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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eb of Debt | 경제/경영 2009-11-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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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러

엘렌 H. 브라운 저/이재황 역
AK(이른아침)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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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회오리바람처럼 온 세계를 휩쓸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은 예외일 수 없어 한국 역시 수많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실업자 수는 사상 최대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회오리바람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었다. 2001년 연방기금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떨어뜨린 것을 시발로 대출기준완화에 힘입어 주택 가격이 꺾일 줄 모르고 오르며 거대한 거품을 형성했던 것이다. 변동금리형 대출, 원금유예 대출, 그리고 무계약금 대출이 많은 신규 주택 구입자를 시장으로 끌어내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2005년 10월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인 수전 슈미트 비에스(Susan Schmidt Bies)는 미국의 평균 집값이 1997년 이후 8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블의 중심에는 비우량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고, 이를 안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워지면서 부풀대로 부푼 거대한 거품은 결국 터지고 말았다. 비누방울을 불어본 적이 있는가? 작은 방울들이 나비처럼 하늘을 날다 하나둘씩 터지면서 사라진다. 허공에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 거품은 그렇지 않다. 차라리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면 좋으련만 빚이라는, 부채라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고 떠나는 것이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실직했으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파산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시작된 회오리바람은 더욱 거세져 결국 전 세계를 헤집고 뒤엎은 다음에서야 겨우 조금 수그러들었다.


  엘렌 호지슨 브라운을 따라 7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이 책을 읽다보면 글로벌 경제위기의 중심에 있던 것이 미국보다는 사실 ‘달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일어난 회오리바람이 전 세계를 휩쓸 수 있었던 이유도 대부분의 나라들이 달러에 연동한 변동환율제를 택했기 때문이었다. 1997년 12월에 우리나라 전 지역을 강타한 외환위기도,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도, 결국에는 ‘달러’가 문제였다.


  2009년 현재 미국의 부채는 11조 8천 1백 14억 달러다. 이 천문학적인 부채에 대한 이자로 미국은 2009년 회계연도 시작인 2008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3678억 달러를 지불했다. GDP대비 부채 규모가 약 90%를 넘어서고 있고 내년이면 부채 규모가 GDP와 같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즉 1년 내내 미국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빚을 갚는 데만 써야 부채를 없앨 수 있다는 말이다. 더 암울한 전망은 조만간 부채에 대한 이자만으로도 대중(납세자)이 지불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를 것이라는 거다.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불할 수 없는 채무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파산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지 않을까? 도대체 무엇이(혹은 누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건국된 나라 미국을 파산 직전의 빚쟁이 채무자로 만든 걸까? 엘렌 H. 브라운은 말한다. “불행하게도 그건 미국 자신이다. 스스로가 만든 덫에 미국 스스로가 걸려들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건 사실이었다.


  이젠 전 세계의 화폐가 된 ‘달러’는 미국에서 발행된다. 조폐국에서 찍어낸 돈을 인쇄비용 4센트만 주고 전부 연방준비은행(FRB)이 사들이니 사실 달러는 연방준비은행이 만들어 낸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연방기구가 아니다. 민간법인이다. 정부는 연방준비은행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시티뱅크(Citibank)와 J.P. 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Company)가 대주주인 민간은행 컨소시엄이 소유한 완전한 민간법인인 것이다. 정부는 돈이 필요할 때 채권을 발행하고 이것으로 연방준비은행에서 달러를 빌려온다. 그리고 연방준비은행은 그때마다 인쇄기를 돌려 화폐를 찍어낸다.


  돈을 빌리고 이자를 지불한다는 것은 돈에 대한 시간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았다면 FRB는 그 돈을 가지고 다른 곳에 투자에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따라서 연방준비은행이 정부에게 요구하는 이자율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면 정당한 이자를 지불하는 것이 타당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돈이 애초에 연방준비은행이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라면? 정부의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연방준비은행이 그 액수만큼 인쇄기를 돌려 새롭게 만들어 낸 돈이라면? 과연 연방준비은행이 이자를 받을 권리가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왜 미국 정부는 연방준비은행이라는 민간법인으로부터 돈을 빌려오는가. 정부가 소유한 국영은행을 하나 세우고 스스로가 화폐를 발행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채권만큼 빚으로 돌아오는 ‘부채화폐’가 아니라 빚도 아니고 이자도 없는 진짜 돈을 스스로가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럼 납세자들도 연방 소득세라는 무거운 세금을 내려놓고 한결 가벼워질 수 있지 않는가. 이런 내 의문에 엘렌 H. 브라운은 700페이지가 넘는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부터 돈을 빌려왔던 건 아니었단다. 사실 우리 조상들은 정부 스스로가 돈을 만들었어. 지금은 그 권리를 J.P. 모건과 존 D. 록펠러로 대표되는 강탈영주들한테 빼앗긴 거란다. 그래서 이렇게 엄청난 채무를 지고 미국은 파산 지전의 빚쟁이가 된 거지.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 더, 그들은 100달러를 빌려주면서 그에 대한 이자 10달러는 절대 만들지 않는단다. 그래서 돈은 항상 모자랄 수밖에 없는 거야. 마치 의자뺏기 게임처럼…… 누군가의 돈을 뺏어 와야만 은행이 요구한 이자를 낼 수 있는 거지.”


