 해안은 위험하니 안전문제로 해녀를 데리고 올라가려 했다. 해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건져 올린 해산물은 다 팔고 갈 것이라는 기세였다. 그렇지만 그 기세는 곧 꺾였다. 자꾸 이러시면, 신고도 하지 않고 장사하는 불법영업으로 인해 앞으로 이곳에서 영영 해산물을 팔지 못하게 될 거다,라는 말에 해녀는 짐을 챙겼고, 구청직원들에게 욕을 하면서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들의 모습이 방파제에서 사라지고 나자 그야말로 방파제는 등대의 옅은 불빛과 멀리서 엄습해오는 자줏빛 해무뿐이었다.


마동은 자신의 몸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임의 느낌을 감지했다.


어둠의 도트가 서서히 움직이려는 것일까.


마동의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반딧불은 손바닥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아주 아련하고 미미하게 움직였다.


어쩌면 그녀의 작은 마음일지도 몰라.


그것이 아니라면 어둠의 도트가 움직이는 것이리라. 감기의 초기증상처럼 불길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 느낌이 무엇이 되었던, 변이가 불완전하게 시작되려는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은 이틀째 보이지 않았고 비는 이틀을 쉬지 않고 내렸다. 레인시즌에 내리는 비라고 해도 기분 나쁠 정도로 많이 쏟아졌다. 마동은 그런 날의 지속이 자신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는 없었다. 아마도 구름 저 너머에서 달과 태양은 한껏 심술을 부리고 싶어 할지도 몰랐다. 인간은 변덕이 심해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싫어하지만 일주일만 비가 내려 해가 없어져 버리면 불안해하고 강박적으로 탈바꿈해서 태양이 보고 싶다며 기상청에 전화를 수없이 할 것이다. 마동은 이제 태양을 볼일이 없었다. 태양의 자외선을 받으며 피부를 검게 그을려가며 신나게 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방파제의 길을 걸어서 테트라포드에 올라섰다. 방파제에 서서 바라보는 저 먼 바다는 자줏빛 해무로 거대한 도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타협이 없는 자줏빛해무는 어두운 무엇인가가 만들어내는 공간을 이곳으로 몰고 와서 이쪽 세계를 덮어버리려 하고 있었다. 큰 줄기의 마른번개가 저 멀리서 바다의 한곳으로 떨어져 내려 꽂혔다. 바다는 고통스럽게 있는 힘을 다해 자신에게 떨어진 마른번개를 받아쳐서 대기로 올려 보냈다. 마른번개가 자아내는 메마른 소리는 주위의 바다를 더욱 무섭게 만들었다. 바다는 죽어버린 호수처럼 검붉고 불안했다. 바다 속의 목 없는 생명체가 유조선의 모습들을 그림에서 지우개로 지우듯 먹어버리려 방파제가 있는 이곳으로 몰려들어 왔다. 가까이 다가오는 해무는 전기스파크처럼 번개의 마찰과 서로 다른 파동의 매질의 경계면을 지나치며 만들어 내는 번쩍거리고 큰 섬광을 뿜었다. 자줏빛해무는 하늘을 마치 가공의 모습으로 뒤바꿔 버리는 듯했다. 인공적인 구름에 인공적인 색을 뿌려 그 속에 새끼 좀벌레들을 집어넣고 그들이 성충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늘은 평소와는 몹시 달랐다.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조금의 후퇴성도 없이 정중한 인사의 냄새를 풍기며 자줏빛해무는 방파제로 다가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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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 피규어샷 2020-09-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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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시인

#산문집

#사랑에는사랑이없다

#중에서

#피규어샷

#은하철도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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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싸만코 | 바닷가일상 2020-09-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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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싸만코를 좋아하는 인간이라 냉장고에 열 개 정도 사 넣어놓고 하나씩 꺼내 먹는다. 어두육미라지만 붕어싸만코는 꼬리부터 먹게 된다. 이유는 없다. 어쩐지 옛날보다 크기가 작아진 것 같다.


붕어싸만코는 이름이 참 독특하다. 멋진 것 같지는 않은데 멋지다. 넌 날씬하진 않은데 날씬해!라는 말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말이지만 이상하지 않게 들린다.


도대체 싸만코는 왜 이름이 싸만코일까.



그래서 찾아봤더니 ‘싸고 많고’라는 의미로 싸만코라 불리게 되었다. 말줄임은 이전부터 우리 주위에 그림자처럼 늘 들러붙어 있었다.


1981년부터 붕어싸만코로 바뀐 이름으로 지금까지 팔리고 있다. 위키백과사전에 용량을 늘렸다 하나 가격을 올리기 위한 술책이라고 써놨다. 웃음.


이 ‘붕어싸만코’라는 이름에는 기이함이 있다.


가공식품 관련 법규정에는 제품 이름에 특정한 식재료 이름을 넣으려면 그 원재료 성분의 3% 이상 들어가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 원재료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원재료가 들어간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깡 중에 새우깡에는 성분표기에 새우가 7.8% 함유되어 있다고 나와있다. 군고마깡이나 감자깡도 전부 그렇다. 그리하여 빙그레의 메로나는 멜론이 들어가지 않아서 '멜론바'가 아니라 ‘메로나’라는 이름인 것이다. 군옥수수, 수박바, 호두마루 등 이런 아이스크림은 원재료가 함유되어 있다.


