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mongreading
http://blog.yes24.com/bvulgary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몽스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너무 적게 본다, 마찬가지로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너무 지나치게 듣는다"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9월 스타지수 : 별40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기록
나의 리뷰
서평
태그
내용이 없습니다.
2022 / 0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최근 댓글
저도 이 책 서평단 되었어요~저자에게.. 
멋진 취미를 만들어 가고 계시네요. .. 
서평을 개 이야기로 전이시켜 풀어내는.. 
저도 멋지게 느끼며 읽었습니다 ^^. 
아~ 제가 아이엄마에게 받은 선물 중.. 
새로운 글

전체보기
득특한 단편, 나의 마지막 히어로 | 서평 2019-03-12 07:32
http://blog.yes24.com/document/1114388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저/이원희 역
작가정신 | 2019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작가의 다른 작품을 묶어서 책을 냈으면 더 좋았을 걸 했어요. 뒷부분에 작품을 가지고 나눈 대화 내용들은 작품에 대한 집중을 오히려 더 흐려놓는 것 같습니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신입생과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다. 낯선 환경을 새롭게 마주한다는 건 기대와 함께 불안한 요소가 가미된다. 불안함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유튜브 동영상 중 신입생 적응하는 방법이라는 내용을 잠깐 보았는데 그 내용에 대해 며칠 고심이 깊었다. 


눈에 띄는 행동이나 옷차림을 삼가고 선생님이 짚어주는 내용만 체크하면 학점도 그럭저럭 중간쯤은 따라갈 수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런 걸 비법이라고 내놓는 것이 씁쓸했다. 취향이라는 것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과 저런 것들과 이런 유형들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단순한 열정을 드러내는 이들에게 성급하게 덕후라는 오명을 씌워 마니악적인 사람들과 동급 취급하는 것도 영 불편하기도 하다. 


이 소설에 대한 내용이 그랬다. 소설의 제목만 보고는 영웅적인 SF 캐릭터를 좋아하는 덕후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주변에 마블 마니아가 몇 있어서 자연스럽게 연상을 한 것 같다. 죄송하게도 이번 서평은 마감일을 넘겨서 마블 마니아와 새롭게 개봉한 마블 영화 한 편을 보고 남기게 되었다. 보통은 마감일을 넘기지 않는데 이 짤막한 소설의 여운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를 도통 몰라서, 또는 오랫동안 무언가에 푹 빠져 좋아하는 사람을 한 번이라도 더 체험해야지만 될 것 같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렇다. 



소설의 분량은 매우 짧다. 건조한 단 문장으로 이루어진 묘사와 부사가 절제된 소설, 그렇다고 은유적이거나 상징적인 단어 뒤에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의 오랜 인생이 빠르게 전개되고 끝난다. 읽고 나면 마치 논술고사의 문제를 끌어안은 기분이라서 이미 이야기가 끝난 주인공 주변을 맴돌게 만든다. 독자는 아무것도 개입할 수 없고 공감할 틈이 없이 끝이 난다. 아직 이야기가 더 남아있을 것 같은 기분에 책의 모퉁이를 서성이게 된다. 이런 작품을 문제작이라 할까, 실험작이라 할까. 



그런 어느 독자의 기분을 헤아려주듯이 소설의 뒷부분엔 후기처럼 소설을 주제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나온다. 글의 전개 방식과 작가의 의도를 유추해보는 것과 소설의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냥 자신들의 이야기로 전이되다가 뚝 끊긴다.



 나태해진 삶에 '단순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스텔론을 응원하며 동시에 자극받아서 자신의 삶의 변화를 가져온 여자의 이야기다. 의사 공부를 마치고 특별할 것 없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남편 몰래 통장을 개설해 수입의 10퍼센트를 영화 록키의 주인공인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유산을 남기로도 한다. 실베스터 스탤론을 좋아하는 점 이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평범할 뻔한 이야기가 흐르다가 의사라는 바쁜 일정 속에, 갓난 아이를 돌보는 타이밍에 스텔론이 나오는 영화관에 들어가지 못하는 정도가 에피소드가 되었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아니면 이 이야기가 문제작이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리고 남은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이르자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비밀을 남편에게 고백 같은 걸 하게 된다. 곁에 있는 남자인 자신이 아닌 생면부지인 스타를 걱정하는 마음에 통장을 개설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장대소를 터트린 남편의 반응을 보고, 주인공 리즈가 얼마나 반듯하게 살았는지를 유추해보았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병원 침대에서 마감하게 되지만, 비극도 희극도 아닌 그저 사실적인 이야기로 와닿는다. 짧게 끊어낸 기사 같은 건조한 소설의 문체가 그것이 허구가 아닌 사실적 묘사로 느껴지게 만든다. 


