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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과 존엄 | 기본 카테고리 2020-04-0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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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올스 저/서창렬 역
현대문학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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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귀족에게 평생 머물고 있는 호텔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선고가 내려졌다. 한 걸음이라도 호텔 바깥으로 나가면 그는 총살이다.


평생을 집안에서만 살라고?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자가격리다, 재택이다, 집콕에 진저리가 나는 요즘 썩 유쾌한 주제는 아니었지만 정말 그렇게 살 수가 있을까 궁금해서 산 책이었다.


제정 러시아 시대의 귀족인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넓은 영지의 저택에서 승마와 사냥을 즐기고 살았다. 혁명은 그에게 가족과 재산을 빼았아갔다. 거기에 그는 모스크바 메트로플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종신연금형을 선고 받았다. 거처도 스위트룸에서 직원들이 쓰는 작은 방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피폐해지지 않는다. 호텔 식당의 헤드 웨이터로 일하면서 신사의 태도와 귀족의 품격을 유지하고 살아간다. 자신의 손바닥만한 호텔 방의 옷장 뒤벽을 뚫어 쓰지 않고 있는 옆방과 연결하여 서재를 만든다. 그는 꼬마 숙녀의 놀이 친구, 유명 배우의 숨겨진 연인, 공산당 간부의 개인 교사가 된다.


이 책은 이념, 가족, 우정, 사랑, 스릴 등 온갖 재료가 잘 조화된 섞어찌게이다. 그 중에서 내게 입맛을 다시게 한 재료는 ‘몰락’이었다. 역사와 책에서 보는 몰락이나 실패 이후의 삶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늘어난 음주량, 대인기피와 망가지는 가족 관계로 묘사된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좋든 싫든 개인을 정의하는 한 축은 그 사람의 일과 재산과 신분이다. 우리는 대박과 신분 상승을 공상해 보기도하지만 순식간에 일과 재산을 잃는 영락의 불안을 생각하기도 한다. 불안 보다 공상이 더 즐겁기도 하고 확률도 훨씬 높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전염병 때문에 무급 휴직과 희망 퇴직이 강요되고 또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세상이 아닌가.


사회적 경제적 몰락이 존재의 몰락은 아니다. 하지만 쌀이 없다고 사냥하고 채집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몰락했을 때 내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 이전에 내가 지켜야 할 존엄이 무엇인가.


약간 심각한 이야기를 늘어 놓았지만 이 소설은 대단히 재미있다.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다. 번역도 뒤로 갈수록 좋아지지만 후반에도 약간의 비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사의 점잖은 유머에 한 템포 늦게 웃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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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정수 | 기본 카테고리 2020-04-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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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저/김성기 역
한스미디어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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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본 추리소설에는 사회파 소설이라고 부르는 분류가 있다. 그냥 살인사건이나 스파이 이야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버무리는 소설을 말한다. 이 소설도 거기 속한다.


반전과 독자를 속이는 것이 추리소설의 한 덕목이라면 이 소설은 거기에 충실하다. 반정의 정수를 보여준다. 반전이 있는 작품치고 질질 늘어지다가 반전이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 온 집콕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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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공돌이 | 기본 카테고리 2020-03-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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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빌트, 우리가 지어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로마 아그라왈 저/윤신영,우아영 역
어크로스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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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에 공대에는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가 있었다. 건축학과는 디자인 중심이고 건축공학과는 구조 같은 공학적인 면이 중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교수들 전공이나 커리큘럼을 살펴 보아도 별 차이 없었다. 그냥 학과 정원 늘이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그런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과 그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공학은 상당히 다른 종류의 스킬인 것도 사실이었다.


멋진 건물을 보면 우리는 그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누구인지 생각한다. 그런데, 건축가가 ‘작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으며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구조, 재료, 소방, 냉난방, 상하수도를 전문으로 하는 ‘공돌이’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공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렇게 높은 건물이 어떻게 가능한지, 옆 건물 현장에서 파일은 왜 시끄럽게 여러 개를 박는지, 저 다리는 왜 이상하게 생겼는지 궁금한 분은 이 책을 보면 된다. 건물의 구조, 고층 건물, 화재, 재료, 엘리베이터, 지하, 상하수도, 교량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여성 구조공학자이다. 여성임을 밝히는 이유는 이 분야에서 여성은 정말로 드물기 때문이다. 쉽게 썼다. 문과라고 지레 겁 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번역도 참 잘 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공학, 즉 무엇을 만드는 법에 대한 책은 드물다. 이 책이 바로 뭘 만드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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