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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그 위대함에 대하여 | 기본 카테고리 2021-08-2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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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이은용 저
씽크스마트 | 2021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집안일에 담긴 철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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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예사롭지 않다. 민트색의 예쁜 표지에, 설거지할 그릇이 가득하다니. 제목에 <밥풀>이 들어가는 책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낯설다. 심지어 <50대 남자가 설거지를 하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사상 초유의 문장까지 만났다. 첫인상은 이건 무슨 책이지?’였다.

 

명절에 시댁에 갔을 때, 시 작은아버지께서 그 집 아들에게 하신 말씀이 있었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부엌에, 물 마시겠다고 들어 온 미혼 총각에게. “부엌에 들어가면 ○○ 떨어진다.” 라던 말.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부엌에 들어왔다고 떨어질 정도면 평소에 걸어 다니는 것은 가능한가?’ 아들의 치부를 그렇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소리쳐 말하다니. 친부가 맞는가 싶었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집에서는 편해야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이 늘상 하는 이야기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바쁜데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소리도 제법 나온다. 그래서 뭐? 싶었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 어느 남자가 자기 처자식을 남부럽지 않게 벌어먹이지 못하면서 남자 소리를 듣는단 말인가? 집에서 쉬는 걸 누가 뭐라고 하는가? 쉬지 않고 평일에 남들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처자식에게 풀어 내니 잔소리를 듣고, 싸움이 나는 것이지.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잘 짚어냈다. 설거지가 갖는 의미, 설거지를 하면서 느낀 점들. 자신의 부인을 부인이라는 말 대신 으로, 아이를 으로 표현했다. 신선하다. 처자식이라는, 하나의 뭉텅이처럼 부르는 것이 아닌 이라니. 식구에 대한 존중이 여실히 나타난다. 설거지가 단순히 그릇을 씻어 내는 것이 아닌, 삶의 일부라는 것과 내일을 위한 준비라는 점을 명확히 알려준다. 자신 역시 한국의 가부장제도에서 살아 왔음에도 제도에 눈을 감지 않고, 그 모순을 짚어낸다. 가부장제도란 누구 말처럼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고 보는 것. 그래서 여자를 위하고 보호하고 예뻐하고 그러는 것 -p54>이 아니다. 대신 <집안에서 존중과 평등을 짓밟고, 제 하고픈 대로 힘 젓는 가부장이 아직 남아 있으면 하루빨리 가족 관계를 깨야 한다 ?p68>고 말한다. 더불어 이 세상에, 가부장제로 인해, 일제 잔재로 인해 남아 있는 이상한 권위 의식과 위계까지 없어져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는 설거지로부터 가부장의 모순을 짚어내고, 부성애를 표현했다.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설거지로부터 환경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설거지에 사용하는 세제. 그것을 지구가 정화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 이 지구의 환경 문제는 원자력 발전의 타당성까지 뻗어나간다. 탈원전이 왜 필요한지. 기후변화와 원자력의 문제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 볼만하다.

 

설거지라는 일상을 주변의 문제로 확장시킨 작가의 지혜가 돋보이는 글이다. 이런 글이 에세이의 표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멋있다. 이런 지혜는 어떻게 살면 깨우칠 수 있을지, 이 분의 삶이 궁금하다. 이렇게 지혜로운 글이 한없이 부드러운 표지에 담겨 있으니, 마치 민트 쵸코 아이스크림 안에 아몬드가 쏙쏙 박힌 느낌이 든다. 책 뒷표지의 너에게 설거지를 보낸다목록에 열심히 체크표를 하고, 그들에게 이 책을 전송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내 벗에게도 언젠가는 보여 주고 싶다. 그릇에서 밥풀을 깨끗하게 긁어내는 것은 정말 큰 정성을 요하는 일이며, 그런 정성을 담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라는 뜻으로.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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