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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연구의 현장, 실험실 이야기 | 자연과학 2021-05-1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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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험실의 진화

홍성욱 저/박한나 그림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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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 관련 업무를 하고 있지만, 직접 연구자가 아니다 보니 연구현장에서 일할 기회는 없었다. 간접경험으로나마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읽게 된 책이다. 실험실은 흰 가운을 입은 미친 과학자가 밤을 세워가며 진리를 찾는 신비의 공간일까? 실험에 열중하느라 복잡한 실험기구들을 미쳐 정리하지 못하고 어지럽게 널려있는 심란한 공간일까?

 

이 책은 과학지식이 산실인 ‘실험실’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사회학적 해석을 시도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제품들이 실험실에서 태어난 것들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와 관련된 진단키트, 백신에서부터 휴대폰, 스마트카, 인공장기에 이르기까지 실험실을 거치지 않고 나온 제품은 거이 없다. 과학과 공학 이외에도 다른 자연과학 분야의 실험실은 불이 꺼지지 않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실험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 간극을 메워주기 위해 저자들은 쉬운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실험실의 역사와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중세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기 위해 '철학자의 돌'을 찾고자 시행했던 실험 장소가 현재의 실험실의 기원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금술사의 부엌같은 실험실은 시대가 흐르면서 점차 모습을 갖추게 되고 최근에는 시민과학의 리빙랩으로까지 진화했다. 경험주의를 강조했던 프랜시스 베이컨도 실험에 의존한 결론을 도출했고, 뉴턴은 서재에서 프리즘을 이용해 실험했다고 한다. 갈릴레오가 경사면 실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락방도 일종의 실험실이다. 그 이후 근대화를 거쳐 점점 현재의 실험실 모습을 갖추어간 역사를 다양한 과학자의 사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실험실의 주인은 실험을 수행하는 과학자이겠지만 다양한 존재들이 관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압력과 부피의 관계를 발견한 보일의 경우에는 목격자들 앞에서 실험을 하고 그 세세한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기도 했지만 국가나 대학에서 지원하는 대형 실험실이 생기면서 실험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베일에 쌓이게 된다. 실험실도 본 실험 이전의 단계인 프리 랩과 실험결과를 적용해 보는 포스트 랩으로 분화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실험실 이야기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설명되는 책이다.

 

실험실은 자연에 존재하는 비인간적 존재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화학약품, 비커, 화로, 증류장치 등이 존재한다. 더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다루어야 한다. 실험실 안전의 문제가 중요지고 있다. 실험동물이나 배아줄기세포 등과 관련한 윤리문제 등이 불거진 적도 있었다. 실험실은 새로운 발명과 발견 등으로 인류의 문화생활을 가능케 해 주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이곳 또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이라 함게 고민해고 고쳐가야 할 안전 이슈, 윤리적 이슈, 지재권 이슈 등이 함께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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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물학자의 유쾌하고 엉뚱한 야생일기 | 자연과학 2021-05-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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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오스카르 아란다 저/김유경 역
동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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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는 영어로 ‘killer whale’이다. 이름만 들으면 야생의 잔인한 살인마 같은 존재로 보인다. 정말 그럴까? 하지만 영화 <프리 윌리>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범고래는 바다에서 사람을 공격한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인간에게 학대당한 범고래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공연 도중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일이 있었지만 이는 예외적 상황에 속한다. 본래 그들은 야생에서 엄격한 사회 집단을 이루고 연대하며 살아간다.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생존이 아닌 목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죽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한 번 지어진 부적절한 이름으로 인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생물학자인 저자가 유쾌한 필치로 부적절한 이름을 받은 생물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등장인물로 네오팔마 도널드트럼피라는 야행성 나방이 있다. 머리에 노랑색 비늘이 있어 마치 트럼프 대통령을 닮아 그렇게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 나방이 이 사실을 안다면 당장 그렇게 부르는 것을 멈춰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말벌이 공격적이고 성질이 급하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저자는 열정적인 바다거북 보호 활동가로 널리 알려진 멕시코 출신의 생물학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17개의 동식물을 등장시켜 놓고 야생 동식물들의 뒷이야기를 전한다. 책장 깊숙한 곳에 사는 좀벌레부터 바다속에 사는 진정한 천재 문어까지 야생의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쓴 엉뚱하고 유쾌한 자연 에세이라고 하겠다. 특별한 과학적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동식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인간과의 관계와 특성을 가벼운 필치로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이야기 중에서 바다거북의 삶이 가장 놀랍고 신비롭게 다가온다. 새끼들은 모래 밑에서 부화한 뒤 팝콘처럼 쏟아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그들은 10년 이상이 지나야 어른 거북이 되는데, 그 동안 해류에 휩쓸려 다닌다는 점 외에 특별히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온다. 남대천으로 회기하는 연어 이야기를 닮았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고향을 기억할 수 있는지, 그 엄청난 거리를 헤매지 않고 찾아올 수 있을까? 생명의 신비와 함께 자연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야생의 동식물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왜곡된 시선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상관없이 나름대로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동식물과 인간간 교감의 순간들을 포착해 전해준다. 결혼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찾아왔던 부상당한 갈매기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눈빛”으로 교감하는 순간의 느낌을 전하기도 한다. 또한 훨훨 날아다니며 노는 듯한 나비가 사실은 격렬한 영토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고도 알려준다. 담담하게 읽어가면서도 자연이 주는 교훈을 배우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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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의 원리로 돌아본 세상 이야기들 | 자연과학 2021-04-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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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애덤 쿠차르스키 저/고호관 역
세종서적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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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발생, 슈퍼전파 그리고 R값>

