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쓸모없음으로 쓸모를 다하는 것들에 대한 사랑
http://blog.yes24.com/chr7638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채움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읽고 있는 사람입니다.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9월 스타지수 : 별345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기본 카테고리
yes24 칼럼
나의 리뷰
기본 카테고리
나의 메모
기본 카테고리
태그
내용이 없습니다.
2022 / 0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나의 친구
.
최근 댓글
내용이 없습니다.
새로운 글
오늘 3 | 전체 1222
2017-01-19 개설

전체보기
『기후미식』 리뷰 (이의철, 위즈덤하우스) | 기본 카테고리 2022-09-01 01:39
http://blog.yes24.com/document/1680830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기후미식

이의철 저
위즈덤하우스 | 2022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올해부터 음식을 스스로 해 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어떻게 먹어야 몸에도 좋고 환경(지구)에도 좋은지를 전보다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 사실 그냥 잘 챙겨먹고 사는 것도 힘든 현대사회에서 그런 고민까지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리고 사람 하나 고기 좀 덜 먹는다고 기후에 큰 영향이 있겠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나 강남역 침수사건, 때이른 폭염, 폭설을 겪으며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은 이미 시작됐다는 걸 느낀 후로 이 재앙을 막을 수 있다면 내 삶의 범위 안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동물성 식품을 먹을 때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가축 사육을 위해 숲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후위기의 속도가 너무 빨라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탄소흡수를 병행해야 하는데, 가축 사육과 사료 생산을 위해 숲이 사라지면서 대기에 남는 이산화탄소가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해서 축산업이 화석연료와 운명을 같이해야 인류의 희망도 생길 정도라고 한다. 단순히 육식이 탄소 배출을 늘린다고만 생각했지, 축산업이 이 정도로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동물성 식품을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대기 중 온실가스 감소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위해서도 채식(= 기후미식=자연식물식)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채식을 위한 영양학과 채식 레시피를 소개하는 3-4부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3부가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 '영양학'의 관점에서 채식의 장점을 설명하고(이기적인 인간의 입장에서 훨씬 설득력 있는 부분이다), 4부에서는 그래서 채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1-2부는 '기후위기'에 초점을 맞추어 동물성 식품 섭취와 기후위기의 관계, 그 심각성을 다루는데, 다른 기후위기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법하고 결론적으로 3-4부를 위한 빌드업이다.

사실 긴 서론에 비해 정답은 간단하다. '한식'을 하면 되는 것이다. 흔히 K-푸드로 알려진 삼겹살이나 불고기, 소떡소떡이 아닌 밥과 김치, 나물, 쌈을 활용한 자연식물식인 한식이 이 책이 제시하는 정답이다. 이를 위해 자연식물식 식품을 구분하는 법과 자연식물식 식사 방법, 식단 조합, 외식 추천 메뉴 등도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책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연식물식단 구성이 고민인 필자에게는 제철 음식 가이드와 영양소별 고함량 자연식물식에 관한 부록이 특히 유용했다.

기후위기가 주제인 다른 책들처럼 많은 부분이 기후위기 감수성을 키워 대응하려는 의지를 고취시키는 데 할애되어 있어, 채식에 대한 영양학적인 내용과 구체적인 방법과 팁을 목적으로 책을 읽은 필자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알찬 부록이 있었고 원했던 정보를 얻어갈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책이다.

요리를 하면 할수록 요리가 능동성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일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도 재미라면 재미, 이왕 해먹는 거 몸에도 좋고 기후위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자연식물 중심 요리를 많이 해 보겠다 다짐해본다.

/
기후미식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을 뜻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인류에대한 책임감 있는 음식 선택과 소비를 의미한다. (5p)

동물성 단백질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동물성 단백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이유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지방과 설탕,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단 관리를 하더라도 동물성 단백질을 게속 먹다 보니 만성질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점점 악화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34p)

동물성 단백질은 설탕 수준으로 인슐린을 분비시키기에, 우리가 설탕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동물성 단백질도 피하려 노력해야 한다. (135p)

지방이 없는 소고기 안심을 먹으면 인슐린이 공복 상태의 3배까지 증가하고, 혈중 중성지방도 60mg/dl 증가한다. (중략) 단백질 보충제를 먹고 근육량이 단기간에 더 빨리 증가하는 것은 유청이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만들어, 세포로 아미노산 유입을 증가시키고, 근육 합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등의 인슐린 저항성 관련 다양한 건강 문제들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135p)

