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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리학의 가장 큰 분야인 응집물리학을 소개하는 대중교양서 | 도라지꽃(Book) 2021-10-1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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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물질의 물리학

한정훈 저
김영사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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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그렇듯 올 10월에도 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또는 의학), 평화, 경제학 이렇게 여섯 개부문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되었다.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마나베 슈쿠로(미국),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조르조 파리시(이탈리아)가 공동 수상했는데, 마나베와 하셀만은 기후의 물리학적 모델링과 지구온난화의 수학적 예측 가능성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파리시는 원자에서 행성 단위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적 체계에서 무질서와 변동의 상호작용을 발견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노벨 물리학상은 과학 분야 중 좁게는 물리학, 넓게는 천문학, 지구과학에 종사하는 과학자들 및 공학자들이 받을 수 있는 상 중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저자인 한정훈 교수의 스승인 데이비드 사울레스 교수 (그는 워싱턴대학교에서 이 교수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시 201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다. 응집물질물리학자인 그는 물질의 ‘위상적 상전이’와 ‘위상학적 상태’를 발견한 공로로 마이클 코스털리츠, 덩컨 홀데인과 공동으로 이 상을 받았다.

 

이 책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데이비드 사울레스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자 그의 제자인 한정훈 교수에게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 대개는 데이비드 사울레스의 업적을 설명해달라거나 노벨상 해설을 강연해달라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위상 물리학 이론’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설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론물리학의 언어는 수학인데 수학을 배제한 채 이론을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론물리학자인 저자는 응집물질물리학, 즉 ‘물질의 물리학’에 대해 집필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물리학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대중과학 서적들이 ‘우주’나 ‘입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이 책이 다루는 것은 ‘물질’이다. 즉, 원자와 양자역학이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영역이 아닌 초전도체, 초액체, 양자 홀 물질, 그래핀, 디랙 물질, 위상 물질 등 실험실에서 다루는 물질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양자 물질’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일반 대중들에게는 매우 어렵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이 책은 이러한 양자 물질 전반에 관한 연구들의 흐름과 계보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사실 대중교양서를 쓸 때 ‘대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글의 수준이나 글에서 다룰 내용들이 달라지게 될텐데, 그때의 대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글을 쓰는 전문가나 전공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난해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꼭 ‘과학’에 국한되어서만이 아니라, 대체로 모든 전공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대중교양서를 쓸 때 똑같이 맞닥뜨리는 문제일텐데, 그 수위나 수준을 잘 조절하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을 적정점을 찾는 게 관건일 것 같다. 언제나 난이도가 문제인 셈인데, 이 책의 저자인 경우 일반 대중들에게 생소한 ‘양자 물질’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비장의 무기를 사용했다.

 

첫 번째는 다양한 비유들을 들어 설명하는 것(그러나 이것은 양날의 검일 수 있다. 초보자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입문을 도와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이해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이고, 두번째는 노벨상을 수상한 많은 인물들을 다뤘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계보’와 흐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노벨상 수상자들도 대체로 스승과 제자, 혹은 동료들로 연결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던 물리학자들의 계보를 살펴보다보면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지적 배경들, 관심이나 연구의 추이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역사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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