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성폭행, 성희롱 피해자들의 미투운동을 계기로 성문제와 성문제의 피해자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떠한 환경에서든 힘의 원리에 의해 상대적인 약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는 강자에 비해 힘과 권한이 적기에 피해와 수모를 겪어도 이에대한 보상을 요구하기는 커녕 폭력에 대한 고통을 이야기하는것 조차 보다 작은 힘을 가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수치심을 갖고 제대로된 회복보다는 2차피해까지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있었던 피해를 표현하면할수록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고, 오히려 피해의식을 갖고 있거나 민감하여 사회와 어울리지 못한다는 인식을 주어 더욱 움츠리게 만든다.
「이제야 흉터가 말했다」의 저자는 유년기 시절 성적인 피해를 겪은 경험이 있다. 성인이 되어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며, 어린시절 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 피해를 겪고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에게 있어 성적인 이슈는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는 주제 자체가 민감하고, 피해사실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함에도 드러내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는 주제였다. 이러한 현 상황속에서 성피해는 한 개인에게는 숨겨야할 낙인과도 같은 일이다. 이 책에서 글쓴이는 친척, 동네 오빠, 동네 친구들로부터 여러 성폭력, 성희롱과 성적인 장난의 피해의 경험을 겪는다. 글쓴이 스스로 피해임을 인식하고 가까운 어머니에게 요청하지만 사회적인 통념상, 낙인의 우려 등으로 글쓴이 편에 서서 강하게 맞서 싸우지 못한다.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느낀 무력감, 배신감이 많이 느껴졌다. 불신과 분노로 글쓴이는 이성에 대한 방어적인 태도를 형성한다.
이 책은 총 시리즈 2권으로 되어 있다. 성피해의 경험 기록기 1권과 치유기 1권, 만화로 그려져 있어 글쓴이의 복잡한 심정과 주변인들의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글쓴이의 경험이 더욱 잘 와닿았다.
과거의 경험을 치유하기 위해 글쓴이는 심리상담도 받아봤으나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성폭력에 대해 공부하다 자조모임에 참여하며 치유의 경험을 한다.
“마음에 고통의 흔적이 남는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상처를 받았다는 건 자꾸만 깊숙이 움츠러들고 나도 모르는 사이 뾰족하고 날카로워져 내 마음의 모서리가 툭하고 튀어나오게 만든다. 누군가를 찌를 수 있음을 모른 채.”(본문, 44쪽)
2편 치유기에서는 글쓴이가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며,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직면하게 된다. 직면하는 것이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데 마주볼 수 없던 고통을 보고, 상처로 타인에게 방어적이고 날카롭게 대했더 자신을 보며 회복을 위한 용기를 갖는다.
내면의 상처,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고 살펴보는 내용으로 쉽지 않지만 용기를 내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글쓴이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책의 주제는 성피해에 대한 경험기와 치유기이지만 넓게 보면 심리적 외상, 트라우마에 대한 내용도 겹쳐져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