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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절일기

김연수 저
레제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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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몸에 불과하지만, 달을 바라볼 때 우리는 거기에도 있다.

오늘 다시 그 달이 새롭게 눈을 뜬다.

이해할 수 없다 해도, 그럼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삶처럼.

- 김연수, 2014 6 28일」, 『시절일기』



S 선배에게


선배, 오랜만이에요. 선배가 있는 그곳은 어때요. 나는 여전해요. 올해는 여름부터 많이 아파서 고생을 좀 했어요. 의사는 한숨을 푹푹 쉬다 화까지 버럭 내며 이제는 정말 결정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데, 선배가 누구보다 잘 알다시피 사실 병 앞에 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쉽게 결정할 수 없어요. 지금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삶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결정을 유예해둔 상태로, 시간은 계속 흐르고, 건강은 점점 악화가 되고, 의사의 압박은 강도가 심해지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여름을 보냈어요. 사실 노인이나 약자에겐 무더위만도 치명적인데 그 와중에 건강 상태까지 최악이니 몸도 마음도 급격하게 무너지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한 일은무조건 걷기였어요. 걷거나 달리거나. 달리거나 걷거나. 여름의 이른 새벽에도 헤드 랜턴을 쓰고 달리고, 여름의 저녁과 밤에도 틈만 나면 걸었어요. 마치 그러면 문제가 저절로 해결이라도 될 듯이. 그리고 그런 시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본 것이 바로 이었어요. 달은 그때그때 모습을 바꾸고는 있었지만 항상 거기에 있었어요. 밤에도 새벽에도. 그 달을 볼 때마다 조금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나는 아픈 후로 엄마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선배도 알잖아요. 우리 엄마가 많이 약하고 아팠던 것. 엄마는 항상 나에게 착하고 고마운 딸이라고 해서 나는 내가 정말 그런 줄 알았는데, 막상 나이가 들고 내 몸이 아프고 보니, 엄마가 참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나이의 엄마는 이랬는데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래서 종종 엄마, 죄송해요.’ 속으로 말해요.


최악이었던 한 여름동안 읽었던 책이 바로 『시절일기』예요. 선배도 알잖아요. 내가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는 거. 선배는 김연수 소설이 어려워서 잘 안 읽힌다고 말했지만, 나는 나와 비슷하게 닮아서 김연수가 좋다고 했죠. 엄마 돌아가시고 1주기를 맡기까지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놓았던 것도 김연수의 책이었어요. 나한테는 일종의 Emergency Kit이자 Survival Kit였던 셈이죠.

가장 힘들었던 그 시기를 견디게 해주었던 게 김연수였던 것처럼, 올 여름을 견디게 해준 것도 김연수였어요.

그 여름의 달과 달리기, 그리고 김연수가 나를 살렸습니다.


타자에 대한 윤리의 기본은 그냥 불편한 채로 견디는 일이다. 이렇게 견디기 위해서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고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고 시인들은 시를 쓴다. 마찬가지로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소설과 시를 읽고 영화를 본다. 애도를 완결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 (p.44)


애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관련된 것이기도 해요. 나는 나를 연민하지 않아요. 슬퍼하지도 않아요. 그저 나의 상태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견딥니다. 그러기 위해 나는 걷고, 달리고, 책을 읽어요. 소설을 읽고 시를 읽습니다.

내가 지금의 상태가 된 것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 유전에 의한 것이고 알 수 없는 원인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누군가를 원망할 수는 없으니까요. 남 탓을 하느니 묵묵히 이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깐나는 책을 읽는 거예요. 달리는 거구요.


해 들어 처음 읽은 책도 『시절일기』입니다.

김연수의 산문을 읽다보면 꽤 긴 도서 목록을 만들 수 있어요. 예전엔 책을 읽다 말고도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책을 주문하곤 했었죠. 그만큼 그가 글 속에서 언급하는 책들이 매력적이었으니깐요. ‘아휴, 얘는 지 아빠를 닮아서 책을 너무 좋아해.’ 엄마가 작게 한숨을 쉬며 타박하는 소리도 들리네요.


