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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의 빛 | 독서일기 2019-08-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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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빈방의 빛

마크 스트랜드 저/박상미 역
한길사 | 2016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최근엔 훨씬 더 유명해져서 아주 많은 분들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어디선가 몇 번 본 것이 다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분위기에 반했었지요. 제가 처음으로 읽은 에드워드 호퍼에 관련된 책은 『빛 혹은 그림자』였습니다.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마이클 코널리, 리 차일드 등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작가들이 호퍼의 그림을 하나씩 맡아 소설로 쓴 것을 엮은 책이었죠. 호퍼의 그림도 볼 수 있고, 그림을 바탕으로 쟁쟁한 소설가들이 써낸 다채로운 글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아주 높은 책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은 바로 『빈방의 빛』입니다. 이 책은 시인 마크 스트랜드가 호퍼의 그림 30점에 대해 쓴 글을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은 앞의 책과 달리 혼자서 쓴 책이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색깔의 글이 담겨 있습니다. 미술을 공부했던 사람이라 독자들이 호퍼의 그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돕고요.


 이 책에 실린 호퍼의 그림들은 모두 정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한 것은 <나이트호크>, <뉴욕극장>, 그리고 <호텔의 창>입니다. 그림과 함께 각각에 대한 스트랜드의 글을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나이트호크, 1942


 차갑게 불이 밝혀진 다이너의 실내는 가로등 빛을 받아 좀더 강력한 빛을 발하는데, 이는 다이너에 어떤 미적인 성격을 부여해준다. 빛은 마치 세척제와 같아서, 그림 어디에서도 도시 특유의 더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호퍼의 그림에 등장하는 도시는 대개 사실적이기보다는 형식미가 두드러진다.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형식적 특징은 다이너가 들여다보이는 긴 창문이다. 화면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창문은 등변사다리꼴 형태로, 보이지 않는 상상의 소실점으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의 시선은 유리 표면을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사다리꼴이 수렴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초록색 타일과 카운터, 발자국처럼 한 줄로 이어지는 둥근 의자들과 그 위에 반사된 밝은 노란색 불빛이 차례로 시선의 흐름을 이어준다. 이 그림에서 우리는 다이너 안으로 들어간다기보다는 그 옆을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길을 지나다 눈에 와서 박히는 장면들처럼 이 장면도 갑작스러운, 그러나 직접적인 명료함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잠시 다른 모든 것에서 우리를 고립시켰다가 이내 가던 길을 가도록 놓아준다. (p.17-20)



뉴욕극장, 1939


 안내원이 서 있는 곳은 마치 예배당처럼 느껴진다. 이에 반해 관객들이 앉아 있는 곳은 땅밑처럼 어둡다. 은막보다는 홀로 있기를 선택한 내향적인 안내원에게 마음이 가긴 해도, 우리의 처지는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과 훨씬 더 유사하다. 결국 우리도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우리가 이 그림 앞에 서 있는 모양은 안내원과 더 닮았을지도 모른다. 그림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들여다보고 있는 거라고 한다면, 내면을 '보고' 있는 안내원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가 설명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우리의 시선이 그림의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옮겨가면서, 우리는 두 가지 모순적인 충동―'그림'을 보고, '그림 속을' 들여다보는―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는 이 그림에서, 호퍼의 다른 그림에서처럼 그림의 기하학적 요소와 서사성이 부딪치며 빚어내는 드라마를 보는 대신, 이 둘이 함께 작용하는 것을 본다. (p.75-77)



호텔의 창, 1956


 길 가까이 있는 큰 기둥은 로비에서 흘러나온 빛 또는 그림의 왼편 너머에서 온 빛을 받아 부분적으로 빛나고 있다. 길 건너편으로 유령처럼 형체를 분간하기 힘든 건물의 앞면이 희미하게 보인다. 로비엔 여자가 앉아 있는 믿을 수 없이 작은 파란색 소파와 (오른쪽 끝에서 가운데가 잘린) 탁자와 램프 그리고 그림이 있지만, 로비는 놀라울 정도로 텅 비어 보이고, 심지어 음산하기까지 하다.

 (...)

 그녀는 곧 떠날 것 같지만, 동시에 그냥 머무를 것 같기도 하다. 여자는 완벽하게 '중간적'인 순간 속에서 쉴 장소를 찾아낸 것이다. 그녀는 왼쪽을 보고 있고, 그녀의 기다림도 왼쪽을 향해 있지만, 그림 속의 나머지 것들은 오른쪽으로 미끄러지고 있는 듯하다. (p.83-85)


 이 책과 함께 호퍼의 그림을 만나면서, 저는 이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숨겨져 있던 제 안의 고요함, 고독함과 대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크 스트랜드의 글 덕분에 저 혼자서라면 절대 보지 못했을 부분까지 보면서 그림을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요. 이 책을 읽은 후엔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책을 찾아보았는데, 현재 모든 책이 절판된 상태네요. 저는 도서관에서라도 찾아 읽을 예정이지만, 또 호퍼에 대한 다양한 책이 출간되어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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