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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습격(2) | 2. 새벽의 습격 2012-09-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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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특정 국가의 국내 정치상황과 관련이 없으므로,

    시리아, 리비아, 이집트를 비롯한 각국 정부당국자들께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삼가시기 바랍니다.

 

배명훈 단편소설

『총통각하』

 

 

새벽의 습격

 

<2회>

 

 

 다시 거대한 폭풍이 기체를 뒤흔들었다. 그들을 태운 수송기는 마치 거대한 파도 위를 떠가는 화물선처럼 위태로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압도적인 진동은 비행기 외벽, 삶의 영역과 죽음의 영역을 나누는 그 얇은 경계면을 우습게 통과해 그 안에 탄 사람들에게 곧바로 전달되었다. 고래를 뒤흔든 파도가 결국 그 고래의 뱃속을 뒤집어 놓듯이, 거대한 멀미의 파도가 아주 긴 시간에 걸쳐 비행기 안쪽을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폭풍 예보와 작전명령이 시차 없이 거의 동시에 떨어진 밤. 그래서 어쩌면 적은 평소보다 훨씬 더 방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밤.

 

 

 수송기는 힘겹게 폭풍을 뚫고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수십 대의 수송기로 이루어진 편대가 그 주위에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디선가 또 다른 수송기 편대가 나타나 그들의 대열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모두 백여 대. 그것만 봐도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작전이었다. 게다가 그게 전부가 아닐 게 분명했다. 지휘부가 그런 최악의 기상조건을 거의 작전개시 신호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 것도 결국은 그래서인 것 같았다. 반드시 의도를 감추어야만 하는 중요한 작전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그들의 목표는 도시 전체일 게 분명했다.

 

 

 거대한 난기류가 한차례 편대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자, 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조금 전까지 하던 말들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괴로운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위로 같은 걸 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생각할 힘이 남아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스스로 정신을 다잡고 다시 전장에 뛰어들 준비나 하는 편이 나을 거라는 메시지였다.

 

 

 곧이어 그는 수송기 안을 돌아다니며 대원들 각자에게 할당된 임무 구역을 다시 한 번 숙지시켰다. 그러면서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총통의 얼굴을 잠깐 떠올렸다. 그러자 총통의 그 날카로운 목소리가 거의 반사적으로 함께 떠오르는 것이었다.

 

 

 총통의 말은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회의실을 가득 메운 70여 명의 사람들이 말대꾸 하나도 못할 만큼 압도적인 발언량이었다. 끼어들 틈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고, 있었다 해도 절대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틈이었다.

 

 

 하지만 묻는 말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지곤 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곤경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그런 긴장된 분위기가 낫지. 느슨하게 하나마나한 회의나 하고 있는 것보다는.”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 참관인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외국인 동료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동료가 이렇게 반문했다.

 

“그럼 방금 건 하나마나한 소리가 아니었다는 거야?”

“당연하지.”

“그래?”

“그럼. 뭐가 불만이야?”

“불만은 무슨. 당신네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하는 소리지. 진짜로 질문한 거야. 정말로 의미 있는 회의였냐고. 그러기도 힘든데. 대단하긴 한가보다.”

 

 사실 그 역시 의구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선글라스 뒤쪽에서 조용히 눈을 굴리며 혹시 그 대화를 엿듣는 사람이 없는지 재빨리 확인했을 뿐이었다.

 

 

 의구심이 드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니, 어쩌면 대단히 복잡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는 회의 시간에 총통이 한 말을 가만히 되새겨보았다. 회의 중에도 든 생각이고 그때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지만, 총통의 말에는 요지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요지가 너무 분명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뿐이었다. 거의 두 시간에 달하는 그 긴 연설 어디에서도 부연설명이 될 만한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기라는 건지, 그리고 어떤 전략목표를 어느 정도로 달성해야 이기는 게 되는 건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전쟁이 시작됐으니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물론 그 말만 하고 끝난 건 절대 아니었지만, 필요한 말만 요약하면 그렇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말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되는 말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건 총통령이었고 일종의 법률이었다. 또한 정부의 정책기조를 표현한 말인 동시에 군통수권자의 입에서 직접 나온 구두명령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그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매우 구체적인 형태의 지시사항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도대체 뭘 따라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저 말에 도대체 무슨 형태가 있다고 그걸 정책으로 구체화시키라는 건가. 그랬다가 결과가 안 좋으면 나중에 또 무슨 험한 소리를 들으라고.’

 

 

 고민이 생겨났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었다. 그래서 그는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행복해 보였다. 행복해 보이다니! 그에게는 그 사실이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도대체 뭐가 행복한 거지? 회의 전과 후를 비교해서 더 나아질 게 뭐가 있냐고.’

 

 해답을 찾는 데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날 처음 회의에 참석했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첫 참석이었는데, 앞으로는 쭉 참석대상이 되겠죠?”

 

 그들이 행복해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는 사실 그 자체. 회의 참석자 명단에 들어감으로서 권력과 지위를 어느 정도 보장받게 되었다는 안도감 같은 것들.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차에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어깨에 놓여 있는 계급장을 확인했다. 당연히 그 자신보다 훨씬 계급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그보다 훨씬 책임이 막중하고, 국가의 장래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걱정을 해야 할 사람들. 그들이 아무 걱정 없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가 할 고민이 아닌데.’

 

 그리고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외국인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뭐야, 그 얼굴은? 대낮부터 무섭게 뭐하는 짓이야.”

 

얼굴 가득 환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잊었다.

 

‘그래, 이건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웃어야지. 하하. 단순해지자고.’

 

그 뒤로는 한 번도 그 일을 떠올린 적이 없었다. 다만 사소한 명령 하나라도 그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누가 봐도 모자람이 없도록 언제나 충실하게 수행해 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 일이 떠오르는 걸까. 지금 내 목소리나 말투가 총통을 닮아서 그런 걸까.’

 

 그 순간, 그는 문득 신기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닫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딴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그의 입이 쉴 새 없이 무슨 말인가를 떠들어대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신기한 것은,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딴생각에 잠겨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이 그 비행기 안에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위화감이 들었다. 위화감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그는 곧바로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그 모든 기억이 기체 외벽을 뚫고 폭풍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은 채 다시 무슨 말인가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3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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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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