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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들 | 고전/문학 2021-02-2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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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원한 유산

심윤경 저
문학동네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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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배경과 등장인물을 먼저 살펴보자. 시간적 배경은 해방 후 20년이 지난 1966년, 공간적 배경은 옥인동 '벽수산장'이다. 현재 유엔 산하 한국통일부흥위원회(언커크, UNCURK)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벽수산장은 친일파였던 윤덕영이 지은 별장이었다. 가난의 시기, 언커크에서 호주대표 애커넌의 통역비서로 일하면서 달러로 월급을 받고 살아가던 소시민 청년 이해동 앞에 어느 날 윤덕영의 막내딸 윤원섭이 나타난다.

 

해방 후 한참이 지났지만 윤원섭은 여전히 자작칭호를 받던 윤덕영의 외동딸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출소한 뒤 국제기구로 쓰이는 벽수산장으로 돌아와 아무도 몰랐던 비밀의 방을 찾아 공개한다. 저택의 옛주인이며 일제시대에 주인공으로 살아온 자신의 위치를 거기에 근무하고 있는 외교관들에게 각인시키며 살아간다. 반면 아버지가 독립운동하다가 잡혀가 죽고, 선교사 손에 자라며 영어를 배운 덕분에 언커크에서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청년 이해동은 애커넌의 지시로 윤원섭을 도와주는 일을 담당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이분법적 시대가 끝나고 회색지대를 살아가던 주인공들을 통해 그 시대의 초상을 돌아보고 있다. 주인공이 살아가던 시대는 남과 북, 가진 자와 가난한 자, 친일부역자와 독립운동가, 잊혀진 것과 존재하는 것 등 구별이 분명했던 이분법 시대가 끝나고 이러한 것들이 혼재하던 희미한 경계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나간 시대가 회고되고 자신을 돌아볼 계기들이 주어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살고 과거의 유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함을 이야기한다. 잊혀진 독립운동가의 자식으로 자신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도 못하고 있는 가운데, 친일파인 윤원섭의 가짜 경력과 허세가 통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동은 세상을 이렇게 평가한다.

 

이 세상에는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흔들리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들. 지난 석 달 동안 그것의 질긴 생명력을 경험하면서 해동은 그것이 ‘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는 부정할 수 없는 강력한 힘들이 있었다. 그것을 가지지 못한 입장에서는 분하고 고까울지언정 그것이 아예 없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249 쪽)

 

소설의 제목인 <영원한 유산>이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연상시킨다. 두 소설 모두 과연 우리의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흔들리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었던 벽수산장은 1973년 봄에 철거되고 사람들 기억속에서 빠르게 잊혀졌다. 작가는 벽수산장이란 잊혀진 소재를 통해 대저택의 존속과 소멸을 보여주면서 우리 삶에서 잊혀지는 것과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말미에 소개된 <작가의 말>에 “친일파와 왕가, 국제기구와 대저택 같은 거창한 것들이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을 이리저리 떠밀어대는 이념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정직과 존엄을 지키려 애썼던 평범한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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