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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동물원-싸한 진실이 주는 진한 먹먹함 | Thumb Theatre 2014-09-0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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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유리동물원

장르 : 연극       지역 : 서울
기간 : 2014년 08월 06일 ~ 2014년 08월 30일
장소 : 명동예술극장

공연     구매하기

연극 유리동물원을 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싸해졌다. 달랑 네 인물이 등장해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내 모습이 다 발가벗겨진 것 같았다. 모든 캐릭터에 공감했고 시대와 배경 따위와 상관없이 인간의 모습이란 어쩌면 조금씩 닮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섬뜩하기도 했다. 진실과 마주한 이 불편함이 작품에 대한 여운으로 포장된 채 꽤나 오래갈 것 같다.

 

 

세인트루이스 뒷골목의 초라한 보금자리인 무대는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내리막길로 치닫는 인생들을 상징하듯 비스듬한 무대에 과거를 움켜쥐고 사는 여인의 손길이 닿은 듯 집에 어울리지 않는 소품들과 대사로만 등장하는 윙필드의 사진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찾아 가족을 버린 아버지의 사진이 계속 조명을 받는 것은 이들의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과거를 먹고사는 두 인물 아만다와 짐은 나이의 무게에 따라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 달랐다. 틈만 나면 자신의 화려한 시절을 이야기하며 현재의 비루함을 잊으려는 아만다는 많은 엄마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처녀시절, 달변가로 교양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D. H. 로렌스를 성문학가로 취급하며 자녀들에게는 이상적인 교양을 강요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생계를 위해 삼류 통속 잡지를 파는 이중적인 모성은 부모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 자년들은 한 번쯤은 다 겪었을 상황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짐은 소위 잘 나갔던 시절을 그리워하기보다는 앞으로도 다시 올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톰이 첫 장면에 소개했듯이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로라의 짝으로 소개받은 자리에서 적당히 식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로라에게 매력을 느끼며 본능에 충실하지만 이내 현실 속으로 돌아와 영리하게 자신을 추스른다. 베티에 대한 이야기도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고 자신의 미래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는 스피치 수강생의 재치 있는 한 수가 아니었을까?

 

 

다리를 전다는 단점 때문에 집안에서 은둔하며 살아가는 로라의 상황은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교실로 가는 계단에서 의족 때문에 들리는 쿵쿵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안 들릴지 몰라도 본인에게는 천둥인 것 사람이라면 다 그렇지 아니한가. 아름답지만 허망한 꿈을 상징하는 유리로 만들어진 동물을 수집하는 것은 그녀만의 집착이자 희망이고, 낡은 축음기는 본인의 현실을 깨닫기 전의 행복했던 시절을 아만다와는 다르게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로라에게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녀의 벽을 허무는데 서로 다른 방식을 택한 아만다와 짐의 모습은 때로는 가족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톰처럼 의무만 느끼다가 마침내 지워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구두 상자에 시를 쓰고 영화로 위안을 얻으며 노동자로 살아가는 톰은 정말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발레를 하고 공연을 보며 현실과 다른 것에서 위로를 받는 내 모습이 그대로 보여 가슴이 아팠다.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고, 감정 소모가 많은 직장에 대한 번뇌를 지워내고자 택한 것이 시대와 현실에 따라 다를 뿐 톰이나 나나 매한가지다. 나는 무작정 탈출하지도 않을 테지만 그토록 아련하게 촛불을 끌 수는 없겠지만...

 

 

많은 오묘한 감정이 교차하며 차곡차곡 먹먹해진 이 감정이 꽤나 오래갈 것 같다. 차라리 복받쳐서 울었더라면 걷혀지기라도 했을 텐데 진실의 침잠은 쉽사리 걷히기가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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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을 닮은 발레 음악 돈키호테 | Gold Mund 2014-08-2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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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밍쿠스 : 발레 '돈키호테' 전곡 (Ludwig Minkus : Don Quixote) (2 for 1) - Boris Spassov

Boris Spassov
Capriccio | 2010년 10월

음악     디자인/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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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초 당시 스페인의 현실을 반영한 일종의 풍자소설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기발한 발상과 상징으로 인하여 누구나 아는 고전이 되어버렸다. 그러기에 이 명작에서 모티브를 얻는 많은 예술 작품도 탄생되었다.

