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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가 끝난 후 | My Story 2009-07-3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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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은 삶을 마치 경주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헉헉거리며 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쯤엔 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빨리 도착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 진 웹스터 <키다리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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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의 굴욕 | My Story 2008-12-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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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의 굴욕
머니투데이  기사전송 2008-12-15 13:49 
[머니투데이 김경환기자][[연말기획-1]자산거품 형성과 붕괴]

자산 버블 형성과 붕괴과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사자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다. 버블 책임론이 불거지며 미국의 통화정책을 20년간 지휘해온 '마에스트로' 그린스펀 전 의장은 날마다 의회 청문회 등에 불려나와 사과해야하는 곤혹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그린스펀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7년 FRB 의장에 임명돼 아버지 부시 대통령,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 4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것을 보며 2006년까지 장기 재임했다. 재임시절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 닷컴 거품 붕괴, 2001년 9.11테러 사태 등 숱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때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를 뛰어 넘으며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그린스펀 전 의장이 금융위기 앞에서 결국 고개를 떨궜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 FRB 의장 시절 취해온 초저금리, 자유방임 경제정책이 사상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을 일부 시인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번 위기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면서 예측 실패를 시인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신용 쓰나미"라면서 "40년간 올바로 작동하던 경제정책이 이번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2004년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파생금융상품의 위험과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해왔지만, 그린스펀 전 의장은 그럴 때마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해왔다. 결국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지며 그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때 그를 '경제 대통령'으로 떠받들던 여론도 일시에 냉각됐다. 희생자 찾기에 혈안이 된 미 현지 언론들은 물론, "미국 경제는 당신에게 빚을 졌다"며 극존칭을 아끼지 않던 의회마저 그린스펀 헐뜯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든줄을 넘어선 노신사에게는 너무 참담한 말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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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고 | My Story 2008-01-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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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오랫동안 감동과 재미라는 두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싶다. 지나치게 두개를 다 잡으려다 언젠나 그랬던 것처럼 어정쩡한 결말을 가진 이상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이 영화 <우리 생애의 최고의 순간>도 그랬는지 모른다.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다보면 제일 걸리는 것이 바로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냐라는 문제일 것이다. 특히,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팀인 한국핸드볼팀을 이야기의 큰 축으로 그려내다보니 어느 정도는 생동감있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야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노력은 보이지만 그것을 크게 나타나지 못하는 면이 있어 아쉽다

 

주연인 배우 정은과 문소리가 맡은 역할은 어느 정도의 운동신경과 기량을 보여야하는데 보는 내내 안타까울 정도로 허술해보이는 역할의 한계를 드러냈다. 오히려 조연으로 출연한 김지영의 왈가닥 같은 성격과 행동으로 그런 면을 최대한 억누려주는 효과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영화는 완성되지 못함을 알게됬다. 영화는 인기없는 스포츠의 배고픔과 운동밖에 모르던 한 남자의 사업실패로 인한 끝없는 추락과 가정의 파괴를 처절하게 보여줌을 통해 감동을 주려했지만 그다지 감흥으로 다가오지는 못했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악바리 같은 승부 근성과 노력에서는 1등할만한 자격을 가진 그들의 아름다운 투혼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다 갑자기 실제 선수들과 감독의 인터뷰가 뜬금없이(?) 나와 다소 황당스러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편하게 웃으면서 본 영화였다. 하지만 드라마 같았지 영화같다는 생각은 들지 못했다. 그만큼 중간중간 여백이 많아 보이는 영화같았다.

 

스타감독으로 연기한 엄태웅의 싸가지 없어보이면서도 순수해보이는 그의 모습과 행동 그리고 조연들의 조미료 같은 역할분담으로 힘들게 시작했던 영화는 차분하게 끝나는 듯싶다. 김정은은 지나치게 강직하면서도 악발리 같은 역을 강한 눈인상과 말투에서 찾으려했지만 영 어색했고, 문소리도 처음에는 역에 덜 빠져드는 것 같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최고배우라는 면을 보여주었다. 임순례감독이 그동안 만들었던 주옥 같은 영화에 비해 편해보였지만 그녀의 이력에 그다지 도움이 될지 못한 영화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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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길목에서 | My Story 2007-12-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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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인간이 자기자신이 되는 길이다.
우리가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땅속에서 삭는 씨앗의 침묵을 배워야 한다.
지금 우리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는
우리들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이다.
겨울은 밖으로 헛눈 팔지 않고 안으로
귀 기울이면서 여무는 계절이 되어야 한다.
머지 않아 우리들에게 육신의 나이가 하나씩
더 보태질 때 정신의 나이도 하나씩 보태질 수 있도록

- 법정스님 <겨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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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에 점령당한 한국소설(펌글) | My Story 2007-06-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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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자극하라! 독자는 다시 돌아온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국 베스트셀러 시장을 점령했다.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도 더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쉽고 재미있는 일본소설. 독자들의 읽고 싶은 욕망을 우리 작가 대신 채워주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한국소설의 싹을 틔울 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상상력과 글쓰기로 무장한 신예작가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들은 과연 한국 소설시장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소설의 위기’. 요즘 출판계를 달구는 최대 담론이다. 김훈과 공지영을 제외하면 잘 팔리는 작가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문학전문 출판사들은 “한국소설은 이제 어떤 작품을 내도 팔리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한국소설의 위기론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일본소설의 인기다.

