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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는 추억의 음식 | 바닷가일상 2021-09-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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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러 추억의 음식 중에 중간에 딱 버티고 있는 것이 멍게다. 그 추억은 아버지에 관한 것이다. 내가 아직 6학년이었을 때 여름의 일요일에는 오전 8시에 하는 만화를 보기 위해 늦잠을 포기하고 일어났다. 그러면 마당의 수돗가에서 아버지가 멍게를 다듬고 있었다. 일찍부터 시장에 가서 손질이 안 된 멍게를 한 바구니 사들고 와서 한 시간 정도 땀을 흘려가며 멍게를 손질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어쩐 일인지 나와 동생은 멍게의 그 알 수 없는 뭉근한 식감과 밍밍하면서 간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미묘한 맛이 좋아서 잘 먹었다. 멍게는 초장에 찍어 먹지 않아도 멍게가 가지고 있는 맛으로도 맛있었다. 또 꼭다리 부분을 씹어서 멍게의 짭조름하고 간간한 맛을 보는 게 좋았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일요일만 되면 신이 나서 멍게를 사 와서 손질에 열을 올렸다.

 

나와 동생은 햇살이 내리쬐는 마당에 앉아서 멍게를 손질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때 구부린 아버지의 등에는 우리가 말을 걸기 쉽지 않은 경건한 분위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 분위기 속에는 일종의 ‘좋은 고집’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평범하지 않는 찰나로 나오는 강한 집중이 있었다.

 

내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게 직접 손질해야 한다는 그런 집중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나와 동생은 미간을 좁히고 더워지는 여름날의 일요일 오전에 마당에 서서 아버지가 멍게를 다듬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버지는 손재주가 있어서 멍게를 다듬는 칼은 회사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그런 칼이 여러 개 있었다.

 

멍게 먹는 여름의 일요일 오전은 행복했다. 아버지는 땀이 많아서 벌써 러닝셔츠가 홀딱 젖었다. 젖은 러닝셔츠 밖으로 나온 아버지의 팔뚝에는 근육이 좋다. 아버지는 그 근육을 우리가 먹을 멍게를 손질하는데 아깝지 않게 사용했다.

 

밥상에 둘러앉아 멍게를 먹고 있으면 어머니는 멍게 비빔밥을 만들었다. 거창하게 이것저것 넣지 않았다. 생 미나리와 멍게와 양념 조금이었다. 그래도 멍게가 있어서 풍성한 맛의 비빔밥이 되었다. 어린이들이 멍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어른들의 눈에 흡족했을까. 여름방학의 일요일이면 평일날보다 일찍 일어나서 멍게를 먹었다.

 

그 기억이 내내 좋아서 가끔 멍게를 사 와서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도 내 마음대로 선곡 https://youtu.be/HygEDqQxtWI

푸른 하늘의 ‘그때 그 시절’이다. 나에게는 푸른 하늘의 초기 앨범도 있다. 푸른 하늘의 노래들은 근래에 들으면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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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021-09-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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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류 형사는 오래된 자신의 폴더 폰을 열었다. 딸깍하며 고개를 뒤로 젖히니 화면에는 수빈이의 웃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보이는 그 세계가 자신의 미래라는 생각만 들었다. 수술을 한 번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빈이의 약한 신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점점 검게 변해가기만 했다. 더불어 병원비마저 생각 이상으로 불어났다. 며칠 동안 수빈이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이러다간 이대로 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저 너머를 생각하다가 류 형사는 눈을 떴다. 무서운 생각이었다. 류 형사는 형사라는 자부심이 강했지만 딸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어차면서 형사만 아니었다면 좀 괜찮지 않았을까. 자주 드는 생각이었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삶에 대한 압박이 강했지만 수빈이를 생각하면 나약해질 수는 없었다. 며칠 동안 갑자기 터져버린 사건 때문에 매달려야 했다.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먼지처럼 변해 버려서 죽었다. 기이한 사건으로 현장을 조사해야 하는 형사들은 당황과 황당함, 논리의 배제가 불러오는 스트레스는 말로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E아파트 203동의 사건은 전혀 진척이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부인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도 차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차도는커녕 부인의 정신은 점점 퇴화되어갔다. 어떤 인도영화에서 남자는 섹스를 하려고 결혼을 하고 여자는 결혼을 하려고 섹스를 한다는 대사가 있었다. 류 형사는 그 대사를 떠올렸다. 그리고 욕 한마디를 내뱉었다. 자신의 아내를 상대로 그런 성도착증을 보이다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성도착자들이 늘어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