 

 

구스타브 도레, 오노레 도미에, 안토니오 프라스코니 등 여러 화가들이 돈키호테에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겼고, 음악 분야에서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마누엘 데 팔랴 등 수십 명의 작곡가들이 표제음악, 오페라 등을 작곡했다.

 

 

 구스타프 도래 망상에 빠진 돈키호테

 

 

많은 음악작품들 가운데 오늘날 가장 자주 연주되는 것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이지만 무용인들이 자주 접하고 좋아하는 음악은 밍쿠스의 돈키호테다.

 

 

발레 돈키호테는 제목만 원작에서 따왔고 기사인 돈키호테와 그의 충복 산초 판자 두 사람은 여인숙 주인의 말괄량이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과의 러브 스토리의 들러리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익힌 그 고장의 춤을 발레에서 재현했는데,  밍쿠스가 만든 화려하고 밝은 음악은 스페인의 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체코인 아버지와 헝가리인 어머니를 둔 오스트리아 태생인 루드비히 밍쿠스는 프랑스를 거쳐 러시아의 궁중 발레 작곡가로 활동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그의 음악 돈키호테가 교두보 역할을 했다. 이때 레온이라는 이름도 얻게 되어 레온 밍쿠스로 불리기도 한다.

 

 

1 막의 키트리와 바질의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사장조의 밝디 밝은 음악을 사용한다. 경쾌한 붓점이 가미된 왈츠는 오스트리아의 우아한 왈츠와 다는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스페인 광장이 스코어로도 표현되어 듣고 있으면 누구나 춤추고 싶어진다.

 

 

2 막은 이와 반대로 어둡고 고혹적인 느낌을 가졌다. 바장조와 바단조가 적절히 섞여 집시 캠프의 묘한 음울함과 둘시네아를 향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하프와 목관 솔로가 참으로 마음을 울린다.

 

 

3 막은 다시 사장조로 돌아와 화려한 결혼식의 극치를 보여준다. 고전발레에서 남녀 주인공이 함께 기량을 뽐내는 2인무를 그랑파드되라고 하는데 돈키호테의 그랑파드되는 음악과 무용수들의 기교가 최적의 조화를 이뤄낸다.

 

 

스페인의 이국적 정서를 물씬 담아낸 밍쿠스의 음악 덕분에 발레 돈키호테도 뜨겁게 빛이 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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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과 김현웅의 돈키호테 | Thumb Theatre 2014-08-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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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국립발레단 <돈키호테>

장르 : 클래식/무용/국악       지역 : 서울
기간 : 2014년 06월 26일 ~ 2014년 06월 29일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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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발레 전막을 즐겁게 봤다.  돈키호테가 경쾌하고 흥분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사실 국립발레단의 야심 버전은 그리 맘에 들지는 않는다. 안무도 의상도 무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공연으로 기억에 남은 것은 두 주역을 비롯한 몇몇 무용수 덕분이다.

 

 

외국 생활을 먼저 정리하고 돌아와 올리는 작품마다 깊어지는 표현력에 노련한 테크닉까지 더해져 감동을 주는 김지영의 키트리는 무르익을 대로 익었다. 실제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능청스러운 연기와 대가에 반열에 올라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까지 보이면서 어린 시절의 기교도 변치 않아 진정으로 놀라웠다.  

 

 

테크닉의 모든 부분이 좋았지만 내 자리의 각도 탓인지 요즘 잘 안되는 동작이라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랬는지 그녀의 정확한 쉐네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다리의 갈라진 부분이 정확히 붙어 틈이라고는 안 보이며 회전을 치는 것이 왜 이 사람이 무대에서 이렇게 멋질 수밖에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였다. 어느 부분 어느 순간을 카메라로 잡아도 그대로 발레 화보가 될 것 같았다.

 

 

국립발레단 무대를 3년 떠나있었던 김현웅의 귀환도 반가웠다. 늘 볼 때는 익숙해져서 감동이 줄더니 공백 기간을 갖고 만난 이 발레리노의 라인은 정말 예술 그 자체다. 이제는 발레단에 그보다 키가 큰 무용수도 많고, 파릇파릇 신선한 후배들도 많지만 등장만으로도 무대의 느낌이 다르다. 아픔을 겪고 외국 생활도 하고 다양한 작품을 접하면서 사뭇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동작에 한결 여유가 생겼고 무엇보다 표정과 상체의 연기가 살아났다. 잘 돌아왔고 복귀 무대도 멋졌다. 

