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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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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여행, 새롭거나 새로워지려고 하는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길 | 기본 카테고리 2006-07-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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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두 바퀴로 유럽 지도를 그리다

김남용 글 사진
이가서 | 200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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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거북스럽게, 좀 더 거창하게 말한다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오해 혹은 편견이다. 우리 스스로의 그것도 그렇고 사회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그것도. 오해와 편견을 거부할 때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고, 그럴 때 비로소 나는 나를, 새로운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 즉 노란 잠수함이 아닌 ‘노란 자전거’라는 거부의 상징 혹은 몸짓과 함께 자신을 찾고, 확인하고, 변화시켰던 과정의 기록이며, 또한 적어도 ‘김남용’이라는 작가에 대한 사회의 오해와 편견에 대한 거부를 가능케 했던, 다시 한번 거창하게 말하자면, 투쟁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을 ‘비전문 여행가’라 소개한다. 물론 이런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나는 그게 좋았고, 그래서 좋았다. 그것 또한, 그것 자체가 거부 아닌가? 전문가라는 사람들 혹은 전문가 연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여행에 관한 책을 비전문 여행가가 감히 가졌다는 것. 비전문 여행가로서 엄두를 낼 수 없었을 자신을 거부하고 비전문 여행가로서의 자신만의 여행의 기록을 남겼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은 두 바퀴로 그린 유럽 지도면서 동시에 두 바퀴와 함께 그린 변화와 거부의 지도다.
‘비전문 여행가’라는 소개가, 물론 단지 소개일 뿐인 것은 아니지만, 좋았던 더 현실적인 이유는 역시나 나의 취향 때문이었다. ‘여행은 그저......., 떠나는 것’이라는 믿음. 작가는 알고 떠나는 여행만이 확인과 느낌과 봄의 과정의 통해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저 떠나지 않으면, 준비된 것은 얻을 수 있되, 생생한 찰라라는 예상치 못한 열매들은 놓치고 말 것이라는 믿음. 하여 나는 좋았다. 그는 분석하지 않는다. 거창하지만 건조한 의미부여 또한 하지 않는다. 그저 달리고 그저 보고 그저 느낀다. 단지 달리지 않으면, 포기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네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까지 다해 본 거냐?’라는 다짐과 질책의 매와 함께, 말 없는 노란 자전거와 함께.
어찌 보면 모든 타인은 나 자신이며, 나는 모든 나를 동원해도 알 수 없는 타인이라 할 수 있다. 타인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 발견을 통해 동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고,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야 나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만남만큼 중요한 경험은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여행은 풍경을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 풍경 속에 그 풍경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만의 독특한 삶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결국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대개의 건축물이나 예술작품이 인간의 풍경이듯, 자연의 풍경 또한 그것을 가꾸는 사람들의 마음과 몸짓이 그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풍경이, 자연이 사람들을 그렇게 가꾸어 놓았다고 해야 하겠지만.
어쨌거나, 그리하여 여행처럼 좋은 만남의 과정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에는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며, 그 새로움 속에는 작가의 말처럼 ‘나눔의 지혜를 배우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많은 사람들, 해리, 짐보 할아버지, 길잡이 하스와 그의 소녀 조카로부터 실비아, 윌리엄 교수, 폴 아저씨까지. 그들은 작가에게 나눔을 베풀었고, 나눔의 지혜를 알려주었으며, 나눌 수 있는 지혜와 나누기 위해 지닐 수 있는 마음의 지혜를 깨닫게 했다.
하지만 이 지혜는 흔히 우리가 지식을 쌓을 때 그런 것처럼 우리에게 고통이나 억압을 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얻는 과정에는 작가가 하스와 그의 조카로부터 느꼈던 것처럼 사람 사는 냄새, 사람 사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결국 너무 익숙해져서 이곳에서는 맡을 수 없는 ‘사람 사는 냄새’, 이곳에서는 요원한 ‘사람 사는 재미’를 얻는 즐거움을 느끼는 과정이 아닐까?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여행’은 ‘동행’이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그 냄새를 함께 맡을 수 있고, 그럴 때 함께 재미를 얻을 수 있다고. 그래서 다시 가고 싶은 도시가 어디냐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한다. “지긋지긋한 베니스요.” 지긋지긋함이 사람의 냄새와 재미를 주지 않았다면, 인간과 관계에 대한 진솔한 반성을 주지 않았다면, 그 험한 몸 고생 마음고생을 준 베니스에 왜 가고 싶을까, 다시.
그렇다. 결국 여행은 니스 해안의 3일이나 그린델발트의 하루만이 아닌,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의 선물이며, 나랑만 놀기이다. 그 선물과 놂 속에는 냄새와 재미가 있는 것이고. 그리고 이렇게 선물을 받은 나는 나와 놀 수 있었던 나는 새로운 나로 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새로움은 새로움이기보다는 내 안에 있었던 어떤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고.
여행은 새롭거나 새로워지려고 하는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길이다. 길일뿐이다. 그리고 이 새로움과 새로워지려 함은 가능의 영역에 대한 스스로의 두드림의 작업 혹은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작가가 ‘자전거 여행은 현실’이라고 했던 말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어디 자전거 여행뿐이겠는가? 모든 여행은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또 다른 현실이며, 현실로 돌아오고자 하는, ‘돌아갈 수 있다는 행운’을 확인하는 작업, 과정인 것이다.
이 책은 게으른 나로서는 좀체 가능하지 않을 가능의 영역, 좀체 맡을 수 없을 냄새와 좀체 경험할 수 없을 재미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책이다. 나는 책을 읽었지만, 실은 나는 노란 자전거와 함께 유럽이라는 머언 곳을 여행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감동해마지 않았던 몇몇 풍경들 사진이 없어도 서운하지 않았고(특히 네델란드의 풍경은 정말 보고 싶었지만), 오히려 삶의 비루함과 삶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 한 장의 폴 아저씨 사진이 더욱 고마웠을 뿐이다. 요요를 들고 미나인지 니나인지 이름은 확실치 않지만 사랑이라는 가능을 구하려고 했던 그 폴과 같은 폴 아저씨의 사진이.