  미국의 건국 주역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아메리카 이주지는 유토피아 실험의 터전이었다. 미답(未踏)의 땅이니만큼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 수 있었다. 지폐는 영국에서도 사용됐지만 그것은 이미 은행가들의 손아귀에 떨어져버렸다. 그들은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지폐를 이용했다. 미국 식민지에서는 지폐를 지방정부가 발행하고 빌려줬으며, 그 수익은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쓰였다. 지폐의 아버지로 불리며 현재 미국 100달러의 초상화 인물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 “한 나라의 부는 주민들이 지닌 금과 은의 양이 아니라 그들이 구매할 수 있는 노동의 양으로 평가돼야 한다.” 금이 교환수단이었을 때는 금의 양이 생산을 결정했다. 생산이 통화량을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금이 풍족하면 물건을 만들었고, 금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궁핍을 겪었다. 정부 발행 지폐의 장점은 생산력의 증대에 따라 탄력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서, 잠재적 부를 실제의 부로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임금을 영수증서로 지급할 것이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공동체의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식으로, 공동체는 실제로 공급과 수요를 만들어냈다. 노동에 대한 보수를 지급할 자금이 없다면 농민은 농사를 짓지 않고, 교사는 가르치지 않고, 광부는 광물을 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희소성 있는 금 대신에 ‘종이쪽지’가 물건과 서비스의 생산을 가능케 한다. 이 종이쪽지가 없었으면 시장에 나오지 않았을 물건과 서비스들이다. 애초부터 돈놀이꾼의 금은 필요치 않았다. 그것은 사재기가 되고 조작되고 높은 이자로만 빌려주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경제에 필요했던 것은 ‘금’이 아니라 ‘유동성’이었다. A가 B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고 B가 C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으며 C가 A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모두 모여 거래를 할 수 있게끔 해주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 반드시 ‘금’이 개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1750년 무렵의 뉴잉글랜드에 대해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썼다. ‘이주지는 풍요로웠고, 나라 안은 모두 평화로웠다. 온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행복하고 더 번성한 나라를 찾기는 어려웠고, 나아가 불가능했다. 모든 가정에 평안이 깃들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가장 높은 도덕규범을 지니고 있었고, 널리 교육이 이루어졌다.’


  1751년 조지(2세)왕은 뉴잉글랜드 이주지의 새 지폐발행을 전면 금지하는 법령을 공포했다. 이주자들은 이제 영국 은행가들로부터 돈을 빌려야 했다. 1764년 프랭클린은 영국 의회에 금지조치 철회를 청원하기 위해 런던으로 갔다. 거기서 그는 영국 노동계급에 실업과 빈곤이 만연한 것을 보았다. “길거리에 거지와 부랑자가 넘쳐났다”고 그는 말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자 나라 안에 노동자가 너무 많다는 대답이었다. 부자들은 이미 과중한 세금 때문에 노동계급의 빈곤을 구제할 여력이 없었다. 프랭클린은 미국 이주지에서는 어떻게 해서 빈곤 가정을 지원할 돈을 충분히 모을 수 있는지 질문을 받았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주지에는 빈곤 가정이 없습니다. 설사 조금 있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이주지에는 실업자도 하나 없고, 거지나 부랑자도 없죠.” 이 말을 들은 영국인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영국에 빈곤 가정이 넘쳐나고 감옥이 너무 혼잡스러워지자 가난한 사람들을 식민지로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은행 이사들은 이주지의 경제 성장 원인이 무엇인지를 물었고 프랭클린은 대답했다. “그건 간단합니다. 이주지에서는 독자화폐를 발행합니다. ‘이주지 지폐’라 부르죠. 승인된 정부지출과 구호기금을 위해 발행하는 겁니다. 우리는 물건이 생산자에게서 소비자에게로 잘 흘러갈 수 있게, 적당한 정도로 발행을 유지합니다. … 이런 식으로, 우리는 스스로 독자화폐를 발행해 구매력을 조절합니다. 우리에겐 이자도 없고 그걸 줄 대상도 없습니다. 그리고 합법적인 정부가 돈을 쓰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해서 유통시킬 수 있는 반면, 은행은 상당양의 은행 약속어음을 빌려줄 수 있을 뿐입니다. 얼마 안 되는 자금수요라도 포기하거나 허비할 수는 없는 거죠. 요컨대 여기 영국에서는 은행가들이 돈을 유통시킬 때 부채원금에 엄청난 이자를 붙여 갚게 하죠. 그 결과, 노동자들의 완전고용을 이루기엔 유통 중인 신용이 늘 지나치게 부족해집니다. 노동자가 너무 많은 게 아니라 유통 중인 돈이 너무 적은 거예요. 그리고 유통되는 것에는 모두 갚을 수 없는 빚과 폭리라는 끝없는 짐이 얹혀 있고요.”

