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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구단 DNA] 전시산업의 '청개구리', 메쎄이상이 만들어가는 기이한 상상 | 기본 카테고리 2022-08-1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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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외인구단 DNA

조원표,이상택,김기배 저
하다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전시산업 후발주자 메쎄이상이 어떻게 도전정신을 펼쳐 한 걸음씩 나아갔는지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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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터진 2020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거의 모든 기업이 매출 감소, 적자경영, 감원 등 회사 축소로 허덕이고 있을 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연봉 인상, 회사 규모 확대, 흑자경영인 회사가 있다. 전시 전문업체 '메쎄이상'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시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인 2020년에도 감원·감봉 없이 흑자를 내고 전 직원에 연말 보너스를 지급했다. 이 회사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지난 2007년 ‘경향하우징페어’ 인수로 전시업계에 뛰어들어, 10여 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간 전시회사로 성장한 메쎄이상의 '고군분투기'가 이 책에 담겼다. 『외인구단 DNA』다.

이 회사는 ‘무슨 전시회사를 100억원 넘게 주고 인수하느냐’며 업계에서 ‘호구’, ‘바보’ 소리를 들었던 사업 초기의 위기도 넘겼다. 피인수기업 직원들은 갈등만 빚다가 떠나고,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은 휘청거렸다. 시행착오 끝에 얻은 비싼 교훈은 브랜드와 디지털화가 고루한 전시산업의 돌파구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과감한 홍보전략으로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고객 데이터를 집적·분석할 IT 툴을 개발했다. 직원들의 암묵지에 의존하던 전시기획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업무로 바뀌면서 회사는 성장곡선을 그리게 된다. 메쎄이상은 문과 출신이 대부분이다. 데이터 분석 도구는 IT 전문가가 만들지만 이를 이용해 트렌드를 빠르게 분석해 전시를 기획하는 데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문송’한 ‘고인물’들로 가득한 올드한 산업에서 혁신을 꿈꾼다면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B2B 보증사업으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회사, '이상네트웍스'는 수많은 언론과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벤처기업이었다. 메쎄이상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이상네트웍스 조원표 사장은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닷컴과 협업하던 중 아주 이상하고 생소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닷컴이 오프라인 전시회를 여는 모습이었다.

“최첨단 전자상거래 회사가 왜 전시회를 하는 건가요? 오프라인 전시회와 알리바바닷컴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이 의문에 대한 중국측 담당자의 대답은 전시업계의 판을 뒤흔든 메쎄이상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07년 경향하우징페어를 인수하며 전시업계에 뛰어든 메쎄이상은 13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간 전시회사로 성장했다. 「코리아빌드」, 「케이펫페어」, 「코베베이비페어」, 「핸드아티코리아」 등 메쎄이상이 운영하는 전시회만 60여 개다. 이들은 ‘전시장은 공공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내 최초의 민간 전시장 시대를 열었고, 2023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서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외 전시장을 직접 운영하게 됐다. 전시업계에 진출한 지 고작 10여년 만에 어떻게 메쎄이상은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메쎄이상은 그 힘을 ‘이상 DNA', '외인구단 DNA’라고 부른다.

 


 

메쎄이상 사람들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기어코 해내고, ‘그정도까지 할 필요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일을 밀어붙이기를 즐겨한다. 이들의 ‘외인구단 DNA’는 모든 것을 멈추게 했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시회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그 힘을 증명해 냈다. 어느날 불쑥 전시업계에 들어와 ‘호구’, ‘바보’ 소리를 듣던 메쎄이상이 전시산업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메인스트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이 책 『외인구단 DNA』에 담겨 있다. 단순히 ‘전시를 잘 하는 회사’가 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넘어 전시업계의 글로벌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상한 이야기’. 이들의 기이한 상상이 『외인구단 DNA』를 통해 펼쳐진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 「전시산업의 청개구리」를 시작으로, 1장 「수상한 등장: 전시회를 사들이는 낯선 사람들」, 2장 「의아한 방향: 온라인에 목숨 거는 오프라인 기업」, 3장 「남다른 문화: 엉뚱한 선택, 신기한 궁합」, 4장 「독특한 인재: 외인구단 DNA」, 5장 「생소한 운용: 안정 속의 성장」, 6장 「기이한 상상: 전시산업의 진화와 미래」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우리들의 외인구단, 모두의 DNA」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메쎄이상이 전시회 사업을 시작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낸 일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저자 3인이 모두 현 경영진이어서 상황중계하듯 실감나게 쓰였다. 어쩌면 기자 출신도 있어서인지 글맛도 좋다.