여행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삶이 ‘지겹고 무섭’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이 책의 아무 곳이나 펴놓고, 잠시 심호흡을 한 후, 작가의 발걸음, 마음 걸음을 따라가기만 하면 나는, 우리는 훌륭한 한 편의 여행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그린델발트의 야영장 텐트 속에서 목을 밖으로 뺀 채 알프스의 높은 봉우리와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하늘을 보며 ‘여행’에 대해 생각했듯 그렇게 우리는 이 책과 만나면 될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책이 되었다. 그러니 고맙다는 말 정도는 덧붙이는 것이 사람 사는 재미이고, 그래야 사람 사는 냄새가 진동을 하겠지?

[인상깊은구절]
그날 밤, 별빛이 모래알처럼, 햇살처럼 나를 어루만졌다. 그린델발트의 산과 하늘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별과 바람이 나늘 용서해 주었다. 좀 모르면 어떤가? 어떤 기준이나 사전 지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세상과 사람, 자연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되돌아보면 되는 것 아닌가? 행여 남이 아니고 나이면 어떤가? 그린델발트 하늘의 저 무수한 별들처럼 나 또한 우주를 구성하는 반짝이는 고귀한 별일진대, 그 별에 대해 생각한다고 하면 어떤가? 나를 바라보고, 나와 대화하고, 나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떤가? 우리 사회에서 30세 먹도록 살면서 나 스스로와 대화한 적이 얼마나 되는가?
지겹고 무섭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나와 이야기하기 위해 그 무엇도 아니고, 오직 나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나 자신과만 대화하기 위해 떠난다고 했다. 그리고 3개월 여행을 하면서도 그걸 잊고 있었다.
그린델발트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1,900미터 이상의 고지나 4,000미터급 지점까지 하이킹에 도전했겠지만 그린델발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나랑만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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