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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의 도미 - 디아스포라 디아볼로 2 | 그 사내 안의 작은 섬 2022-10-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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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의 도미

   - 디아스포라 디아볼로 2

 

 

얼음조각들이 깔린 널찍한 진열대 위에

생선들이 나란히 누워 있다

갓 들어온 남해산 도미 몇 마리도 함께 누워 있다

지난밤 내내 산지직송 활어전문 트럭에 실려와

첫새벽 도시의 생선가게에 부려진 도미들

먼지 낀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뿌연 아침 햇살에

두릿두릿하던 눈이 아파오기 시작하고

펄떡거리던 아가미도 숨이 차서 잦아드는데

젊은 아낙네 하나 그 앞에 서서 도미들을 살핀다

 

어젯밤 만취해서 곯아떨어진 아들의 아침상을 위해

새벽부터 볶아대는 시어머니 등쌀에

날이 밝자마자 장을 보러 나온 나어린 새색시

도미들의 아가미 덮개를 하나하나 헤집어 보다가

개중 싱싱한 놈을 골라낸다

아직도 펄떡거리고 있는 아가미가

자신의 목숨을 채가는 올가미가 될 줄이야

놈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나

낯선 나라에 팔려온 베트남 새색시 미(My)*

아니 이젠 한국식으로 이름이 바뀐 미도(美渡)는

술꾼 남편이 자신의 삶을 낚아챈 올가미라는 걸 잘 알면서도

그에게 해장국을 끓여주기 위해 도미 한 마리를 집어 든다

 

고른 놈을 생선가게 주인에게 건네면서

손짓과 몸짓 섞어서 하는 그녀의 서툰 한국말을

눈치 빠른 사내는 다 알아듣고는

도미의 머리와 꼬리를 탁탁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도 쓰윽 훑어 씻어내 버리고

등과 배의 지느러미도 싹둑 잘라내 버린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미도의 두 눈엔

일년 전 떠나온 고국의 바닷가 고향 마을

병들고 늙으신 홀아버니의 얼굴이 떠올라

뜨겁고 고요한 밀물이 차오른다

목돈 덕에 병은 나았다 하지만

아직도 고기잡이로 겨우 생활을 하고 있을 테지

두 눈을 넘친 그리움에 목마저 잠겨오는데

사내는 자잘한 비늘까지 다 긁어낸 도미의 몸통을

머리통과 함께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 그녀에게 건넨다

 

한 손에는 잘 다듬은 도미 한 마리

또 한 손에는 콩나물과 미나리 따위가 든 비닐 봉지를 들고

미도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서두르지만

이젠 아가미도 없고 지느러미도 없는 그녀는

집으로 가는 길이 힘겹고 멀기만 하다

낯선 땅에서 머리통과 몸통으로 토막이 나버린 삶

고향 갯내음이 스며있는 비늘마저 다 벗겨진 생활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 억지로 들고 가는 자신의 인생을

미도는 그만 내동댕이치고만 싶다

 

 

* 미(My)는 흔한 베트남 여자 이름 중의 하나로 예쁘다는 뜻임.

 

<시작 노트>

 

이젠 한국에서도 국제결혼이 드물지 않아서

한국으로 시집살이를 하러 온 동남아 출신 신부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풀어놓는 이야기에는

웃음보다는 눈물이 더 많이 묻어나서

그런 기사를 읽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애잔해지곤 한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질 나쁜 낚시꾼에게 어쩌다 잘못 걸려든 도미의 신세타령이 되지 않도록

조금만 더 따스한 관심과 배려로 그들을 품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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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솔라리스 - 디아스포라 디아볼로 1 | 그 사내 안의 작은 섬 2022-09-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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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솔라리스

   - 디아스포라 디아볼로* 1

 

 

귀향은

또 하루 늦춰진다

 

어제 떨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떨어져

자신이 떠나온 곳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는

동백꽃 몇 송이의 시선으로 맞이하는 아침

 

밤사이 새로 태어나고 또 죽은

무수한 생명들의 시차에 따라

이른 봄 창백한 햇살의 각도는

어제보다 조금 더 가팔라지고

 