소설을 읽은 두 사람이 이것을 덕질의 이야기라고 단정 지었지만, 거기엔 공감하지 않았다. 10퍼센트의 나머지 지분을 오로지 자신의 직업과 가족이라는 터울에 고스란히 헌사한 여자의 이야기가, 고작 출연 영화 몇 작을 영화관에서 본 정도가 덕후의 이야기라고 하다니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작가의 시대와는 다르게 지금은 반짝 인기가 있다가 무대 밖으로 사라져버리는 스타를 꾸준히 응원하는 문화가 아니다. 팬과 스타의 단순하고 순수한 열정 역시 오너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당하고 마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관심을 이끌기 위해 부리는 열정 역시 곱게 봐지지가 않는다. 무언가를 꾸준하게 좋아하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하다.그래서 반짝거리는 것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 스스로를 찾으라는 말들이 인사말처럼 오고 가지만, 자신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이 그런 뜻이라고 남용되는 게 아닌가도 싶다. 


아무 의욕이 없이 나태한 태도로 눈에 띄지 않게 적당히 살아가라는 어느 위험한 발언만큼이나 자신을 믿으라는 말 역시 위험하게도 들리고, 그렇다고 어딘가에 푹 빠져 자신의 일상을 벗어날 정도로 빠지는 것이 열정이라고 오인하는 것도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어찌 살았거나 주인공처럼 우리도 끝을 맺을 것이다. 


다시 소설의 이야기를 더 하자면, 다소 신파적인 요소는 있지만 자신을 동정하거나 애착하지 않는 자세가 독특하게 느껴진다. 반듯하게 살아온 그녀의 일상에 오로지 하나의 탈출구가 되어준 영웅을 응원하며 자기 스스로도 응원받고 살아온 점에서 공감을 하고 싶기도 했다. 스스로 만든 틀안에 거주하면서 세상 탓이나 환경 탓, 과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흔한 레퍼토리를 털어놓는 일상에서 벗어난 주인공이 왜 이렇게 독특하게 느껴지는 걸까. 


현실에서는 그와 반대로 어딘가에 빠지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이 독특하게 느껴지곤 한다. 주변엔 관계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고, 소설처럼 마블 캐릭터에 빠져서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사람도 있고, 매일 만날 수 있는 시골 동네 운동 강사에 빠져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이들도 있다. 푹 빠질만한 어떤 것을 찾아,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이 자신으로 하여금 변화되길 바라며 어느 것이든 꾸준하게 관심을 두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주변을 탐문해보니 '나는 그렇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 중에는 어딘가에 빠져있는 사람이 많다.'라고 한다. 


