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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따』 by 미하일 불가꼬프 | 2020년 2020-09-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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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거장과 마르가리따 (상)

미하일 불가꼬프 저/홍대화 역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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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따』는 20세기 러시아 문학과 정치를 관통하는 미하일 불가꼬프의 최후의 대작이다. 제목과는 다르게 '거장'과 그의 연인 '마르가리따'의 분량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총 32장에서 거장은 상권 중후반 13장에 등장하고, 마르가리따는 하권 19장에서야 등장하며 그들의 행적은 주로 하권에 집중돼 있다. 역자의 해설에서도 언급된 부분이지만, 악마 볼란드가 소설의 중심 역할과 전체적 흐름에 주도권을 갖고 있는 점은 틀림없다. 또한, 그의 수행원들이 익살맞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갖고 있어 극에 재미를 준다. 그럼에도 제목을 '거장과 마르가리따'로 가져간 이유는, 거장이 작가 불가꼬프의 페르소나라고 추측해본다. 실제 불가꼬프의 아내 엘레나 세르게예브나는 소설 속 마르가리따처럼 기혼녀인 상태에서 사랑한 사이였고, 전 남편과 이혼한 뒤 불가꼬프와 결혼했다고 한다.


악마들이 가는 곳마다 소동이 일어나고 스딸린 치하 모스끄바 주민들은 혼란과 공포에 떤다. 고전이라고 하면 왠지 점잖고 근엄할 것 같지만 볼란드의 악동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벌이는 왁자한 소동과 말로 던지는 핑퐁게임은 유머와 수다를 동반해 압도적인 웃음을 선사한다. 그 가운데 엄숙함도 있다. 1장에서 신을 부정하는 시인 '이바누쉬까'에게 사탄인 볼란드가 모순되게도 신의 존재, 예수가 현존했다는 것은 그 어떤 증명도 필요없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결국 볼란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예수의 역사성을 증명한 셈이었지만 사탄이 신을 높이 평가한 부분은 상당히 당황스럽다. 그런 뒤 거장이 쓴 소설 '본디오 빌라도'와 '예슈아 가-노쯔리(예수)'의 이야기가 2장에 등장한다. 말하자면, 거장은 이 소설에서 소설가로 등장하고 그가 쓴 소설은 이 소설 속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로 전하는 액자소설이다.


인간의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하는 볼란드의 예언대로 이바누쉬까와 동행했던 문학 협회 의장 '베를리오즈'가 전차에 목이 잘려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현장을 목격했던 이반은 정신병원 117호에 감금되는 사태에 이른다. 그리고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118호에 입원해 있던 거장이 이반의 방을 방문해 서로의 처지를 이야기한다. 이반은 악마 볼란드의 존재와 베를리오즈의 죽음을 얘기하고, 거장은 자신이 쓴 소설이 출판 거절을 당해 심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인 마르가리따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황을 들려준다.


하권에는 마르가리따가 비탄에 빠진 거장을 구하기 위해 마녀가 된다. 역사상 불명예를 안고 죽음에 이른 자들을 맞이하는 사탄의 무도회에서 볼란드의 여주인 역할을 해낸다. 결말 부분에는, 현실 속 거장과 거장이 창조한 주인공 본디오 빌라도의 만남도 보여준다. 본디오 빌라도는 총독이라는 최고의 권력자였음에도 유대의 대제사장 의견에 동조해 예슈아의 처형을 승인했다는 죄책감으로 2천 년의 시간을 고통 속에 보내고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에 창조자 거장은 본디오 빌라도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거장과 마르가리따는 볼란드가 안내한 영원한 집을 향해 걸어간다.


흔히 악마라는 형상은 잔인하고 두려운 존재로 각인돼 있다. 헌데 이 책에 등장하는 악마는 인정많고 유쾌하며 장난이 지나칠 뿐이다. 사탄 볼란드와 그를 보좌하는 통역관 꼬로비요프, 키 작은 백내장 송곳니 아자젤로, 뚱보 고양이 베게모뜨, 벌거벗은 흡혈귀 겔라 등이 합세한 흑마술 공연에서 경제 교란과 민심을 동요시키는 등 크고 작은 해프닝을 벌인다. 돈다발을 사람들에게 뿌리고 여성 관객들에게는 명품 옷과 화려한 구두를 선물한다. 하지만 돈은 종이로 변질되고, 여인들은 모스끄바 거리를 속옷만 걸친 채 돌아다니다가 이내 경찰들에게 잡혀가는 사태에 이른다. 흑마술 공연 사회자가 그들을 비난하자 관객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의 머리를 절단했다가 다시 붙이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악마들에게 잘못 걸린 이들은 이반이 입원한 스뜨라빈스끼의 정신병원으로 직행하는 이들로 속출한다.


이것을 두고 악마적 요소라 단정하긴 왠지 애매하지 않은가? 심지어 결말 부분에서 볼란드는 사랑과 희생으로 기꺼이 마녀가 된 마르가리따와 그의 연인 거장에게 영원한 안식이 보장된 길로 이끌기까지 한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곧 구원을 뜻하는 데 반해, 볼란드는 그를 믿는 것이 아닌 단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한 마르가리따에게 준 선물이었다. 그것은 고통스런 삶으로부터 분리된 '영원한 안식'이었다. 혹여 볼란드와 그의 일당들에게 당한 인간들에게 트라우마가 남았다면, 그것은 변하지 않는 본성과 탐욕이 불러온 결과에 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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