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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인간의 몸이 만나는 현장 | 기타 사회과학 2021-02-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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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공저
사계절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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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배슬론(Cybathlon)이란 경기가 있다.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로봇과 같은 생체 공학 보조장치를 통해 계단을 오르고 장애물을 피하는 능력을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대회이다. 사이배슬론이라는 단어는 인조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cyborg)’와 경기를 뜻하는 라틴어 ‘애슬론(athlon)’이 합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하반신 장애를 입은 분들이 선수로 참여해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경험이 있다. 나는 연구개발 과제로 이들이 입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연구개발을 흔히 '따뜻한 R&D'라고 부른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연구개발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말이다. 얼마 전에는 KT에서 농인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해서 가족들에게 들려주어 가족들이 감격해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기술을 통해 장애인을 돕는 따뜻한 장면에 많은 분들이 감동하기도 하였다. 모두 비장애인 입장에서 상황을 보며 느끼는 상황들이다. 그럼 장애인들 입장에서 볼 때 이런 기술이나 장치를 개발해 사용하는 것이 휴머니즘의 실천이며, 장애를 극복하는 길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저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열다섯 살 전후로 신체의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들인 보청기와 휠체어를 만나 인간의 몸과 기계장치가 결합된 이른바 ‘사이보그’로 살아온 김초엽과 김원영이다. 이들은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현장을 살아오면서 이런 문제에 줄곧 관심을 가졌는데 이런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오늘의 과학과 기술이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지닌 개인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전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장애인으로 살아온 이들과 그렇지 않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처음에는 충격처럼 다가왔다. 그러면서 그들의 생각을 하나씩 들으면서 당사자인 장애인들에게는 그렇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술이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할 수는 있지만, 우리 모두를 인간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과학기술을 통해 장애를 종식시킬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온전히 실현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고, 막상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그것을 쉽게 구입할 수 없다면 당사자들에게는 또 다른 좌절을 줄 수도 있다. 또한 기술이 장애인들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으로 우리는 장애인들의 일상에 도움을 주는 것들, 예컨데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 설치하는 문제에는 소홀하고 있지 않는지를 반문하기도 한다.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을 통해 펼치는 저자들의 시선은 일반인들과 차이가 존재한다. 저자들은 먼저 자신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또 자기 밖에서 일반 사회인의 시선에서 자기를 바라본다. 이런 이중 삼중의 시선을 통해 저자들은 우리 모두가 '괴물', 그리고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약하거나 손상된 신체부위가 있을 수 있다. 콘텍트렌즈와 손에서 떼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일종의 신체부위가 아닐까? 또한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체의 기능이 약해지고, 어느 정도 생체공학 보조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면서 우리의 몸과 테크놀리지와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는지를 상상하고 그 방향을 제시한다.

 

그 재설계는 깜짝 놀란 만한 테크놀로지가 나올 50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장애인의 삶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삶이 점점 더 기술문명과 깊숙히 결합되어 가는 시대이지만 기계와 인간의 연결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축된 생활환경은 장애인들에게 일상에서의 덜컹거림을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든 인간은 본연의 취약함과 의존성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기술은 장애인들의 손상을 보완하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신체 일부를 자연스럽게 구성하여 장애인들을 확장과 연립의 주체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담당해야 함을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시각과 문제의식을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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