  1764년 잉글랜드 은행은 영국 의회에 통화법 통과 압력을 넣어 어떤 식민지든 독자통화를 찍는 행위를 불법화했다. 이주자들은 앞으로 모든 세금을 금이나 은으로 영국에 보내야 했고, 그런 귀금속이 없는 사람은 은행에서 이자를 내고 빌려야 했다.

  단 1년 뒤에 이주지의 거리는 실직한 거지들로 넘쳐났다고 프랭클린은 말했다. 통화량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들자 노동자들이 제공할 수 있었던 물건과 서비스에 지불할 돈이 모자랐다. 이주지에서는 영국에 대한 반감이 생겨났고 마침내 독립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것이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독립전쟁이 일어난 진짜 원인이었다.


  17세기 아메리카 이주지부터 독립전쟁, 미국의 건국, 1812전쟁, 20세기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굵직한 전쟁과 역사는 대부분 ‘금융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을 비롯해 정부가 화폐를 발행하려는 그린백 시스템파와 J.P 모건과 존 D. 록펠러로 대표되는 금융대부들과의 싸움이었다. 그들은 통화발행권을 얻기 위해 입맛에 맞는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대고 언론을 사들였으며 여론을 조작했다. 인민을 선동해 정부의 화폐발행과 국영은행을 주장하는 이들은 암살당하거나 은밀히 제거되었다.(미국의 위대한 지도자 에이브러햄 링컨 역시 마찬가지다) 1913년 연방준비법에 따라 결국 연방준비은행이 만들어졌고 국가는 채권을 발행해 FRB에서 달러를 빌려오고 빚에 따른 이자를 지불하게 됐다. 채권이 만기되면 차환함으로써 원금은 상환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에 따른 이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문학적인 액수로 늘었다. 과연 이 어마어마한 액수의 이자를 납세자들이 언제까지 낼 수 있을까? 실업률은 10%가 넘어가고 집을 잃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돈이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해 한밤중에 몰래 암매장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 미국의 진짜 모습이다. 건국의 주역들이 외치던 아메리칸 드림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나비처럼 날아가 방울방울 터지는 비누방울처럼 그 원대한 꿈의 흔적조차도 찾을 수가 없다.


  고전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던 이론으로 ‘화폐수량설’이라는 것이 있다. 물건은 얼마 안 되는데 그걸 살 돈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것이라 전제하는 이론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빨리 증가하면 가격은 상승 압박을 받게 되고, 정부가 필요한 그린백 달러를 그대로 모두 발행하게 된다면 통화량이 물건 및 서비스보다 빨리 증가해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이 일어난다는 논리다. 따라서 정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재정의 수지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고전적 격언이다. 돈이 부족하면 필요한 돈을 찍어낼 것이 아니라 은행가들에게 빌려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통화량을 부풀리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통화량은 은행이 돈을 만들어내나 정부가 만들어내나 똑같이 늘어난다. 은행은 빈 모자에서 끄집어내듯이 돈을 허공에서 만들어내지만 정부가 발행한 돈에는 장점이 있다. 납세자를 빚더미에 몰아넣지 않고 항구적인 통화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도 채무자가 될 필요가 없다.

