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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버지에게 갔었어 | 기본 카테고리 2021-03-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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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저
창비 | 202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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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갔었어 #신경숙 #신경숙장편소설 #창비

창비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었다. 엄마는 딸에게라는 유명한 소설을 읽지 않은 터라, 아마 내가 만나는 작가의 첫 작품이 아닐까 한다. 읽으면서 찾아보니 연재하던 작품을 수정과 퇴고를 거쳐 소설로 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적지 않은 분량이다. 소설은 아버지와 자신, 그들 형제에게 있었던 잔잔한 삶의 파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람들은 엄마라는 단어만 봐도 먹먹해진다고 한다. 아버지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아빠보다 익숙한 아버지라는 단어에서, 당신의 삶을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세 글자에 가두어진 그 무거운 무게를.

꽤나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에, 책을 덮었다 꺼냈다 반복했다. 또 소리 없이 쌓이다 끝내 터지고 마는 감정을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못난 딸임을 인정해야 했고, 그럼에도 여전히 아버지의 생 전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버지와 큰오빠가 편지를 주고 받는 부분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야학에 다니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소식을 전하려했던 마음을 상상하니 자꾸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오랫동안 주고 받은 편지 속 한결같은 메세지. 건강하면 되었다는 아버지의 바람. 부모가 되어본 적 없어 부모의 마음을 모른다지만 자식으로서는 그 마음을 모른적 있었을 테고, 때로는 모른척 하기도 했었기에 슬펐다.

14살 때 양친을 잃고, 전쟁을 겪고, 돈을 벌러간 서울에서 4.19혁명 현장을 겪고 사랑했던 여인을 두고 오고… 분명 다른 생을 살았다지만 아버지의 삶은 으레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버지들은 단단해졌을 거라고. 그래서 나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지 되뇌었다. 아빠는 종종 내게 말했다. 어렸을 때 참 예뻤는데, 하고. 아빠가 나의 어릴적을 그렇게 많이 얘기하고 또 그리워하는 이유는 지금보다 어렸던 내가 아빠를 절실히 필요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다 커버려 내가 할 수 있다는 말을 달고 사는 당신의 딸이 여전히 조금은 당신에게 기대길 바라며. 아빠는 여전한데, 나는 언제 이리도 커버렸을까.

아버지의 생과 더불어 소설에서는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주인공이 딸을 잃었다는 것. 그래서 도망치듯 j읍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딸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내가 감히 짐작할 수나 있을까. 그런 딸을 위로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또 어떨지.. 끊임없이 등장하는 먹먹한 고통의 순간들이 모두 내 것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읽는 데 힘이 들었지만, 위로 역시 책을 읽는 내 몫이었다. 바로 주인공이 j읍으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놓치고 있던 것들을 깨닿는 모습들을 통해서다. 결국 자식은 부모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듯하여 왠지 모르게 안도했다. 그렇게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괜찮아지고 말테니.

책을 덮으며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순간들 만큼이나 내가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여기는 어떤 순간들을 나는 기억한다는 것이다. 소설 속 아버지처럼, 아빠가 이 얘기를 들으면 별 걸 다 기억하는 구나, 할 얘기들을 나 역시 기억한다. 또 책 속에서 주인공이 셋째 오빠에게 아버지랑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건네는데, 내가 질문을 받기라도 한듯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무얼하고 싶지. 무얼하고 싶었나. 나는… 아빠랑 퍼즐을 맞추고 싶다. 언젠가 거실 불을 환히 켜두고 며칠밤을 지새며 새벽녘까지 맞추던 퍼즐. 1000개나 되는 조각을 찾고 끼워넣느라 퍼즐 맞추기에만 열중하던 그때처럼, 아빠와 마주 앉아 퍼즐을 맞추고 싶다. 부디 늦지 않길 바란다.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관심과 지원 아래 이 세계를 마음껏 표현하며 불멸의 이름으로 살다 가고, 나의 아버지 같은 이들은 한국의 남쪽 J읍에서도 시골 쪽으로 한참 들어가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농가에서 태어나 학교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한 채 생존이 아닌 다른 이유로는 그 집을 떠나본 적이 없는 흙먼지 같은 일생을 살기도 하는 게 인간의 삶이기도 하다.