기후위기 시대에 중요한 것은 능동성과 상상력이다. 등 떠밀듯이 억지로 동물성 식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선 기후미식은 반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여유가 있을 때 능동적으로 맛있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식물성 식품 중심으로의 기후미식 전환은 새로운 맛을 향한 즐거운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82p)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보이지 않는 도시』 리뷰 (임우진, 을유문화사) | 기본 카테고리 2022-08-30 19:54
http://blog.yes24.com/document/1679997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보이지 않는 도시

임우진 저
을유문화사 | 2022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처음 건축에 관심을 가졌던 건 5년 전쯤이었다. 알쓸신잡이 한창 방송되고 있을 때였고,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축가가 도시의 건축물을 통해 풀어내는 사회와 경제, 문화, 심리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가 그렇게 흥미롭게 다가온 게 처음이었다. 도시를 단순히 건축학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인문학적 시선과 결합해서 보는 게 인상깊었던 것 같다. 이후로 쉽게 풀어 쓴 건축 교양서를 찾아보다 이 책도 읽게 됐다.

저자가 한국과 파리 두 문화권의 거주민이라 그런지, 한국의 건축과 외국의 건축을 비교하서 설명하는 부분이 많은데 필자는 그런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한국과 유럽 각각이 고안한 횡단보도 앞 신호 위반 방지법을 대중의 양심을 믿는 문화와 도시 시스템을 믿는 문화의 차이로 설명하는 부분, 지하철 내부 벤치의 구조적 차이를 공동체 문화와 개인주의 문화의 차이로 설명하는 부분 등이 그랬다. 비교를 하면서 어느 한 곳만을 부족하다 이야기하지 않아서 좋았다.

집에서의 거주 시간과 생활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향에만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모순을 지적한 부분도 인상깊게 봤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구조의 남향집에 사는 가족 구성원 각각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대를 측정해보니 해가 드는 남쪽의 안방과 거실은 해가 진 후에나 사람이 들기 시작했고, 북쪽에 있는 주방과 아이들 방은 오후 내내 형광등을 켜 놓고 사용하고 있어서 사실상 북향집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가족의 개인화, 파편화의 원인을 기족실의 역할에서 찾고, 실제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동 공간을 재구성하는 주택 시장의 시도를 소개해 주는 부분도 새로웠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나와 가족에게 더 좋은가를 생각(101p)'하고 살 집을 선택해야 한다는 기본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깨달음을 얻은 부분이었다.

인문학적 시선을 가진 건축가의 시선을 통해 익숙해져 보이지 않았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다. 새로 알게 되는 것도, 저자가 공유하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생각해 볼 만한 지점도 많았다.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도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대해 자세히 몰랐을 때는 건축이라는 주제, 피렌체 비엔날레 최고상을 최초로 2회 수상한 작가의 경력, 두 문화권의 거주민이자 이방인의 시각이라는 소개에 끌려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책을 다 읽은 독자로서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인 도시'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의 사려 깊고 세심한 시선이 이 책이 가진 가장 좋은 점이라 말하고 싶다.

/
사는 문제에서 개인의 버릇과 선호는 '옳다, 그르다'로 따져지는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유아 시절 가족생활에서 체화한 감각적 경험에서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다. 자신과 맞지 않는 공간은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지만, 아무도 왜 그런지는 자문하지 않는다. 익숙함에 기인한 좋다, 싫다만 있을 뿐이다. 건축가가 아닌 이상 이렇게 사는 게 경제적인지 저렇게 사는 게 더 합리적인지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다. (108p)

공간은 내 몸이 직접 체험하는 경험적 장소가 된다. 이른바 '장소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간을 다루는 연금술은 공간의 모든 면을 막아도 사방이 열린 것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고, 모든 면을 다 열어도 꽉 찼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오묘하고 미묘한 과정이다. (160p)

모든 건물과 상업 공간이 그런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욕망에 병적으로 매달리게 되고, 죽기 살기로 자신을 알려야 한다는 생존가 성공을 향한 강박관념만이 돋시를 지배한다. 마천루가 매일 기록을 경신해 봐야 승자는 계속 패자로 바뀌고, 경쟁에 끼지 못한 대부분의 시민은 어둠 속에 살게 된다. 서울은 그렇게 비슷하지만 다른 이유로 라스베이거스와 맨해튼이 되어 간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알리기 위한 사투는 결국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매트릭스 내부의 소소한 일상일 뿐이다.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높아지기만 하고 커지기만 하는 이 끝없는 경쟁의 행군을 서울 내부 사람들은 과연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192p)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https://blog.naver.com/chr7638/222862366955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유물을 거울삼아 삶을 돌아보는 가만한 시간에 관하여 | 기본 카테고리 2022-05-16 01:02
http://blog.yes24.com/document/1629701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멈춰서서 가만히

