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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그림책 리뷰
죽음에 직면함으로써 삶에 가까워지는 기회 | 동화/그림책 리뷰 2023-03-06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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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 저/박세연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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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종 죽음을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내가 떠올리는 죽음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미숙한 어느 시절에는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꼈던 적도 있다. 그리고 현재. 막연하지만, 나에게 ‘죽음은 곧 삶’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매 순간 살아가고 있고 또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 가열차게 살아가는 순간에도, 시간을 허비하는 순간에도 삶과 죽음은 늘 내 곁에 머무른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았고, 삶의 또 다른 형태인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특별한 무엇이 아니었다.


p. 303. 그러므로 가장 끔찍한 불행인 죽음은 사실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한 죽음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죽음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있든 이미 죽었든 간에 죽음은 우리와 무관하다.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없고 죽었을 때는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철학책이 논증을 풀어가는 매력에 푹 빠져 독서를 했다. 철학적 사유를 따라가며 어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고, 진실을 찾아가기 위한 그 여정이 꽤 흥미로웠다. 죽음을 보다 편히 대할 수 있게 된 나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일이 퍽 재미있고 신나는 여정이었다. 어느 순간의 내가 죽음이 더이상 두렵지 않게 된 것은, 303페이지의 글에서처럼 나에게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 무릎을 치며 수긍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의 죽음을 떠올리는 순간에 내가 없었다. 남은 이들에 대한 걱정이 전부였을 뿐, 내게 죽음은 큰 위해를 가하지 못 했다.


p. 501. 정말로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이제 이 책을 덮고 나거든 부디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사실들에 대해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아가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 죽음과 직접 대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다시 사는 것이다.


이 책은 내내 죽음을 이야기했지만, 동시에 삶을 이야기했다. 책의 페이지 수가 쌓일수록 삶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다.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한 나만의 새로운 시각을 정립할 발판이 되어주었다. 책을 덮은 지금,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끓는다. 죽음에 직면함으로써 나는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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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씨의 안녕을 바라며 | 동화/그림책 리뷰 2023-03-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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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두의 안녕

박주혜 글/김승혜 그림
샘터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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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작 회사, (눈물을 잘 흘리지 않고 눈을 자주 깜빡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토끼가 눈썹에 쓰는 화장품 개발에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동물 실험실에서 일하던 ‘모두’씨가 99마리의 토끼의 죽음 끝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 마리 토끼와 함께 회사를 도망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토끼에게 ‘안녕’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모두씨는, 도심을 벗어났던 그 순간의 경험과 인연들을 발판 삼아 위로와 희망, 응원이 가득한 빵을 만들어 파는 빵집을 연다.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듬뿍 담긴 그 빵들에는, ‘모두’씨와 토끼 ’안녕‘의 경험들이 녹아있다. 책의 마지막, 비로소 평온함 속에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만끽하는 모두씨의 얼굴에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미소가 번진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즈막히, 모두씨의 안녕을 빌었다.



p. 72-73. 이제는 생각해 보게 돼요. 내가 좋고 평안한 이 순간에 누군가의 불행이 끼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누군가가 또 다른 내 이웃은 아닐까. 고기 반찬을 좋아하는 나는, 힘든 날이면 엄마에게 짜증을 내는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고개를 떨궈요.
세상에는 다양한 존재가 있어요. 강한 존재도, 약한 존재도 있어요. 저는 누군가에게는 강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약한 존재이기도 해요. 약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존재들이 어딘 가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며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가지런히 모았다. 나의 평안에 끼어있을 지도 모를 누군가의 불행을 털어내 보았다. 우리 어른에게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안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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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피엔스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 지위 게임 | 동화/그림책 리뷰 2023-02-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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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위 게임

윌 스토 저/문희경 역
흐름출판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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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0. 우리는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위를 얻으려 한다. 집단에 수용되고 집단 안에서 지위를 얻으려 한다. 이것은 인간 본성이다. 이것이 인생의 게임이다.


나 역시 지위 게임의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마뜩찮았다. 다소 낯설고 급진적인 주장들을 마주하고 있자니 발끝에서부터 불편하고 이질적인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이내 인정할 부분들은 인정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꺾었다. 나의 극단적인 거부감은 사실 인정에서 새어나오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p. 23. 사람들이 우리를 추종하거나 존경하거나 추앙하거나 칭찬하거나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도록 허락해주는 상태, 이것이 지위다. 이런 상태는 우리를 기분 좋게 한다.