 

 

김지영과 조합은 비주얼 측면에서 참 잘 어울렸다. 1막에서는 서로 서걱대는 느낌이 있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호흡도 좋아졌는데 이 두 사람의 모습으로 몇 작품 더 보고 싶다.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는 팬 입장에서 쓴소리를 참 많이 하고 싶은 버전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의상들인데 결혼식의 키트리의 튜튜 외엔 맘에 드는 것이 없다. 몇 년 전에 비해 예상 이상으로 아름다워진 무용수들이 아니었다면 보고 있기 힘들다. 거기에 어지러운 무대 바닥까지 더해져 탁하고 너저분해 보이기까지 한다. 

 

 

숲의 요정들의 귀여움을 배제한 번쩍거리는 의상과 어두운 조명은 환상적이기는 커녕 호러물 느낌마저 났다. 풍차가 사리지고 무용수들이 회오리 치는 분분은 말할 것도 없고 2막 2장 결혼식에서는 더욱 심했는데 무대를 꽥 채우는 전체 군무가 루스하게 바뀐 안무에 너덜거려 보이는 의상이 더해지고 그리 흥겹지 않은 오케스트라마저 거드니 흥이 나지 않는다.

 

   

그런 옷을 입고도 빛이 나는 무용수들이 보인다.  전혀 다른 매력의 춤을 보인 키트리 친구들 신승원과 박예은, 안정적인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한나래와 박나리 등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현란한 테크닉과 발군의 연기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 넣은 무사초 이영도가 있었기에 작품이 살았다. 볼 때마다 춤이 발전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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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기대했던 반전은 없었지만... | Thumb Theatre 2014-08-1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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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는 뻔하게 흘러갔다. 괜찮다는 입소문만 들었지 줄거리나 내용을 전혀 모르고 갔는데도 어느 정도 지나니 얼개가 확연하게 들어왔고 거의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초반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알 듯 모를 듯 이어지는 단서들 때문에 좀 더 치밀한 구성과 놀라운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것만큼은 빗나가버렸다.  

 

 

아픈 기억을 잊는 것만이 행복의 능사는 아니라는 메시지도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사람의 추억 속에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괴로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희미한 달콤함이 있기에 함께 가져가는 것이고 세월과 함께 희석되고 미화되며 고통도 돌아보게 되는 것이지만 블랙메리 포핀스의 검은 기억들은 없애는 것이 맞다고 여겨질 만큼 앞서가 버렸다. 극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라도...

 

 

고만고만하게 흘러가는 뮤지컬이지만 공연하는 동안은 꽤나 집중을 했다. 뜬금없는 등장이 거의 없고 대사와 매끄럽게 연결되는 수준급의 넘버들과 귀에 쏙쏙 박히는 가사들 덕을 가장 많이 봤다. 곡도 잘 만들었지만 혼자 두러지지 않고 작품 속에 녹아들어 전체 작품을 북돋우며 제 색깔을 잃지 않았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차분하게 진행되는 흐름에 맞는 배우들의 안무도 좋았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격렬한 움직임 대신 수화와 마임이 적절하게 섞인 듯한 동작들은 관객에게 최면을 걸듯이 다가왔고, 자칫 불편해질 수 있는 수위 높은 장면들도 깔끔하게 메시지만을 전달하는데 제대로 한몫을 했다.

 

 

줄거리는 하나지만 배우들의 해석이나 살려내는 느낌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여운이 존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내가 본 캐스팅은 최면에서 덜 깬 듯 어린 시절과 현재의 자신 속에서도 방황을 하는 진진한 어른스러운 모습들이 많이 보였는데 좀 더 경정적인 해석을 가하면 내면의 갈등 골이 확연하게 드러나 색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오래간만에 회전문 도는 관객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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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라바야데르-빛나는 칼군무와 탄탄한 솔리스트, 파워풀한 주역! | Thumb Theatre 2013-04-2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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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장르 : 클래식/무용/국악       지역 : 서울
기간 : 2013년 04월 09일 ~ 2013년 04월 14일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구매하기

 

국립극장 소속 단체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정말 오랫동안 국립발레단의 공연를 보러 다녔다. 우리 나라에서 눈에 보이는 뛰어난 떡잎 댄서들이 주로 가는 단체이기에 무용수들의 기량이 국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데다가 특히나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해외 발레단의 내한 후유증도 가뿐이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체격이나 실력이 좋아져 감탄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깇은 애정을 갖고 들락거리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체념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들쑥날쑥한 솔리스트의 기량과 세 명을 넘어가면 줄도 잘 안맞아 전체보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무용수에게만 시선을 주게 만드는 군무였다.

