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가끔 해외로 이민을 떠나거나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저렇게 결단하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제대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쓸데없는 걱정도 해 본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걸어가면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책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해 명확한 계획도 준비도 없이 한 가족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국 시애틀 주변의 시골마을에 정착한 저자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허름한 시골집과 넓은 땅을 저렴한 가격에 마련한 그들은 여름이면 블랙베리를 따고, 밀알을 갈아 즉석 빵을 만들어 팔면서 살아오는 생활을 7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 부딪혀 살아가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와 결별한 삶이 아닌 서로를 조화시키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월든>의 데이비스 소로의 삶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과 생각을 들려준다. 이런 삶을 시작한 것은 미하일 엔데의 <모모>에 나오는 시간 도둑에게 휘둘려 자본주의 속도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에 버거움을 느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세상과 인연을 끊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물론 아니다. 자본주의를 완전히 떠나지 않고서도 돈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고, 남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휘둘리지는 않는 그런 나만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가르쳐주지 않는 삶의 지혜를 온몸으로 깨달으며 배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상황이나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다시 말하면 불황을 타지 않는 삶이다. 소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시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삶이다. 나에게 가능한 최선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면서 때로는 포기하고, 남의 말을 잘 듣기도 하고, 책을 통해 풍요로움을 배우는 그런 삶의 모습들이다.
저자의 삶은 소로가 이야기했던 "내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삶의 본질적인 면과 대면하기 위한 삶"으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현대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런 용기와 결단이 가상하다고 생각된다. 남의 눈과 평가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아온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자연과 함께 살면서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속깊이 사색하고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쉬운 글로 전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삶을 따라하지는 못할 것 같다. 특히 삶에 있어서의 다양한 선택의 문제, 그리고 자유의 소중함을 되세겨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방향, 그리고 삶의 속도를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