코로나19로 인해 이젠 일반인에게까지 익숙한 전염과 관련된 개념들이 소개된다. 서로 연결된 세상이라 이젠 의도하지 않았던 확산 에피소드가 계속된다. 중국 우한을 다녀온 신천지교회 31번 확진자가 슈퍼전파자였다는 이야기도 우리에겐 이미 익숙하다. 

 

코로나19를 겪는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여러 차례 변경되었다. 그 기준은 확진자 수의 증가여부인데,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 감염재생산수를 표시하는 R값을 낮춰야 한다. 여기서 R값은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2차 감염자 수를 말한다. 대면 접촉을 줄이면 감염될 ‘기회’가 줄어들어 R값이 준다. 국민 몇 %를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될지 판단하는 데도 R값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런 부분들을 수학의 원리를 통해 설명한다.

 

<상관관계를 오판해서 발생하는 금융위기>

전염은 질병 분야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 위기시에 나타나는 불안심리의 확산과 이로 인한 버블의 붕괴과정도 홍역 혹은 다른 전염병 아웃브레이크의 성쇠와 모양이 일치한다. 같은 수학적 원리로서 그 패턴의 형성과 소멸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는 분산 투자로 개별 위험을 없앤다고는 하지만, 서로 ‘너무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짜서, 하나의 위기가 발생하면 악영향을 주고받기 쉬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생태학자 로버트 메이는 전염병 아웃브레이크와 주가 거품에서 명백한 유사성을 짚어내기도 했다.

 

사실 금융위기는 투자은행들이 보험업계가 만든 수학적인 상품들을 2000년대 초부터 따라서 판매하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은행가들은 동부에 사는 누군가가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한다 해서, 서부의 대출자까지 파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수치인 상관관계를 얕본 실수를 범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뚜껑을 열어보니 리먼 브라더스 같은 주요 은행 하나가 100만 곳이 넘는 상대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폭력과 가짜뉴스의 아웃브레이크>

폭력과 가짜뉴스도 전염된다. 시카고시에서는 연쇄 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데 콜레라 퇴치 메커니즘을 썼다고 한다. 지도와 그래프를 보면서 폭력의 동선을 파악하니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났던 콜레라 지도의 패턴이 보였다는 것이다.


천연두의 경우 사람 간 감염에 시간이 오래 걸려 백신을 접종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감염 사례가 나타나면 감염된 사람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예를 들어 가족 구성원이나 이웃 그리고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찾아내 모두 접종하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미국 시카고시에서도 사건 초반에 용의자 주위의 인물들을 관리하는 ‘포위 접종’ 방식을 차용해 폭력 사건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소문, 루머도 전염처럼 확산된다. 책에 따르면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널리, 더 빨리 퍼지는 경향이 있다는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은 보통 팔로어가 적은 이들이었다는 점이다. 전염의 원리로 설명한다면, 이는 전파 기회는 적지만 전파 확률이 높아서 가짜 정보가 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SNS에서의 전염을 추적하는 이유는 해로운 정보를 드러내서 줄이는, 이른바 예방접종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수학적 사고의 힘>

수학이라고 하면 기초학문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수학적 원리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전염의 측면을 통해 재미있게 설명한다. 물론 수학적 모델이 현실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수학적 모델의 예외가 되는 상황이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류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부족함을 보완해 나간다면 수학이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유용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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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로보기 | 자연과학 2021-04-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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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코로나 미스터리