 


 

'코로나 극복기'란 부제가 붙여졌지만 가장 큰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오면서이다. 전시사업이라는 것이 수많은 기업과 관련 사업자 혹은 바이어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인데 코로나 팬데믹은 과연 '날벼락'이었다. 이른바 「코리아빌드」 개막이 딱 10일 남은 2020년 2월 16일 오후.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 진동이 유난히 크게 울리렸다. 참가기업 A사 대표에게 결려온 전화였다. 코로나 19의 심각성을 말하는 그는 정부에서 실내외를 불문하고 모든 모임의 중단을 지시했다는 말을 전한다.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메쎄이상은 생각했다. 메쎄이상에게 전시회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사옥 1층 강당에서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강행'을 결정했다. 전 직원이 나서 전화로 전시회 강행을 전달하고 항의 전화로 직원당 하루 평균 200여통의 전화로 목이 쉴 때까지 읍소, 격려, 욕설 등을 뚫고 최소 규모의 부스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심각해져 가던 코로나 19 상황이 '신천지' 사태로 우리나라에서 본격 점화되면서 우리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물론 전시회장 킨텍스 측에서도 '취소'를 종용해왔다. 참가기업에게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정작 문제는 신뢰의 문제였다. 참가기업에게 큰소리 쳐놓고 하루 전날 '취소'한 데 따른 뒷얘기를 감당하기 어려울 터여서다. 메쎄이상 사장은 전 직원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이번 일은 완전 실패했지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코로나19로 직원 감축이라든 연봉 감액 등의 조치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우선 내부를 안정시켰다.

 

 

IT 개발 직원들의 노력으로 모든 오프라인 전시회 참가업체의 제품을 동영상으로 검색할 수 있는 링크온(Link-on)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링크온은 앞으로 알리바바닷컴과 같은 최고의 B2B 마켓플레이스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또 건축박람회의 모든 내용을 유튜브로 관람할 수 있는 '고홈TV'도 시작했다. 가장 큰 성과를 O2O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메쎄이상은 코로나 19를 2년 넘게 사업을 발전 지속시켰다. 물론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 직원의 노력과 코로나 첫해인 2020년은 앞서 말한 킨텍스 진행 예정이었던 「코리아빌드」만 취소했을 뿐 다른 모든 전시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무려 50회나 되었다.

전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오히려 가장 많은 전시회 개최 기록이다. 덕분에 다른 모든 전시 회사가 적자를 냈지만 유일하게 메쎄이상만 흑자경영을 이어갔다. '우리 회사에 취소라는 옵션은 없음을, 전시회 연기는 안중에도 없음'을 선포했다. 아울러 전 직원 연봉을 150%~200% 인상 조치했다. 가장 어려운 때 함께 최선의 노력을 해준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었다. 메쎄이상은 성공 이유에 대해 "메쎄이상은 외인구단 DNA가 있다. 우리들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기를 좋아한다. '그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일을 밀어붙이기를 즐겨 한다. 우리들은 일류 인재를 뽑아 일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달프지만 간절함을 갖고 있는 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오늘보다는 내일을 꿈꾸는 조직을 만들고자 힘써 왔다."며 성공의 이유를 직원들의 노력으로 돌린다.