함께한 어떤 시간을 내 식대로 문장으로 복원해서 내놓는 일을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짐작해보면 아찔하고 난감하고 부끄럽다. 그리고 두렵다. 사라져도 무방할 어떤 시간들이 내가 쓴 문장으로 인해 언어로 채집되어 존재하게 되는 것이.

살아가는 일의 얼마간은 왜곡과 오해로 이루어졌다는 생각. 왜곡되고 오해할 수 있었기에 건너올 수 있는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탈진한 것처럼 보였던 아버지가 기운을 차려 겨우 들려준 말이 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건 아니라고 해서.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면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라고 해서. 붙잡지 말고 흘러가게 놔주라고 해서.

어떤 사실들은 때로 믿기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이라 시간이 흘러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끝내 사실일까? 싶은 의문과 회의가 든다. 어떻게 그런 일이? 싶어서 사실이 우연이나 조작에 의한 것처럼 보이고 어떤 형식에 맞추기 위해 도식을 끌어온 것처럼 여겨지며 상상에 의한 허구가 오히려 사실처럼 느껴진다.

그랬다. 알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었으나 하지 않았던 일들을 곧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아버지가 원한 건 어려운 일들이 아니었으니까. 아버지는 혼자 있는 나와 함께 있고 싶어했을 뿐이었다.

속도가 느리지만 천천히는 읽을 수 있지 않느냐, 딸이 쓴 책이니 읽어보라고 했더니 자네가 쓴 책을 읽을수록 자네하고 멀어지는 느낌이라 읽지 않기로 했다고 했소. 자네가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만. 거짓말이라고는 모르던 딸인데 글을 읽어보면 거짓말이 많다고 하더라고. 내가 그건 거짓말이 아니고 상상력이라고 해주었지. 내가 제대로 말해준 건가?

어떤 사람들은 말이네. 시대와 상황이 앞날을 결정지어버리더라고…… 그런데 뭘 생각한단 말인가. 어떤 물살에 쓸려가는 줄도 모르고 쓸려갈 수야 없으니까 생각을 계속해야 된다고? 어떤 물살인지 알아서 뭘하나…… 바꿔놓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책을 통해 인간을 알게 되었지. 얼마나 나약하고 또 얼마나 강한지를 말이야. 한없이 선하고 끝 간 데 없이 폭력적이지.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고 불행과 대치하며 한 생을 살다 간 사람들은 자취를 남기네. 모진 상황들을 견뎌낸, 흔적 말이야. 내가 책을 읽는 일은 그 흔적 찾기였는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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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창가에 자리를 잡고 읽다, 열심히 울어버렸다. 구석에 자리를 잡았어야 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그 많은 분량을 다 읽고, 카페를 나와 무작정 걸었다. 소설 속 아버지를 생각하다 울고, 집에 있을 우리 아빠를 생각하다 울고. 마주오는 사람들이 젊은 애가 대낮부터 운다고 청승떤다고 생각할까봐 눈을 내리깔고 걸었는데, 그럼 밖에 나온 이유가 없겠다 싶어 고개를 들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주인 손에 이끌려 산책나온 강아지들, 아직 녹지 않은 눈… 들고 있던 짐 때문에 팔이 아프고 맞지 않은 신발을 신어 발이 아팠지만, 계속 걸었다. 걸으며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러다 한 지점에서 무언가를 보느라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그곳을 바라보았는데, 거기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문득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날이 흐렸는데, 환했다. 해가 질때도 되었는데, 해가지지 않았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자 이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도 잊은 채 걷던 길을 되돌아왔다. 괜찮다고 다짐했으니, 그러니, 어떤 일이 있어도 괜찮다. 책에선 읽느라 오래 걸려 깊게 배인 커피 향이 난다.

끝으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문장을 남긴다.

그러게나 말이다. 내 마음 깊이 스민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서운함이라는 것. 달리 뭐라 표현해야 될지 몰라서 서운함이라고 하긴 했는데 아버지가 내게 무엇을 서운하게 해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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