'취미의 일상'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더니 방송국에서 취미 부자, 취미 덕후라는 콘셉트로 출연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 굉장히 기분이 상했다. 사실 무언가를 꾸준히 하지만 오래 하지는 않는다. 더 액티브한 것을 즐기고 싶지만, 제한적인 조건들 때문에 선택엔 제약이 따른다. 늘 차선책으로 선택한 취미들의 모임을 마치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던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이 아이를 업고 영화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그저 덕질이 소비로 이어진다는 점으로 평가될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아이 엄마 또는 빠듯한 일상을 살아가는 의사였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탈출구가 되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그 둘의 대화가 좀 진지하게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주인공의 열정의 중심은 가족과 자신의 일에 더 치중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영화관람을 방해하면서까지 아이를 데리고 영화관에 들어갔더라면, 또는 갓난아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서까지 영화를 보러 간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이 우리가 말하는 덕후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스스로의 열정을 통제하면서 어려운 공부를 하고, 사랑을 하며 결혼을 했고, 그래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내 결혼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불안을 스스로 통제함으로써 사랑을 이루어가고 몸이 아픈 고통을 견뎌내면서 살아왔고, 가족을 이루고 일에 헌신하며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어떤 스타의 미래까지도 챙겨간 것이다. 그 90프로의 몫을 온전하게 살아온 여자에게 이렇게 단순하고 건조한 문체만큼 잘 어울리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어떤 취미든 책을 읽는 것보다는 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책은 쉽게 차선으로 밀려나곤 한다. 핫한 신상으로 샀던 휴대폰이 고대 유물이 되어가는 듯하다. 다른 좋은 것들이 새롭게 등장하면 점점 퇴물로 밀려나는 바람에 무언가를 열렬하게 좋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문화처럼 여겨진다. 덕분에 SNS 세상과 단절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좋아하는 책과 더 친해질 시간도 벌고 말이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4        
[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짧은 소설 | 서평 2019-02-10 12:40
http://blog.yes24.com/document/1106205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저
작가정신 | 2019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아름답지 않아도 예민한 감각으로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의 단편을 두고 그렇다고 표현한 것은 역설적이기도 하면서, 그렇게도 느끼게 된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 책을 받기 전, 관심을 두고 있던 책은 리사 브레넌 잡스의 [Small Fry] - '별 볼 일 없는 사람, 하찮은 존재'였다. 스티브 잡스의 혼외 딸로 알려진 작가 (스티브 잡스가 결혼 전 헤어진 여자친구 사이에서 낳은 딸)인데, 국내에 아직 출시가 돼질 않아서 읽어보진 않았지만 대충의 내용을 소개로 짐작해본다. 


이 작가가 별 볼 일 없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였다면 이토록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다가, 책 제목이 가진 역할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별 볼 일 없음을 감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는데, 자기 자랑을 하면서, 관심 인물과 같은 행동, 같은 물건을 소유하면서 동일시하거나 자기가 하는 모든 일들을 아름답거나 자신과 관련된 관계들이 모두 좋은 관계라고 그렇게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또는 관심이 집중된 인물을 내리깎거나 또는 반대로 추한 세태를 서술하면서 자신은 그렇게까지 형편없지 않다는 것을 어필하기도 하며 어떻게든 자신이 별 볼 일 없음으로부터 발버둥을 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박완서 작가님의 [아름다운 이웃]이란 제목을 가진 이 짧은 소설집도 제목과는 상반되는 느낌으로 어쩌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이웃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책을 읽고 난 직후의 느낌은 영혼 없이 만나는 어떤 모임에 나가 서로 자기 자랑만 늘어놓거나 이웃집 이야기들의 속 사정을 비밀스럽게 늘어놓다가 끝난 수다 끝처럼 씁쓸한 여운이 맴돌았다. 



 작가는 한때 사보에 올릴 콩트를 부지런히 엮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오래전 출간했던 첫 단편집을 다시 보완하면서, 방 안에 들어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으로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는 재미로 비유했다고 한다. 



띄엄띄엄 떨어진 주택에 살다가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사는 아파트라는 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창문을 통해 건너편의 세태와 이웃집의 부부 싸움 소리까지 공유하던 그때쯤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기도 했다. 오히려 이웃집 부부 싸움이 궁금해서 티브이 소리를 줄여 귀를 기울였다는 이야기처럼 지금과는 다른 문화가 낯설기도 하지만, 바로 우리 윗세대들이 추억하는 '왕년의 이야기'를 소설로 읽는 듯해서 재미있기도 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 이야기인데, 그때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 장르가 다르고, 생활 양상도 많이 다른 것 같다. 특히나 결혼 적령기에 여자들, 결혼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더 그런 것 같다. 그 시대에 태어나 시집살이를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뜬금없이 그때의 고민이 지금까지 대물림되지 않게 만들어준 끊임없는 투닥거림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의식이란 것도 유행처럼 빠르게도 변하는구나 싶어 연연해 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어 허탈하기도 했다. 잘 읽히지는 않지만, 요즘 늘 가까이 두고 있는 앨리스 먼로 소설 '착한 여자의 사랑' 이란 단편 소설도 일상적인 여자의 이야기들이란 대목에서 오버랩되고, 문득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도 생각이 났다. 그녀는 늘 참고, 멈추고, 그만하기를 강요받았던 여자의 삶에 극심한 우울증을 글을 쓰면서 고통을 덜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여성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가까이하는 것은 그저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삶을 위로한 것 이상의 기능을 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서두를 필요도 없다. 반짝일 필요도 없다. 우린 그저 자기 자신만 되기만 하면 된다." 그녀가 남긴 이 말처럼 아름답지 않아도 예민한 감각으로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의 단편을 두고 그렇다고 표현한 것은 역설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또 그 행위 자체가 그럴듯한 말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박완서 님의 소설은 오래전에 읽어보고 실로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했다. 담백한 듯, 예민한 듯 이어지는 듯 한국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던 각자 답답한 구석이 있고, 휑한 구석이 있을 테니까. 그런 걸 건드려주는 것이라 그런가 싶다. 버티고 살아내는 별 볼 일 없는 우리도 누군가의 아름다운 이웃일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멜랑콜리한 해피 엔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읽는 내내 명절 증후군인지 욱신욱신 쑤셔대는 몸살을 더했는데, 속 편히 지내는 이에게도 명절은 여자라는 이유로 멍을 남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속내를 터는 출구가 되어준 책이라 잠깐잠깐 한숨을 섞으며, 누군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해도 되기도 했다. 이웃들의 이야기가 소설이라서, 내 얘기가 아니라서 다행히 지금 이렇게 호시절을 사는구나 싶기도 하면서 별 볼 일 없는 일상에 위안을 삼기도 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내용보다는 감각적으로 표현한 문장들에 더 심취되곤 한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다. 