 

 “별 지랄 같은 인생들, 씨팔.”

 

 그들은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속옷을 위장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아니다, 그들이라고 말한다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세 명일 수 있다는 말이다. 속옷을 집어넣은 가해자가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죽은 남자가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아니다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이건 사람이 한 짓이 아니다. 사람을 제외한 그 무엇, 어떤 무엇이 이렇게 한 것이라고 친다면 해답은 맞아떨어졌다. 속옷은 휴지처럼 말랑말랑 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속옷에는 와이어라든가 단추 같은 것들이 달려있어서 기도를 타고 들어가면서 목을 훼손시킬 수 있다. 그렇게 많은 양의 속옷을 집어삼켰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이다. 누군가 시신을 묶어놓은 다음 입속에 속옷을 집어넣은 쪽이 이야기가 훨씬 수월하지만 단서는 전혀 없었다. 남자는 속옷을 음식처럼 삼켰다. 단서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누가? 도대체 누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203동의 그 집에는 사람이 들어온 흔적도 없었다. 사람을 제외한 어떤 동물도 들어온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흔적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지독하게 깨끗하고 두 사람의 지문 이외에 집 안에는 그 누구의 지문도 나오지 않았다. 이 집은 이웃이나 타인의 왕래가 없었다. 사람이 사는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 흔적이 없다는 것도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다. 옆집과 윗집의 탐문수사에서도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전혀 실마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주민들은 그 집 부부는 금실이 좋다는 말만 했다. 속옷이 기도를 막고 위장에 가득 들어차서 죽은 남자는 조경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을 가지고 있었으며 대학교에서 조경실무를 가르치는 교수직도 겸하고 있었다. 부부는 자식은 없었고 벌어들인 돈을 매일 기분 좋게 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보였다. 시신이 발견된 방에서는 성행위에 쓰이는 갖가지 도구들이 널려있었다.

 

 류 형사는 현장에서 찍어놓은 사진들을 아무리 쳐다봐도 어떻게 사용하는 물건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류 형사는 이것을 성기에 집어넣는단 말이야?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신참 형사에게 성기구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더니 그 시장이 대륙붕만큼 넓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는 앞으로 얼마나 뻗어나가는 것일까. 인터넷으로 성에 관련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최근 2년 동안 그 이전의 구매율을 20%나 넘어섰다. 콘돔의 종류만도 여러 종류나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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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쳐돌이 | 스토리스크린샷 2021-09-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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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성룡 영화의 계절 | 바닷가일상 2021-09-1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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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터는 이미지를 따다 붙인 표시가 난다

 

밤이 되니 쌀쌀해졌다. 한여름처럼 옷을 입고 베란다 문을 다 열어 놓으면 바다에서(우리 집은 바닷가에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서 피부가 오돌토돌하게 변한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며칠 전까지 애처롭게 들리던 매미소리가 싹 사라졌다. 가을인 것이다. 아직 낮의 온도는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어서 약간은 더운 감이 있지만 뜨거운 커피가 어제 이전보다 맛있어졌다. 가을이 되면 추석이 있고, 돌아오는 주말도 추석 연휴다. 예전에는 이 시기가 바야흐로 성룡의 계절이었다.

