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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 독서일기 2020-04-0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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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 저/노순옥 역
모멘토 | 201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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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한승태의 『고기로 태어나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어렴풋이는 알았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공장식 축산을 제대로 알아보기로 한 것이요. 훌륭한 제목을 가졌고 국내 저자의 책이었기에 집어 든 그 책은 제게 정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고서도 저는 아마 고기를 줄이긴 해도 완전히 끊지는 못할 것이었고, 덕분에 제가 살아가는 동안 무수히 많은 이름 모를 생명들은 희생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고기를 먹을까? 왜 나는 동물들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기를 완전히 끊을 수 없을까? 어떻게 이런 잔인한 시스템이 이렇게 조용히 잘 작동하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이후엔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양한 책들을 서점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진 바우어의 『생추어리 농장』,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과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마르타 자라스카의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 황윤의 『사랑할까, 먹을까』 등. 그리고 가장 먼저 읽은 책이 바로 이 책,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입니다.


 이 책 역시 『고기로 태어나서』에서 다룬 것과 비슷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깨끗하게 포장된 고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동물들이 어떤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동물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동물의 고통에 점점 어떻게 대처하게 되는지. 이전에 읽은 책에서 이미 받을 충격은 다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러한 내용을 읽는 것은 여전히 괴로웠습니다. '한 조각 한 조각 죽어가는' 동물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저를 포함한 모든 인간에 대해서 혐오가 생길 지경이었습니다.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폭력적 이데올로기는 자발적인 참여자를 요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진해서 동물을 해치려 들지는 않는다. 따라서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강요해야 한다. 한데 강요는 노골적이 아니어야 효력이 있다. 동물의 신체를 사서 먹을 때 우리는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고 믿어야 한다. 자유의지의 신화를 믿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아무도 우리 머리에 총을 겨누고 고기를 먹게 하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젖을 떼는 순간부터 우리는 동물을 먹었다. 예컨대 거버 사 제품인 칠면조와 쌀이 든 이유식을 당신 의지로 선택했는가? 어릴 적 맥도날드에서 해피 밀을 사먹을 때는 어땠는가? 의사와 부모와 교사가 고기를 먹으면 힘이 세진다고 했을 때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는가? 파스타에 얹힌 미트볼을 보고 이건 뭐로 어떻게 만들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혹 그런 의문을 가졌었다면, 주위의 사람들은 당신에게 진실을 찾아 의식의 빈 부분을 채우라고 격려했는가? 아니면 얼른 원래의 마비 상태로 되돌려 놓으며 육식의 미덕을 다시 확인시켰는가? (p.155)


 이 책은 또 다른 내용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제가 궁금해했던 그것,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가'의 실마리를요. 우리는 동물을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동물을 먹는 것은 정상이며, 자연스럽고, 필요하다고 정당화합니다. 먹는 대상이 되는 동물을 우리와 같은 생명이 아니라 물건인 것처럼 대상화하고, 이름 붙여 사랑하고 키우는 개와 고양이 등과는 달리 추상적으로 여기죠. 우리 중 누구도 식탁 위에 올라온 돼지, 소, 닭의 이름이나 그들의 생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사실 그들의 생이란 게 다 비슷할 것이긴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이렇게 만든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시스템이란 게 다 그렇듯 잘 보이지도 않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 하나가 고기를 덜 먹는다고 세상이 달라지기라도 할까요? 물론 단번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연하죠. 하지만 모든 것이 바로 '나 하나'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우리는 이 여정에서 혼자가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 물결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고, 알리고, 실천하고, 증언하다 보면 정말로 지금의 이 시기를 '동물들의 홀로코스트'로 부를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가 그날이 왔을 때 '그들의 고통을 알지 못했다'며 변명하지는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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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독서일기 2020-04-0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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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아툴 가완디 저/김미화 역
동녘사이언스 | 200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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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툴 가완디의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을 읽었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현대의학을 부정하는 위험한(?) 책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원제는 『Complications』입니다. 단어 "complication"은 "(곤란한) 문제"를 의미하며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복수로 쓰이면 "합병증"의 의미도 있다고 하네요. 저자는 하버드 의대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외과 의사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와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이 책을 통해 대체 현대의학의 어떤 부분을 고백하고자 한 것일까요?


