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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비도 不笑非道 | 도라지꽃(Book) 2011-02-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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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못난 시들

김지하 저
이룸 | 200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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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이십 년 동안 수면제 없이는 살지 못했던 삶.

수면제 없이 자는 서너 시간의 잠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

두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에 만족하는 삶.

마음에 가득했던 분노들을 비우는 삶.

왜 그렇게 못났냐? 미당처럼 큰어른답게 살라는 사람들에게 허허 웃는 삶.

 

그런 개인을, 이제는 혹사시키지 말고 자유인으로 개인으로 살 수 있게 제발 놔두면 좋겠다.

그를 상징성에 가두지 말자. 조르바처럼 살 수 있게 이제는 그를 풀어 주자. 더이상 들들 볶지 말자.

언어의 폭력이 그를 또 다시 감옥에 가두고 있다. 일상이 폭력이 된 자들이 휘두르는 칼날 같은 말이, 못난 말이.

 

우리는 왜 아버지라는 존재를 파괴하려고 하면서, 그에게 끊임없이 아버지라는 모델을 짐지우려 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건 아버지의 부정(否定)이 아니었던가?

 

좌익에선 배신자/ 우익에선 빨갱이/ 중간파는 찢어 죽일 놈/ 뭐 이런 것들.

 

그의 시에서 그의 분노와 어리둥절함, 슬픔을 본다.

씹지마, 나는 음식이 아니야.

인간은 씹는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이야.

 

그의 마음 속에 내리는 비를 본다.

 

끝끝내 지켜준 불쌍한 아내를

고생 끝에 대학도 못 간, 애비 원망할 줄도 모르는 두 아들을

아버지의 그늘로 놀라 병들었으나 도리어 아버지를 구원하는 두 아들들을 향한 마음을 본다.

스스로를 아날로그 꼰대에 중년 외톨이라고 부르는 일흔의 한 사나이의 뒷모습을 본다.

 

사람들은 종교적으로 보이는, 그래서 낯설고 생소한 것처럼 보이는 단어나 용어들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 역시 일정 부분 당혹스럽고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 됐건 종교의 자유도 있고 표현의 자유도 있는 나라에서

개인의 자유를 묵살하고 노골적이고 폭력적으로 못살게 굴고 해코지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고 비정상적인 행위이다. 생소하고 낯선 것들에 대해 자행되는 무례가 합리화되거나 용서될 수는 없다. 남의 눈의 티끌을 보는 그 정교함으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그 아둔함이 안타깝다.

 

북극은 이미 녹아가고/ 적도엔 눈이 내립니다.

 

김지하는 노자의 불소비도 不笑非道를 말한다. 비웃음을 받지 않으면 진리가 아니다.

근사하거나 우아하거나 괴팍하거나 심오하거나 난해하지 못한 시를 쓰는 그는 그래서 많이 힘들어 보인다. 이해받지 못한 자는 서푼 짜리 분노로 가슴이 불탄다.

 

그러나,

 

시인은/ 성인이기를 끝까지 거부하는 자/ 매일 매 순간/ 인격을 허물어서/ 비로소 사는 자.

 

가 아니던가?

 

시인이란 건/ 언제나/ 언제나/ 그저/ 꼽사리

 

나 본디 태어나기를/ 목포시 변두리 달동네/ 그야말로 농민도 노동자도 아닌/ 룸펜 프롤레타리아/ 꼽사리 꼽사리 꼽사리/ 아/ 팔자다.

 

불소비도 不笑非道.

비웃음을 받을지언정 그는 그의 진리를 쓴다.

못난 시들이 씌어진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날마다 꿈없는 깊은 잠을 주무실 수 있길 바랍니다.

 

원한없이 눈물없이 미소짓고 가슴 펴시기를.

 

[덧붙임] 김지하 하면 그의 시 <오적>과 노래로 만들어져 더욱 유명해진 <타는 목마름으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1980, 90년대에 그의 싯구는 대학생들의 심장을 파고 들었고 시에 담긴 그의 감정은 곧 학생들의 감정이 되어 피끓는 절절함을 품고 싸울 수 있는 투쟁심을 주었다. 그걸로 족했다. 그것만으로도 김지하는 학생들에게 존재감이 있었다. 나아가, 김지하는 노동현장 출신이 아닌 지식인이라도 충분히 뜨거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당시 지식인의 표본 같은 존재였다.

후에 그가 생명사상이나 생태계 쪽으로 관심을 전환했을 때는 다소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오랜 인내와 통찰 끝에 얻어낸 자신의 철학을 두고 뭐라 하겠는가? 바뀐 시대에 여전히 <타는 목마름으로> 같은 시를 써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 리뷰의 대부분의 문구는 『못난 시들』에 수록된 그의 시구들을 직간접적으로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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