 

대목을 노리고 며칠 지속되는 추석 연휴에 맞춰서 성룡의 영화가 극장에 걸리거나 티브이 특집 방송으로 나왔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캐빈이 티브이에 나오듯이. 하지만 추석마다 티브이에 나오는 성룡이 진부하다고 해서 어느 추석 명절을 기점으로 성룡이 사라졌다. 성탄절에 캐빈이 사라진 것처럼.

 

근래에는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이 진을 치고 있기에 성룡과 추석은 더 이상 어울리지 못하게 되었다. 더 이상 추석에 성룡이 편성이 되어도 시청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아직 추석명절에는 성룡이고 크리스마스에는 캐빈이다. 추억의 끈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명절에 성룡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은, 오락실에 갔으면 보글 보글이라도 한 판 하고 나와야지 그냥 구경만 하고 나오면 이상한 것과 비슷하다.

 

그런 분위기는 사람을 과거의 시간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한동안 추억 속에 머무르게 한다. 그건 일상의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 죽을 각오로 버티고 있는 나에게 일종의 휴지기 같은 것이다. 어렸을 때는 집에 마당이 딸려 있었고 대문을 열고 나가면 공터가 있었다. 추석이 오면 가난했지만 부모님은 항상 청바지를 새것으로 사주었다. 길어서 접어 입어야 했다. 법으로 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요즘은 바지를 접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명절에도 어딘가로 가지 않고 그저 집에서 명절을 보냈다. 친구들은 대부분 큰집이나 다른 지역으로 차례를 지내러 갔다. 어릴 때는 친구들이 몇 시간씩 고속도로의 고충을 이야기할 때 부러워했다. 물론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명절에 어디에도 가지 않는 행복이 크다는 걸 알았고 친구들도 그런 나를 부러워했다.

 

명절 기간에 맞추어 극장에는 새로운 영화들이 선을 보였다.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명절이 다가오기 전, 그 주의 주말이 가장 설레고 찬란한 시간이다. 극장에는 홍콩영화가 꼭 걸렸다. 학창 시절에 다음 주중에는 추석이 있고 이번 주말에는 친구와 영화를 꼭 보러 갔다. 아직 명절이 오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동안에 극장에 영화를 보는 그 기분, 그 알 수 없는 행복함. 특히 홍콩 영화광과 함께 홍콩 영화를 보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날이 선선해지면서 이불도 얇은 여름 홑이불에서 조금 두꺼운 이불로 바뀌었다. 실컷 놀다가 집에 들어와 잠이 들 때 이불 면에 발이 닿는 그 감촉이 너무 좋았다. 창문 너머 마당의 화단에서 풀벌레와 귀뚤이 소리가 들렸다. 요즘으로 치면 그건 백색소음이다. 귀뚤이 소리를 들으며 감촉이 좋은 이불에 발을 비비며 잠이 든다. 꽤 근사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기억 속 주말은 늘 조용했다.

 

지금처럼 매일이 시끄럽고 사고가 나는 대 환장 파티가 있는 추석 연휴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모든 사건사고와 정보가 매일, 매 시간, 매 분 휴대전화로 확인이 가능하니까 듣기 싫고, 보기 싫은 것도 볼 수 있어서 예전보다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 예전이라고 왜 고부갈등이 없고, 부부싸움이 일어나지 않고, 친한 사람들이 배신을 하는 일이 없었을까. 그렇지만 추석이 다가오는 그 전 주중은 조용하면서 북적거렸다. 음식점에도, 시장도, 마트에도 사람들은 북적였다. 그리고 조용하게 흘러갔다. 꼭 일본 드라마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에 나오는 고요한 골목길 풍경과 비슷했다. 사람들의 걱정이라고는 그 조용함에 묻혀 평온한 주중과 주말, 그리고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추석이 오기 일주일 전, 이때가 제일 기분이 좋은 주일인 것이다. 마당에 나가면 공기부터 달랐고 학교를 가기 위해 대문을 열고 공터를 지나면 아이들의 어깨 위에 이미 ‘기분 좋음’이 내려앉아 있었다. 아직 어릴 때라 그런지 어른들의 어깨에도 그 기분 좋음이라는 것이 내려앉은 모습이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학창 시절에 추석이 오기 전 주말 토요일에는 학교가 끝나면 극장에서 홍콩 영화를 봤다. 성룡뿐 아니라 홍금보, 원표, 유덕화, 이연걸, 주성치, 장국영, 주윤발, 매염방, 양자경 같은 홍콩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는 죄다 보러 다녔다. 예스마담 시리즈 중에 어떤 버전은 서울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만큼 홍콩 영화가 한국에서 인기가 좋았다. 그때 어떤 영화를 봤는지 기억이 없지만 성룡 영화라고 하자. 추석 연휴에 성룡 영화가 극장에서는 새로 나온 영화가 하고, 티브이에서는 성룡의 지난 영화를 했다. 멋진 일이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없으니 성룡이 티브이에 나오면 기를 쓰고 봤다.

