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화원] 공연 리뷰 :

창작집단 라스(LAS)의 장점은 단체 이름처럼 뛰어난 작가 혹은 연출이 독주하는 체제가 아닌 이합집산을 통해 작품을 올린다는 데에 있다. 비교적 젊은 극단에 속하는 라스의 제작 방식은 특정 작가, 연출이 아니더라도 단체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9월 최근작 [선택]을 만든 한송이 작가, 이기쁨 연출이 라스를 이끌어온 주역이라면 신작 [화원]은 조지민 작, 이다민 연출 조합이다. 배우 구성을 봐도 한수림 배우 외에 새로운 조합이다.

[선택]에서 당찬 여고생을 연기했던 한수림 배우는 영국 식민지 시절을 배경으로 한 [화원]에서도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 보내졌으나, 당차게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메리 역을 맡아 똑 부러진 연기를 펼친다. 제목도 그렇고, 화원은 이 작품의 중요한 배경이다. 한 해에 딱 한 번인 보육원 후원의 날, 단 하루 행사를 위해 보육원 아이들은 나무를 심고 꽃을 심지만, 우리나라도 그렇듯 한겨울에 열리는 행사 이후 꽃이나 나무는 좀처럼 겨울을 버티지 못한다.

소극장 나온씨어터 무대는 보육원과 정원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크기나 환경은 아니다. 옷차림이나 그럴듯한 몇 가지 소품을 제외하면 작은 무대를 아기자기하게 무대를 잘 활용하고 있으나 좀 더 넓은 무대라면, 그래서 배역을 좀 더 배치했더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다른 극단 작품이지만 뮤지컬 [앤]이 떠오르기도 하여 노래극으로 만들어도 좋을 작품이다. 명품은 사소한 바느질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했던가, 비슷한 내용, 비슷한 주제의 작품들이 없지 않지만 환경이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아이디어를 내서 촘촘하고 세밀하게 마감을 잘했다. 꼭 어려운 주제가 아니어도 연말에 따뜻한 마음으로 편하고 부담없이 볼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