어느 날 문득 여자는 남자의 어진 눈매에 매달려 이 세상의 온갖 풍파를 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 여자는 왠지 남자가 없는 곳에선, 도처에서 모진 풍파가 일고 있는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또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는 세상 소식이 흉흉하고 험악할수록 남자의 어진 눈매가 보배로웠다. 여자는 그 보배를 독점하고 싶었다. 같은 무렵 남자도 문득 여자의 설익은 과실 같은 입술을 무르익게 하고 싶단 갈망을 느끼게 됐다. 그런 점잖지 못한 갈망에 사로잡히기가 일쑤였다. 그 예쁘고 앙증맞은 입술이 무르익으면 얼마나 달콤한 것인가? (......중간 생략)여자가 보기에 남자의 눈은 전처럼 어질지 않았다. 지치고 눈치꾸러기처럼 불안해 보였다. 남자 보기에 여자의 입술은 덜 익고 예쁜 과실이 아니었다. 수다의 조짐이 누더기처럼 너불대는 속된 입술이었다. 두 사람은 손을 힘껏 잡았다. 사정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 거울 속 연인들 중에서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4        
멜랑콜리 해피엔딩 | 서평 2019-02-10 12:32
http://blog.yes24.com/document/1106204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권지예,김사과,김성중,김숨,김종광,박민정,백가흠,백민석 등저
작가정신 | 2019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소설가들은 소설로 대화하고, 소설로 고백하고, 소설로 추모했다.'(본문 328페이지)라는 말처럼 소설가들이 모여 박완서 선생을 기억하며 만든 단편 모음집이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사람다운 삶에 대한 추구'라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보여준 박완서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책으로,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입담과 재치가 담긴 콩트를 한자리에서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소설가들은 소설로 대화하고, 소설로 고백하고, 소설로 추모했다.'(본문 328페이지)라는 말처럼 소설가들이 모여 박완서 선생을 기억하며 만든 단편 모음집이다. 



먼저 박완서 작가의 단편집 '아름다운 이웃'을 읽으며 근현대사의 감정의 찌꺼기들을 생활 속에 녹아 표현하는 데 그처럼 탁월한 분은 없는 것 같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멜랑콜리 해피엔딩'이란 단편집도 가볍게 시작하는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건드려주는 부분들은 다양하다. 어쩌면 평소 관심이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 작가마다 각자의 문제를 꺼내 보여주는 시선 하나씩을 건네받으면서 각각의 인물들의 불편하거나 부끄럽거나 혹은 통쾌한 심기들을 공감해 보았다. 




그 부분이 아프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와 같은 감각으로 통증을 느껴볼 수 있을까. 예전엔 집 하나만 있으면 덜먹고 덜 쓰면서도 만족이란 걸 하고 살았을 수 있겠으나, 지금은 집이나 역할보다 각자의 취향을 더 고집하며 사는 것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추구하는 영역이 다양해져 이루지 못한 환멸로 느끼는 통증의 범위도 더 광범위해진 것 같다. 단편집에 담긴 서른 명 가까운 작가들의 예민한 감각들로 쓰인 소설들이 하나같이 각각의 다른 장르로 실려 있는 듯 다양하다.