 


 

10여년 전 전시업계에 불쑥 들어온 메쎄이상을 많은 사람들이 '청개구리'처럼 쳐다봤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하는 결정, 우리가 일하는 방식, 우리가 향하는 문화가 기존의 전시업계 관행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청개구리 한 마리가 전시업계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회사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전시산업의 메인 스트림을 넘어, 글로벌 주역으로 발전하고 하는 꿈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상한 이야기'가 이 책에 쓰여 있다. 조원표 사장과 회사 직원들의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우리들이 민간은 할 수 없는 사업, 공공기관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시장이라는 전시장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단 한 번도 민간이 시도하지 않은 사업, 누구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전시장 운영사업에 메쎄이상이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전시업계에 또 한 번 파란을 일으켰다. 2020년 7월, 우리 회사는 ‘수원메쎄’라는 전시장을 건립했다. 전시장 내부 크기는 9,080㎡, 위치는 우리나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수원역 근처이다. 우리가 전시장을 건립하겠다고 하자 대부분은 “미쳤다”, “의욕이 앞선다”고 말했다. 말도 안 된다는 얘기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메쎄이상이 망할 때가 됐다고 농을 쳤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우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하니 ‘외인구단 DNA’를 가진 우리에겐 더욱 매력적으로보였다. ‘남이 할 수 없다면 내가 하겠다,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가 잘하면 대박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p.258~259)

 


 

저자 : 조원표

현 ㈜메쎄이상 대표이사, 전 동아일보 기자, 전 이상네트웍스 대표이사.

2000년 벤처붐이 한창일 때 언론인의 꿈을 접고 벤처를 시작했다. ‘전자상거래보증제도’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해 기업 간 전자상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그 덕분에 ㈜이상네트웍스를 B2B전자상거래 사이트로서는 국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경향하우징페어 인수합병으로 전시산업에 발을 디딘 후 지금은 ‘전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 : 이상택

현 (주)메쎄이상 부사장 전 (주)이상글로벌 대표이사.

전시회를 주최하고 있지만, 생뚱맞게도 전공은 법학이다. 20대 후반,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작은 벤처회사를 공동창업하여 신용카드결제시스템을 기획·개발하다가, 회사를 옮겨 B2B전자상거래 회사에서 상품기획과 영업을 했다. 2011년부터 이상그룹에 합류하여 알리바바닷컴 한국팀 업무, B2B전자상거래 업무를 거쳐 지금은 전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 나는 뭘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시스템을 진단하고 로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평가받으려고 노력한다.

 

저자 : 김기배

현 ㈜이상네트웍스 대표이사.

