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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비밀노트- | 새로 읽은 책들 2018-01-1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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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저/용경식 역
까치(까치글방)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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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노트


처음 출간될 때 이 책은 첫 번째 '비밀노트'만 출간 되었었다. 그 후 2년 뒤에 두번 째 '타인의 증거'가, 또 3년 뒤에 '50년간의 고독'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작가인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고향인 헝가리의 한 시골 마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합병된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접한 이 시골 배경은 실제 줄거리 진행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비밀노트'는 두 명의 쌍둥이 형제가 할머니의 집에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엄마는 아이 둘을 전쟁이 끝날때까지만 맡아 달라고 하고 떠난다. 할머니는 형제에게 아무것도 공짜로 주지 않는다. 형제는 씻지도 못하고, 맨발로 다니고 팬티만 입고 다니며, 숲에서는 군인의 시체를 발견하기도 한다. 전쟁은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잔혹하다. 형제는 스스로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육체적인 시련을 이기기 위해 서로를 때린다. 처음에는 뺨을 때리거나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고, 혁대로 때리고 칼로 찔러 상처를 내며 고통에 둔감해지기 시작한다. 정신이 강해지기 위해 엄마가 해주던 달콤한 말들도 잊기로 한다. 그 말들을 잊는 방법은 그 말들을 서로에게 반복적으로 하면서 말의 가치를 낮춰버리는 것이다. 이웃집에는 언청이가 살고 있다. 그녀는 염소의 젖을 빨아 먹고 너무 맞아서 사람을 보면 겁부터 낸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과일도, 채소도, 생선도 아니고 '사랑' 받는 것이다.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존재들은 사랑이라는 말에 소름끼쳐 하면서도 그것을 갈구한다.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형제들은 점점더 잔혹해지고 있었다.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었다. 생선, 닭, 토끼, 오리 닥치는 대로 죽이는 연습을 하고 고양이는 죽을 때까지 매달아 버린다. 그들에게 등장하는 인물은 신부, 그 하녀, 그리고 장교이다. 신부는 고상하고 경건한 말씀 뒤로 언청이를 성추행하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형제는 그를 협박해 언청이가 먹고 살 돈을 받아낸다. 신부의 악행은 응징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약점일 뿐이다. 신부의 하녀는 형제를 예뻐하며 데려와 목욕을 시켜주고 성적으로 착취한다. 형제는 그것이 자기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단련되어 왔다. 다만 그것이 사랑으로 여겨져서는 안될 일이었다. 한쪽에서는 장교가 형제를 통해 변태적 성의 쾌락을 맛본다. 형제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대가로 장교의 방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형제는 피비린내 나는 진흙탕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 


전쟁은 폭격과 시체, 폭력과 살인으로도 끔찍하지만 진짜 비참한 것은 인간성을 말살한다는 데 있다. 전쟁에서 도덕성이나 감상은 사치일 뿐,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인지를 알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다. 소설에서 형제가 하는 행동은 너무도 잔인하지만 너무도 담담하게 적혀있다. 한 번씩 다시 읽어보는 이유는 너무 평범하게 서술되어서 이게 실제 그런 일을 했단 말인가 싶어서이다. 형제는 무언가를 죽이는 것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둔감해지지만, 감정이 생기는 것에는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신부의 하녀를 죽인 것은 한편으로 그녀의 그런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을 주는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었을 지도 모른다. 형제는 엄마가 다시 돌아왔을 때도 따라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들이 스스로 소거해 버린 감정들이 다시 살아날 수 없도록 형제는 어떠한 여지조차 남기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형제의 아빠가 온다. 아빠는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게...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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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 | 좋지 아니한가 2018-01-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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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여전히 해가 뜨고 지고 파도가 치고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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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의 운동화 | 새로 읽은 책들 2018-01-0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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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L의 운동화

김숨 저
민음사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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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마크 퀸의 작품 '셀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이 작품은 5년 동안 꾸준히 모은 작가 자신의 피를 재료로 제작한 두상이다. 그의 작품은 재료의 특수성 때문에 반드시 영하 9도의 냉동고 안에서만 온전할 수 있다. 한 수집가가 가지고 있던 그의 작품이 실수로 녹아내린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작가가 의도하고자 했던 인간의 '유한성'을 확실히 증명하게 된다. 설사 다른 생명체의 피로 똑같은 거푸집에 다시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작가가 그것을 만들 당시의 그 피일 수는 없는 것이다. L의 운동화를 복원하는 과정은 과연 어디까지가 '그'이며 '그의 것'이었거나 '사물 자체'이느냐가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마크 퀸의 작품 이야기가 처음에 등장했을 것이다. 


