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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들이많았는데..제가너무늦었네요... 
수고 많으셨어요~예란님~ 감사합니다.. 
이벤트 진행하시느라 넘 고생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 이런 이벤트 주관하시느.. 
감사합니다. ^^근데 쪽지를 여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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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by 김종옥,이장욱,김미월,황정은,손보미,박솔뫼 | 2015년(125) 2015-12-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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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13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종옥 등저
문학동네 | 201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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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김종옥, <거리의 마술사>

이장욱, <절반 이상의 하루오>

김미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황정은, <行>

손보미, <과학자의 사랑>

정용준, <당신의 피>

박솔뫼, <우리는 매일 오후에>

 

 

<거리의 마술사>는, '남우'와 유년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희수'의 시각을 통해 남우를 바라본다. 이야기는 약간의 자폐증을 가진 남우의 죽음을 통해 따돌림을 받는 학생의 자살을 희수의 입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된 사건의 전말을 바라본다. 남우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그의 추락을 막지 못한 후회와 그렇게 내몬 것이 학급 아이들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 보다는 그들 스스로가 모두 바닥에 떨어진 것 같은 추락을 맛본다. 남우에겐 친구가 없었을 뿐이고 자폐증이라는 그들과 조금은 다른 캐릭터를 가졌을 뿐이다. 텔레비전 브라운관에서 익숙한 '안나'라는 남우와는 차원이 다른 눈부신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둘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지만 동시에 '바깥세계'라는 동질성을 갖는다. 같은 반 동급생이지만 안나는 연예계라는 세계에 속했고 남우는 교실에 함께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존재다. 안나가 남우 옆에 앉기 시작할 무렵 평화롭던(?) 교실에서 '태영'의 폭력이 '그냥' 시작된다. 그리고 마치 처음부터 모두가 남우를 싫어했던 것처럼 의기투합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칼로 태영의 배를 찔러 피를 보이는듯한 남우의 마술이 발현된다. 아이들은 놀라고 남우는 창턱까지 올라 추락사로 이어진다. 윤리적 혼란에 빠진 가해학생들이야말로 오히려 도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묘한 울림을 준다.

 

<절반 이상의 하루오>는, 여행지에서 만나 친구가 된 일본인 '다카하시 하루오'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국인 일본에서는 죽은 듯이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비행기를 타고 타국을 여행하는 날이 더 많은 하루오는 일본보다 다른 나라에 친구들이 더 많을 정도로 여행은 하루오의 삶 자체다. 낯선 공간에서도 오래전부터 지내온듯한 기묘한 재능을 가졌고 '빙긋' 웃음과 단순한 언어만으로도 깊은 교감을 준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지구 멸망을 예고하는 최후의 날에 대해 풀어낸다. 종말이 가까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평소처럼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한다. 과연 미래가 없는 자들에게 무엇이 남을까. 가장 억울한 사람은 현재 가진 게 많은 자가 아닌 바로 코 앞에 대기하고 있는 기다림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行>에는, 비참한 자본주의 현실 속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죽은 남동생의 집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중년 여인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육 개월 단위로 계약서 써가며 피를 말려가며 일하는 '오제'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과학자의 사랑>은, 해설을 통해서야 비로소 왜 '사랑'이라 칭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고든 굴드'라는 한 과학자의 전기를 허구의 언어로 불러오다니 마치 번역된 외국 소설을 읽는 착각에 휩싸인다. 린디합을 선망하는 그녀의 소설은 서막부터 신선하다. 굴드는 가정부 '에밀리 로즈'의 유혹을 이겨낸 남자로 자신을 철썩같이 믿었지만 진짜 사랑에 무지한 채로 연서 아닌 연서를 줄기차게 띄운다. 하지만 굴드의 부치지 못한 편지에서 깊은 곳을 읽어낸 아내 '비비안 스턴우드'는 이혼을 통보한다. 굴드는 비비안과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했지만 실은 그것은 에밀리 로즈에 대한 사랑을 부인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에 지나지 않았다. 작중 화자인 '브라이언 그린 박사'는 고든 굴드가 죽을 때까지 몰랐던 사실을 이야기한다. 중력에 저항하는 지역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트라이앵글)이 포함된 우주다.