김순복 님과 이영자 님의 아들로 52년 전에 태어났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 허양미 님의 남편이 되어 딸 김가원과 아들 김종성의 아빠로 22년째 살고 있다. 역사학이나 철학 같은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입시원서 쓸 때 갑자기 먹고 살아갈 걱정에 영문도 모르고 회계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단맛, 쓴맛 다 맛보고 나서야 2003년 이상네트웍스에 합류하였다. ‘경영은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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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비비안 마이어 | 기본 카테고리 2022-08-1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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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삶을 증명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던 한 사진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완벽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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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익명으로 살다간 한 예술가의 열정과 지성, 그리고 영감을 조명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8-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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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앤 마크스 저/김소정 역
북하우스 | 2022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 책은 은둔과 역설의 상징이자 불가해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에 관해 완벽하게 조명했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 책 『비비안 마이어』는 한 사진 작가의 단순한 전기(傳記)처럼 보이지만 전기보다는 예술가의 '작가론'을 쓴 것이다. 일생을 조명함으로써 예술관부터 그의 예술세계를 규정할 수 있는 책이다. 사진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는 만큼 생애가 제대로 알려진 것도 없다. 이 책의 저자 앤 마크스의 집념이 없었다면 우리 앞에 그의 예술은 물론 삶도 묻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미국 시카고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사진으로 비비안 마이어는 순식간에 ‘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남긴 놀라운 작품과 베일에 싸인 삶은 곧바로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비비안은 생전 자신의 과거를 워낙 깊이 감추어 그와 함께 살던 고용주들도 그가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부모나 형제자매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지 않았는지, 왜 현상도 하지 않은 수많은 필름들을 창고에 그대로 방치해두었는지 누구도 답할 수 없었다. 앤 마크스는 창고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8톤의 잡동사니와 작가의 개인적 기록을 샅샅이 훑고, 프랑스 시골 마을과 뉴욕의 문서 보관소를 뒤졌다. 저자는 14만 장에 이르는 아카이브에 접근할 유일한 권한을 프랑스 재판관으로부터 허락받아 이 미스터리한 사진 작가의 유일무이한 초상화를 완성해냈다. 치밀한 조사와 끈질긴 추적 끝에 이 책은 혼외자, 중혼, 부모의 방임,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 질환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를 밝히고 있으며, 그 굴레에서 빠져나와 독립적이고 진취적으로 자기 삶을 구축해나간 한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를들려주고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의 초기 작품부터 대표작을 아우르며,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주제와 기술, 장비에 대한 설명은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가장 친절한 작품 해설처럼 다가온다. 비비안 사후의 작품 소유권과 처리 방법을 둘러싼 논쟁 및 그에 얽힌 오해들까지 풀어줌으로써 비비안 마이어의 팬들이 그의 작품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책이 바로 이 책 『비비안 마이어』다. 독자의 사진 예술에 대한 무지를 일깨워줄 이 책을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책에 따르면 2007년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 나온 상자가 미국 사진계를 발칵 뒤집어놓고 전 세계에 ‘비비안 마이어 현상’ 이라 불러도 좋을 열풍을 일으키기까지, 모든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극적으로 전개되었다. 자신이 집필할 책에 실을 자료 사진을 구하기 위해 경매장에 들른 청년은 사진과 네거티브 필름,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현상조차 하지 않은 필름들로 가득한 상자를 구매한다. 시험 삼아 인화해본 사진들에 매료된 청년은 그중 몇 장을 인터넷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렸고,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무명 작가의 작품에 열광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작가의 작품과 삶이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강연과 전시가 열렸으며, 베일에 싸인 작가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되어 수십 개 나라에서 개봉되었다.

 


 

하지만 사진의 주인에게 다가갈수록 더 많은 비밀과 의문이 쌓였다. 프랑스에서 자랐고, 뉴욕과 시카고에서 보모로 일했으며, 극히 제한된 인간관계를 맺었다는 것 외에는 도무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무례하고 오만하며 심술궂은 ‘사악한 마녀’였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중하고 다정하며 책임감 강한 ‘메리 포핀스’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14만 장에 이르는 작품을 남길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그 결과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대부분의 필름을 현상조차 하지 않은 채 상자에 넣어 창고에 방치했고, 창고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다. 가장 친한 지인이나 고용주도 그의 기본적인 가족관계나 성장 배경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었고, 어떤 이는 자신의 보모에게 카메라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사실도 저자의 끈질긴 추적 끝에 밝혀졌다.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이처럼 모순적이고 미스터리한 작가의 삶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겨둔 채 끝을 맺는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앤 마크스는 이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다. 8톤의 창고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잡동사니 가운데 비비안의 흔적을 쫓을 수 있는 단서를 찾고, 프랑스 시골 마을과 뉴욕 문서 보관소를 뒤졌다. 이런 활동 덕분에 어쩌면 비비안이 평생 숨기고 싶었을 집안의 가계도도 완성한다. 저자는 14만 장에 이르는 아카이브에 접근할 유일한 권한을 프랑스 판사로부터 허락받아 비비안의 작품을 그의 삶의 맥락에서 해석할 단초를 마련한다.

