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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와 빈틈 | 그 사내 안의 작은 섬 2019-01-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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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와 빈틈

 

 

잘 뒤집어지지 않는 마음은 빈틈이 없다 쉰을 넘기면서 사내는 자신의 삶을 자주 들여다본다 헐거운 삶인데도 어릴 적 딱지치기를 하면서 익힌 삶의 자세는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다 사내의 마음은 이내 빡빡해진다 아이는 빈틈이 빈털터리를 만든다고 믿었다 최고급 종이로 아무리 야무지게 잘 접은 딱지일지라도 빈틈이 생기면 소용이 없었다 딱지와 땅바닥 사이에 조그만 빈틈이라도 있으면 딱지는 쉽게 뒤집혀 넘어가곤 했다 소중한 딱지를 잃지 않으려면 빈틈이 없어야 돼 아이는 상대방의 딱지를 세게 쳐서 뒤집어 넘기는 것보다 자신의 딱지가 빈틈없이 땅에 내려앉도록 하는 일에 더 마음을 쓰곤 했다 매일 새로 딱지를 접어야 했지만 아이는 딱지의 빈틈을 보이지 않는 일에 마음의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빈틈없는 마음은 이윽고 사내의 삶의 자세가 되었다 어쩜 사람이 저리도 야무지고 빈틈이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사내를 칭찬하고 부러워했다 아이는 딱지를 잃었고 사내는 딱지를 얻었다 쉰을 넘긴 마음에 여전히 두껍게 달라붙어 있는 빈틈없는 딱지가 이젠 너무 가렵고 버겁다 사내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본다 빈틈없는 마음은 그러나 역시 잘 뒤집어지지 않는다

 

 

<시작 노트>

 

 

빈틈없는 내 삶의 자세가, 빈틈없는 내 마음의 딱지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처음 지적해준 사람은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다.

사람은 빈틈이 좀 있어야 돼. 그래야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서로 어울려 살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자주 언급하셨다.

너무 완벽한 건 오히려 부족한 것보다 나을 게 없지.

 

당시에는 철이 없어서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두 분의 말씀이 삶의 진실임을 자주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뒤집어지지 않는, 빈틈없는 내 마음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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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과 딱지 | 그 사내 안의 작은 섬 2019-01-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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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과 딱지

 

 

아이는 달력 종이들로 딱지를 접었다 마루와 안방과 건넌방 벽에 걸린 달력들이 모두 한 장씩 줄어들었다 저녁내 식구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새로 접은 달력 딱지들로 동네 골목대장에게 다 잃은 딱지를 다시 따올 생각에 아이 혼자서만 잠을 설쳤다 딱지는 역시 달력 종이로 만든 게 최고야 땅바닥에 딱 붙어서 빈틈이 없고 미끄럽고 묵직해서 잘 뒤집히지도 않거든 꿈에서도 딱지치기를 하며 아이는 동네아이들 딱지들을 싹쓸이했다 아이의 달콤한 잠을 깨운 건 할머니의 벼락 같은 목소리였다 아니 누가 달력을 한 장씩 뜯어낸 거야 1월이 아직 보름이나 더 남아 있는데 집안의 달력들은 죄다 벌써 2월이네 도대체 누가 한 짓이야 작은 고모도 큰 고모도 모두 고개를 저었다 베개 밑에 딱지를 숨긴 아이만 고개를 숙였다 호랑이 할머니가 아이의 베개를 들췄다 반짝반짝 잘 접힌 딱지 열 장이 나왔다 아이고 속 터져 또 하루 종일 딱지치기나 하려고 이걸 다 접었니 그것도 다 지나가지도 않은 달력을 뜯어서 말이야 아이는 동네 골목대장이 아니라 할머니에게 딱지들을 잃었다 딱지를 새로 접을 종이가 없어 아이의 긴 겨울방학은 잘 접히지 않았다 달력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은 그러나 잘도 접혀서 사내는 지금도 딱지 접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시작 노트>

 

 

어릴 적 한겨울에도 추운 줄 모르고 딱지치기를 하며 놀았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종이가 몹시 귀한 때여서

반들반들하면서도 두꺼운 달력 종이는 최고의 딱지를 접는 최고급 종이였다.

달력 종이로 만든 딱지 몇 장만 있으면

동네 딱지치기 판에서 천하무적이 될 수 있었다.

 

이젠 딱지치기는 추억의 놀이가 되었다.

딱지를 접기에 좋은 종이들이 너무나 흔하고 많아졌지만

누구도 딱지를 접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딱지 접는 버릇을 버리지 못해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무젓가락 포장지로 딱지를 접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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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과 달력 | 그 사내 안의 작은 섬 2019-01-2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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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과 달력

 

  

   그가 또 달력을 보내왔다 새해를 앞두고 어김없이 보내주는 선물인데 사내는 벌써 십 년째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받고만 있다 네가 사는 나라에선 뭐가 필요할까 적도를 넘어온 한국산 달력을 바라보며 사내는 그에게 모처럼 말을 건넨다 그러나 달력의 맨 앞장 표지에서 친구는 그저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다 네가 보내주는 달력은 음력 날짜도 적혀 있어서 참 좋아 여기 달력으론 알기 힘든 설날과 추석 날짜를 바로 알 수 있거든 음력 생일을 쇠는 고국의 가족들 생일을 표시해두는 데도 안성맞춤이고…… 직접 물어보진 못했지만 새해 첫날과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공휴일 날짜가 이곳과는 모두 다른 한국 달력을 선물로 보내준 친구의 뜻을 사내는 그렇게 헤아렸다 그래 맞아 고국이 그리울 땐 한국의 풍경 사진들을 담은 우리 회사 달력으로 위안을 삼아도 좋을 거야 너도 잘 알겠지만 달력에 표시된 날짜 하루하루가 삶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니 네게 주어진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라는 뜻도 있고…… 넌 나처럼 일찍 삶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 돼 알았지 마침내 들려오는 친구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사내는 그가 보내준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겨 고국의 가족들 음력 생일을 표시해둔다 올해는 십 년 전에 죽은 그의 기일도 함께 표시해둔다

 

 

   <시작 노트>

 

 

  친구가 죽은 지 벌써 십 년이 넘었는데 그가 운영했던 회사에서 만드는 달력은

지금도 해마다 어김없이 이곳 멀리까지 나를 찾아온다.

그가 회사에 남겨둔 달력 해외 송부 메일링 리스트에

아직도 내 이름과 주소가 올라가 있기 때문일 터이다.

 

오 년 전 대도시 오클랜드를 떠나 이곳 작은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한국 달력 구경도 이젠 끝이겠구나 생각했는데

새 주소를 업데이트해서 챙겨준 그 친구의 남동생 덕분에

이 시골에서도 해마다 한국산 달력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있다.

 

따져보니 지난 해가 그의 10주기였는데 나는 잊고 지나갔다.

올해는 뒤늦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시 한 편을 지어 저 세상에 사는 친구에게 선물로 보낸다.

내 무심함을 그가 용서하기를, 그리고 보잘것없지만 내 시가 위안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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