김연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이예요. 거실 가득 햇볕이 들어오고,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엄마는 식물들에 물을 주거나 햇볕이 잘 드는 쪽으로 화분들을 옮기고 계세요. 나는 책을 읽고 있구요. 그때는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돌아보면 무척 행복한 기억이 되어버린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이 문장.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그때는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간다는 청춘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젠 그 그림자가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에 방점을 찍게 되었다는 게 다르기는 하지만요.


김연수는 『시절일기』를 쓰면서 또 하나의 시절에 마침표를 찍는”(p.9)다고 말하는데, 그 문장을 읽다가 문득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가 떠올랐어요. 선배가 어느 해인가 내 생일에 선물해줬던 책이기도 해요. 


김연수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신의 밖으로는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세계의 끝을 볼 수 없다는 말은, 내게 바깥을 향해서는 아무리 외쳐도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말로 들렸다. 그러니 대답을 들으려면 세존의 말씀대로 인식과 마음을 더불은 이 한 길 몸뚱이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리라. 그 일이 내게는 글쓰기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혹은 이 세계에 일어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를 끄적이는 일이었다. (pp.7-8)

 

나는 이러한 김연수의 글쓰기가 프루스트와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했어요. 프루스트가 글쓰기를 통해 담으려고 했던 것도 결국은 우리의 모든 삶이었으니까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은 한국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제목으로 번역, 소개되었어요. 선배가 선물한 민음사본 역시 이 제목으로 출간됐었죠. 그런데 파리대학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1세대 프루스트 전공자인 이형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 책을 번역하면서, 책 제목을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로 바꾸었더라구요. 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이형식 교수에 의하면, ‘시간은 독립된 실체가 없는 일종의 허개념으로 잃거나 되찾을 수 없는 반면시절은 이미 겪은 실존의 퇴적물로 기다림이나 명상 혹은 모색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더라구요. 이 작품의 말미에서 화자가잃어버린 시절(le temps perdu)’이 곧옛날(les jours anciens)’을 가리킨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걸 근거로 들면서 말이죠. 그래서 잃어버린 시간보다는 잃어버린 시절이 적합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어요.

 

김연수의 책 제목이 그냥 일기시간일기가 아니라 시절일기여야만 했던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을 통해서 쓴 것은 유년과 사랑, 정념과 예술, 그리고 죽음까지를 망라하는 인간 삶의 총체였습니다. 그는 인간 내면과 삶의 총체적 모습을 서술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정된 존재라기보다는 정황과 지각에 의해 점차 드러나고 형성되는 유동적인 존재들입니다. 나는 이것이 김연수의 글쓰기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절일기』와도 닮아 있구요.

 

프루스트는 무려 14년 동안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를 집필했어요. 이 작품은 일곱 편의 연작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의 마지막 권의 제목은 『되찾은 시절』입니다. 이 방대한 소설의 결말은 기억의 힘이 지나간 시간을 다시금 찾아내게 한다는 거였어요. 사라진 줄 알았던 시절들이 어떤 계기와 사건을 통해 부활하게 되면서 말이죠.

 

김연수는 2015 4 15일의 일기에서 외젠 뷔르낭Eugene Burnand의 그림 <부활 아침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Disciples Peter and John Rushing to the Sepulcher the Morning of the Resurrectio>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 이 세계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온 동네 꽃들이 모두 피어나던, 내 고향의 부활절 풍경이 그런 새로운 빛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p.94)

 

물론 이건 예수의 부활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뷔르낭의 그림을 설명하면서 김연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이런 거였어요.

 

뷔르낭의 그림 속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예수의 무덤으로 달려갑니다.그런데 부활의 의미를 생각할 때, 예수의 무덤이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부활에서 중요한 건 입니다. 부활이란 새로운 빛을 접하는 일이기 때문이예요. 어둠 속에서 우리는 어둠만을 볼 뿐입니다. 그게 바로 인간의 슬픔과 절망이예요. 그래서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이 이 세계를 다르게 보려면 빛이 필요합니다. , 빛을 알아본다는 것은 이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배운다는 뜻이예요.