 

추석 연휴 전에 아버지와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집에 와서 시원한 감촉의 이불을 덮고 누워서 성룡의 영화를 보면서 잠드는 멋진 기분. 밥을 먹으며 매운 음식에 괜스레 오버를 하기도 하고, 그러면 가족들이 웃으며 에에, 뭐가 그렇게 맵냐며, 별거 아는 것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런 잠시의 행복함으로 충전을 하고 또 명절이 끝나고 긴긴 일상을 버틴다. 행복은 와 있는지도 모를 만큼 은근히 찾아온다. 반면 불행은 무지막지하게 선명히 찾아온다는 것을 몰랐던 시기였다. 모든 풍경이 아름답고 친구와 있으면 늘 재미있었다.

 

추석이 오기 전 주말에 극장에 간다. 극장의 분위기는 좋다. 막상 추석 당일보다 그 전 며칠이 더 기분이 좋은 것처럼 영화 시작 전에 들어가서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리는 그 시간은 무엇보다 좋았다. 오락기도 몇 대 있고 바둑이나 장기를 둘 수도 있고 대기실 앞에는 대형 벽걸이 티브이가 있어서 지난 영화가 계속 나왔다. 매점에서 부라보콘을 집어서 대기실에 앉아서 먹으며 대형 티브이에서 하는 지난 영화를 보는 시간은 행복했다.

역시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어색함이 주는 친근함

분명 두근두근하는 성룡 영화를 곧 보지만 그 기다리는 시간이 기대와 함께 진정 극장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아서 좋다. 2층의 극장 대기실은 작은 창문이 있어서 시내의 풍경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할 뿐이지만 머리통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친구와 조잘조잘 수다를 떤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나와 내 친구는 공부를 못 했기 때문에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일단 아니다. 아, 친구는 그래도 수학을 잘했다. 수학만 잘했다. 수학만 잘하고 나머지는 못하기도 힘든데 친구는 수학만 잘했다. 매일 붙어 다니고 도시락도 같이 먹고, 뭐 그런 친구였다. 둘 다 영화를 좋아해서 극장에 자주 갔다.

 

드디어 성룡의 영화가 시작한다. 극장의 두꺼운 붉은 문이 열리고 우리는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다. 요즘처럼 지정석이 없다. 그저 빨리 들어가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면 끝이다. 문 앞에 대기 타고 있다가 문이 열리면 쪼르르 달려가서 자리에 앉는데 우리는 그렇게 좋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뭐랄까 아직 어려서 그런지 좋은 자리가 어떤지 모를 때였고 맨 앞줄이 안 좋다는 정도는 알았다. 잘못해서 맨 앞 줄에 앉았다가 고개를 꺾어서 본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 앉지도 않았다. 약간은 뒷자리나 아니면 아예 맨 뒷자리, 중간에서 약간 옆으로 치우친 자리 정도에 앉았다. 이런 극장이 불과 12년 전 까지도 있었다. 멀티플렉스가 세상의 곳곳에 도래하고 세상을 잡아먹을 때에도 우리는 오래된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상영관보다는 극장이 어울렸던 오래된 극장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극장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햄버거와 킨사이다 캔을 따서 먹으면서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성룡의 수많은 영화 중에 어떤 영화였을까. 무슨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용형호제 2로 하자. 성룡의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유쾌하고 재키 찬이라는 이름처럼 재기 발랄하며 영화 속의 주인공 이름도 재키다. 요즘에 영화를 본다면 같이 나오는 조연들에 대해서도 눈이 돌아갔을 텐데 당시에는 그저 성룡의 아크로바틱 한 몸놀림과 발차기와 수준 높은 액션에 그저 영혼을 몽땅 강탈당해버렸다. 입으로 슈욱 같은 소리를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된다. 극장을 나오면 주중에 명절이 있다는 생각에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며 신났다. 그리고 그 기분을 하루 동안 죽 끌고 갔다.