일본소설의 선전은 대형서점이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목록만 훑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교보문고 5월 3째 주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한국소설은 김훈의 장편 ‘남한산성’(1위)과 은희경의 단편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4위) 뿐이다.

반면 일본소설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르헨티나 할머니’(3위)와 ‘키친’(10위),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6위)와 ‘면장 선거’(9위), 요시다 노리코의 ‘눈물이 주룩주룩’(8위) 등 무려 다섯 권이다. 한국소설시장을 일본소설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키 마니아 국내에 5만 명 이상

지난해에도 한국 시장에서 일본소설의 존재는 눈부셨다. 그나마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리고 일본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작업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2006년 전체 소설 집계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게 잔뜩 위축된 한국문단에 촉촉한 단비가 됐다.

일본소설이 한국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1989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부터다. 다른 출판사가 원제 ‘노르웨이숲’으로도 출간한 적 있는 ‘상실의 시대’는 지금까지 70만 부가 팔렸다. 이후 하루키의 모든 작품이 국내에 속속 소개됐고 일본소설은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상실의 시대’를 비롯해 ‘해변의 카프카’ ‘어둠의 저편’ ‘도쿄괴담집’ 등 하루키 소설의 상당수를 번역 출간한 문학사상사의 정종화 팀장은 “국내에 하루키 마니아가 5만 명 이상 형성돼 있어 하루키 소설의 경우 10만 부 안팎은 기본으로 판매된다”고 말했다.

1990년대 무라카미 하루키를 필두로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가 한국에 충성스러운 독자를 양산했다면,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오쿠다 히데오, 츠지 히토나리 등의 인기는 2000년대에 구축된 것이다.

한국소설의 부진과 대조적으로 일본소설이 부쩍 사랑을 받자 국내 출판사의 관심은 일본작가에 집중했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 소개된 일본소설의 폭발적 증가가 입증한다. 2003년 191종이 번역된 일본소설은 2004년 242종, 2005년 420종을 거쳐 2006년 무려 462종이나 출간됐다.

일본의 스타작가를 잡으려는 국내 출판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소설의 저작권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본소설과 한국 출판사를 연결하는 에이전시가 국내 출판사 간 경쟁을 부추기면서 호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빅히트 일본소설인 ‘공중그네’와 신작 ‘면장 선거’의 국내 저작권을 가진 은행나무 주연선 사장은 “국내 출판사 간의 과당경쟁 탓에 3년 전에 비해 일본소설에 대한 저작권료가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주 사장에 따르면 아쿠다가와상이나 나오키상 등 일본의 각종 문학상 수상작이나 서점관계자들이 가장 기대되는 작품에 시상하는 서점대상 수상작의 경우 불과 3년 전만 해도 선인세 개념의 저작권료로 1000만~1200만 원 정도를 지불했다. 하지만 지금은 1억 원 이상을 줘야 한다. 수상작이 아닌 소설의 저작권료도 종전엔 200만~300만 원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800만 원 정도다. 물론 저작권료로 지불한 것 이상으로 책이 팔릴 경우엔 그에 따른 인세를 추가로 줘야 한다. 국내 출판된 일본소설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전체의 10% 수준임을 감안하면, 일본소설에 대한 ‘묻지마 수입경쟁’이 국내 출판사에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분명한 사실은 최근 몇 년간 베스트셀러 상위에 일본소설의 비중이 높은 것은 일본소설에 한국독자를 매혹하는 힘이 있음을 입증한다는 점이다. 출판관계자들이 “일본소설의 저작권료에는 분명 거품이 있지만 작품 자체에는 거품이 없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일본소설 저작권료 10배 이상 뛰어

