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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The Walden(1854)』 by 헨리 데이비드 소로 | 2020년 2020-09-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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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정윤희 역
다연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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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오르는 불꽃이여,

삶을 비추는 다정하고 친밀한 동정심을 베풀어주오.

내 희망이 아니면 무엇이 그처럼 밝게 타오르겠는가?

내 운명이 아니면 무엇이 그처럼 밤 속으로 가라앉겠는가?

어찌하여 그대는 벽난로와 거실에서 추방당한 것인가?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환영받았던 그대가

우리 따분한 삶 속에서 흔한 빛을 내기에는

지나치게 환상적이었기 때문인가?

그대의 찬란한 불빛은 우리 마음과 영혼 속에서

신비로운 교감을 나누지 않았던가?

대담한 비밀까지도 털어놓지 않았던가?

그렇다, 이제 우리는 희미한 그림자조차 흔들리지 않는

난롯가에 앉아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하고 강하다.

기쁨도 슬픔도 전하지 않고

그저 발과 손을 따뜻하게 녹여줄 뿐이니.

작고 실용적인 조그마한 화로 앞에서

현재라는 시간이 자리 잡고 앉아 잠들 수 있고

어두운 과거에서 걸어 나와 휘청이는 모닥불 옆에서

우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유령들을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난방中 p348-349


부유한 생활과 저택, 정원 그리고 '흥겨움'은 내게 별로 중요치 않다. 언젠가 왕의 초대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는 나를 커다란 응접실에서 기다리게 해놓고 손님을 접대할 능력조차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내 이웃 중에서 속이 텅 빈 나무에서 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의 태도가 더욱 왕다웠다. 진짜 왕 대신 그를 찾아가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p455



『월든, The Walden』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에서 2년 2개월의 시간 동안 혼자서 의식주를 직접 해결하고 동식물과 함께 하며 소박하게 자급자족하던 경험과 철학을 들려준다. 1845년 7월 4일, 그는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한 채 월든 호숫가에 터를 잡았다. 최소한의 것, 일상에 꼭 필요한 물건으로만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19세기형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했다. 도시를 떠나 자연주의적 삶을 추구하는 반면 근대 서구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서로, 문명사회를 향해 통렬히 비판했다. 자연주의 철학자인 그의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과 단순하고 금욕적인 삶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대안은 열어놓았다. 저자가 지적한 문제점들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 지구적 차원의 고민이란 점에서 씁쓸해진다.


정말로 필요한 생필품은 무엇일까? 생필품이란 인간이 수고를 통해 얻는 물건 중에서도 실생활에 가장 중요하거나 오랜 세월 동안의 경험으로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을 뜻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생필품은 식량과 집, 의복과 연료를 들 수 있으며 이것이 먼저 준비돼 있어야 인생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편리를 위한 생활용품과 대부분의 사치품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하지도 않으며 인류의 진보에도 걸림돌이다. 옷이란 우리 몸의 가장 밖에 있는 껍데기이며 얽히고설킨 인생의 혼란스러움에 불과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최대한 간편한 옷차림이다. 모든 면에서 간소하고 완벽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단순해질수록 우주의 법칙 또한 간결하게 변하게 마련이다.


과거 우리의 집은 동굴에서 시작해 돌과 타일로 지붕을 덮는 순서로 발전했다. 마침내 현대인들은 야외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고 인간의 삶은 생각보다 더 많은 부분을 좁은 울타리 속에서 지내게 되었다. 더 크고 호화로운 상자를 빌려 임대료를 내느라 죽어라 고생하지만 퍼노브스컷족 인디언들은 폭설 가운데에도 얇은 면 재질의 천막 속에서 살아간다. 하늘을 나는 새에게는 둥지가 있고 여우에게는 굴이 있고 야만적인 종족에게도 천막집이 있는데 현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가정의 절반은 제대로 된 집 하나 없다. 가장 기본적이고 외적인 껍데기를 얻었으나 원주민의 천막촌을 통째로 사고도 남을 그 집세 때문에 평생을 발이 묶인 채로 살아가고 있다. 문명인이 야만인보다 더 훌륭한 것을 추구하지 못한다면 또한 천박한 생필품이나 육신의 안락을 구하는 데만 삶의 대부분을 쏟는다면 굳이 야만인보다 더 멋들어진 집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2년 동안의 경작 경험을 통해 직접 재배한 농작물만 먹고 필요한 양만 경작한다면 또 수확한 농작물을 쓸데없는 사치품과 교환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조금의 땅만 있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이에 더해 여유로움과 독립된 삶, 건강까지 얻었으며 언제든 마음껏 거주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한 집을 얻었다. 하지만 그가 외식에 체적화 되어 있었고 가끔은 외식을 했다는 점은 의외의 구멍을 발견한 지점이다. 저자는 5년 이상의 시간을 오직 그의 손으로 직접 노동을 해서 먹고 살았고, 1년에 6주 정도만 일해 생계를 유지할 비용을 벌었다. 덕분에 여름과 겨울을 연구에만 몰두했다. 싱글 라이프를 선호했고, 협력은 고상한 언어로 함께 삶을 꾸려간다는 뜻을 가졌을 뿐 그에게는 저급한 의미로 해석됐다. 저자는 자선 활동에 빛바랜 선행만큼 고약한 냄새는 없다며 쐐기를 박는다. 가난한 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주되 돈만 주지 말고 '나'를 같이 내주라고 한다. 가난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을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돈을 할애하는 것이 오히려 가난을 조장하는 것이며, 자선의 가치는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과대평가 되었다고 했다. 자선을 떠벌리지 말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충고한 것이다.


저자가 살던 당시 미국 사회는 골드러시로 인한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던 시대였다. 산업화의 물결로 빈부격차는 심화되었고 문명이라는 미명 아래 대자연의 훼손은 당연시됐다. 세월이 흐르면 뭔가 변화돼 있을 것 같았지만 2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재차 확인할 뿐이다. 불필요한 사치품과 집을 갖기 위해 안달복달 하는 모습과 물질만능주의는 시대를 막론하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인생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쯤 문명과 멀리 떨어진 삶을 동경하곤 한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에 있지 않은가? 타인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아닌 내가 해야 하는 말에 귀기울여 보자.


봄이 오면 생기 넘치는 새해를 맞이하고, 뜨거운 햇빛을 동반한 여름에는 직접 밭을 일구며 자급자족하고, 호수에서의 목욕과 초원에서의 휴식으로 여유와 자유를 만끽해 보자. 가을과 겨울이 오면 그동안 마련했던 장작으로 벽난로에 불을 지핀 뒤 독서에 심취하자. 호숫가의 풍경은 그 어느 곳의 것보다 아름답고 풍부한 감성을 자극한다. 꽁꽁 언 호수 위에서 미끄럼도 타고 고드름이 달린 나무들을 감상하는 재미에 푹 빠져보자. 자연의 풍광과 그 속에서의 삶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사계절을 오롯이 담아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주의 삶 속에 녹아들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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