 

주중의 명절을 기다리면서도 빨리 오지 않았음 하는 마음. 그 알 수 없는 기분 좋음에 일 년에 한 번 오는 추석 명절은 정말 기다리는 날이었다. 우리 집은 추석을 보내기 위해 어딘가로 가지 않았다. 가족만이 조촐하게 보내는 추석 치고는 또 어머니는 음식 장만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추석 전날에 집 안팎으로 가득 퍼지는 전 굽는 냄새. 그건 순전히 어머니 혼자서 추석의 기분을 내기 위해서 그렇게 음식을 하지 않았나 싶다. 어릴 때 음식을 할 때에는 어머니 옆에서 심부름을 하며 구워 놓은 전을 홀라당 집어 먹는 맛이 좋았다. 친구들은 전부 큰집이나 타 지역에 추석을 보내러 갔다. 그래서 추석 명절 당일이 되면 외로웠다. 새로 산 청바지를 자랑하고, 그 청바지를 입고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아이들이 없어진 것이다.

 

시간이 지나 2021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요즘 추석 명절도. 외롭다. 거기에는 무엇인가가 빠져있다. 예전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가족들이 있고 명절은 가족들과 보내지만 추석의 기분을 느끼는 것, 그것이 달라졌다. 그 달리전 것에는 같이 있어도 외로운 것이 끼어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추석의 기분이라는 건 별게 아니다. 외롭지 않은 것, 가족이 모여 있으니까 행복 충만해야 하는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촉감적으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고요하게 명절은 흘러간다. 하지만 살짝 벌리고 보면 너무 시끄럽고, 서로 열을 내고, 당장 내 생각과 다르면 입으로 독침을 뱉어낸다. 우리 집 앞은 바다가 있어서 명절 연휴 중에 조카와 나가서 컵라면을 하나씩 먹곤 했지만 이제는 마스크 쓰고, 벗었다가 다시 썼다가, 거리두기와 함께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일단 피하게 되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지 않을 것 같다.

명절이면 바닷가에서 컵라면 먹는 우리만의 행사를 코로나 이후 할 수 없게 되었다

 

성룡도 나이가 들어 한국의 명절에 성룡의 영화가 상영관에 걸리는 일은 이제 없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감염병 시대라서 극장 자체에 가는 일이 드물어졌다. 티브이를 틀면 채널이 백 개가 넘고 영화는 매일 수십 편씩 나온다. 선택의 장애를 겪는 일이 허다해졌다. 그렇다 해도 명절이면 더빙판의 성룡 영화가 공중파를 통해 밤 10시에 했으면 좋겠다. 발에 닿는 기분 좋은 이불을 감촉을 느끼며 성룡의 영화를 보며 밤을 까먹으며 보고 싶다.

