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로 메시지를 공부하는 목적으로 독서를 한다. 소설은 가끔 쉬어가는 장르로서 활용한다. 8편의 단편을 모은 하루키의 최신작 <일인칭 단수>도 그런 측면에서는 내게 적당한 책이다. 분량도 알맞고 이야기 전개하는 솜씨도 유려하다. 작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쑥 찾아온 과거의 소소한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이를 앞날을 살아가는 작은 실마리로 활용하고 있다.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다.
제목 <일인칭 단수>에서 여기 소개된 이야기들이 본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소설속 등장인물도 하루키란 자신의 실명인 들어가 있다. 단편소설이지만 자신에 관한 에세이처럼 읽힐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경험이지만 '일인칭단수'인 나를 들여다보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좋아하는 재즈, 클래식 음악, 야구 이야기, 스치며 지나간 여자들 이야기에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여 스토리가 전개된다. 사람마다 겪게 되는 개인적 경험이 모여 한 사람이라는 전체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마다 하루키 글에 빠지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독자들을 스토리에 끌어들이는 그만의 방법, 부드럽고 섬세한 상황 묘사, 허구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능력이 이 작품에서도 돋보인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쑥불쑥 과거 생각도 나고, 별일 아닌 일에도 감정이 동해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하루키도 마찬가지 느낌을 가졌을텐데 그런 감정을 세련되게 정리해 이야기 보따리로 연결하는 것 같다. 여기 소개된 8편의 이야기도 현실의 경험에 단초를 두고 이를 비현실의 세계와 연결해 색을 입히고, 그래서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재탄생해 독자들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