 


 

치밀한 연구와 끈질긴 추적 끝에 무심하고 냉담한 겉모습 뒤에 지성과 연민과 영감으로 가득한 인물이 있었다는 것, 자신의 작품을 금세기 사진 분야의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만들 창조적이고 진지한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마침내 비비안 마이어라는,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사진가의 삶과 작품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저자 앤 마크스는 비비안 마이어라는 다층적인 인물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비밀들에 다가서기 위해 가장 먼저 그의 가장 가까운 가족의 가계도를 추적하고 혼외자, 중혼, 부모의 방임,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 질환 등으로 얽힌 복잡한 가족사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비비안의 오빠인 칼 마이어의 존재와 그 불운한 삶을 최초로 밝혀냄으로써 비비안의 사후 유산 처리를 둘러싼 문제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한 바 있는 저자는,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에서 비비안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타협하지 않는 정신에 주목한다. 과거와 과감하게 절연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삶을 유지했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보모 일을 감수했으며, 그 와중에도 비비안 마이어는 그 자신으로 살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1950년 이모할머니가 남기고 간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 비비안 마이어는 그곳에서부터 40여 년간 지속될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박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엄청난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오트잘프의 날카로운 봉우리, 깊은 계곡, 거친 시골 풍경, 무엇보다 독실한 가톨릭 전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지역 사람들과 노동자들의 사진을 찍었다. “과거를 빼앗긴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다”라고 했던 수전 손택의 말이 떠오를 만큼, 이 시절 초기 작품에는 비비안이 처음부터 부지런히 사진 기술을 익혔고, 촬영 대상과 주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증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스 카메라를 정사각형 모양의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는 롤라이플렉스로 바꾼 뒤, 비비안의 작품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급격히 성장한다.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시카고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비비안은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순수한 것, 뒤틀린 것 모두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했고, 도시와 시골의 풍경에서 고유의 대칭과 패턴과 질감을 발견했으며, 그 유명한 자화상 사진들을 통해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박할 수 없는 증거로 세상에 보여주었다. 드디어 예술가로서의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

책에 따르면 비비안 마이어는 카메라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진지한 사진작가를 꿈꾸었다. 그러나 동료 사진작가들과 교류하고, 사진엽서를 만들어 판매하려는 등의 노력과 시도는 어느 시점부터 사라지고, 평생 찍은 14만 장의 사진 대부분을 현상도 하지 않은 채, 상자 속에 던져넣고 창고에 봉인해버린다. 자신의 사진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기로 한 비비안 마이어의 결심은 그의 사후 유산 처리 과정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킨 요소였고, 비비안 마이어의 팬들은 그의 작품을 음미할 때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묘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비비안 마이어를 둘러싼 미스터리 중 가장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을 것만 같은 이 지점에서 앤 마크스는 한편으로는 ‘세상과 담을 쌓은 불운한 천재’라는 식의 납작한 해석을 거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간 언론과 전문가들이 의도적으로 간과해왔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비비안을 옭아매온 ‘저장 장애’와 편집증의 원인 및 그 영향을 재조명한다.

 


 

