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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메를린 밀러 저 | 국내도서 2022-01-25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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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키르케

매들린 밀러 저/이은선 역
이봄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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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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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신화 만화를 몇 번씩 읽을 때부터 나는 소설 중독자가 될 싹수였다.

모처럼 할 일도 미뤄두고 읽어낸 책. 다 읽는데 하루 반? 걸린 것 같다. 진짜 재밌게 읽었다.

오탈자가 한두군데 있었고 간간히 조금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무시하고 읽어낼만큼 재미있었다.

 

알바하면서도 계속 읽었다. 왜냐면 너무 재밌었기때문에. 월루 최고 히히

 

우연인지 얼마전에 봤던 뮤지컬 위키드와 키르케의 결이 비슷하다. 위키드의 시작이 사실 서쪽 탑의 마녀는 처음부터 악하지 않았을 것이다. 에서 출발하는데, 키르케 또한 시작이 동일하다. 서양문학의 최초의 마녀.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며 질투심 많은 존재. 그런데 정말 키르케는 악신이었을까? 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는 키르케가 서양문학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마녀라는 점에 매혹되었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마녀라고? 나쁜거 아니야? 싶겠지만 작가는 사회가 허용한 힘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여성에게 주어진 단어가 곧 마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을 생각해보면 얼굴이든 능력이든 한 구석이라도 잘난 여자라면 마녀라고 몰아세웠으니 키르케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

 

또한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간 남성 영웅들이 당연하게 가지고 있던 능력을 키르케에게 부여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을 다 읽은 뒤 다시 작가의 말을 보면서 남성 영웅들이 당연하게 가지고 있던 능력이 무엇일까. 키르케에 작가가 준 능력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다. 고등학교 때 고전소설을 배우면서 영웅서사, 영웅소설의 특징 이런걸 배웠던 것 같아서.. 얼추 끼워맞춰봤다.

 

일단 영웅의 여정은 일상에서 시작된다. 키르케의 일상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아름다운 님프 어머니 그리고 그 자식들에게 무시받는

영웅과는 아주, 아주 거리가 멀어보이는 삶이다.

 

하지만 그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키르케는 인간을 신으로 만들고, 그 신이된 인간에게 배신 당하며, 질투심으로 글라우코스가 사랑하는 님프를 괴물로 만든다. 그 후 인간을 신으로 만든 것과 님프를 괴물로 만든 것이 사실 자신의 능력이었음을 깨닫는다. 키르케에게 모험의 소명이 생긴 것.

 

하지만 키르케는 자신의 능력이 아닌 특별한 꽃의 힘으로만 생각하고 유배된 이후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소명의 거부에 해당한다.

정신적 스승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패가 있지만 아무튼 동생인 아이에테스의 조언(을 빙자한 잘난척)을 통해 유배지에서 능력을 깨우치고 영웅(마녀)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다.

 

아무도 오지 않는 다는 것, 아무도 올 일이 없다는 것. 그 자체가 두려운 사실이었지만 공포로 얼룩진 긴 밤을 보내고 났더니 모든 게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것 처럼 느껴졌다. 가장 못난 겁쟁이의 면모가 진땀과 함께 날아갔따. 아찔한 번뜩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새장에서 사육당하는 새는 되지 않을 거야. 흐리멍덩해서 문이 활짝 열렸는데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숲속으로 들어갔고 이렇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영웅의 전형적인 서사이다. 위기, 시련, 조력자 혹은 적대자와의 만남, 그리고 능력의 향상.

여기서 우리가 아는 다이달로스나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키르케가 남자들을 잡아먹는 마녀가 된 이유도.

여하튼 이런저런 시련과 고난과 힘겨운 시기를 이겨낸 키르케는 마침내 사랑을 찾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여 원하는 곳으로 향하며 끝난다.

 

키르케는 피해자였지만 피해자에서 머물지 않았고, 상처받고 아픈 마음을 그대로 두지도 않았다. 밀려오는 삶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키르케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지 않더라도 좌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마녀였던 그의 동생에 비해 키르케의 대우는 박하기 그지없지만, 결국 키르케도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세상을 이뤄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무시하던 신에게조차 인정받는다.

-인정이라는 단어가 통용되는 의미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신들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건 인정한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키르케가 아리아드네를 보며 느낀 감상이 와닿아 찍어둔 페이지의 글귀.

 

나는 아이가 팔을 날개처럼 구부리고, 자기 동작과 사랑에 빠진 어리고 튼튼한 다리를 움직이며 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인간들은 이런 식으로 명성을 쌓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과 끈기를 통해, 태양 아래서 빛날 때까지 정원을 가꾸듯 기술을 연마해가며.

 

하지만 신들은 이코르와 넥타르의 산물이라 탁월함이 이미 손끝에서 터져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며 명성을 쌓았다. 도시를 무너뜨리고 전쟁을 일으키고 역병과 괴물을 낳고. 우리의 재단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그 모든 연기와 향기. 남는 건 재 가루 뿐이었다.

 

또 프로테우스가 처벌을 받기 전, 그를 만나게 된 키르케는 모든 신이 똑같을 필요는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는 어떤식으로든 키르케의 삶에 늘 눌린 자국처럼 남아있었던 것 같다. 결국 키르케는 보통의 신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한다. 오히려 아리아드네를 보며 느꼈던 감상과 가까운 삶을 살지 않았나 싶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태양 아래서 빛날 때까지 정원을 가꾸듯 기술을 연마했다. 그리고 마침내 줄곧 그녀를 무시했던 태양의 신이자 아버지였던 헬리오스조차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만든다. '

 

그리고 우리의 삶도 키르케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무엇하나 예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고, 삶이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그 가운데서도 결국 능력을 키워내고 굳건히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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