 

여기까지 이해하고 나면 김연수의 말이 와닿습니다. 김연수가 유년 시절 보았던 부활절 아침의 벚꽃들은 빛이었어요. 어둠 속에서 어둠만 볼 수밖에 없던 우리가 빛을 보게 될 때 새롭게세계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 빛이 비록 아주 희미하고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벚꽃의 환한 빛으로 부활한 그 부활절의 기억이 그를 슬픔과 절망에서 건져줍니다. 어떤 기억은 이토록 힘이 셉니다. 어떤 빛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죠.  

 

여름밤엔 낮 동안 집안을 가득 채운 더운 열기를 빼기 위해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어요. 그때마다 목을 길게 빼고 하늘을 올려다봤지요. 어떤 날은 구름에 가려 있기도 하고, 그믐엔 달이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대개는 달이 거기에있었습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의 황홀함과 안정감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 달을 보려 늘 하늘을 올려다본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겨울엔 반대예요. 낮동안 아주 잠깐이라도 햇볕이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활짝 열어두었던 블라인드들을 닫으며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달은 창문을 열면서도 볼 수 있지만, 블라인드를 닫으면서도 볼 수 있거든요. 계절은 바뀌었지만 달은 여전히 거기에있어요. 올 겨울은 유난히 환한 밤이 많았던지라 블라인드를 닫기 전 한참동안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습니다.

 


이 표지는 한 해 동안의 달의 모습을 형상화한 거라고 해요. 달이 차고 기우는 365일을 모두 기록해서 표지로 만든 것이죠. 마치 매일 일기를 쓰듯이 성실하게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빛을 받으면 표지의 달들이 반짝여요. 어느 주말 오후, 거실로 들어온 약한 빛에 나는 이 표지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밤에 읽으면서는 몰랐던 영롱한 빛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빛은 달빛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리고하나하나의 점, 그러니깐 각각의 별들을 이으면 별자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 3 25일의 일기에서 김연수는 연대표timeline와 역사history에 대해 말해요. 연대표가 별들의 밝기를 기록하는 일과 같다면, 역사는 독립적인 사건들을 서로 연결해 별자리를 만드는 일과 같다는 것이죠. 그런데 역사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대도 별자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삶은 구불구불 흘러내려가는 강을 닮아 있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곧잘 지체되며, 때로는 거꾸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지만, 그때가 바로 흐름에 몸을 맡길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쉼없이 흘러가는 역사에 온전하게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근대 이후의 인간, 동시대인이 됩니다. 그때 저는 온전히 인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깊은 밤의 한가운데에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역사의 흐름에 몸을 내맡길 때, 우리의 절망은 서로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 문학의 위로는 여기서 시작될 것입니다. (p.301)

 

김연수는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써요. 도도한 역사에 몸을 맡긴 것은 무기력한 개인들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읽어주는 동시대인으로서의 우리인 것이라고 저는 해석했어요. 김연수는 개인에 함몰되지도 않고, 개인에 침잠하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아요. 동시대인으로서의 우리를 보고, 우리가 이어진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때, 설령 깊은 밤의 한가운데서도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각자가 하나의 별일지 몰라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선배와 나의 물리적 거리만큼이요. 그러나 우리는 각자 희미하게나마 빛을 발하고 있고, 그 빛을 서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둠 가운데서도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에요. 그런 우리 각자가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고 힘주어 낙관적으로 말할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희망은 해봅니다.

 

왜냐하면 이 리뷰의 맨 첫머리에 인용한 2014년 6월 28일의 일기처럼, 우리는 이 몸에 불과하지만, 달을 바라볼 때 우리는 거기에도 있으니까요. 오늘 다시 그 달이 새롭게 눈을 뜨니까요. 이해할 수 없다 해도, 그럼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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