비비안에게 사진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한 사진 작가가 세상에 대한 자신의 깊은 이해를 드러내고 그 세상에 참여하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고풍스러운 옷차림, 바셀린을 듬뿍 바른 무표정한 얼굴에 단호하고 직설적인 말투, 남성용 구두를 신고 두 팔을 휘저으며 군인처럼 소리 내어 걸었고,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지만 거리를 오가는 이들을 찍을 때면 무례할 정도로 거침없이 돌진했던 사람으로 비비안 마이어를 기억한다. 그러나 비비안 마이어는 오버사이즈 코트 아래에 리버티 오브 런던의 화려한 패턴이 새겨진 블라우스를 입었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다방면의 지식과 놀라운 유머 감각을 보였으며, 카메라에 담은 피사체의 반응에 늘 신경 썼다.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 여성,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메리카 인디언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에게 저장 장애와 편집증의 그늘을 드리웠지만 그 순간에도 사진은 그에게 세상과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였다. 비비안은 그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라도 그 세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증명했다. 저자는 비비안이 남기고 간 유산들, 그의 작품 외에 수많은 녹음테이프, 영상, 끄적인 메모, 촬영 일지, 개인적인 수집품을 샅샅이 살펴 그가 매 순간 취했을 선택들을 연대기적으로 되살리는 가운데 이 복잡한 인물의 내면과 그 안의 투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 거리 사진의 거장 조엘 마이어로위츠는 비비안의 작품이 “유머와 통렬함, 비극,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평하며, 작가에게서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정확한 안목을 발견한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아이부터 한밤중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경찰에게 끌려가는 주취자까지 세상의 모든 표정을 다 담은 듯 개성 넘치고 유머러스한 거리의 모습,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완벽한 구도로 보여주는 도시의 풍경들, 신문의 사회면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각종 범죄 사진과 유명인들의 파파라치 사진, 그리고 진지한 작가의 내면을 표현하면서도 분열하는 듯한 이미지의 묘한 자화상들까지 비비안의 작품이 걸치고 있는 장르는 실로 광범위하고, 다루는 주제 또한 안온한 중산층의 삶부터 도시 안에서 장벽과 균열을 만들어내는 인종과 계급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그 너른 폭의 작품에서 우리는 공통적으로 세상을 향한 연민 어린 시선과 휴머니즘, 자신이 본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진정성, 그리고 인간의 삶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역설과 모순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 친밀감을 표하기 위해 신체적인 접촉을 하려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포옹이나 키스를 하지 않아요”라며 거리를 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받으면 “그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에요”라며 선을 그었던 매몰차고 무뚝뚝한 인물이 어떻게 이처럼 인간미 넘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가 직면했던 불운과 장애, 그것을 넘어서려 했던 비범한 의지를 이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세상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그 세상을 그렸던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가 평생 무엇을 위해 싸웠고, 무엇을 향해 나아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에 다가섬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그가 남긴 작품의 진정한 가치, 그가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하려 했던 그 깊고 내밀한 이야기에 다가갈 수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의 초기 작품부터 대표작을 아우르며, 그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주제와 기술, 장비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작품 해설이다. 저자는 비비안 사후의 작품 소유권과 처리 방법을 둘러싼 논쟁 및 그에 얽힌 오해들까지 풀어줌으로써 비비안 마이어의 팬들이 그의 작품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 :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이어는 미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독신으로 남의 집을 전전하며 보모, 가정부, 간병인 등으로 일했다. 큰 키에 마른 체형이었던 비비안 마이어는 늘 헐렁한 남자 셔츠, 구식 블라우스, 단순한 디자인의 중간 길이 치마를 입고, 돌돌 말아 내려 신은 스타킹과 끈을 묶는 튼튼한 신발 차림으로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독특한 억양과 강한 자기주장, 직설적이며 무뚝뚝한 성격 탓에 가까이하기를 꺼려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주변인들은 그녀를 가식 없고 놀랄 만큼 지적인 사람이었다고 평한다. 보모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틈틈이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을 찍었고, 그중 25년 이상을 6X6cm 크기의 정사각형 사진을 만들어내는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사용했다. 평생에 걸쳐 수십 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찍었지만 2009년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저자 : 앤 마크스(Ann Marks)

30년 동안 대기업의 임원으로 일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최고 마케팅 경영자로 근무했다. 오랜 기간 기업에서 일하며 보통 사람들의 행태를 분석해온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둘러싼 비밀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특유의 끈질김과 인내로 14만 장에 이르는 비비안 마이어의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허락받아 집필의 기초를 마련했으며, 지금은 비비안의 삶과 작품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요한 출처가 되었다. 저자의 추적 기사는 「시카고 트리뷴」, 「뉴욕 타임스」, 「AP 통신」 등을 포함한 주요 언론에 실렸다.

