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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꺼내기 전까지가 희망 | 좋지 아니한가 2020-06-0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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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도 복순전]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이상, 실화(失花)-


그녀는 비밀을 허벅지에 가지고 있었다. 남자 손님의 적당한 손장난을 밑천으로 장사를 하는 술집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귀향이는 한사코 청바지를 고집했다. '영빈관'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미스 현은 그게 늘 못 마땅했다. 게다가 귀향은 하루가 멀다하고 손님과 싸워대고, 몇 천만원을 운운하며 허풍을 떨어대니 쫓아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녀를 보러 오는 단골이 이미 많은 데다 얼굴이 반반해서 영빈관의 상징이기도 해서 그럴 수도 없었다. 우연히 영빈관에 들른 준호는 미스현이 그녀에 대해 빈정대는 이야기에 자꾸 관심이 갔다. 미스 현의 말처럼 귀향의 성기가 허벅지에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기실 그녀가 유독 오른 다리만은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비밀은 그녀의 재산이었으므로, 타인들은 그것을 끝까지 알아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어느 날 그녀는 말도 없이 준호의 아파트로 들이닥친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짐을 풀고 잠을 청하면서도 그녀가 제시하는 조건은 간결하다. 허벅지를 만지는 것과 관계를 가지는 것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밋밋해지던 어느 날 그녀의 손에 이끌려 만져본 허벅지에는 볼록한 혹 같은 것이 만져졌다. 무엇이냐고 묻는 준호의 물음에 귀향은 그것이 다이아몬드라고 말한다. 미군 기지에서 몸을 팔던 그녀는, 미군 대령이 귀향을 버리고 본국으로 간다는 말에 죽을 듯 매달렸다. 다이아몬드는 미군 대령이 주고간 이별의 선물이었고 그녀는 그것을 뺏길까봐 두려워 허벅지에 넣고 봉합해 버린 것이다. 밑바닥 시궁창 삶을 살면서도 그녀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바로 그 '재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희망이 영원히 몸 속에 붙어 평생 살아갈 동력이 되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그녀가 준호의 방에서 하는 일은 고작 건너편 아파트를 보면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 간섭하는 일이었다. 부부 싸움에 끼어들어 훈수를 두기도 하고, 위험한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아무 관계도 없는 반상회에 나가고, 관리실 근처를 기웃거리고 다녔다. 마치 세상의 행복은 이곳에 다 모여 있다는 듯, 보통 사람이라면 지루해 질려버렸을 일들을 너무도 열심히 수행해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제일 등등한 평화는 저 기저귀들 속에 다 녹아 있는 것 같아요. 밉지 않게 뻔뻔하거든요.'


똥이 들어있는 기저귀에 행복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녀에게 행복의 완성은 거기에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준호에게 부탁을 한다. 목욕탕에서 나올 때쯤 '경준이 엄마'를 빨리 나오라고 해달라는 것이다. 준호는 그게 누구냐고 묻자 귀향은 그게 바로 자기라며 신나있다. 준호는 누가 그런 짓을 하냐며 하지 않았고 그녀는 짧게 나마 가출을 한다. 행복의 정의를 행복한 사람에게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행복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퍽이나 가까운 곳에서 도사리고 있으므로 평범한 삶을 살지 않은 이에게는 그저 평범한 삶이 행복의 완성이다. 


그녀는 준호에게 남편 행세를 해준다면 다이아몬드 가격의 반을 주겠다고 한다. 준호는 도와줄 수는 있지만 돈은 받지 않겠다고 말하며 하고 싶은 게 무어냐고 되묻는다. 귀향의 답은 간결하다. '.... 장사 하면서 아파트 부금이나 내구 기저귀나 빨아 널구...' 그녀의 외삼촌을 수소문 하기 위해 찾아간 동사무소에서 준호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 또한 그녀처럼 미군 상대로 몸을 파는 양색시였고, 그녀의 아버지는 리처드라는 성을 가진 미군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어머니는 리처드의 성을 따라 이차도라는 성으로 이름을 지어서 그녀의 이름은 '이차도 복순'이었다. 


그녀 대신 준호는 보석상을 찾아간다. 보석상 주인은 보석을 살펴보더니 그것은 '하아키마 다이어먼드라는 미국산 수정'이라고 말한다. 수정은 우리 나라 수정이 최고라 연마도 되지 않은 미국산 수정은 값으로 쳐도 몇 푼 되지 않는다고 했다. 