태어난 출신의 이야기,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또는 꿈 등의 낯선 대명사들이 열거된 작품들을 접하며 모르는 영역과 타인의 취향에 왜소한 공감 영역을 확인했다.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문학 취향이 이렇게 금방 들통나고 말았구나 하며, 스스로 실망을 하기도 했다.



이런 기분을 독자의 내공이 부족한 탓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취향이 아니라고 밀어냈어야 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다른 독자들의 반응도 궁금하기도 했다. 소설에 있어 독자는 어떤 존재일까. 상업적인 소설이라면 독자가 실어주는 반응이나 목소리가 큰 힘을 발휘하겠지만, 문학의 영역에서는 작가만의 고유한 날 선 감각만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로, 작가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껴보는 것이 독자의 할 일이라 생각해서 거기에 사사로운 취향에 대한 일언이언 평하기를 삼가기로 했다.




두 권의 단편집 민트와 핑크가 섞인 색감의 표지가 예뻐서 봄을 부르는 증표로 눈이 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있는데, 추워서 문을 꽁꽁 닫고 있었더니 환기가 안되는 듯 갑갑하다. 유리창을 열어야 바깥공기와 방 안의 공기를 섞을 수 있지 않을까. 문제의식을 드러낸다는 것은 문을 두드리는 행위일 것 같다. 안쪽이었든지 바깥쪽이었든지 문을 열어두면 서로의 출입구가 되지 않을까. 두 권의 단편집이 꼭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꽁꽁 닫힌 군내 나는 방 안 공기와 먼지 섞인 바깥공기가 섞여도 상쾌하진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최수철 




이 작품의 결말을 읽고, 헛헛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글로 읽는 매력 중에 하나가 영상에서 느껴지는 인물 설정이나 분위기라는 것이 없어 자신의 상상에 의존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반전(?)을 맞닥뜨릴 때 뜻밖의 묘미를 느낀다. 웃으면 안 되는 어처구니가 없는 결말이지만 주인공 평모의 입장을 읽으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평모는 다만 누구보다도 낙천적인 사람이었어요. 우리는 늘 불안하고 초조해서 아등바등하며 살아가지요. 하지만 평모는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았던 거예요. 성서에도 이런 말이 있잖아요.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판의 백합이 어떻게 자라는지 보라. 수고도 아니 하고 길쌈도 아니 하느니라.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 


 물론 모든 사람이 알기로 평모는 결코 기독교도가 아니거니와 어떤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그 점잖은 사람의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없었다. 


 그보다는 이쯤에서 예전에 평모를 진찰한 정신과 의사의 말을 되새겨보는 게 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 평모는 우울증이 있었어요. 삶에 대한 허무감이 깊었고, 그러다 보니 살아가는 이레서도 늘 최소한만 할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가슴속 깊이 자살 충동도 들어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은 일상적인 일들을 소홀히 하는 건 물론이고, 위험이 닥쳐도 피하려 하지 않아요. "


그런데 여기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들에 대해 평모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이 이야기의 초점을 평모에게 맞추기로 하자. .... (본문 300 페이지 중에서)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        
[아보카도 레시피] 맛있는 초록 플레이팅 | 서평 2019-01-31 05:33
http://blog.yes24.com/document/1103556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아보카도 레시피

홍서우 저
나무수 | 2019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아보카도의 맛을 아직 잘 모르겠거나, 손질 방법이나 다양한 요리 활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인 아보카도!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오늘 소개할 책은 미술 전공자 다운 세련된 플레이팅 사진이 돋보이는 아보카도 레시피 책입니다. 고소하고 부드럽고 말캉한 잘 익은 아보카도는 채소, 육류, 면, 빵 등 다양한 식재료와 잘 어울리는 과일입니다. 브런치 카페에 등장하면서, SNS 사진 열풍을 타고 아보카도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한 것 같아요. 



