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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안중근의 가장 치열했던 열흘간의 행적 | 고전/문학 2022-09-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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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얼빈

김훈 저
문학동네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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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역에서 쏘기 전후 열흘간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다. 저자는 안중근의 영웅의 행적보다는 인간 안중근의 고뇌에 촛점을 두고 그의 내면세계를 그리고 있다. 김훈의 작품 중에서 이순신 장군을 그린 <칼의 노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은 상해와 블라디보스톡 그리고 하얼빈역이다. 먼저 상해에서 동지를 모아 독립의 실마리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온다. 초라한 배경을 가진 안중근의 뜻을 이해하고 그에게 대문을 열어주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하얼빈 역에서 이토를 저격할 때까지, 안중근의 총구는 계속 흔들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의병 활동을 하는 동안에 안중근은 일본군 포로들을 부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풀어준 적이 있었다. 심지어 포로들에게 빼앗은 소총까지 줘서 돌려보냈다. 안중근은 포로를 쏘는 것과 적을 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이 일로 부대의 위치가 탄로나 결국 일본군에게 쫓기고, 죽임 당하며, 끝내 해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중근이 이토의 살해를 계획하게 된 계기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만월대의 폐허에서 순종과 함께 찍은 교묘히 기획된 홍보사진을 우연히 보면서 이토의 인상착의를 알게 되었고, 또 이토를 지우지 않고서는 조선의 평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세례까지 받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번민하는 인간 안중근의 모습을 작가 김훈은 담담히 그려가고 있다.

 

“그러니, 그렇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에 있는데, 살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세상은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말은 혼자서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대고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하고 나서 말했다 해서 말하려는 바가 이토의 세상에 들릴 것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89쪽)

 

이 소설이 그리는 안중근의 모습은 영웅적이 아닌 인간적이다.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며 안중근은 번민한다. 부인 김아려에게 남편은 집을 자주 떠나는 어색한 나그네였다. 비극적 시대상황에서 대의를 추구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세례받은 기독교인으로서, 집안의 가장으로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웅 안중근의 모습은 아니다. 하얼빈역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토를 저격하는 짧은 순간을 빼면 그도 우리처럼 보통의 인간이라는 것이리라.

 

우리는 남들의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길을 갈 것인가는 오롯이 자신에게 주어진 몫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소련과 일전을 불사하게 만든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최선의 길이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인간은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상황에서 우린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지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소설 <하얼빈>에서는 안중근과 이토의 갈등과 함께 안중근에게 세례를 준 빌렘 신부와 한국 교회를 통솔하는 뮈텔 주교의 갈등이 그려진다. 죽음을 앞둔 안중근은 신에게 죄를 고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빌렘은 그런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베풀어주려 하고, 뮈텔은 일본의 눈밖에 나서 천주교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빌렘의 뜻에 반대한다. 한 인간의 영혼 구원과 교회의 안위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대한 갈등이다. 우리의 삶도 결국은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가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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