[웃돈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책을 거의 헐값에 판매하는 http://www.book445.com/ 사이트에 거듭 감사]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우리는 은밀하게도 많은 희망을 갖는다. 희망은 그것이 허벅지 속에 감춰 있는 동안만 희망이다. 토요일 9시가 되면 로또가 휴지조각이 되는 것처럼. 희망을 간직하는 방법은 당첨번호를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로또는 영원히 유효한 희망이다. 이차도 복순이가 허벅지에 다이아몬드를 박는 동안 생각했던 것은 아마 그런 맘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죽을 때까지 다시 마주치지 않을 창녀에게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주겠는가. 그녀도 그 정도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녀가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마지막 남은 희망을 스스로 꺾어 버리는 일이었으므로 그녀는 그것을 아예 감춰버렸던 것이다. 


진짜 절망은 헛된 희망을 동반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녀는 사실 진짜 절망의 끝에 서 있었고 스스로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것을 꺼내기 어려운 곳에 숨겨 버렸고 절망의 확인을 준호에게 미뤘던 것은 아닐까. 그녀는 다이아를 들고 쪽지 한장을 남기고 준호를 떠난다. 거기에는 이런 말이 쓰였다. '..... 준호씨 만큼은, 정말 준호씨 만큼은 믿고 싶었었는데 파장 한번 떱떨하고 아려서 신물이 넘어올 지경이에요......그따위 어리숙한 협잡에 이 귀향이가 속을 줄 아셨나요?' 그녀는 준호가 전해준 보석상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다시 길을 떠났다. 어딘가에서 또 머지않아 '몇 천을'이라며 허세를 떨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다이아몬드를 어디에 뒀는지는 영영 잊어버릴 것이다. 

그녀는 희망을 간직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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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좋지 아니한가 2020-05-30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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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과 남겨진 이야기 | 좋지 아니한가 2020-05-2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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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뉴욕 시에는 여섯 번째 구가 있었단다..... 진짜 여섯 번째 구가 있었다면, 그럼 다섯 개는 뭐예요?.... 그야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스태튼 아일랜드, 브롱크스지..... 진짜로 여섯 번째 구가 있어요?...... 지금 막 그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잖니. (엄청나게 시끄럽고....p. 34)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저/송은주 역
민음사 | 2006년 08월


옛날 옛적에 뉴욕 시에는 6구도 있었다. 역사책 어디에도 이런 얘기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6구란 존재를 믿을 시간도 이유도 없다고 하고 또 실제로 믿지 않는다 말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믿음'이란 단어는 계속 사용할 것이다. (픽션, p.223)


픽션

닉 혼비,조너선 사프란 포어,닐 게이먼 등저/이현수 역
미디어2.0(media2.0) | 2009년 07월

 

픽션이라는 단편집에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제목이 '6번째 마을'이다. 이 내용이 다른 작품에 있는 것 같아서 뒤져봤더니,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서 등장한다. 아버지가 아들인 오스카에게 이야기 해주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6번째 마을'에서 6구는 맨해튼과 좁은 수역을 사이에 두고 있는 섬이었다. 그 거리는 그해 멀리뛰기 기록 수치와 일치해서, 거기까지 젖지 않고 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한명인 셈이었다. 해마다 멀리뛰기 행사는 성대하게 열렸다. 그러던 어느날 멀리 뛰기 선수의 엄지 발가락 끝이 물에 닿아 파문이 인 적이 있었다. 멀리뛰기 선수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수군 댔고 뉴욕 시장이 나서서 이렇게 발표했다. '6구는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꾸 멀어지는 6구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공학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이렇게 발표했다. '섬이 떠나고 싶어 하는군요.' 점점 멀어져 깡통에 대고 하는 말조차 잘 안들리게 되자, 소년은 소녀에게 '사랑해'라고 말해달라고 했다. 소녀는 '우리는 아직 어리'다거나, '네가 부탁하니까'라는 부연조차 하지 않았다. 소년은 그녀의 말을 깡통전화에 담고 뚜껑을 닫아 옷장 선반에 두었다. 6구의 사람들도 남아 있는 사람들도 모두 6구가 떠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뉴욕시는 투표를 통해 6구에 있던 센트럴파크를 고스란히 떼어내 지금의 위치에 가져다 놓았다. 6구는 센트럴파크만큼의 네모 공간이 텅 빈채 흘러나갔다. 그래서 센트럴파크 나무에 새겨진 이름의 5퍼센트는 전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적혀있다. 6구의 사람들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부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깡통에 들어 있는 목소리든,  그를 알던 사람들의 기억이든 보이지 않은 채 어디서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오스카는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우연히 열쇠와 'black'이라는 쪽지를 발견하고 자물쇠를 찾아 나선다. 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바로 '열쇠'였다. 오스카는 열쇠가 아버지가 남겨 놓은 단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스카는 그 답을 찾았을까. 