<당신의 피>​는, 이십사 년 전 부부싸움으로 아내를 죽이고 무기징역을 선도받은 남자가 교도소에서 치료가 불가능해 환자가석방으로 출소하면서 사건 당시 다섯 살 된 아들을 만나게 되면서 '어쩔 수 없는' 혈육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말처럼 혈육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운명이면서 가장 반발심을 느끼게 하는 문제다. 본질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매일 오후에>에서는, '나'는 ​오늘 갑자기 작아진 새끼 짐승같은 남자와 함께 살아간다. 매일 오후에 목적 없이 외출을 하고 지나간 나쁜 과거에 대해 끊임없이 서술한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무아의 경지를 걷는듯한 모호하고 쌩뚱맞은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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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by 칼릴 지브란 | 2015년(125) 2015-12-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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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언자

칼릴 지브란 저/유정란 역
더클래식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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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법정 스님이 마지막까지 머리맡에 남겨뒀고,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성경과 함께 20세기에 가장 많이 팔릴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야기는, 정신적 고양이 신격화 된 인격으로 무장된 '알무스타파'라는 인물이 열두 해 동안 오팔리즈라는 도시에 머물다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동안 그곳 시민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영혼을 어루만지는 해답을 제시한다. 사랑과 결혼, 아이들, 주는 것, 음식과 일, 희노애락, 집, 옷, 매매, 죄와 벌, 법과 자유, 이성과 열정, 고통, 자아를 아는 것, 가르치는 것, 우정, 말하는 것, 시간, 선과 악, 기도, 아름다움, 종교, 죽음 등 인간이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근원적인 물음과 사고, 행위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는 문답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많이 공감한 부분은 '결혼'이다. 부부는 결혼이라는 의식을 통해 평생을 함께 보내지만 서로가 사랑은 하되 적정의 거리를 두고 서로 공유하는 것을 금하라고 한다. 서로 마음을 주되 서로의 마음을 가지려 하지 말 것이며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한다. '마치 기타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에 함께 떨릴지라도 서로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p19).'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사랑을 채우되 생각까지 채우지 말며 몸이 머물 집을 주되 영혼이 머물 집은 주지 말라 한다. 스스로에게 다짐한 부분이지만 실천이 어려운 부분이다. 가진 자에게 있어 서글픈 소식이지만, 우리들이 끝까지 움켜쥘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그대들 고통의 대부분은 스스로 택한 것입니다(고통에 대하여 p57).', '그대들이 벗어 버리려는 것이 근심이라면 그 근심은 그대들에게 떠맡겨진 것이 아니라 그대들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자유에 대하여, p52).','그 누구도 그대들에게 속 시원히 알려 줄 수 없습니다. 그저 그대들 스스로가 깨달음의 새벽에 반쯤 잠들어 있는 것을 귀띔해 줄 수 있을 뿐(가르치는 것에 대하여, p60).' 모두가 각각의 다른 관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나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것은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또한, 선과 악이 우리네 마음에 공존하고 슬픔을 통해 기쁨을 알게 되며, 강과 바다가 하나인 것처럼 삶과 죽음 또한 하나인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함께 존재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결국 우리의 세상살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책은 부피가 얇은 편에 속하지만 내용은 쉽게 넘길 수 없는 묵직함이 담겨 있다. 그도 그럴 듯이 이 작은 책을 위해 칼릴 지브란은 평생을 보냈다고 한다. 사춘기 때부터 시작해 이십 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공들여 완성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는 문학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할 때까지 기다린 숙성의 시간도 포함된다. 『예언자』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이유는, 1923년 책이 처음 출간될 무렵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부합됐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전쟁과 물질 만능주의는 사람들의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그들은 자연스레 예수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영적 구도자의 치유 메시지에 눈과 귀를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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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속삭인다』 by 타티아나 드 로즈네 | 2015년(125) 2015-12-2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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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저/권윤진 역
비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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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작가의 가족은 연쇄살인범이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옆 건물에 이사를 했었다. 당시 피로 얼룩진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기분 상태가 어떨지를 상상했던 그녀는 소설 『벽은 속삭인다』를 누아르 형태로 불러냈다. 소설 속의 파스칼린 말롱처럼 작가 역시 피로 얼룩진 집의 존재를 깨달은 뒤로 폭력과 고통으로 점철된 여행을 시작했다. 작가는 파스칼린의 시선을 통해 연쇄 살인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2차 대전의 상흔까지 불러온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기시되고 수치스러운 날로 기억되고 있는 1942년 7월 16일 '검은 목요일'이라는 잔인한 대학살이 자행되었던 넬라통 가의 진실이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벨디브(동계경륜장)에서 8천 명 이상의 유대인들이 무자비한 학살의 희생자가 되었다. 작가나 파스칼린 말롱처럼 그녀들의 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끝나지 않은 숙제인지도 모른다.



프레데릭과 이혼한 뒤 새 집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던 파스칼린은 당브르 가에서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계약한다. 하지만 이사온 첫 날부터 속이 울렁거리는 구토 증세와 현기증을 수반하며 불면증까지 동반한다. 그리고 며칠 뒤, 이웃집 부인으로부터 주인공의 집에서 살인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그녀는 '당브르 가 살인사건'으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희생자는 열여덟 살의 안나라는 여인이었고 강간된 뒤 살해된 연쇄살인사건의 모태가 된 최초의 사건, 첫 번째 희생자였다. 벽은 잔악한 범죄 현장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일곱 명의 젊은 여성들이 희생된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기사들을 모조리 찾아 읽었고 범인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상태였다.