사실 모든 현대 미술은 '어떤' 결과가 나왔느냐보다는, '어떤 의도'로 그것을 전시대에 올려 놓았으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현대미술을 이야기 하는 책의 첫 머리에 항상 '뒤샹의 변기'가 나오는 것은 그러한 관점을 처음 보여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L의 운동화가 L이 남긴 작품처럼 - 뒤샹의 변기가 공산품이었음에도 그의 작품이 되었던 것 처럼 - L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이제 화자인 '나'가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채관장에게 처음 L의 운동화 복원을 요청 받았을 때, 나는 28년을 버티다 거의 뇌사상태에 빠진 운동화를 소생시키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복원에 내키지 않는 이유는 L을 복원하는 자체에서 오는 부담감, 현실적인 시간의 부족, 폴리우레탄 소재의 생경함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복원하는 작업 자체도 어려운 것이지만, 어디까지 복원을 할 것인지, 최소한의 복원에 그칠 것인지, 그도 아니면 지금으니 모양새를 그대로 유지하게만 할 것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L의 운동화를 복원하는 일련의 과정이 L을 되살리는 작업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가 바로 6월 항쟁의 상징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9일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것을 동료가 부축하는 사진은 태극기를 펼치고 상의를 탈의하고 달리는 학생의 모습, 박종철의 영정을 들고 군중이 행진하는 모습과 함께 6월 항쟁을 다룰 때 항상 먼저 떠오르는 사진이다. 그 당시 입었던 연세대학교 티와 운동화는 곧 그를 구성하는 오브제가 되어 그 자체가 된 지 오래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설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듯 하나같이 무겁고 우울한 캐릭터들이다. 소설의 중심은 그 복원가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L의 과거나 복원가나 혹은 주변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복원' 자체에 방점을 두어 L의 운동화가 L을 살려내는 작업에 다름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뭔가 연결고리가 조금 더 있었다면 극적인 재미는 조금 더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진지한 소재를 채택했다는 것이 반드시 전체의 방향을 규정하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운동화의 끈을 풀고 작업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장면이었다. 시위대 최전방에서 전경부대를 방어했던 L은 운동화가 풀리지 않게 하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끈을 묶었다. 나는 그것이 바로 L이라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어떤 것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놓기로 결정하는 장면이다. 


L의 운동화 끝은 독특한 방식으로 묶여 있다. L의 운동화를 예술 작품이라 가정할 경우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끈이다. ..(중략).. 복원가인 내가 너무 많이 개입한다는 판단에 따라, 나는 끈을 그대로 둔 채 복원 작업을 이어서 진행해 나가기로 결정한다. 그 결정 때문에 복원 과정이 훨씬 더 난해하리라는 걸 잘 알지만.(p.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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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성공적 | 좋지 아니한가 2018-01-0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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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일출보자마자
출발해서
휴게소에서
잠깐 쉰것밖에 없는데...

오는길에 일몰을 찍음

집에선 슈퍼문을 찍음


p.s 새해 복 많이 받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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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단 한명, 국민 | 기본 카테고리 2017-12-3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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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987

장준환
한국 | 2017년 12월

영화     구매하기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이 말이 말이건 막걸리건 간에 사람들이 분노한 이유는 바로 정권의 '뻔뻔함'이었다. '변명'이라도 한다는 것은 그 사건에 대한 최소한 미안함이라도 있다는 소리고, 나름 어떻게든 용서를 구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사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명조차 하지 않겠다는 저 거만함, 어짜피 어떤 말을 하더라도 너희가 믿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는 교만. 1987년은 바로 그런 파렴치한 권력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1987'은 1월 박종철 군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당하다 사망한 사건에서 시작해서 6.9 이한열 군이 최류탄에 맞고 쓰러져 6.10 민주항쟁이 발생하기까지를 기록한 영화이다. 