정명희 저
어크로스 | 2022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멈춰 서서 가만히』 (정명희, 어크로스) 리뷰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긴다. 언제나 그랬지만 느낌이 먼저다. (19p)”

움직이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볼 때 머릿속의 시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을 좋아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다. 단면적으로 보이는 시각자료를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료의 여백을 채울 책임을 이양받아 그 뒤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과정이 즐겁다. 책이 그런 것처럼 전시 작품을 보고 든 감정의 이유를 찾다 보면 결국 내 삶을 차분히 돌아보게 되기 때문에,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나를 되돌아보고 싶을 때 전시를 찾는다. 그 중에서도 유물은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마음을 더욱 차분하게 만든다. 어릴 적 체험학습으로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다니며 익숙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미 지나간 시대의 유물에 유난히 애정이 간다. 그래서 이번 달 북클럽 도서가 더욱 반가웠다.

『멈춰 서서 가만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었던 유물과, 같은 박물관 큐레이터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담백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큐레이터의 차분함이 꼭 유물을 닮았다. <책가도>, <윤두서 자화상>, <숙명신한첩>, <반가사유상> 등 40가지가 넘는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는데, 매 꼭지마다 유물의 이미지가 함께 실려 있어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인문서가 아닌 에세이인 만큼 책에서는 유물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박물관에서 듣는 해설보다 간단하게 살펴보지만, 박물관에서는 들을 수 없는 큐레이터의 삶에 대해서 들을 수 있다. 유물 안팎의 이야기를 조사해서, 유물 그 너머를 가장 먼저 상상해보고 어떻게 들려줄지 고민하는 직업인 ‘큐레이터’로서의 삶.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유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위로하며 다음을 살아갈 힘을 찾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삶. 나는 특히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이 가서 책을 덮고 나서도 자꾸만 곱씹게 됐다.

소개된 유물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신한첩>이었다. 왕실의 한글 편지라는 점도 독특했고, 저자가 얘기하는 것처럼 공개되리라 생각지 못했던 이들의 대화를 바로 옆에서 듣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있던 중 학교도서관의 고문헌실에서 책에 나왔던 <신한첩> 친필본을 봤기에 더 특별했다. 고문헌실의 친필본은 숙명공주가 아닌 숙휘공주와 효종의 편지라는 점만 달랐다. 평소 같았으면 ‘글씨가 예쁘네’ 하고 지나쳤을 텐데 이번에는 ‘아주머님께서 편치 못하시니 요사이는 퍽 나으신가 싶으니 기뻐하옵니다’, ‘식음을 잘 잡수시길 천만 바라옵니다’ 같은 구절을 통해 표현에 아낌이 없고, 수신자를 걱정하며 끼니를 잘 챙길 것을 바라는 효종의 다정한 마음까지도 헤아려보게 됐다. 글자 너머로 느껴지는 다정함이 위로가 되어 유물 앞에서 오랫동안 ‘멈춰 서서 가만히’ 있었다. 몸이 안 좋아 회복하고 있는 친구의 안부를 묻는 일을 잊었던 것도 퍼뜩 생각났다.

이처럼 유물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유물을 거울삼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작가를 보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어떤 식으로 작품들을 감상하면 되는지를 은연중에 알아가게 된다. <신한첩>을 보고 난 후에도 유물 뒤의 이야기를 그렇게 생각해본 게 얼마 만인가 싶었다. 전시에 오래 가보지 않아 잊고 있었는데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가 스며든 것 같았다. 그래서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큐레이터의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이 알게 모르게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장될 것이다.

삶을 좇고 삶에 쫓기느라 악셀만 밟고 있었는데 덕분에 속도가 조금 느려진 기분이다. 유물의 이야기가 마음을 채웠던 기억을 잊기 전에, 학기가 끝나고 친구와 미술 전시를 보러 갈 약속을 잡았다. 재작년 코로나 때문에 취소했었던 박물관 전시를 보러 갈 계획도 다시 세웠다. 아직 전시를 보고 오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풍요로워진 기분이다. 여러분들도 책을 계기로 여기저기 치이고 견디느라 지친 삶에 가만한 시간을 불어넣어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 차분해지는 시간을, 마음을 나눌 이와 감상을 공유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삶의 호흡을 다시 고르는 시간을 갖기로 계획해봤으면 좋겠다.