책을 만든 홍서우 님은 카카오스토리와 인스타그램에서 [오늘의 요리]를 운영하고 있는 유명한 푸드 디렉터라고 합니다. 아보카도는 윤기가 흐르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고요. 껍질 색으로 익은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진갈색의 아보카도를 고르면 먹기 좋게 익은 상태라고 합니다. 책을 보면서 아보카도 씨 제거하기와 보관 방법을 보고 도움을 받았어요.  




[아보카도 샐러드]



평범한 샐러드에 아보카도만 올렸는데 고급스러운 샐러드처럼 보이네요. 평소 먹던 샐러드 맛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맛으로 확 살아납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아삭한 채소와 어울려 더 맛있어지더라고요. 레시피 북에 나온 발사믹 소스가 제 입맛에도 잘 맞았어요. 

감기에 걸려 통 입맛이 없었는데, 샐러드 한 접시 먹고 나니 든든하더라고요. 샐러드 야채 따로따로 사서 손질하기 귀찮아서 마트에서 손질 다 되어 있는 걸로 사서 아보카도만 껍질 벗겨 얹었답니다. 간편하고 든든해서 바쁜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겠더라고요. 


이번 아보카도 레시피에는 샐러드부터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와 디저트까지 가능한 30가지의 아보카도 레시피가 담겨 있어요. 다가올 명절에 아보카도를 활용한 색다른 요리를 내놓으면 가족들도 더 좋아할 것 같아요. 



자몽, 산딸기, 베이컨, 닭 가슴살 등을 활용한 샐러드와 토스트, 샐러드, 아이스크림, 음료까지 아보카도 활용 범위가 무척 다양해서 놀랍기도 했어요. 




[슈림프 아보카도 보트] 


아보카도와 제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 명란덮밥도 나와있네요. 




아보카도의 맛은 해산물과 토마토와 곁들이면 더 조화로울 것 같아요. 꼭 해보고 싶은 레시피입니다.


기름지고 느끼한 명절 음식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답답한 기분이 들지만, 아보카도의 초록 플레이팅이 곁들인 음식 사진을 보니 속이 개운해진 것 같습니다. 




아보카도와 소바? 이 요리는 상상 못한 신세계네요. 맛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아보카도와 더 자주 친해질 것 같아요. 요즘 채소값, 과일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죠. 아보카도는 맛도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더 좋네요. 저도 레시피 북 활용해서 다양한 퓨전 요리를 즐겨보려고 합니다. 특히나 손님들께 내놓아도 좋을 아보카도 요리법이 많아서 손님 자주 초대하시는 분께 추천하고 싶어요. 



아보카도의 맛을 아직 잘 모르겠거나, 손질 방법이나 다양한 요리 활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인 아보카도의 효능도 꽤 매력적인 것 같아요.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비타민 c가 많아서 미용에도 좋고, 비타민 E는 혈액을 잘 돌게 해 빈혈 예방에도 좋고, 두뇌와 몸 에너지를 올려주는 역할도 한답니다. 아보카도에 대해 저도 몰랐던 정보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3        
왜 그녀는 설득하지 못했을까 | 서평 2019-01-15 01:26
http://blog.yes24.com/document/1099283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초전설득 리뷰 대회 참여

[도서]초전 설득

로버트 치알디니 저/김경일 역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나는 어떻게 설득되어서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결론은 '나다움'이란 것은 없이 의도된 계산이었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초전 설득'이라는 책을 읽는 중에 블로그에 이런 비밀 댓글이 달렸다. 


댓글이 달린 글은 도안북을 보고 뜨개 가방을 만들어 올린 포스팅이었다. 도안책이 궁금하다길래 링크를 안내해줬다. (본문에 설명되어 있는 내용인데, 읽지도 않고 궁금한 사항만 물어본 것이다. 답변을 남겼지만, 고맙다는 인사는 받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댓글이 달렸다. 소개해 준대로 책을 구매했으나, 해외배송이라 시간이 좀 걸린단다. (보통 2주쯤 걸려서 받곤 한다. ) 그런데 앞으로 기다리려면 한 달쯤 걸릴 것 같고(?), 그러는 사이 겨울이 다 지나갈 것 같고, 너무 간절하게 가지고 싶은 도안이니까 당장 처음 뜨는 방법부터 설명을 해 달라는 것이다. 장문으로 남긴 댓글 마지막 말은 '저 나쁜 사람 아니거든요.'였다. 