 

역자 : 김소정

생물학을 전공했고 과학과 역사를 좋아한다. 동네에서 꾸준히 하고 있는 독서 모임과 번역계 동료들과 함께하는 번역 공부로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오랫동안 번역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옮긴 책으로 마커스 초운의 『이 작은 손바닥 안의 무한함』, 『만물과학』을 비롯해 『여자, 뇌, 호르몬』,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생물학』,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 『호수, 비밀의 세계』,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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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 기본 카테고리 2022-08-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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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 무엇 때문도 아닌 그저 '그 사람이 당신이어서'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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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당신이 머물다 간 행복한 추억이 아름답습니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8-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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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박찬위 저
떠오름 | 2020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다양한 단어와 글을 통해 저자는 우리를 위로해 주고 이별을 극복하려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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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는 살아가며 누구나 겪는 만남-헤어짐-만남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사색의 결과를 들려주는 에세이다. 저자 박찬위는 특히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저자의 사색이 더해져 삶의 모든 인간관계로 확대되지만 근간은 사랑과 이별에 있다. 우리 삶의 근간인 가족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이성을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서로 사랑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렇게 그들은 한 가족을 이룬다. 인간의 삶의 방식이고 어찌 보면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류 출현 이후 그렇게 사람 대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람과 사랑, 삶을 대하는 법은 서툴기만 하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관계에서 좋은 영향을 받다가도 의도와 달리 상처를 받기도 한다. 저자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랑과 이별을 하면서 삶을 지속해오고 있을 터, 그의 경험과 사색은 우리에게 삶의 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더욱 반갑다. 저자는 책을 통해 깨달은 것들과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의도적인지, 그런 성향인지 모르지만 다소 과거를 애써 잊으려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내일을 위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괜히 기분이 우울한 날,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나는 사소한 것에도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이라 그 사람의 아주 작은 흔적들만 스쳐도 그 사람이 생각난다. 당신이 남기고 간 추억의 조각들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감정이 다시 날 찾아온다. 행복하기도,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다를 지나버린 과거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다. 현재의 나를 있게 한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과거를 가슴속에 가두거나 묶어두고 새로운 내일을 산다는 것은 극복의 방식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과거든 현재든 기억을 가슴에 묻는 방식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뜻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니체식 고민 해결책이라고 해야 할까? 니체는 외롭고 불안한 자신에게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기준을 모두 해체하고, 모든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인생을 지탱해온 생각이 무너지고, 지나온 시간을 부정당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묻고 해답을 얻어 고민과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는 니체의 철학과 닮았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다루는 일이나 감정, 상황들이 소재이고 그것에 대한 경험과 사색을 통해 내일을 향하도록 저자의 눈은 열려 있다. 굳이 각 부를 한데 묶는 일렬 방식도 사용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의 일이나 감정을 쓰고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저자의 사색을 통해 보여주는 게 책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그래서인지 1부 첫 장(章)의 제목이 「해피 엔딩」이지만 굳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저 상황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사유를 적을 뿐이다.

"이번에도 이별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만나도'헤어지자' 단 말 한 마디에 끝나버리는 것이 사랑이라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가 약속했던 영원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나는 너를 그리워하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다. 왜 이별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몇 번의 이별을 반복하다 보면 무뎌질 법도 한다. 어쩌면 당신도 이별 중이겠지. 몇 번이나. 매번 영원할 것처럼 시작한 사랑이라고 해도 결국 끝을 맞았겠지 (···) 나 역시 이번에도 이별을 맞았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이별은 모든 것이 끝나는 새드 엔딩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을 암시하는 해피 엔딩이어야만 한다.

 


 

저자의 생각은 자유로움으로 이리저리 방황해도 「다시 사랑」에 이른다. "한 사람과 헤어지면 한 번 죽은 것과 다름없다. 누군가를 내 삶 안에 들이고 그 사람과 모든 일상을 함께하며 살아왔으니까. 그러니까 이별한 사람들이 죽을 만큼 힘들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과장이 아닌 것이다. 하나의 목숨이 사라진 것 같으니까. 또 다른 나였던 그 사람이 내 삶을 떠난 거니까."

