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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유시민 저
돌베개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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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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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대를 함께 달렸던 벗들에게

 

헌사를 몇번이고 읽었다. 연배로 생각하면 한참 선배격이지만 이 한 문장은 내 또래 위 아래 벗들의 이미지가 아련하게 그려지는 애틋한 문장이다. 한 시대의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되살아나는 듯 하다.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된 유시민 작가의 [나의 한국현대사]는 코로나 감염병으로 답답한 시기에 좋은 기회로 읽게 되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잊혀지는 일이 어디 지금 뿐일까. 조선왕조의 역사서에 익숙하고 고려나 삼국시대, 그 이전의 세계에 대해서 무감각한 이유도 자주 들여다보지 않아서 일 것이다. 눈앞에서 벌어졌던 아주 가까운 정치적, 사회적 상황들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무감각해질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읽어보았다. 글의 큰 획은 역사속에서 드러난 인간군상들의 욕망을 등장시킨 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에게 존경받으려는 욕망을 지닌다. 이를 충족하려면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 

욕망에 위계가 있다고 한 매슬로의 가설은 개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역사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의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사이에 엄격한 위계는 없다.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우선순위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느슨하게 해석하면 욕망의 위계가설은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심리학에 등장하는 개념들은 현실의 우리에게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 심오한 연구들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우리네 삶을 해석하면서 보편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준다. 작가가 태어난 1959년부터 2020년까지의 역사속에 나 역시 포함되는 몇가지 부분들이 있다. 70년대 늦은 밤 종종저녁식사를 차려서 시동생을 먹이던 엄마의 밥상이 떠오른다. 쌀밥 한 숟가락을 풍성하게 만들어 입안에 넣고 몇가지 반찬을 골고루 드시던 나의 삼촌은 밥상을 물리고 시대한탄을 하시곤 했다. 대학생들이 공부는 안하고 데모만 한다고 했고 두눈을 부비며 멍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나를 보시며 너는 커서 데모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데모가 무엇인지 대학교 1학년 불어단어공부하면서 알았다. 작가가 세대분류를 두가지로 한 부분, 즉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를 이해하는 부분에서 뭘 모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원없이 배설하던 내 기억속에서 가물거리는 그 분들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우리 부모님도 비슷했을까. 하지만 80년 광주를 겪어본 나와 부모님은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산업화세대였어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민주화세대의 인식을 이해하고 정치적 견해를 소신있게 건네시는 분들이 되셨다. 그리고 민주화세대의 생각을 거들떠 보지 않던 시댁어른들의 인식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분들은 그렇게 사셨기 때문이다. 어쩌다 모임을 하면 등장하던 시국에 대한 걱정과 정치비판이 자신들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으로 말도 안되게 해석한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게 그럴 수 밖에 없는 삶의 부분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런 구호를 어울리지 않게 뱉어내는 그 분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고 싶지 않은 욕망이 분명히 있으신 거다. 해석의 차이를 알려주면 듣고 생각해보는 사람과 도통 듣질 않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산업화시대와 민주화시대는 모두 우리의 과거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는 내일 오는 게 아니라 우리 내면에 이미 들어와 있다. 내가 이 책에서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우리안에 있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감정이다. 기성세대 독자에게 묻는다. 지나 온 자신의 삶과  한국현대사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듭니까? 그 느낌 그대로 다음 세대에 물려줘도 좋겠다고 생각합니까? 어떤 것이 문제였고 무엇이 달랐더라면 더 좋았겠습니까? 젊은 독자에게 묻는다. 그대는 부모세대의 삶과 그들이 만든 역사를 생각할 때 어떤 감정을 느낍니까? 화가 납니까? 자랑스러운가요? 기성세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며 스스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한 시대가 넘어가고 다음 시대가 와도 그 안의 사람들은 함께 살아간다. 동시대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 다양할수록 더 좋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다양성을 무시하거나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기성세대, 즉 산업화시대를 파란하게 사셨던 세대는 지금의 현상을 과거의 방식으로 넘겨짓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그 세대와 함께 살고 있으며 매번 느끼는 감정은 개인의 삶이 누추할수록 과거의 생각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그 집착은 자신의 것이니 일반화하지 말아야한다. 아주 위험하고 혐오스러울 수 있다. 민주화를 외치며 피끓는 젊음을 바쳤던 세대도 어느 덧 기성세대가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은 변한다. 꽤 진보적이던 사람도 보수적으로 변한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은 늙어가는 거니까, 나의 입장으로 내 감정을 오래도록 관찰해볼 문장이 아닌가 싶다.

매번 토론과 질의, 답변에 관심을 갖고 보는 작가인지라 글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음성과 톤으로 페이지를 넘겼던 것 같다. 다른 생각으로 다르게 현대사를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작가의 생각과 경험과 욕망으로 그려진 책이다. 그러니 다른 생각을 가졌다면 그도 그 다름을 이야기하면 될 듯하다. 다양성은 정말 소중하니까.

 

미래는 내일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 이미 들어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나와 미래가 된다. 역사는 역사밖에 존재하는 어떤 법칙이나 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사람의 욕망과 의지가 만든다.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순간 우리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우리 안에 만들어야 할 좋은 것의 목록에는 역사에 대한 공명도 들어있다.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순간 우리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한국현대사를 한바퀴 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개인과 국가가 행할 가장 소중하고 가치있는 의무는 이 한 문장속에 다 담긴 것 같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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