앞의 내용들이 다 지워지고, '나쁜 사람!'이란 단어만 남는다. 이런 대담한 댓글들을 초면에 남긴다. 블로그를 찾아가 보니 운영 중인 블로그가 아니고 몇 년전에 스크랩한 글만 있을 뿐이다.  

 

보통은 무시할만한 댓글이지만, '초전 설득'을 읽고 있던 중이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여겨졌다. 

그녀인지 그인지 모르겠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커녕 기분이 언짢았다. 왜 그랬을까? 그 사람은 왜 설득하지 못했을까. 글 본문 중에는 저작권에 관련된 내용이니, 제작 과정을 요구해도 답변하지 않겠다는 주의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절실하다는 구구절절한 사연과 달리 본문도 읽지 않았다는 것도 못미덥고, 계절과 상관 없는 뜨개 가방인데 과장을 하는 것도 거슬렸다.


그보다도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라는 문구를 보자 경계심이 강하게 발동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나쁘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은 사람들이 보통 저런 말을 자주 하지 않았었나' 하면서, SNS상의 불쾌한 경험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관심, 집중, 포커스가 한 곳에 맞춰지면 다른 것은 관심밖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설득에는 단어 하나, 이미지로 연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쁜 사람이 아니란 말에 사연은 잊히고 되려 그를 탐색하게 만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쁘다는 말은 정신적, 물질적, 신체적, 시간적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질적이지 않더라도, 이미 정신적, 시간적 민폐를 끼치고 있으면서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당연하게 요구하듯, 비밀댓글로 남기는 질문에 불편한 기억까지 보태졌다. 


만약에 다른 단어를 썼거나, 이미 대답한 답글에 대답이라도 했더라면, 또는 자신만의 정보나 노하우를 나눠주는 분이었다면 그 간절함이나 진정성에 대한 응대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나눔 이벤트 글에 응모하기 위해 스크랩만 한 블로그를 보고 친절하고 대답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물건을 받거나, 대답을 받거나, 남의 시간적, 정신적 민폐를 끼치게 한 것에 양해라도 구했다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계정을 감추는 듯 세컨 계정인 듯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나쁜 사람 아니라고? 



"초전 설득"은 누군가에게 나의 절실함을 어필하기 위해 설득할 일이 필요할 때, 절대 거절할 수 없는 프레임. 즉 '초전 설득'을 이해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선택의 기준은 어떤 프레임 속에서 이루어져 왔을까. 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설득의 요령이나 설득의 효과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밑밥'에 대한 설명이다.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보는 드라마 중에 '스카이캐슬'이란 드라마가 있다. 거기에 보면 과외 선생이 주로 쓰는 방법이란 것이 바로, 이 밑밥이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과외 선생이 상대하는 이들은 만만치 않다. 흔히 기득권 세력이라고 하는 중심이 되는 사람들이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명예와 지위를 갖춰온 사람들이다.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사람들에게 자신의 설득이 어필되도록 미리 밑밥을 깔아놓는 작업들이 치밀하게 짜인다. 자신의 조언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배경을 만들어서, 결국 설득해내고 만다. 드라마지만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치는 인물 설정이었다. 그 밖에도 드라마에서 인물들이 사용하는 아이템들이 은근히 광고 효과를 내고 있다. 대놓고 광고라고 보여지는 상품도 있지만, 그 중에는 자연스러운 스토리 연결을 지으면서 활용된 상품들이 거부감 없이 광고 효과를 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이런 것들도 보인다.)


그럼, '설득'은 치열한 두뇌전쟁에 뛰어들 일도 없고, 누구와 경쟁할 일도 없고, 누군가를 설득해서 이익을 얻고자 하지 않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소용이 없을까, 그렇지가 않다.


대화에 끼어들려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나의 경우를 설득으로 풀어본다면, ‘친밀하고 싶은 것에 설득되어 평소에 보지 않던 드라마를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별게 아닌 일상이지만 책의 내용을 인용해 설명한다면, 관계에 뒤처지지 않고 싶어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것이겠지만, 그 드라마를 선택한 것을 본인의 의지대로 선택한 결정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관계에서 인정받고 싶기도 하면서, 나의 취향을 선택하며 살고 싶다는 모순 상태였다는 것이다. 왜, 이 상반된 문장이 모순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서 사건이 이슈화되어 터지면, 그것에 대해서 앞다투어 의견을 내면서, 사건이 발단된 근본적인 중요한 것 또는 더 중요한 다른 사안도 관심밖으로 사라져 질문이나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개체인 것 같지만, 이미 깔아놓은 분위기(배경)에 휩쓸려 설득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책의 요지라고 이해했다. 