그러나 저자의 한 번 죽음은 영원한 죽음이 아니다. 독자들을 향해 말을 내놓는다. "나 혼자 남아 허진해진 그 마음을 잘 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당신의 전부가 사실은 아니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당신은 혼자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아름다웠다. 물론 그 사람이 당신의 삶에 머물다가 떠난 지금의 당신이 온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당신은 누군가가 옆에 있지 않을 때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힘들겠지만 이제는 다시 나 혼자만의 삶으로 돌아올 때다. 혼자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지고 혼자 길거리를 걷는 것에 익숙해지자. 조금 외롭겠지만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는 걸 알아갈 무렵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것이다. (···)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상처 때문에 시작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한 번 죽음이 영원한 죽음이 되지 않으려거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노력은 사랑할 때 노력과 이별 후 노력이 모두 포함된다. "당신이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노력해라." 저자는 이어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지 않으면서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달라는 것은 그저 당신의 욕심이고, 이기심일 뿐이다. 사랑은 전하지 않으면 닿지 않는다. 표현하고 말로 꾸준히 심어주어야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사랑은 이기적인 듯 활동적이다. 경험과 사랑에 대한 사유의 결과다.

"연애는 봉사활동이 아니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사랑의 확신을 얻기 위해서 늘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표현 없이 늘 상대방을 외롭게 만들면서 '나는 원래 이래'라는 핑계로 정당화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사랑의 표현은 아무리 해도 모자라다. 질리도록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표현해라.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늘 행복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사랑론'은 거창하지 않다. TV 드라마에서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진부한 표현의 나열이래도 사랑을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이면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별 후 모든 행동은 진실이지만 후회다. 「헤어지고 느낀 14가지 진실」을 저자는 책에 남겼다. 몇 가지만 여기에 적어본다.

① 다시 돌아갈까 말까 고민된다면 돌아가라. 또 다시 이별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

② 연애를 하는 동안 못해줬던 것들에 대한 후회는 내 몫이다. 후회는 정말 아무리 빨라도 늦다. 곁에 있을 때 잘하지 못했던 것만큼 후회하고, 후회한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라.

③ 가장 날 아프게 하는 건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링라는 걸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다. 나 자신을 희망고문 하는 건 그만두자. 잊어야 할 사람은 그만 잊어야 한다.

④ 우리는 항상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과, 더 행복한 연애를 이어나가는 법만 배운다. 떠나는 법은 모른다. 떠날 줄도 알아야 한다. 인연을 끝내는 법도 알아야,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는 법.

⑤ 영원한 건 없다. 영원히 사랑할 수도, 영원히 아플 수도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⑥ 그럼에도 사랑은 다시 찾아온다. 지금 당장 죽을 만큼 아프고 힘들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사랑은 찾아온다. 그 사람보다 더 큰 사랑을 가지고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그럼 당신은 그 사람과 함께 내내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당신은 다정한 사랑을 가득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사랑하고 또 이별 후에야 만나는 진실은 후회이지만 추억이다. 행복한 기억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당신과 보냈던 그 시간들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가장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었고, 이별조차도 사랑이었습니다. 이별할 때에 당신이 그랬지요. 제가 잘 지내길 바란다고. 그래야 나중에 저를 볼 때 '그땐 그랬지' 하며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이제 정말 잘 지내보려 합니다. 행복해질까 합니다. 당신이 제 첫사랑이라 진심으로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정말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훗날 서로 얼굴 봐도 어색하지 않을 그 때가 오면 그 환한 미소와 특이한 웃음소리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여주기를."이라고 당부한다.

 

저자 : 박찬위

 

삶, 사랑, 사람

우리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우리를 가장 힘들게 만들기도,

가장 행복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고통과 행복의 연속인 나날들

그럼에도 행복한 날들이

더 많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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