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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저, | 독서 후기 - 소설 2018-02-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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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저/김경남 역
모비딕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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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1. 목.

 

마쓰모토 세이초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몇 년 전에 꽂아놓은 책이 어제 갑자기 나를 부르는 듯한 느낌에 꺼내서 슬쩍 폈다가 그대로 끝까지 다 읽었다. 정말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가독성이 뛰어났다. 궁금증이 점차로 증폭이 되기에 도저히 중간에 놓을 수가 없더라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라고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 이제 시작이니 계속 이 작가의 책을 찾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요정<고유키>는 기계공구를 취급하는 야스다상회의 경영자인 야스다의 단골 술집이다. 일과 관련된 공직자들을 접대하기 위해 찾는 술집인데, 돈 씀씀이도 크며 친절하고 인물도 편안하게 생긴 40대의 남자기에 종업원들과도 친밀한 편이다. 어느날 야스다는 <고유키>종업원인 가네코와 야에코에게 이른 저녁을 사겠다며 약속을 한다. 그리고 식사를 한 뒤에 자신은 가마쿠라에 간다며 기차역에서 배웅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이들은 출근시간이 늦었음에도 단골 고객이기에 거절하지 못한다. 그리고 도쿄역의 플랫폼에서 서 있던 세 사람은 건너편의 기차를 타기 위해 서있는 또다른 <고유키>의 종업원인 오토키를 발견한다. 오토키는 어떤 남자와 함께였고 두 사람의 얼굴이 환해보여서, 함께 밀월여행이라도 가는가보다라고 가네코와 야에코는 생각한다. 그리고 며칠 후, 하카타역의 세 정거장 전 역인 가시이역의 해변에서 두 사람은 시체로 발견된다. 너무도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듯한 모습과 그 옆에 청간가리가 담겨진 쥬스병이 발견됨으로써 두 사람은 동반자살한 것으로 여겨진다. 남자는 현재 비리사건에 연류되어 조사를 받을 예정인 정부의 **성의 과장대리인 사야마로 밝혀지고 함께 죽은 오토키는 술집의 여자로써 불륜의 관계에 있다가 동반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처리하려 한다. 

 

가시이 경찰서의 베테랑 노형사인 도리카이 주타로는 남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기차식당의 영수중에 1인으로 찍혀있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되고, 도쿄 경시청에서 내려온 젊은 미하라 기이치 형사도 그 말을 듣고 역시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죽은 여자의 근무지였던 <고유키>를 방문해서 종원들을 탐문하다가 도쿄역에서 오토키와 남자를 목격한 얘기를 듣게 된다. 굳이 기차역 배웅을 청했던 야스다 사장이 건너편 오토키를 먼저 발견하고 두 여종업원에게 알렸던 사실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야스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야스다의 모든 행적은 사건과 무관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사건장소와는 다른 곳에 있었다는 며칠 간의 알리바이가 완벽하다. 심지어 곳곳마다 목격자가 나타나서 증언을 해준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마쿠라에서 요양 중에 있는 아내 료코를 만나러 가는 야스다는 순정남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목격자가 너무도 확실하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듣다보니 굳이 만날 필요가 없는데도 일부러 목격을 유도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미하라형사는 점점 의문이 커진다. 일부러 목격을 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범죄를 덮으려는 의도를 느끼는 형사의 예리한 감각. 그리고 완벽해 보이는 야스다의 알리바이에서 헛점을 발견하기 시작하는데...   

 

뭔가 수상하고 찜찜한데, 알리바이는 너무도 완벽할 때, 형사들은 어떻게 할까. 대부분은 그냥 사건을 덮지 않을까. 도리카이형사처럼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거나, 미하라형사처럼 끝까지 사건을 추적해서 진실을 밝혀낸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것이고, 무엇보다 심신의 피로감이 커서 무척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형사들이 있기에 미제사건이 하나라도 줄어드는 것일 것이다. 미하라형사가 야스다의 행적 조사를 위해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보면 열정과 더불어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머리가 좋은 것도 필요하지만, 형사의 예리한 촉과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꼼꼼함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다. 도쿄역의 4분을 포착한 야스다, 야스다의 병든 아내인 료코가 쓴 수필 "숫자가 있는 풍경"은 정말 감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사회파 추리소설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사야마의 죽음이 이 시대(1950년대 후반) 일본 공직사회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윗선과 거래처사장의 결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스다 부부에 의해서 이용당하다가 어이없는 죽음에 이르게 된 오토키의 사연 또한 안타깝다. 일본의 1950년대 후반의 모습인데, 우리나라의 요즘 모습과도 많이 흡사하다. 자신의 비리는 물론 윗선의 거대한 비리를 덮기 위해 자살을 택하는 하위 공직자들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혼자서 다 안고 간다는 마음으로 선택을 하는 과잉충성, 혹은 등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죽게 되는 타살같은 자살, 알면서도 모른척 하며 고개를 돌리는 자살방조 등등은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여기에는 부패와 비리, 썩은 돈다발이 얽히고 설켜있다는 게 공통점으로 작용한다.      

 

조작과 우연, 필연, 모든 것은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덮고 만들어 낼수 있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 헛점은 반드시 밝혀지리라 본다. 진실은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그 모습을 드러내니까.

 

이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부분은 야스다의 아내인 료코가 쓴 수필 "숫자가 있는 풍경"이다. 몸이 안좋아서 거의 외출을 할 수 없는 료코가 독서와 더불어 글을 쓰는데, 남편이 올 때마다 가지고 오는 기차표를 보며, 거기서 즐거움을 얻는 얘기다. 각각의 역에서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을 보며 교차시간을 찾아내고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내리는 것을 상상하며 마음속 공상으로 여행을 하는 장면이다. 병자가 쓴 수필이기에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미하라형사는 힌트도 얻는다. 그 수필의 일부를 올리며 리뷰를 마친다.

 

내가 이렇게 병상에 앉아 나의 여윈 손가락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국의 여러 지방에는 일제히 기차가 정차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인생에 따라 기차에 타거나 혹은 내린다. 나는 눈을 감고 그린 정경을 상상한다. 그러다 보면, 그 시간에 각 선의 어느 역에서 기차들이 교차하는지까지도 발견한다. 무척 즐겁다. 기차가 교차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필연이지만, 타고 있는 사람들이 공간적으로 교차하는 것은 우연이다. 나는 지금 이순간, 여러 고장에서 펼쳐지는 스쳐 지나가는 인생을 한없이 공상할 수 있다. 타인의 상상력이 만든 소설보다도 자신의 공상이 훨씬 흥미롭다. 꿈이 떠다니는 고독한 즐거움이다.

  한자와 숫자로 가득한 시간표가 요즘 나의 애독서이다.       --- 137p. - 1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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