 사람들이 외과의들을 빈정대며 하는 말이 있다. "때로 틀린다. 하지만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말이 내게는 힘으로 느껴졌다. 날마다 외과의들은 불확실한 것들과 대면한다. 정보는 불충분하고, 과학은 모호하고, 자신의 지식과 능력은 결코 완벽하지 못하다. 가장 간단한 수술조차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아니 환자의 생명이 무사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처음 수술대 앞에 섰을 때 나는 이 수술이 환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모든 과정이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지혈도 잘 되고, 감염이나 장기손상도 없을 것임을 의사가 어떻게 알까 궁금했었다. 물론, 의사는 모른다. 그래도 그는 가른다. (p.27)


 저는 원래 의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중학생 때는 정말 진지하게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지금도 여전히 의학이라는 학문 그 자체에도, 그리고 여러 의료 제도와 의료인의 현실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 블로그에 리뷰를 쓴 책 중에서도, 이국종 교수님의 『골든아워』를 비롯하여 의사가 쓴 책이나 의학에 관련된 책이 아마 몇 권 있을 거예요. 실제로 읽은 건 훨씬 많고요. 아무튼 이렇게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일까요? 제가 의학을 대하는 태도랄 게 있다면, 신뢰하면서도 동시에 그 한계를 인정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람들 모두가 저와 비슷한 생각과 태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때로 이 생각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건이 벌어지곤 하는데, 대표적으론 의료사고가 있습니다. 뉴스에서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의료사고들 중에는 물론 환자로서 정말 분노할 만한 일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 일도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뉴스들을 보면서 생각하곤 하죠. '환자가 잘못될 때마다 의사를 고소하면, 세상에 남아나는 의사가 있을 수 있나? 의료 과실의 처벌 기준은 대체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의학의 불확실성을 잘 드러냅니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에피소드에서 의사들은 헤맵니다. 피부를 칼로 가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환자가 고통받는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잘못된 진단을 내리고,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하지만 의학 역시 사람의 일이고, 사람의 일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물론 그 대상이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에 더 불확실한 지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우린 이미 이걸 잘 알고 있죠. 사람이란 모두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라는 것 말이에요. 하물며 사람의 몸은 오죽하겠어요.


 책을 읽으며 저는 의학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불확실한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어려움과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살아있는 우리 모두는 이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알아야 하고, 또 그들이 앞으로도 이 싸움을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 싸움 가운데에서도 기적이 피어나,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엘리노어에게 벌어진 일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엘리노어가 자신의 다리로 걸어가 바다를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고 아프지 않을 수 있었으면,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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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 독서일기 2020-03-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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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정지혜 저
유유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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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적인서점'을 운영하시는 정지혜 님의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를 읽었습니다. 사적인서점은 일반 서점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서점으로, 책 처방 프로그램을 예약한 손님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은 후 추천하는 책을 골라 보내주는 곳이었습니다(지금은 고정된 공간에서 책 처방을 하는 방식의 사적인서점은 중지된 것 같네요). 저자는 어떻게 이런 방식의 서점을 열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책은 나를 성장시키고 꿈을 꾸게 해 주었으며, 위로와 용기가 되어 주었고, 이제는 내 밥벌이까지 책임지고 있다. 책이 없었다면 내 삶이 얼마나 가난했을까.

 이렇게 좋은 걸 나만 알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전하고 싶었다. 책과 만나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를. 책 한 권 읽는다고 인생이 뚝딱 바뀌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책이 곧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열매를 맺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설령 싹을 틔우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씨앗이 없으면 그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에 가능성을 심는 일이다.


 책을 읽은 덕분에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 최초의 사회적 인정도 얻었고, 책 읽는 게 유일한 취미 생활이던 때도 있었고, 첫 실연의 상처를 아물게 해 준 것도 책이었다는 저자에게 책이란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 좋은 걸 다들 왜 안 읽을까?', '사람들이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자주 하곤 하거든요. 물론 책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요. 나름대로 추천 목록도 작성해 보고, 직접 책을 사서 선물해 본 적도 있지만 책을 안 읽던 사람을 읽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나마 승산이 조금 보이는 경우는 일 년에 몇 권이라도 책을 읽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인데요, 이것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포기해버리고 말았죠. '이 좋은 책, 내가 다 읽지 뭐!'라고 생각하면서요.


 언제나 생각만 하고 행동은 없는 저와는 달리, 저자는 어떻게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편집자에서 서점 직원으로, 그리고 서점 주인으로 발을 옮기며 어떻게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는 모습이, 그리고 그 용기가 정말 멋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내용도 정말 많았고, 좋은 책도 많이 알게 되었고요. 제가 전에도 썼던 것 같은데요, 역시 책, 도서관, 서점에 관한 책은 배신하는 법이 없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저자의 인스타그램에 갔더니 다음 책을 또 준비 중이시라고 하네요! 그 책 역시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저는 또 책에 대한 애정을 가득 채운 채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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