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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체험 | 고전/문학 2022-06-1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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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두운 숲

니콜 크라우스 저/민은영 역
문학동네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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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혀지지 않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끝까지 읽을 지 몇 번이나 고민하다가 작가와 소설에 대한 옮긴이의 설명을 듣고 중심을 잡고 조금씩 나아갔다. 선민사상을 지닌 유대인의 전통을 이어가며 중동지역 아랍인 전체와 싸우며 힘들게 살아가는 유대인의 삶, 그리고 자유로운 미국에서 유대인으로 살면서 느끼는 구속과 자유에 대한 양가적 감정 등 작가의 삶에 대한 배경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야기에 조금씩 빠져들 수 있었다.

 

두 명의 유대인 주인공 이야기가 교대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먼저 변호사로서 세속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오히려 거기에 환멸과 회의를 느끼고 포기와 기부를 통해 새로움 삶을 추구하는 엡스타인의 이야기가 3인칭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묘사된다. 다음에는 작품 활동과 개인사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설가 니콜의 이야기가 1인칭 인물 '나'를 통해 전개된다. 작가의 실명과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작가 자신의 생각과 생활이 투영되어 있다고 봐도 무난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생각이나 감정의 표현도 내밀한 부문까지 터치되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어둠의 숲>은 단테의 <신곡> 중에서 단테가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부문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들이 삶의 회의를 느끼고 자신의 뿌리가 시작된 이스라엘로 가게 되고, 거기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계기를 갖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두 사람은 만나거나 어떤 관계가 있는 것으로는 드러나지는 않고 병행적으로 비슷한 공간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암시만 드러낸다.

 

유대인과 이스라엘에는 확실히 특별한 점이 있다. 이스라엘로 업무상 출장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엄격한 짐 검사는 물론이고 국적기 내에서부터 여기서부터는 이스라엘 영토니까 관련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은근히 겁을 준다. 시내에서 총을 둔 군인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토라나 탈무드, 코셔, 키부츠, 모샤브 등 유대인 공동체에 기반을 둔 생활습관까지 이스라엘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긍정적 측면에서 본다면 유대인의 정체성인 공동체 정신이 이스라엘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개인적 측면에서 본다면 자유를 구속하고 결박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면도 틀림없이 존재한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도 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두 번째로 이 소설에서 생각하게 되는 점은 한계와 그 한계를 뒤어넘는 변신의 메시지이다. 최근 BTS가 자신들이 한계점에 도달한 점을 인정하고 개인활동 중심으로 변화의 기회를 갖겠다고 발표한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듯이 작가 자신도 개인의 일상에서 느낀 실존적 한계와 함께 그 너머에 존재하는 자유로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이 문제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조명한다.

 

이스라엘에 간 니콜은 프리드만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에 이끌려 사막으로 나가 죽음을 넘나드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 새롭게 생소한 것을 마주치면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친숙한 느낌이 드는 상황을 경험하기도 하고, 자신이 동시에 여러곳에 존재한다는 다중우주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도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되어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여러번 등장한다.

 

엡스타인의 변신도 극적이다. 젊을 때에는 "성공과 돈과 섹스와 아름다움과 사랑을, 규모뿐만 아니라 핵심을, 눈에 보이고 냄새 맡을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모든 것을 손에 넣으려는 야망과 욕구에 눈먼 사람"이었지만 어느 순간 이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느껴져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특히 길굴 공동체의 랍비인 메나헴 클라우스너와 만난 후부터 그는 점점 버림과 비움의 경지, 미답의 신비로운 영역으로 나아간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를 느끼고 변신의 길로 나아간 사람은 카프카나 BTS만이 아니다. 

 

결국 소설은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소설가로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글에서 다양한 테크닉을 사용했지만 그것이 진실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그녀 내면에 있던 중요한 이야기를 자신의 문체로, 자신의 이야기로, 자신의 구성으로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힘들게 읽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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