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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사랑을 지키는 용기와 지혜 | 고전/문학 2020-09-23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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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김한영 역
은행나무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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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27쪽)"

 

작가의 말처럼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린 사랑의 시작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이후 본론에 대해서는 관심도 두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동화를 봐도 주인공간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극적으로 그릴 뿐이지, 그 이후는 '그들은 그 후 행복하게 살았다(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라로 한마디로 마무리하고 만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사랑의 본질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들이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이것이 바로 진짜 러브스토리(28쪽) '이기 때문이다 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

 

이 소설은 결혼한 한 커플의 삶을 통해 일상의 범주로 들어온 이후의 사랑의 특성을 집중 조명한다. 소설에 철학적 에세이를 결합시킨 형태로 보면 좋겠다.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고 영원을 약속한 연인도 시간이 흐른 어느 순간이 되면 서로에게 씌여져 있던 콩깍지가 벗겨지고, 상대방이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닐지 모른다는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면서 알랭 드 보통은 어떻게 하면 지금의 사랑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촛점을 두고 현실적인 논의를 펼친다. 

 

소설 속 주인공의 라비와 커스틴이다. 그들도 다른 커플처럼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게 되지만 사소한 곳에서부터 균열이 찾아온다. 그들은 이케아로 컵을 사러 갔다가 사소한 의견충돌로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함께하는 삶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후에도 서로의 가치관이 부딪히고, 섹스는 스릴을 잃고, 육아가 삶을 지배하고, 워라밸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등 결혼생활에서 부딪히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랑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깨닫는다.

 

사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결혼생활을 하며 거치는 일상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다음 단계는 상대방의 절대적 지지자가 되어서 살던 모습에 회의가 찾아오고, 상대방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든 잘못의 원인은 상대방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때 '영혼의 짝'으로 생각되던 사람이 '잘못된 인연'으로 변화해 버리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결혼생활의 본질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지만, 그가 제시하는 결론도 마음에 든다. 그는 우리 모두는 완전히 이해받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딘가 약간은 잘못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서로 어떻게든 미치지 않고 용기 있게 사랑과 결혼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러브스토리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사랑은 열렬한 감정이라기보다 하나의 삶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의 사랑 철학이 우리에게 한 사람과 오래 함께 하는 삶을 꾸려낼 용기를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인상깊은 구절>

그가 청혼한 것은 서로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보존하고 '동결'시키길 원해서다. 그는 결혼이라는 행위를 통해 황홀한 기분이 영원해지길 기대한다.(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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