그럼, 그 설득법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무엇을 얻기 위해 이런 설득을 응용한 걸까? 

설득 당한 이들에게 행복과 만족감, 위로 등의 추상적 단어를 주고 무엇과 맞바꾸는 것일까.


지인 중에서는 통계, 실험에 의한 결과, 심리학이라고 하면, 아예 벽을 치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도 있다. 불쾌한 경험들로 직, 간접적으로 손해를 본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대놓고 광고라고 하면 아예 시선이나 관심을 거두곤 한다. 그러는 사이, 점점 더 설득의 방법들은 더 교묘하게 사소하고 은밀하게 진화되어 왔다. 


유행어, 유행 아이템, 흔하게 사용되는 비속어들을 보면 경계 없이 쓰는 사람들이 많다. 뒤처지지 않고 싶어서, 그러면서도 그들만의 독특함이라고 유대감을 갖는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요즘의 나를 보더라도 사소한 것조차 점점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다보니 타인의 선택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었는데 앞으로 어찌해야하나 싶다.


이 책의 내용을 믿거나 말거나, 어떤 부분이나 문구를 더 신뢰하고 말지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취향에 대한 생각, 우선시했던 것들을 재점검하면서 책의 내용과 대비해 소름이 끼치던 부분이 많았다. 책을 통해 지갑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시간적 소비에 대해 점검을 해 볼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어제 뉴스에서는 동물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 동정심을 자극해 기부금을 받아온 단체의 이중적인 민낯이 밝혀졌다. 버린 동물에 대한 동정심을 활용한 사기극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동물을 사랑한다면서 가지고 싶게 만드는 과장된 설득력이 더 위험하게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행복할 거라는 이미지에 매료되어서, 다양한 상업적인 경제활동이 더불어 이루어지지만 실제로는 행복하기보다 수고로움과 경제력과 참을성이 필요하고, 귀찮고 힘들고 어렵지 않은가. 동물을 사랑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동물을 사랑하는 다른 방법들도 얼마든지 많을텐데 왜 우리는 그것을 함께 해야만 행복해진다고 설득당했던 것일까. 또, 더 크게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게 된 것일까? 그 행복이란 단어는 한 마디로 정의하지도 못하게 애매하게 규정되어 다양하게 상품화되어 지갑을 노리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고민들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다보니, 뉴스를 보다가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여기까지 미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과 선택 뒤에 작용한 배경이 되는 '초전 설득', 그것이 모두에게 가치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편하게 앞으로도 계속 설득을 당하는대로 탄산음료를 마시면 시원~하다는  프레임에 갇혀 살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사건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고 계산하는 것이 마냥 귀찮고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 책을 읽기 전 상태와는 다른 생각과 시선을 한 번이라도 해보게 된다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보면 위로를 한다면서, 누군가를 돕거나, 모험을 자극하면서, 정보을 제공한다고 한다거나, 단순히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 하자면서, 자신, 자존감 찾자면서 덫을 놓는 장치들이 의외로 많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유욕을 자극하는, 모든 자극에 이끌려 반응하며 살기보다 한 번씩은 이런 책을 통해 환기시키는 경험도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어떻게 설득되어서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누군가가 한 의도된 계산이었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해했다고해도 지금의 생활이 확 바뀌거나 앞으로는 위험에 처하지 않게 된다는 것도 아니다. 


'가장 강한 설득력일수록 가장 무의미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라는 말도 있다. 그런 설득의 힘,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의 책이다. 이 문구만으로도 이미 '초전 설득'이 설명된 것이 아닐까. 전작 시리즈보다 더 유용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이는 이 책에 잘 맞는 끝을 제공하는 결론이기도 하다. 바로 어떤 선택과 관련하여 우리가 누구인지는 그 선택을 하기 직전에 우리가 어디에 관심을 두는지에 상당히 좌우된다는 것이다." P. 343



*예스24 리뷰어클럽에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남기는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7        
1 2 3 4 5 6 7 8 9 10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
오늘 1 | 전체 33143
2007-01-1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