김상수 저
에디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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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정체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도 일종의 감기 바이러스인데 전염성이 크고 사망자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하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신풍속도를 만들었다.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논란이 크다. 질병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추적(trace), 검사(test), 치료(treat)하는 소위 'K-방역'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지나친 생활의 불편과 사생활 침해를 가져온다는 지적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 책은 한국형 코로나 대응전략을 비판적 시각에서 들여다 보고 있다. 감염병이라는 전문분야의 이야기라 저자가 어떤 분인가에 따라 이야기의 신뢰도가 달려있을텐데 저자는 진료를 본업으로 하는 한의사인데 기본적인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코로나19 관련내용들을 정리해 책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감염병 전문은 아니지만 의료인으로서 코로나19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을 정리해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코로나 대응전략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 국가마다 서로 다른 대응전략을 선택하였다. 일종의 감기 바이러스로서 그 감염원인과 전파경로 등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원천적 치료법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느슨한 대응을 선택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엄격한 조사와 통제를 택한 아시아의 선택이 서로 달랐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왔고,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었다. 아직도 마스크 쓰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입장과 국민들 자세가 서로 다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토론 없이 언론과 방역당국에서는 이 바이러스를 무섭게 포장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팩트 체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코로나19로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 감염자 사망이 많다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지는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 젊은층이 바이러스를 옮겨 고령층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사실처럼 전달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제 더 이상 코로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지나친 대응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물의 사용이 오히려 병을 악화시켜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19와 관련된 정보의 왜곡현상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방역당국이나 전문가 집단에서는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어 본인이 나서서 진실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코로나19 관련 의문점을 의학적 관점에서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아직도 코로나19에 대한 많은 것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정말 비말에 의해 전파되느지, 마스크를 쓰면 예방이 가능한지, 치료제도 없는데 입원하면 완치가 되는지, 백신의 효능은 어느 정도이며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지 등등 의문투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보수적 입장에서 감염자의 잠재적 전파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조금 과잉대응을 하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듯 정확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올바른 생활방식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더 나은 해답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특히 마음에 들어 소개한다.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백신은 우리 몸에 꽂히는 바늘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정체불명의 약물이 아니라, 우리가 밖으로 나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백신이다.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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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사로잡힌 물리학자들 | 자연과학 2021-02-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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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학의 함정

자비네 호젠펠더 저/배지은 역
해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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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입자가 25개 있다고 한다. 소립자(素粒子)라고도 하는데 극미립자로 여겨지는 광양자, 전자, 양성자, 중성자, 중간자, 중성미자, 양전자 등을 통틀어 이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자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원리이다. 이런 원리를 설명하는 사람들이 이론물리학자들이다. 이론물리학자의 한 사람인 저자는 지난 40여 년 간 자신이 몸담은 학계가 이룬 성과를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론물리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어떤 새로운 법칙도, 유의미한 예측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결과가 일어났을까? 이론물리학자들은 대자연을 단순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친절한 수학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맹신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런 수학적 원리를 찾아 40년을 달려왔지만 모두 허사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만든 이론들은 이런 것들이다. 만물이 너무나도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십 개의 입자가 있으며, 우리가 사는 우주가 11차원이며, 심지어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수없이 많은 다중우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들의 공통점은 이 가설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진실이 아닐 리 없다’고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건 과학적으로 뒷받침된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다. 

 

이처럼 <수학의 함정>은 오늘날의 물리학 연구에 미학적 판단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추적한다.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들의 주장 밑바닥에 깔린 가장 근본적인 믿음을 파헤친다. 그는 수많은 그들의 저서, 강연, 논문, 인터뷰 등을 통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놀랍게도 이론물리학자들의 미학적 기준의 밑바닥에 아무런 논리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자들도 역시 감정과 편향을 가지고 있고 사회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미학을 추구하는 이론이 대칭이론이다. 대칭에는 평행이동, 회전, 뒤집기 등이 있다. 물리학자들에게 대칭이란 불필요한 반복을 피하는 구성원리다. 어떤 패턴, 유사성, 질서도 모두 대칭의 수식을 통해 수학적으로 서술할 수 있다. 불필요한 중복이 있어 이를 더 단순화할 수 있으며, 설명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사실 여부보다 이런 아름다움의 미학에 먼저 빠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물리학자들은 수학이 아니라 수학의 선택에서 실패했다."가 될 것 같다. 물리학에서 수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처럼 복잡한 현상을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사실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조화스럽고 신비로운 모델로 만드려는 인위적 노력은 사실을 왜곡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환상과 편향에 빠져 21세기 이론물리학은 아까운 세월을 허비해 왔다고 비판한다. 전문 분야의 이야기라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쉽게 쓰려고 노력한 저자 덕분에 이야기 핵심은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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