내가 곧잘 이야기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어떠한 의도로 출발했건 지위 게임의 해석 틀로 바라보면 나는 지위 욕구가 매우 높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따르면 지위 욕구가 높다던가, 지위 게임에 몰두하는 개인은 부도덕하다는 의미는 어디에도 없다(나는 이 부분에서 불편감을 느꼈던 것 같으므로). 몹시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삶의 원리, 본능으로서 이 책이 설명하는 지위 게임을 온전히 이해한다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될 터.


p. 42. 연구에 따르면 뇌의 보상 체계는 절대적 보상보다 상대적 보상이 주어질 때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 우리는 그냥 더 많이 얻을 때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얻을 때 가장 행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강의를 나가거나 면담을 할 때, 나는 평소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마음가짐 뿐 아니라 사소한 악세서리나 화장, 몸짓, 어투에서부터 그 지위에 걸맞는 나로 변신한다. 때로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기도 한다. 일상에 녹아든 이 지위 게임의 여러 면모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에게는 게임에서 벗어난다는 선택권이 없다는 말이 인상 깊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지위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사피엔스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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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 불편한 공포를 마주하고 싶다면, | 동화/그림책 리뷰 2023-02-26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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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곶자왈에서

김태민,박한선,유아인 등저
황금가지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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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은 읽기 전, 제목들을 보며 나름의 기대를 쌓아갈 때와 차례로 작품을 읽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고 행복하다. 읽고 난 뒤에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한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쓰는 책 리뷰가 이 책을 아직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스포일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왜냐하면, 동시에 내가 쓴 리뷰 덕에 이 책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책 내용을 최대한 다루지 않고 리뷰를 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


[곶자왈에서]는 7명의 작가가 쓴 8개의 짧은 단편 모음집이다. 범죄, 추리,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내게는 초현실 반영 잔혹극이었다. 짧은 한 편의 이야기들을 읽어내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을텐데, 모든 작가님들의 흡입력 있는 문장력과 구성 덕택이기도, 짧은 호흡으로 각 내용이 끝나는 덕택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여덟 편이 다루는 내용들이 같은 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결을 공유한 이 모든 이야기들이 쏟아내는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오히려 각 내용 자체보다는 그 ‘진실’ 탓에 두렵고 무섭고 공포스러워진다. 일상이 공포로 전환되는 지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동시에 그 지점이 이 모음집의 최고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소설로만 끝나지 않고 우리의 일상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그래서 책을 덮은 뒤가 더 찝찝하고 불쾌한 공포를 직면하고 싶다면 언제든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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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알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 동화/그림책 리뷰 2023-02-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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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빅 도어 프라이즈

M.O. 월시 저/송섬별 역
작가정신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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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늘 미래에 사는 사람이었다. 분명 엄마의 몸뚱아리는 현재에, 내 곁에 발붙이고 있는데 이상하리만치 아득히 먼 곳을 향해 바삐 내달리고 있었다. 때로는 경주마 같았고, 때로는 유령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를 떠올렸다. 디엔에이믹스 DNAMIX 가 우리 동네 어느 가게에 설치가 되었더라면, 파란 결과지에 적힌 결과지를 믿고 엄마는 좀 더 편하게 현재를 둘러보며 살았을까. 아니면 그 결과지에 더 목숨을 거는 삶을 살았을까.







단 돈 2달러, 이천원이라는 돈. 저가형 커피 한 잔을 살 값이면 가능한 미래를, 운명을 알 수 있다는 기계. 검사하기 어렵지도 않은데 DNA라는 과학의 이름표까지 앞세웠다. 면봉으로 볼 안을 쓱, 훑기만 하면 된다. 보통 우리가 아는 유전자 검사와 같다. 심심하고 평범한 어느 조용한 마을 디어필드. 디엔에이믹스 이 기계의 등장과 함께 마을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다. 마을의 가장 큰 행사였던 200주년 행사보다 이제는 저 기계를 둘러싼 소동이, 갈등이, 변화가, 깨달음이 마을의 중심이 된다.






빅 도어 프라이즈는 애플TV 에서 10부작 드라마로 공동 제작을 완료했다. 2023년 상반기 방영을 앞두고 있다. 책을 읽으며 상상한 디어필드의 모습들을 직접 보게될 거라 생각하니 설렌다. 보통 책이 영상화되면 실망하는 경우가 크던데, 개인적으로 이 책은 영상으로 풀어냈을 때 더 흥미로울 것 같다(뛰어난 영상미를 기대한다기보다 날 것의 드라마적 요소들이 숨어있다). 미래가 궁금하지만 막상 알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의 정확도와는 별개로) 겁이 나고야 마는 불편한 양가 감정, 빅 도어 프라이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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