아마 무슨 전시회에서 학창 시절의 나와 친구

 

 

https://youtu.be/zaUpOmVRpe0

유튜브 쑴씨네, 전설의 성룡 코믹 액션 영화! 용형호제 2 비룡 계획 : 아시아의 인디아나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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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021-09-1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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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류 형사는 선배의 매제가 조깅을 하러 올라간 산을 조사한 결과,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실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종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고 납치라고 하기에는 단서가 전혀 없었다. 오른쪽 운동화 한 켤레만 발견되었는데 아주 날카롭고 예리한 갈고리 같은 것에 할퀴어진 자국이 운동화의 끈 부분으로 지나가고 있었고 운동화는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운동화는 보기에는 투박해도 아주 질긴 재질로 만들어져서 어지간히 날카로운 칼에도 잘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더더욱 기이한 사실은 오로지 오른쪽 운동화 한쪽만이 도시의 송전을 이어주는 철탑 밑에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옷가지나 머리카락, 단추 등 다른 건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반항한 흔적도 없었고 운동화가 떨어져 있는 부분의 풀이나 나뭇가지가 흐트러져있는 모습도 없었다. 혈흔의 자국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직 운동화 한 켤레만 찢어진 채로 떨어져 있었고 사람만이 그 자리에서 소거되어 버린 것이다. 기입되어야 할 기록이 그대로 빠져버린 것처럼 사람만 철탑 밑에서 사라져 버렸다. 철탑이 굳건하게 박혀있는 ‘산’이라고 불리는 거대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괴생물체가 최원해를 잠식해 버린 것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고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없는 논리였다.

 

 E아파트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더욱 비참했다. 류 형사는 자신의 관할구역에서 자기 색정사로 죽은 사람을 실제로 보기도 처음일뿐더러 타살로 보였지만 타살로 추정할만한 정황 증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비참해하고 있었다. 사고사로 잠정 지어지겠지만 혼자서 자신의 몸을 속옷으로 꽁꽁 묶고 여러 개의 브라와 팬티를 기도를 통해 위속에 마구 집어넣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신과에 다닌 기록이 없어서 정신적인 문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자살을 할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비록 남편에게는 노리갯감이었지만 아내를 두고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했다.

 

 미국의 대도시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건이 류 형사가 있는 고장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범죄의 평준화가 된 것 같아서 씁쓸했다. 모든 것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대도시화되어간다. 10년 전 만해도 류 형사의 관할구역의 범죄는 죄질이 비교적 낮은 절도나 강도 사범이거나 우발적 범죄뿐이었다. 지역 구치소의 사방에는 방이 남아돌았고 구치소에서 나오면 재범의 우려가 있었지만 초범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으려 했고 사건이 일어나면 일주일 안에 용의자는 대부분 체포가 되었다. 십 년이 흐르는 동안 세계 변화의 총량에 비해 이 도시의 변화는 스무 배는 더 부풀어 올랐다. 카세트테이프와 레코드는 사라졌고 음원이라는 파일만이 존재해서 류 형사는 음악도 들을 수 없었다.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넣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은 이제 류 형사의 찌그러진 자동차뿐이었다. 사람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휴대전화를 터치해서 영화예매를 하고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왔다. 모든 부분은 고도로 발전했고 류 형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거대 대도시로 거듭났지만 자신의 딸 수빈이만은 병원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초고층빌딩은 일 년에 몇 개씩 올라갔고 IT강국이라는 타이틀로 뉴스는 타국에 비해서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시기가 무척 앞당겨졌다는 보도를 늘 내보냈다. 사회적으로 모든 부분은 전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발전을 했는데 수빈이만은 그대로였다. 경제발전과 함께 범죄도 진화를 계속했다. 그렇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명쾌한 해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바라지도 않는다. 통계를 찾아봐도 비슷한 사건의 전례가 전혀 없었다. 대한민국의 경찰 조사방법은 이제 이번 사건 이후 많은 부분이 달라져야겠지만 어쩐지 정부에서 쉬쉬하는 눈치가 강했다. 검경이 합동수사를 하고 공개적으로 수배범을 포섭하면 포위망이 좁혀질 수 있지만 조용했다. 물론 수배범의 몽타주 하나 없는 것이 큰 문제긴 했다. 그렇지만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것이 수상했다. 소리 없이 본청에서 본부를 따로 마련해서 수사를 마무리 짓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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