파스칼린은 도저히 안나가 죽었던 방에서 잠을 잘 수 없었고 서둘러 당브르 가를 떠난다. 하지만 안나의 존재를 알고난 뒤부터 그녀는 새로운 감수성이 움터 왔다. 그리고 엄마를 통해, 그녀가 다섯 살 때 살던 집에서 매일 같은 악몽에 시달렸던 얘기를 듣게 된다. 어린 파스칼린은 검은 그림자가 아이들을 찢어 죽인다고 했고 끔찍한 꿈 때문에 고통스러워 했다. 그리고 우연히 이웃집 아줌마를 통해 옆 건물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을 전해 듣는다. 한 남자가 세 아이의 신체를 절단해 죽인 사건이었다. 암에 걸린 아빠를 위해 시골로 떠난 뒤부터 더이상 어린 파스칼린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낯설던 이 감수성은, 실은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포착하는 안테나를 몸에 단 기분이었다.


파스칼린은 눈을 감아도 죽은 안나의 얼굴부터 연쇄살인범에 의해 청춘을 빼앗긴 다른 여섯 명의 여인들의 모습까지 보인다. 마치 내 딸처럼 느껴진다. 이사를 해도 불면의 밤은 끝이 없었고 피비린내 나는 잔인한 악몽에 시달렸다. 회사에서 완벽주의자로 통했던 그녀였지만 왕초보적인 실수까지 반복된다. 이 도시에서 한 남자가 피를 부린 일곱 집, 살해당한 장소에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서 그녀들을 추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살아있었더라면, 그녀들과 불과 몇 살 차이나지 않는 자신의 딸 엘레나를 그리워하며 고통스러워 한다. 과거 스물 다섯 살의 그녀에겐 엘레나라는 여자아이를 낳았다. 6개월 된 아이를 잃은 슬픔은 부부의 관계를 파멸로 이끌었고 급기야 15년의 결혼생활을 청산한 남편은 약혼자 뮈리엘을 임신시켰다. 어느 순간, 파스칼린은 연쇄살인범과 전남편을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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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 by 임이슬, 이종필, 김아영 | 2015년(125) 2015-12-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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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리화가

임이슬 저/이종필,김아영 각본
고즈넉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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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는 여자의 몸으로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제자 진채선은 스승 신재효를 만나 경복궁 중건을 기념한 낙성연이라는 소리판을 통해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조명한다. 또한, 사제 간의 절제되면서도 애틋한 두 사람의 사랑, 당시 조선 신분 사회의 굴레와 정치판도, 신재효가 소리꾼 김세종과 어떤 과정을 통해 동리정사를 열게 되었는지의 과정과 학당에 끝까지 남은 애제자 칠성과 용복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도리화가'는 낙성연 이후 궁에 들어간 채선이 조선의 새 주인이었던 흥선대원군의 곁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스승 신재효가 그리움을 담아 지은 것으로 구전된 노래다.

 

아홉 살 채선은 일찌기 아비를 잃었고 무당이었던 어미 역시 죽을 병을 얻어 기생집 여행수에게 맡겨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채선은 판소리 심청가를 부르는 동리 신재효 선생 소리패를 보면서 몇 달 간 눌러왔던 오묘한 어루만짐을 느낀다. 신재효는 동리정사에서 소리를 배우러 온 문하생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쳤고 채선은 몰래 귀동냥으로 소리를 공부했다. 채선은 기방에 속했지만 기녀가 아니었다.

 

 

신재효는 총기와 영특함을 타고났으나 중인 신분으로 태어나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조차 주워지지 않았다. 차선책이 지방 수령을 도와 아전(이방)이 된 것인데 민초들에게 세금을 빼앗는 일만 반복되었으니 더이상 그 일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선택한 것이 판소리였는데 술 마신 뒤 판소리로 민초들을 달래는 것이었고, 그것은 곧 수령에 대한 음해로 해석돼 고을 사또에게 끌려가 매타작을 당하기 일쑤였다. 멈출 것 같지 않던 매타작을 멈추게 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석파 이하응(대원군)이 내민 구원의 손길이었다.