-시간을 내어 만난 사람이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그가 바라본 유물이 그를 물들이고 내게 옮겨오는 느낌이 좋다. 사람마다 느끼는 지점이 다르며, 각자에게 닿아 만들어질 이야기는 한 가지 톤이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6p)

- ‘좋을 만큼’이나 ‘하던 대로’의 적당한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전시를 하나 끝낼 때면 앓게 되는 마음. 불타올라 재가 된 후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번 일을 기획해야 한다.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없는 걸까. 영혼을 내어주지 않기,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재가 되는 일은 만들지 않기로 다짐을 하면 좀 나아지려나?(40p)

-같은 것을 보아도 내가 변하는 만큼 눈에 담기는 지점이 달라진다.(72p)

-유물의 기억은 문자로 기록된 정보보다 함축적이며 풀어야 할 암호로 가려져 있다. 세상은 살아 있는 이들만의 것이 아니었고 신화와 이성이 공존했기에 소중하게 생각한 가치나 믿음, 꿈과 같은 것이 머물다 간 자리가 남았다. 새로운 형식이나 사조의 유행에는 그에 맞는 이유가 있다. 왜일까 하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공간을 살아낸 이들을 만나게 된다.(116p)

-아름다워서든, 신기해서든, 낯선 세계를 알려주어서든, 내 안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차리는 힘은 사용할수록 자란다. 한 점의 유물 앞에서 시간은 가보지 않은 길에서 지금 이곳으로 이어지고, 어느 귀퉁이를 돌아 나올 즈음 잊고 있던 나를 만나기도 한다.(277p)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 어크로스)리뷰 | 기본 카테고리 2022-04-09 22:35
http://blog.yes24.com/document/1615813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환경공학자이자 SF 소설가인 곽재식이 들려주는 '기후시민수업'. 우리가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관점을 지구에서 사람으로 옮겨주는 고마운 책이다. 관련업계 종사자의 관점으로 더 가까이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살펴보고, 국가별 이해관계와 소외되는 사람들, 대체에너지의 경제성과 효율성 문제 등 여러 요소 때문에 기후변화 대처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환경공학이라고 해서 굉장히 전문적이고 어려울 것만 같지만, 설화나 유람기 등 다양한 자료에서 소재를 가져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 특유의 스토리텔링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다.

내용은 크게 기후변화 기초 수업, 기후변화 미래 수업, 기후변화 시민 수업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역사?국제논의를 비롯해 기후변화 대처 방안으로 제시되는 대체 에너지 사용의 장단점과 미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그 속에서 저자는 기후변화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을 때, 지구가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생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건 거대한 암석에 불과한 지구보다 우리 사람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올바른 문제 해결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데 큰 영향을 주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관련 상식과 정보도 유익하지만, 근본적인 관점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이 책이 빛난다.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태양광, 풍력, 조류, 수력, 지열 같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환경에는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2017년 11월 수능을 연기하게 만든 지진이 지열로 전기를 만들기 위해 땅을 4킬로미터를 팠기 때문이라는 것은 충격이었다. 원자력이나 화력발전과의 에너지 차이가 수치상으로 얼마나 나는지 보고 나니 실제로 재생에너지가 많이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의 기술에 중점을 맞춰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다 보면, 결국 상대적으로 기술 발전이 뒤처진 개발도상국들은 타격을 입게 되며 선진국들만 이익을 보게 된다는 사실 또한 생각해보지 못했어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를 무조건 줄이자고 다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고려할 게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

이 책을 한번 읽었다고 해서 환경 지식이나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는 것은 아니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생각하는 태도'가 바뀔 수는 있는 것 같다. 넓게는 기후변화를 막는 게 사람을 위한 일이며 사회 취약 계층에게 먼저 찾아온다는 사실을 아는 것, 좁게는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다 쓰지도 않는 텀블러를 사 모으고,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에코백을 사 모으는 게 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일이라는 걸 아는 것이 우리의 태도를 바꾼다. 누구를 위한 일인지,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제대로 알아야만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변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평소에 이 분야에 흥미가 있었다면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이 분야로 시야가 넓히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책이 많은 것을 다뤄서 한 번에 읽기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두고두고 나눠 읽으면 좋을 책이다. 다루는 내용이 많은 만큼 가볍게 읽고 남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우리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난과 사고로 희생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지, 분노한 지구가 인류를 징벌하는 최후의 순간을 피하기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구름과 바람에 사죄하기 위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차이가 중요하며, 이 차이를 혼동하지 않을 때에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65p)