영화에서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실제 6.10 항쟁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중이던 박종철 군이 고문수사 중에 사망하자 박처장(김윤식 분)은 시신을 서둘러 화장하려 한다. 담당 검사이던 최검사(하정우 분)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것을 알고 화장을 못하게 하고 부검을 한다. 이 과정에서 최초 박종철의 사망을 확인 했던 의사는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양심선언을 하며 고문에 의한 사망임을 알린다. 부검을 담당했던 황적준 박사는 회유와 압박에 굴하지 않고 박종철 군의 사망 사유가 '고문에 의한 경부압박 질식사'라고 정확히 기재한다. 사태가 커질 것을 우려한 박처원 치안감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도 안되는 발표를 하고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당시 언론은 보도 지침을 따로 받아 박종철에 대한 기사는 쓰지 못하도록 했으나 동아, 중앙일보에서 조사받던 대학생의 사망소식을 전한다. 



한편, 이 수사의 책임을 말단 꼬리에서 자르려 했던 경찰은 조한경(박휘순 분), 강진규에게 뒤집어 씌우고 교도소에 수감하고 이때 교도관이었던 안유씨는 본 사건이 무마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수사관은 두 사람에게 1억원을 주고 입을 다물라고 했으나, 마침 수감중이던 이부영(전 의원)이 이 사실을 알고 사건을 전말을 알게 된다. 이 내용은 김정남에게 전달되고 김정남은 이를 발표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게 정리된 내용을 전한다. 이를 받은 정의구현사제단은 5.18 광주 민주화항쟁 7주기 행사에서 이를 발표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이런 영화가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영화의 성패를 가른다. 나는 그 기준으로 서너가지를 생각하는데 그 첫번째는 주변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너무 집중하여 억지감동을 유발하는 경우이다. 볼 때는 울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저 불쌍하구나라는 생각만 남게 된다. 두번째는, 고문이나 구타 장면을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 안타까움을 유발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고문을 당하는 학생에 대한 감정이입이 격화되면서 영화의 본질이 자칫 흐려진다. 이럴 때는 분노의 방향이 독재체제의 단면이 아닌 과한 폭력성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셋째, 주제의 강점을 맹신한 나머지 무리하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경우이다. 택시운전사의 경우 그 당시 상황을 절제된 상태로 잘 재현했지만 몇명 장면의 경우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부수적으로는 짧은 시간 영화에 내용을 담느라 주인공이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해 급격히 캐릭터가 변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위의 부분에 있어서 영화 1987은 꽤 성공적인 영화이다. 고문장면에 너무 많은 컷을 할애하지도 않고, 남겨진 자의 슬픔에도 절제를 배치한다. 스토리에서도 실제 이야기에서 추가된 캐릭터는 연희(김태리 분) 정도여서 큰 무리가 없고 영화적 흥행을 위한 과도한 장치도 없다. 또한 연희도 등장 내내 시위에 대해 방관자나 비판자 역할에 그치다 마지막에 겨우 가담하는 정도이다.   



영화 광고만 보면 이 영화는 최검사(하정우 분)와 박처장(김윤식 분)의 대결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박처장이 영화 전체에서 악의 영역을 대변하는 것은 맞지만, 최검사는 영화 초반에 활약하고 변호사로 나가버리고 잘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또 일부러 그렇게만 광고하는 이유가 있음) 최검사의 역할이 지나고 나면 동아일보 윤기자와 의사와 부검의 등이 진실을 밝히고, 동아일보 해직 기자가 교도소에서 그 내용을 밝히고 그 과정에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분)이 전령의 역할을 하고, 김정남이 글을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발표하는 순간까지 어느 누구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마치 기적처럼 이뤄진다. 때문에 이 영화는 주인공이 없는 영화인 것이다. 영화는 그 과정을 너무도 잘 살려 냈고 영화의 바통은 자연스레 연희로 넘어가고 이한열의 죽음까지 이어지면서 영화의 클라이막스이자 한국 현대사의 가장 높은 산맥인 6.10 항쟁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충격적이고도 놀라우면서 틈만 나면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 사실은....


박종철이 고문을 당했던 이유는 누군가의 은신처를 밝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사람이 바로 박종운인데, 놀랍게도 그는 이 모든 사건들을 은폐하려했던 정형근이 있는 한나라당으로 입당해 국회의원으로 출마까지 한다. 이 내용은 이박사의 '와주테이의 박쥐들'에서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와주테이의 박쥐들


이전에 부림사건을 다뤘던 '변호인', 5.18 민주항쟁을 다룬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까지 보고도 그 중심 세력이었던 당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마주보고 이야기를 할 자신이 없다. 여하튼 이 영화는 박종철로 시작해서 이한열을 거쳐 6.10 항쟁으로 마무리 되는데, 위에 설명한 내용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보는 것도 재미 있지만 생각지 못한 인물들의 등장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몇 년 동안 본 영화중에 가장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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