아들의 죽음으로 힘들어 하는 여인에게 부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마을로 내려가서 아무도 죽은 적 없는 집에서 겨자씨 한 움큼을 가져 올 수 있겠습니까.' 여인은 당장 마을로 내려가서 겨자씨를 구하려 했지만, 아무도 죽지 않은 집이란 애초에 있을 수 없었다. 


오스카는 전화번호부에 적힌 'black'이란 이름을 모두 찾아봤다. 뉴욕에는 472명이 살고 있었고, 같이 사는 사람을 빼면 216개의 주소가 있었다. 열쇠의 비밀을 찾는 동안 오스카는 세상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472개의 슬픔 혹은 고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상에는 더 슬픈일과 덜 슬픈일이 존재할 수 있지만, 슬프지 않은 이는 없었다. 고통이 끝난다고 해서 고통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라고 오스카의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뉴욕의 모든 베개 밑에서 저수지로 이어지는 특수 배수구를 발명했다. 사람들이 울다가 지쳐 잠이 들 때마다 눈물이 전부 같은 곳으로 흘러가게 되면, 아침마다 일기예보관이 눈물 저수지의 수위가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 p.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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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 존재하는 이유 [이기적 유전자] | 좋지 아니한가 2020-05-09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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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저
을유문화사 | 2010년 08월

 

어떤 종의 개체군에는 두 종류의 싸움 전략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매파는 가급적 항상 맹렬히 싸우고 심하게 다쳤을 때가 아니면 굴복하지 않는다.

비둘기파는 그저 품위 있는 정통적 방법으로 위협을 줄 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다.


매파와 비둘기파가 싸우면 비둘기파는 그냥 도망치므로 다치는 일이 없다.

매파끼리 싸우면 그들은 한편이 중상을 입거나 죽는다.

비둘기파끼리 싸우면 어느 편이든 다치는 경우가 없다.


점수 체계

승자 : 50점, 패자 : 0점, 중상자 : -100점, 장기전 시간 낭비 : -10점


만약 전원이 비둘기파인 개체군이 있다면 이들의 평균 점수는 15점이다
[승자 50점+시간낭비(-10), 패자(0)+시간낭비(-10)]

그런데 이 개체군에 돌연변이인 매파 개체군이 나타났다면 유일한 매파의 점수는 50점대를 기록한다. 이러한 막대한 이익은 결국 매파의 급속한 번식을 촉진시킬 것이며 결국 그 개체군 내의 싸움은 매파끼리 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전체 개체군이 얻게 되는 이익이 전체가 비둘기파 일때보다 현저히 낮아진다. -25점이 된다. 그렇게 되면 소수 비둘기파는 싸움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매파에 비해 0점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고 다시 비둘기파의 개체수는 증가한다.


결국 이 비율은 매파가 7/12, 비둘기파가 5/12일 때 가장 안정된 시기가 된다.

이때 매파와 비둘기파의 득점은 같아진다.


여기서,

가상의 개체군 전체가 비둘기파일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경우 개체군의 이익은 최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개체군 내에서 단 하나의 매파도 나와서는 안 된다는 가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하나라도 매파가 생긴다면 매파가 얻는 이익은 막대하므로 그 증가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7/12, 5/12는 그러한 내부 배신 행위에 대한 면을 갖춘 조직인 것이다.


인간 사회가 만약 100% 선인으로만 이뤄졌다면 그것은 매우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 중 하나라도 원칙을 깨뜨리는 악인이 있다면 그러한 행위로 얻는 이익이 월등하여 행위는 급속히 퍼질 것이다. 그러는 중 그러한 행위가 만연해 질 때 서로 피해를 보면서 그러한 범죄는 줄어들게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악인과 선인의 비율은 매파와 비둘기파의 비율처럼 적정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 일시적으로 그 비율이 무너지는 경우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정 비율에 머물 수 밖에 없다.

 

결국 적정 수준에서 악인은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선인은 일정 부분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시스템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악인이 한 명도 없는 사회는 면역력이 전혀 없는 생명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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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시각 | 좋지 아니한가 2020-05-0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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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시각 12시

하지만,

온도가 가장 높은 시각 2시

 

인생도 이와 같아서...

 

가장 행복할 땐 설마하며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잡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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