  화폐수량설의 또 다른 논리적 오류는 나중에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지적했다. 경제에 돈(수요)를 늘릴 경우, 오직 공급이 고정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물가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새로운 그린백을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쓴다면 공급은 수요와 함께 늘어날 것이고, 물가는 안정된다. 경제에 돈을 늘려 물가가 올라가는 것은 오직 제조업자에게 물건을 더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이나 원료가 바닥났을 때뿐이다. 케인스에 따르면 완전고용에 이르기까지는 통화량을 늘려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Web of Debt>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빚의 거미줄’이다. 연방준비은행으로 대표되는 민간 금융세력이라는 거대한 빚거미가 미국 전 지역을 옭아맨 빚의 거미줄.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거미줄이 미국 안에만 쳐진 게 아니라는 거다. 우리는 90년대에 들어 일어난 아시아 여러 지역과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 일어난 금융위기들을 알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경제위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살피면 어떤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각 나라들에서 일어난 금융위기가 모두 그 나라 통화의 평가절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빚거미로 일컬어지는 투기세력들이 한 나라의 경제를 정복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나라 경제를 ‘자유무역’에 개방하고 그 통화를 다른 통화로 자유스럽게 바꿀 수 있도록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라고 권유하는 것이다.(이를 권장(강요?)하는 대표적인 기구로 WTO와 IMF가 있다)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모든 나라와 기업이 공평한 룰 아래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검은 손’만이 있을 뿐이다. 이 사악한 검은 손들은 시장을 조작하고 증권시장 역시 조작한다. 거대은행들과 법인은 항상 경쟁에서 승리하며 나가떨어지는 것은 언제나 힘없고 약한 중소기업과 개인이다. ‘자유시장’이라는 ‘불공정한 시장’의 사악한 무리들에게 문을 연 나라의 통화는 결국 공격을 받아 평가절하 되고, 국가 자산이 떨이 가격으로 팔려 국가는 파산에 이른다. 파산한 나라는 국제은행들과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돈을 꿔야 하고, 검은 손을 가진 사악한 무리들은 부채 탕감의 조건으로 정부가 국가통화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한다. 정부가 자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국유화 등의 방법으로 그 자원과 은행을 보호하려고 하면 그들에게는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 그리고 ‘테러리스트’라는 딱지가 붙는다. 저항하는 나라의 국민들 역시 ‘테러리스트’ 또는 ‘폭도’로 불리게 된다.


  “나는 어떤 꼭두각시가 영국 군주 위에 자리 잡고, 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지배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영국의 통화를 지배하는 자가 대영제국을 지배하는 것이고, 나는 영국의 통화를 지배한다.” 영국 최고의 금융세력, 네이선 로스차일드가 했던 말이다. 엘렌 H. 브라운은 이 책에서 로스차일드 가문을 비롯해 시티뱅크, J.P. 모건체이스, 아메리카뱅크(BOA) 등의 금융세력이 어떤 은밀한 방법으로 나라를 지배하고 나아가 세계를 지배하려드는지 영국과 미국 금융 시스템의 역사와 더불어 자세하게 보여준다.

  또한 1900년 프랭크 바움이 지음 <오즈의 마법사>가 사실은 ‘화폐에 대한 조심스러운 우화’였다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전해주기 때문에 챕터별로 차근차근 마치 <오즈의 마법사> 동화책을 읽어나가듯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동화 속에 나오는 ‘도로시’와 ‘캔자스의 황량한 풍경, 웃음을 잃은 사람들’, ‘겁쟁이 사자’와 ‘두뇌를 잃은 허수아비’, ‘심장을 잃은 양철나무꾼’과 ‘난쟁이, 윙키 원숭이들’, ‘노란 벽돌길과 에매랄드시’, ‘요술은구두’, ‘동부와 서부의 나쁜 마녀들과 북부의 착한 마녀’, 그리고 ‘마법사 오즈’가 각각 금융 시스템에서 무엇을 상징하는지 700페이지 전반에 걸쳐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


  국가에 너무 큰 권력을 주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전 세계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 위험이 있다. 튼튼한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맹수는 더욱 기고만장해지고 그 앞에 연약한 노루나 토끼 같은 동물들은 생명을 부지하기에도 벅찬 곳이 될 것이다. 미국, 나아가 전 세계가 그런 위험한 늪에 빠지기 전에 엘렌 H. 브라운은 서둘러 처방을 제시한다. 그가 제시한 여러 가지 대안이 있지만 모든 것에 앞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미국 건국의 주역들이 누렸던 합법적인 정부 고유의 권리, 통화발행권을 찾아오는 것이다. 국가에 너무 큰 권력을 주어서도 안 되겠지만 시장에 절대로 맡겨서는 안 되는, 정부 고유의 권한들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중에 가장 우선적인 것이 바로 이 화폐발행권일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됐다. … 이 전쟁은 브라질,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사실상 제3세계를 찢어발기고 있다. 군인들이 죽는 대신,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것은 제3세계의 빚을 둘러싼 전쟁이다. 주요 무기로 이자가 있다. 원자탄보다도 더 치명적이고, 레이저 광선보다 더 파괴적인 무기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이 말처럼, 제3차 세계대전은 분명 시작되었으며 눈에 보이지 않게 은밀히 진행 중이다. 배후 세력엔 분명히 동부와 서부의 나쁜 마녀들과 거대한 빚거미들이 있을 것이다. 이 흉측하고 끔찍스러운 빚거미를 처치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겁쟁이 사자의 용기’와 ‘허수아비의 두뇌’, ‘양철나무꾼의 심장’, ‘도로시의 은구두’다.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에서 그러했듯이, 그것들은 모두 이미 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이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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