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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부탁해: 박범신의 '소금' | 고전/문학 2013-06-2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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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금

박범신 저
한겨레출판 | 201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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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치매에 걸린 채 가출한 엄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박범신 작가의 <소금>은 췌장암에 걸린 채 가출한 한 아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스토리의 형식이나 내용 측면을 살펴 보면 박범신의 <소금>은  <아빠를 부탁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한 인간이기에 앞서 가족을 위해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는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범신의 <소금>은 자신을 최대한 죽이고 자식들과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우리들의 아버지 선명우가 주인공이다.  인간 선명우이기 이전에 이름없는 우리의 아버지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도 자식의 성공만을 위해서 염전을 하다가 소금 더께 위로 쓰러진 한 또 다른 한 아버지의 삶을 살았다. 그도 자식을 위해 자기의 꿈을 버리고 사우디의 건설현장을 다녀오고 회사에서 죽도록 일만 하는 등 상처받고 고생하지만, 자식들은 오히려 아버지의 무능을 비판하고, 아버지가 해준 게 없다고 말한다.

 

이런 삶을 살아온 우리의 아버지 선명우는 막내딸의 스무살 생일날 ‘소금’을 매개로 자신과 가족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맞는다. 그리고 병든 몸을 이끌고 가출한다. 화해가 아니라 가족을 버리고 끝내 가출해버리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가족의 입장에서 본다면 커다란 아버지의 반란이다.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평소 가족들에게 아무런 존재감 없이 돈 벌어오는 기계의 역할만을 담당했던 아버지가 없어지면서 무어떤 일들이 생길까?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몇 가지 포인트를 생각하게 된다.

 

첫째로, 평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던 것처럼 보이던 아버지란 존재의 부재가 가져오는 가족에 대한 영향이다. 저자는 집에 남은 어머니와 세 딸은 함께 뭉쳐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급속한 가족해체의 길을 걷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실성하다시피 한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세 딸들은 뿔뿔히 흩어진다. 가정의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둘째는, 아버지의 가출이유와 관련된 문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습에서 가출원인을 찾고 있다. 부자집 외동딸 출신의 아내와 그의 딸의 행태는 거대한 소비문명을 대변한다. 아버지인 선명우는 그 소비를 위한 과실을 따기 위해 야수적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기계적 존재에 불과하다. 아버지가 어느날 문득 발견한 것은 생산성과 소비라는 거대한 터빈 안에 갖혀 불안과 어지럼증을 느끼면서도 그것의 단맛에 중독되어, 체제에 순응하며 살려고 애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소금을 모티브로 사용한 것도 변하지 않은 진정한 삶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셋째는, 우리 아버지들의 구원에 관한 부분이다. 가출한 아버지는 결국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새로운 삶의 기회를 활용해 자신이 꿈꾸어 왔던 독립된 삶, 자연과 조화된 삶을 살아간다. 췌장암으로 잘해야 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주인공은 오히려 건강을 회복한다. 결국 해답은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리는 그런 삶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詩人의 삶을 추구한다.

 

결국 인생의 맛은 달고 시고 쓰고 짜다. 저자는 소금의 맛도 또한 그렇다고 한다. 같은 바닷물이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디로 불어오는 바람을 얼마나 맞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맛을 내는 법이다. 저자의 교훈은 인생의 달고 시고 쓰고 짠 맛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음미하면서 나만의 삶을 살아가라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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