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에는 '고종의 길'을 지나 덕수궁 돌담길까지 이어서 걸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바로 이어지는 '고종의 길'은 길이는 짧지만 양쪽이 벽으로 둘러쌓여 있어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걸으면서 느꼈을 절망감 또는 위기감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성벽이나 장벽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지막 강의>로 유명한 랜디 포시 교수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장벽이 존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구별해 멈추게 하려고 거기에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원한다면 그 장벽은 넘는 방법을 찾아 기어이 찾아 넘어갈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벽을 넘는 담쟁이 덩쿨 전법을 쓸 수도 있겠죠. 구한말 위정자들이 절실하게 우리의 살길을 찾았다면 어떠했을까요? 정동길로 나와 탁 트인 길 주변의 울타리에 핀 장미꽃을 보면서 가슴속 답답함을 풀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