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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俠女 A Touch of Zen 69년) 무협영화의 전설 | 지난영화(90년대이전) 2010-09-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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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원제 : 俠女

영어제목 : A Touch of Zen

제작 : 1969년 대만

감독 : 호금전

수상 : 1975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및 기술대상

DVD 출시제 : 협녀

장르 : 무협, 액션, 사극

 

 

오래전에 한 영화잡지에서 '호금전의 협녀나 스파이크 리의 똑바로 살아라 같은 영화를 본다면 더 이상 벤허나 바람과 함께 사리지다 같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것이다' 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물론 이건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그만큼 '협녀'라는 영화가 상징하는 '무협영화'로서의 역사적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기사에서 '협녀'라는 영화에 대한 갈망을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완성도에 대한 존중도 있겠지만 1967년 3월 호금전 감독의 '방랑의 결투(대취협)'가 개봉한 이후 우리나라에 '무협영화'가 봇물처럼 터지게 되었음에도 '협녀'는 개봉이 되지 않은 영화라는 아쉬움도 함께 묻어있었을 것입니다.  즉 60-70년대 극장에서 영화를 본 세대들도 왕우의 외팔이나 이소룡의 정무문이나 장철의 13인의 무사는 알아도 협녀는 사실 생소한 영화, 미지의 영화로 오랜기간 자리잡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이 영화가 개봉이 안 된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3시간이나 되는 긴 상영시간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협녀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미지의 영화'였지만 서구에서는 오히려 꽤 많이 알려진 영화로 1975년 칸 영화제에 지각출품되어 경쟁부문에 올랐으며 기술대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서구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책'죽기전에 꼭 봐야할 1001편의 영화'에서 방랑의 결투와 함께 나란히 목록에 오른 호금전 감독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협녀는 굉장히 단순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입니다.  호금전 감독 스스로가 시나리오나 스토리에 의존하는 인물이 아니고 '플롯이 간단하면 스타일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라고 스스로 이야기를 할 만큼 비주얼에 더 신경을 쓰는 스타일리스트입니다.

 

벼슬에는 뜻이 없고 그림과 학문을 좋아하며 초상화를 그리는 직업을 가진 30세의 선비 고성제는 어느날 귀신이 나온다는 옆 폐가에서 늙은 유모와 함께 살고 있는 양낭자를 알게 됩니다. 고성제의 어머니는 나이가 꽉 찬 아들과 배필을 맺어주고 싶어하는데 사실 양낭자의 정체는 역적으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충신의 딸 양혜정으로 그곳에 은둔하며 숨어지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양혜정을 돕는 곽장군과 노장군 역시 신분을 위장하여 마을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쫓는 무리들에 의해서 결국 양혜정의 은신처가 발견되고 이들은 침입해 오는 관리들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이런 와중에 양낭자의 사연을 알게 된 고성제는 얼떨결에 그들에게 합류하게 되고 병법을 이용해서 많은 적들을 유인하여 물리칠 계획을 세웁니다. 

 

신분을 숨기고 은둔해 살고 있는 몰락한 충신의 딸과 그녀를 돕는 무사, 그리고 얼떨결에 그들에게 합류하게 되는 청년,   이런 설정을 보면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과 굉장히 흡사합니다.  그 영화가 배우 개개인의 심리와 등장인물의 관계위주로 설정된 것과는 달리 협녀는 스토리의 활용은 아주 기초적으로만 이용하고 있을 뿐 철저한 스타일위주의 영화입니다. 


 

 

 

긴 영화인 만큼 1부와 2주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한 청년이 옆집에 살고 있는 정체불명의 처녀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접근해가는 일반적 드라마적 비중이 높고 간혹 맛뵈기 식의 검술이 등장하고 있는데 비해 2부는 현란한 검술과 격투 장면들이 주된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1시간여의 다소 느린 진행이 끝나고 양혜정의 정체가 드러날 즈음부터는 방랑의 결투에서 이미 실력을 보여주었던 '호금전식'의 정교하고 세심한 무협이 세계가 펼쳐집니다. 강하고 투박한 남성적 분위기의 장철과 대조적으로 비교되는 예리하고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여성적 분위기의 호금전식 영상이 중후반부에 꽤 많이 펼쳐집니다.

 

협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불교의 초월적 가치관'을 함께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 적시에 등장하여 돕는 신비의 대사를 활용,  물흐르듯 부르럽게 펼쳐지는 '비살생 무술' 그리고 마치 부처님의 승천을 연상케하는 장엄한 마지막 장면은 불교에의 '귀의'를 거대한 상징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호금전을 처음 알린 '방랑의 결투'에서 정패패가 연기한 금연자 라는 여걸이 등장하여 아름다운 무예실력을 보여주었는데,  협녀에서도 제목으로 이미 짐작이 가능하듯 뛰어난 무술실력을 가진 여주인공 서풍이 등장하여 여러 차례의 결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한 석준은 책만 읽고 머리만 쓸 줄 아는 인물입니다. 


 

 

 

협녀에서 결투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는 곳은 '숲속입니다.  전반부가 끝나갈 무렵에 등장하는 '대나무 숲 결투 장면'을 비롯하여 후반부에 승려들과 현감이 펼치는 숲속의 대결은 자연미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검술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둠속의 흉가에서 수많은 적들을 유인하여 펼치는 결투는 병법과 요새를 잘 활용한 지략의 전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 협녀는 후대에 많은 영향을 준 선구적 무협영화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의미있게 나이를 먹은 영화가 된 셈이죠.  서극의 촉산이나 이안의 와호장룡 같은 작품들도 협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무영검같은 영화에서 윤소이가 펼치던 현란하고 세련된 무술미학도 21세기라는 시대적인 장점때문에 훨씬 화려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은 협녀 혹은 그 영향을 받는 작품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협녀는 너무 늦게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작품입니다.  1967년 방랑의 결투 이후 수많은 무협물과 무협스타들이 도래했고 사라져갔는데 2001년이 되어서야 부천영화제를 통해서 비로소 스크린 공개가 되었고, 이후 DVD 출시를 통하여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무협의 시대에서 선구적인 초기 작품을 우리는 후대에 과거로 돌아가서 보게 된 셈입니다. 좋은 영화를 꼭꼭 숨어있어도 결국 언젠가는 빛을 보고 알려지게 되는 것이 '영화'라는 깊은 바다의 세계가 주는 묘미일 것입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국내에 들어온 협녀도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지 어느덧 10여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 시대에 들어오지 못했지마 세월이 흐르고 전설이 되어 알려진 것입니다.  

 

ps1 : 영어제목이 'A Touch of Zen'으로 제목에서 이미 '불교'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ps2 : 후반부에 잠시 검술이 아닌 '권격대결'이 맛뵈기처럼 펼쳐지는데 마치

      '권격영화'가 전성기를 맞는 것을 예고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ps3 : 쇼 브라더스 작품이 아니고 대만에서 만든 영화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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