 

 

라바야데르를 올린다고 선언한 후 신단원 오디션이 자주 있었지만 그들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작품만을 올려오더니 이번에 이렇게 놀라켜 주려고 그랬나 보다. 진심으로 놀랬다. 국립발레단의 군무가 ㅇ 맇게 오차 하나 없이 정교하게 맞아 돌아가고 줄 하나 흐트러지지 않으며 아나방을 한 팔의 높이와 손모양까지 같은 날이 올 줄은 몰랐다. 2층에서 본 날은 자로 잰 듯한 줄서기와 일사분란한 정렬에 32명 무용수들이 다 똑같아 보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날 1층 4열에서 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그동안 이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 지 짐작이 갔다.

 

 

쉐이드 뿐만 아니라 스카프춤, 앵무새 춤, 부채춤, 그랑파 클래식 등등 군무마다 주역들 못지 않은 춤들이 나왔다. 좋은 무용수들을 뽑아 철저히 훈련시키니 어디를 봐도 흡족한 그런 무대다. 몸을 아끼지 않는 북춤의 세 리더들도 좋고 특히 코르드 무용수지만 스카프솔리스트 리더와 그랑파 클래식 블루를 한 한나래는 춤도 표정도 느낌이 매우 좋아 이영도의 마그다비아, 김용걸의 브라만과 함께 뇌리에 쏙 박혔다. 둘이 해도 넷이 해도 눈에 들어오니 다음 공연에서는 솔로로 만나길 기대해 본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친 박수의 대부분은 군무진와 솔리스트들에게 보낸 것이다. 누구 하나라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이런 무대가 안나왔을 것이고 주역들만큼이나 빛이 났으며 라바야데르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군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 커플의 조합 중 볼 수 있었던 김리회, 정영재를 제외한 나머지 세 조합이었다. 국립발레단의 주역들답게 다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캐릭터에 반영해 각인각색이었다. 우열을 가릴 수도 없이 다들 자신의 강점으로 무대에서 혼신을 다했다.

 

 

음악을 가장 정확하게 쓴 지영 니키아는 성숙한 사랑을 해서 음악과 함께 보기 가장 좋았고, 폴드브라로 감정을 표현하는 슬기 니키아는 처연한 아름다움이 빛을 발했고, 은원 니키아는 풍파를 많이 겪지 않은 나이여서 그런지 아린 느낌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몸에 밴 테크닉을 바탕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무대에서 조금씩 다듬어지는 김기완과 이젠 테크닉과 서포트에 능숙해져서 감탄이 나오는 이동훈, 안정적인 파트너링으로 주변과 시너지 효과를 낼 줄 아는 이영철 모두 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니키아도 니키아지만 이번 라바야데르는 감자티의 전쟁터였다. 푸른 의상이 가장 잘 어울렸던 신승원의 매력을 새로 알았고,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자신을 일궈냈는 지가 춤에서도 드러나는 박슬기, 우아하고 아름다워 그 자체가 공주인 이은원까지 상대역인 니키아뿐만 아니라 짝사랑 상대인 솔로르마저 위협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라뱌데르를 보면서 감자티를 더 열심히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용수들만 생각하면 이번 국립의 라바야데르는 최고점이지만 작품의 버전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국립을 위해 조금 고쳤다는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은 구성도 어수선하고 바리에이션 자체도 무용수들의 힘만 뺄 뿐 감동을 증폭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세련된 색감의 의상은 하나하나 뜯어보니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인도 배경이라고 해서 현란할 필요도 없고 실제로 인도 왕족들의 색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 이미지와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은은한 푸른 빛과 금색, 은색의 조화가 참 멋졌는데 무대막도 비슷하다보니 그 아름다움이 돋보이지 않는다. 패션쇼가 아니니 의상보다는 무용수들을 더 잘 보이게 하려는 의도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말이다.

 

 

의상의 정교함에 비해 무대 구성은 그리 충실하지 못했는데 그 중에서도 2막이 가장 맘에 안들었다. 결혼식의 화려함도 인도 건축의 정교함도 없는 허전함과 허술함이 동시에 존재했다. 무용수들이 뛸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그랬는지 무대 막 뒤로 들어가버린 소품들도 멀어 보이고 자잘하게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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