자전거를 탄 우편배달부가

오늘도 무심히 지나쳐

주소가 지워진 나의 한낮은

썰물이 되어 하우라키 만(灣)을 빠져나간다

 

재활용되지 않은 시간들만

커다란 쓰레기봉지에 담아

세 들어 사는 내 몸 밖에 내놓으면

이번엔 어느 날의 오후가 나를 찾아올 것인가

 

저물 무렵

적도를 건너온 네이버통신은

십 년 전 내가 두고 온 고향의 봄이

요즘은 강남스타일로 바뀌었다는 소식

 

아내와 단둘이 앉은 저녁 식탁엔

배추김치와 된장찌개

레드 와인과 블루 치즈

 

밤에는

몇 년 전 죽은 친구들을 또 만날 것이다

 

 

* 디아스포라(diaspora) ; 국외 이산, 국외 이주

  디아볼로(diabolo) ; 공중 팽이(두 개의 막대 사이에 켕긴 실 위에서 팽이를 굴리기)

 

<시작 노트>

 

나이 들어 가면서 친구들 꿈을 자주 꾼다. 꿈에서라도 고국의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갑고 신나는 일. 그러나 가끔씩은 이미 고인이 된 친구들도 나와서 꿈속에서도 내 마음을 서럽게 한다. 내 마음 속 깊은 갈피에 숨어 넌 아직도 이렇게 살아 있었구나, 이 나쁜 새끼.

 

그런 꿈을 난 새벽이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솔라리스>가 떠오른다. 죽은 자들을 소환하는 산 자의 기억 능력이 축복이면서 또한 저주일 수도 있다는 것을 탁월하게 보여준 아름다운 영화.

 

서울로부터 1만 km 떨어진 이 남국에서도 계절 따라 익숙한 꽃들이 피어나고 우편배달부는 매일 지나가고 매주 쓰레기 분리 수거도 하니 전혀 낯설 게 없는 생활이지만, 그래도 자주 내 삶에 결락이 느껴지는 걸 어쩌지 못해 저물녘에는 기웃거려보는 네이버 통신.

 

특히 목이 부러진 동백꽃들이 땅에 나뒹구는 이른 봄날이 되면, 밤에 내가 꾸는 꿈은 이젠 낯선 행성-솔라리스-이 되어버리고 만 고국으로 진입하곤 한다. 그 낯선 행성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조금도 나이를 먹지 않은 얼굴-고향의 봄-이어서 무척 반갑지만, 패션과 화제는 늘 최첨단-강남스타일-이어서 나를 주눅들게 만드는 그런 꿈.

 

그래서 어쩌면 나의 귀향은 영원히 늦춰질지도 모르겠다는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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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와 어금니 - 추사의 텃밭 5 | 그 사내 안의 작은 섬 2022-09-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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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와 어금니

   - 추사의 텃밭 5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리는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올해도 텃밭 한 구석에

고추 모종 네 포기를 심었다가

거센 바람 불고

찬 우박 쏟고 가는 꽃샘추위에

모두 죽이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렇게 어이없이 죽이고 만

채소 모종들 제법 많았는데

나는 왜 아직도 이다지도 성급한가

겨울비 그치고 햇빛 따스하면

이젠 정말 봄이라고 순진하게 믿고 마는가

 

자책하면서

죽은 고추 모종들을 모두 뽑았다

겨우내 앓다가 잠잠해진

왼쪽 어금니 아래가 다시 시큰거렸다

 

고추 모종을 다시 사다 심기도 전에

믿을 수 없는 봄이 다 지나가고

나는 바람난 어금니 하나를 뽑았다

 

뽑은 자리들마다

내가 너무 쉽게 믿었던 봄의 뿌리가

하얗게 질린 낯으로

그러나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시작 노트>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이 너무 성급해서

결국은 죽이고 만 어린 채소들아, 미안하다.

매번 그랬으면서도 제대로 돌보지 않아

마침내 바람에 넘어가고 만 왼쪽 어금니야, 미안하다.

 

쉽게 믿을 수 없는 봄이지만

우리가 굳게 믿고 있기에

언제나 잊지 않고 봄은 우리를 찾아온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나를 탓하지 말아다오.

내 순진한 믿음을 욕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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