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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음의 쓸모를 다룬 SF소설 | 고전/문학 2022-08-0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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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저/강선재 역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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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소설 중에서 국내에 번역되는 것들은 주로 어떤 것들일까? 문학성이 높은 노벨상 수상작도 있겠지만 다른 종류의 수상작도 우선순위에 들 것 같다. 이 책 <잔류 인구>는  로커스상, 휴고상,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장편 부문 최종 결선에 오른 바 있고, SF 작가인 엘리자베스 문은 네블러상, 하인라인상 등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잔류 인구>의 공간적 배경은 지구를 떠난 인류가 40년째 거주하고 있는 콜로니 3245.12이다. 주인공 오필리아는 정착 초기부터 일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여기서 살고 있는 개척민이다. 지금까지 두 번의 대홍수를 겪었고, 남편과 자식들이 죽었고, 살아남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곳의 관리기업 심스 뱅코프가 사업권 상실을 이유로 새 행성 이주계획을 발표하는데, 주민들과는 달리 오필리아는 콜로니에 기꺼이 남아 ‘잔류 인구’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들이 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하는지 오필리아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또 그들에게 주인공 오필리아는 효율적 이주 정책과 행성 소거의 걸림돌일 뿐이다. 그들은 나이들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오필리아에게는 이주 비용을 따로 지불하라는 명령한다. 그럼 오필리아는 왜 버려지는 행성에 혼자 남으려는 것일까? 그녀는 고요함과 텅 빈 느낌을 주는 새벽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다. 또 다른 곳으로 이주해 봐도 콜로니의 본질적 특성은 바뀌지 않는다. 정해진대로 사는 피동적 삶이다. 오필리아의 결단은 이런 삶에서의 탈출인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간섭받지 않고 하면서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은 바로 모두가 떠난 텅빈 이곳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를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읽어가는 재미가 있다. 비록 70대을 바라보는 노인이라고 하더라도 거대한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터득하고 나서 자유로운 시간들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 것일까?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상황이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게 만든다. 

 

저자가 이 작품에서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의식은 '쓸모와 필요'의 문제이다. 저자는 홀로 남은 오필리아에게 ‘인류와 외계생명체의 첫 만남’이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그러면서 세상이 필요없다고 정의내린 오필리아의 능력, 예컨대 돌봄능력, 타인을 향한 이해, 인내심 등이 외계인과의 접촉에서 쓸모있음을 멋지게 보여준다. 오필리아와 외계 생명체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둥지 공동체’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사랑과 배려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 

 

여기서 <장자>에 나오는 '쓸모 없음의 쓸모(無用之用)'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루는 혜자(惠子)가 박씨 하나를 심었는데 박이 크고 많이 열렸다. 하지만 너무 커서 바가지로 만든 박이 실제로는 물을 떠먹을 수조차 없어 이 바가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장자가 이것을 지켜보며 이렇게 말한다. “왜 바가지에 물을 담아 먹으려고만 하나? 물위에 띄우면 훌륭한 배가 될 수 있을 텐데... 큰 것의 쓰임새는 따로 있는데...” 무엇이든 용처만 제대로 찾으면 불필요한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는 점점 발전하고 잘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물질문명과 효율과 생산성의 잣대에서 보면 그렇다가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장자가 제기했던 또 다른 용처와 쓸모로 본다면 아닐 수도 있다. 누가 타인이 정한 기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생을 개척해 나가는 오필리아의 삶을 의미없고 불필요하다고 규정할 수 있겠는가. 작가는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미움과 혐오가 아닌 오직 배려와 사랑, 소통 뿐이라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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