그렇다면 ‘붕어싸만코’는?


맙소사.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만은 없다. 정말 붕어를 3% 갈아 넣어놨단 말이야? 

원재료에 대한 법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빙그레는 ‘붕어’라는 단어를 포기할 수 없어서 싸만코 앞에다가 붙였다.


우리는 다 안다. 사만코 안에 붕어가 단 0.01111111%도 함유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실제로 규정을 따라서 미세한 양이라도 붕어를 넣었다면 '해변의 아이'라며 욕을 할지도 모른다.


모순에 모순이 가득한데 소설처럼 허구를 뒤집어서 현실을 직시해서 일까? 정부와 빙그레는 어떤 모종의 거래를 통해 슈퍼나 편의점에 ‘붕어싸만코’가 룰루랄라 팔리게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단 맛있으니까.


빙그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기관과의 어떤 줄다리기로 이 이름을 가능케 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쯤 되면 또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돼지바는?

과자 이름 하면 늘 따라오는 엄마손 파이는요!

고래밥에는 플랑크톤이 들어있다는 말인가?



붕어싸만코의 인기는 좋다고 한다. 요즘은 SNS 덕분에 인기가 늘 상향평준화를 지속하고 있다. 붕어싸만코의 인기에 힘없이 참붕어싸만코를 만들어서 판매를 했는데 역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2015년 이후에는 단종을 하고 동남아시아 쪽에만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한다.


붕어싸만코는 냉면처럼 겨울에 먹는 게 더 맛있어서 겨울에 매출이 껑충 오른다고 하니 붕어싸만코 하나에도 재미있는 스토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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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하는449 | 변이하는 2020-09-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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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두자”라고 마동은 아무런 뜻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마동은 더 이상 말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거실로 나와서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거세게 내리던 비는 조용하고 고요하게 바뀌어 내리고 있었다.



[6일째저녁]


고요하게 내리는 빗속에서 대기는 멎어 버린 듯했다. 정의 할 수 없는 대기는 숨쉬기 어려울 만큼의 열기가 가득했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세상을 삼키려고 거세게 내리던 비는 고요해져서 말 잘 듣는 어린 아이처럼 착하고 침착하게 내리고 있었다. 멀쩡한 여름밤을 보는 것은 오늘밤이 마지막이다. 마른번개가 떨어지는 어둠속으로 몸을 던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그동안 여러 기억의 집적이 굴절되어 찰나를 통해서 지나쳤다.


지금 감정은 지나친 위화감일까.


위화감은 찰나로 지나쳤고 외로움이 몰려왔다. 외로움을 느낄 때 비로소 살아있는 것이다. 지금 순간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최대한 머릿속에 각인하려 했다. 마동은 ‘젊은 날의 초상’에 나온 한 구절을 생각했다.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려 먼지조차 화석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죽음을 떠올렸다. 많은 고대인들이 죽을 수 없는 운명 속에서도 죽음을 맞이했다. 많은 병을 고친 뒤에 스스로 병에 걸려 죽은 히포크라테스를 떠올렸다. 늘 있는 일처럼 전 세계의 대도시를 파괴하고, 점령하고, 몇 십만이나 되는 대군과 기병대를 처참하게 살육한 시저나 알렉산더는 죽지 않을 줄 알았지만 죽음은 그들도 삼켰다. 하루 종일 내리쬐는 태양 밑에서 물로 배를 채우며 밤낮가리지 않고 사색과 연구를 하다 흙으로 몸을 꽁꽁 칠 한 채 죽어간 고대철학자를 떠올렸고 원자론에 바탕을 둔 철학사상을 펼치다 죽어간 데모크리토스를 떠올렸다. 철학적인 글을 쓰지 않았다는, 만화의 등장인물처럼 생긴 소크라테스의 죽음도 떠올렸다. 그들의 죽음과 지금의 죽음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길이 없다. 죽고 난 후의 세계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토록 머뭇거려 온 수많은 세월들을 생각해 보라. 신은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구원의 기회를 주어 왔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 기회를 흘러버렸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알아야만 한다. 당신 자신도 그 일부분인 우주의 본질을, 당신 자신도 그 발산물의 하나인 우주의 지배자의 본질을, 이제 한정된 시간을 이용하여 밝음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다면 시간은 지나가 버리고, 당신도 흘러가 버려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주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 자신의 본질은 어떤 것인가? 거대한 우주와 그 속의 극히 작은 일부분인 나 자신은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이러한 의문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라. 그리고 당신 자신이 그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자연에 일치하는 당신의 말과 행동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 아우렐리우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결국 죽음이란 자연적인 현상이며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마동은 자신이 우주의 미미한 존재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이제 미미한 존재에서 벗어나 균형을 바로잡을 때라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 지금 하는 행동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자기 자신도 막지 못한다는 것을 되새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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