요즘 한국독자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소설은 공통적으로 무거운 주제도 가볍고 밝고 재미있게 서술하는 장점을 지녔다. 출판칼럼니스트 박지현씨는 “요즘 젊은 세대는 지나치게 무겁고 진지한 것을 반기지 않고, 음악을 듣거나 잡지를 보듯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어떤 독특한 것을 원한다”며 “일본소설은 바로 그런 욕구를 채워준다”고 밝혔다. 소설가 박민규씨는 최근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서 “지금 일본소설이 많이 팔리는 이유는 일본문학이 그만큼 앞섰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오랜 세월동안 소설을 써오면서 노하우를 축적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일본소설이 잘 팔리기 때문에 한국소설이 안 팔리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부장은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만한 국내소설의 등장이 부진한 상태에서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했고 그 경로 중 하나인 일본소설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소설이 채워주지 못한 틈새시장을 일본소설이 치고 들어온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소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소설은 지나치게 무겁고 서사가 약하며 상상력이 빈곤하다는 비판이 일반적이다. 또 ‘끼리끼리 잘 봐주기식’의 ‘주례사비평’에 대한 환멸 그리고 단편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문학상 제도도 한국소설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한국문학이 성장한 것은 6·25전쟁, 남북분단, 독재권력 등 역사적으로 암울한 시대를 겪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이 같은 외적 조건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젊은 세대의 생활상과 가치관이 크게 변화한 오늘날까지 한국 작가들은 거대담론이나 후일담 또는 공격적 페미니즘 소설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학에는 달라진 삶의 형태와 고민을 담아내야 하는데 우리 소설은 여전히 과거패턴을 답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 역시 계간 ‘세계의 문학’ 봄호에 기고한 글에서 “독자들은 즐기기 위해 또는 뭔가 도움을 받기 위해 책을 읽는데 한국소설의 주류를 이루는 작품들은 여전히 민족적·국가적 측면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소설가 박민규가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가 마련한 좌담에서 “한국문학은 단 한 번도 번성한 적이 없고 이제 겨우 습작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내뱉은 말은 꽤 설득력이 있다. 박민규는 “기존의 한국소설, 한국문학을 젊은 세대들이 올드하게 느낀다고 하는데 올드해서가 아니라 실은 어려서 그런 것”이라며 “이유는 우리의 진도가 여기까지인 것이고, 지난 수십 년간 그나마 우리가 일군 것은 리얼리즘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사실과 환상은 문학이 가진 두 개의 유전자 줄기인데, 한국소설에 공상과학(SF), 추리소설, 공포소설, 판타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소설의 점령 속에서 한국소설은 정말 바람 앞에 선 촛불과 같은 신세인가.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한국소설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우려 하는 시기라는 희망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문화평론가인 서영채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1980년대만 해도 문학은 현실에 대해 실천적인 힘을 가져야 했기 때문에 리얼리즘적 기준이 심했고, 문학 자체에 대한 시대적 후광도 있었다”며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대중문화가 활기를 띠면서 문학에 대한 후광 없이 원점에서 문학을 시작해야 했고 그때부터 조금씩 축적된 힘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기’가 아니라 ‘호기(好期)’라는 주장의 근거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한국 작가의 소설이 한국적인 특수성을 강조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엮어내기 시작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서영채 교수는 “우리 소설이 1980년대에 가지고 있던 우국지사 또는 지식인의 외투를 벗어던지고 20대의 김애란부터 50대에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서 육순이 된 김훈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문학 속에 뛰어들면서 우리 소설은 탄력성과 보편성을 가지게 됐다”며 “특히 젊은 작가들의 상상력이 매우 자유로워져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세대, 무겁고 진지한 것 안 읽어

새로운 상상력과 글쓰기를 보여주며 문단과 대중의 주목을 끌고 있는 젊은 작가군은 박민규, 김애란, 김언수, 이기호, 김중혁, 한유주, 정이현 등이다.

정치적·역사적 무게를 지닌 문제작들로 명성을 얻은 황석영씨가 2000년대 들어 연달아 발표한 3편의 장편에서 보이는 변화도 눈길을 끈다. 서영채 교수는 “황석영씨의 최근작들은 이전의 현실에 대한 중압감을 많이 떨어뜨리며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며 “신경숙이 종전의 작품과는 다른 스타일의 장편 ‘리진’을 발표한 것도 우리 작가들의 변화를 읽게 한다”고 말했다.

발표하는 소설마다 ‘불패신화’를 낳고 있는 김훈과 공지영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장르나 문체는 판이하지만 두 작가의 공통점은 취재를 철저히 한 후 집필한다는 점이다. 4월 12일 발간해 지난 5월 말 현재 벌써 10만 부를 훌쩍 넘긴 ‘남한산성’을 집필하기 위해 김훈은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쳤고, 집필에 7개월을 소요했다. 1년 넘게 베스트셀러 상위를 기록하며 영화로도 제작된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지금까지 88만 부가 판매됐다. 공지영이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실제 사형수와 면담을 하는 등 면밀한 취재를 거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소설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는 또 있다. 한국의 문학시장이 작아졌다고는 하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는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다. 문학평론가인 최원식 인하대 국문학과 교수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층도 두텁고 소설을 쓰겠다며 신춘문예 등 신인등용문을 열심히 두드리는 문학지망생도 굉장히 많다”며 “현재는 일본소설을 비롯한 외국소설이 국내 소설 베스트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한국소설이 우리 독자의 욕구와 제대로 만나기만 하면 언제든지 독자는 돌아온다”고 확언했다. 최 교수는 덧붙여 “작가들은 지금 한국 독자들이 왜 외국소설에 매료되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이 우리 소설에서 어떤 부족함과 갈증을 느끼는지를 깨닫고 독자의 욕망을 작가 나름의 새로운 글쓰기로 충족해주면서 소설시장을 탈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소설이 도약하려면 작가들이 국내 시장만 겨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고정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쓸 때 영어로 번역하는 데 무리가 없는지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출판칼럼니스트 박지현씨는 “소설 속 주인공의 생활양식도 그렇지만 문체까지도 치밀하게 계산한 정교함과 국제성을 지향한 작가의식은 세계적인 ‘하루키 현상’을 일으킨 요인”이라고 한 기고문을 통해 단언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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