??기후변화는 미래에 우리와 우리 이웃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더 긴박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한답시고 사람의 손길에서 벗어난 자연의 섭리 같은 평온하고 흐릿한 관념에 빠져 있던 세상은 이미 갔고, 이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찾아왔다.(439p)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타인이라는 가능성 』 리뷰 (윌 버킹엄, 어크로스) | 기본 카테고리 2022-04-09 22:22
http://blog.yes24.com/document/1615806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타인이라는 가능성

윌 버킹엄 저/김하현 역
어크로스 | 2022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졌을 때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희망을 되찾은 저자가 얘기하는, '낯선 이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문학, 인류학, 역사학, 나아가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새로운 관계 맺음에 대해 고찰한다. 타인과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공포와 희망의 양가적인 감정을 짚어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능성을 찾아야 하며, 새로운 만남이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지금 환대와 농담으로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염병 앞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얘기하는 것이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사람의 삶은 결국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필자는 특히 저자가 이야기하는 선물의 기능과 도심 속 외로움에 대해 흥미롭게 느꼈다. 저자는 인류학자 미셸 앤 파슨스의 말: '사람들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겪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상호 인정을 경험할 능력의 상실"(305p)'을 인용하며 '타인에게 무언가를 내주는 데서 오는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고 했는데, 선물을 했을 때 드는 행복과 인간의 존엄성과의 관련성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또한 우리가 도심의 혼잡함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외로워진다는 역설과 그 외로움이 신뢰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주장에도 굉장히 공감했다. 서울보다 지역이 더 좋은 필자의 취향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듯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도 타인과의 관계가 급작스럽게 단절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도 20년에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거의 집에 머물렀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열 손가락을 채울까 말까 할 정도로 최대한 줄이며 살았기에 한 해 동안 많이 우울했었다. 지금의 대면수업이 그닥 좋은 것은 아니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단절됐던 사람들과의 교류를 다시 할 수 있어 반갑기도 하다. 불편하고 껄끄러운 점이 많아도 사람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주는 삶의 의지와 활력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필자의 MBTI는 I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는 너무 가까워지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너무 멀어지지 않는 것'도 함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책이었다.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만남은 이뤄져야 하는 게 맞으니 너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너무 조심하느라 스스로를 외로움 속에 겹겹이 가뒀던 필자 같은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 햇수로 벌써 2년이 지난 시점, 오래 고독했던 우리는 조심스럽게 희망을 이야기해봐도 될 것 같다.

/
일반적인 인문서라기보다 인용을 통해 인문학적 이야기를 더한 에세이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초점은 아내와의 사별 후 타인으로부터 희망을 얻은 저자의 경험에 맞춰져 있다. 미주만 16장이 될 정도로 인용이 많은 게 큰 특징이다. 잦은 인용으로 저자의 경험과의 연결 부분에서 흐름이 끊기는 느낌도 종종 받았지만, 많은 내용을 담은 만큼 넓은 독서를 한 느낌이 든다.

/
12p. 상실은 전면적이지 않다. 때로는 그 틈과 찢긴 곳 사이로 새로움이라는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 우리가 망가졌음을 인정할 때, 취약함 속으로 낯선 이가 다가와 우리를 안아줄 수 있으며, 이 포옹 안에 새로움으로 향하는 다리가 놓여 있다.

71p. 파키스탄에서 돌아온 나는 떠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전보다 사람들을 더 잘 믿게 되었고 덜 외로워졌다. 내가 타인에게 신세를 지고 있음을 더욱 잘 알게 되었고, 그러한 깨달음에 더 편안해졌다. 그리고 낯선 사람과 그들에게 있을지 모를 가능성에 더욱 마음을 터놓을 수 있게 되었다.

259p. 우리는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고 새로운 공동체에 포함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도시의 무질서한 군중 사이에서 사람들과 다시 연결될 때, 우리는 낯선 이들과 맺은 새로운 관계, 그 관계 속에서 함께 발견한 것에 영향을 받으며 자기 자신을 찾는 새로운 방법, 자신을 발명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된다.

314p. 어쩔 수 없이 문을 걸어 잠가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삶을 축소하려는 유혹에 저항하고 이방인이 가져다줄 수 있는 미래를 상기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3 4 5 6 7 8 9 10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