 

모두가 배곯던 시절, 동리정사(판소리를 배우러 온 문화생들을 가르친 곳)를 운영하려면 신재효는 상전들에게 굽실거릴 수 밖에 없었던 처지였다. 허나 물주였던 오진사와의 관계는 틀어지고 밥풀이라도 얻어 먹으려던 문하생들은 모두 떠나버린다. 대신 빈 자리를 채선이 들어앉는다. 단오날 축제, 소리패에 낀 채선이 여자인 것이 탄로나는 바람에 풍기 문란죄로 태형을 받은 신재효는 오히려 분기탱천하여 채선에게 산에서 소리를 익히고 한양 낙성연에 오를 것을 종용한다. 신재효는 채선에게 특별한 게 있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 입고 나달거리는 마음을 달래줄 재주가 담겨 있다고 했다. 그것은 뛰어난 너름새였다. 우여곡절 끝에 채선은 낙성연에서 장원을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대원군 곁에 남고 이로써 둘은 끝내 이별을 하고 만다.

 

"춘향이가... 왜... 기생 주제에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고 이몽룡을 기다리며 수절을 하였는지... 아십니까?"

"...."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

"말이 예쁩니다. 마음을 품는다, 꼭 꽃을 품는 것 같아요. 도리화같이 예쁜 꽃이요."

"...."

제가 스승님의 도리화가 될 수 있을까요?

"...."

"...."

"네가 춘향의 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겠지." -p177, 178

**소리꾼이 갖춰야 할 덕목

하나. 외모와 기품인 '인물치레'로 얼굴이 아름다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주어야 한다.

둘. '사설치레'로 이야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

셋. 득음은 목청이 좋아야 하는 것이고 득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연기력인 '너름새'다.

 

신재효는 중인배인 자신의 신분과, 계집이라는 이유로 소리조차 할 수 없었던 금기의 시대에 태어난 채선에게서 일종의 동질감을 갖는다. 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채선의 뚝심을 보면서 자신이 성취하지 못했던 입신양명 대신 그녀의 소리만은 열심히 성취해주고 싶어한다. 낙성연 이후 채선이 궁으로 들어가면서 둘은 헤어지지만 정세가 대원군을 위기로 몰아가면서 채선은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나 신재효의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에 채선은 울고, 스승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채 서글픈 끝을 맺는다. 모든 일에 있어 처음은 어렵다. 더군다나 법으로 금지된 것을 목숨까지 걸면서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스승 신재효와 제자 진채선이 '소리를 향한 갈망'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그들은 문명이 억압하는 근원적인 금지의 대상을 욕망했고 성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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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by 어니스트 헤밍웨이 | 2015년(125) 2015-12-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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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인과 바다 세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베스트트랜스 역
더클래식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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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미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이자 20세기 미국 문단의 거장이다. 격정적인 삶을 살다 간 행동주의 작가였고 그러한 그의 삶은 작품 속에서도 그대로 녹아있다. 『노인과 바다』는 퓰리처상 수상작이자 헤밍웨이의 마지막 소설로 절제된 문장이 강인하게 떠오르는 헤밍웨이 문학의 결정판이다. 5일 동안 벌어진 이 소설의 주제는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정신에 있다. 치열한 싸움 이면에 존재하는 노인의 외로움과 나약함은 인간적인 시선이 느껴져서 감동을 준다.

 

어부 산티아고는 멕시코 만류에 조각배를 띄우고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다. 팔십사 일 내내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했던 그는 살라오(운이 없는 사람)에 빠지고 말았지만 85일째 접어든 날을 행운의 숫자로 보고 또다시 물고기를 낚으러 나간다. 보이는 것은 오직 하늘과 바다 뿐. 가끔 보이는 새를 벗삼기도 하고 자신의 손으로 잡은 거대한 청새치에게 '형제'라고 부를 만큼 그는 살아있는 존재들, 특히 자신을 유일하게 믿고 따르던 '소년'을 그리워한다.

 

비극적일 정도로 가난한 늙은 어부는 꼬박 이틀 밤낮의 사투를 거쳐 자신의 배보다 더큰 청새치를 향해 작살을 꽂는다. 하지만 배 옆에 묶어둔 청새치의 죽음은 난폭한 상어떼를 불러들였고 노인은 청새치에 이어 상어떼들과의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뭄고기의 앙상하게 텅 빈 뼈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코에서 꼬리까지 무려 550cm에 달하는 텅 빈 물고기는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노인은 낡은 판잣집에서 만신창이가 된 몸을 누인다. 소년은 잠든 노인의 손을 잡고서 하염없이 운다.

 

노인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그 투쟁을 통해 고난을 견디는 능력을 증명한다. 노인이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잔인하고도 자애로운 바다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과 지식에 있었다. 거대한 청새치와 힘겨루기 끝에 승리하고, 끊임없이 청새치의 피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상어떼들에 의해 손을 몇 번이나 다치면서 육신은 피로로 얼룩지고 칼도 몽둥이도 모두 부러졌다. 오직 정신만이 명료하게 빛났을 뿐이다. 헤밍웨이를 평생 따라다닌 문학적 주제는 어떤 자세로 죽음을 맞느냐에 있었고 그러한 그의 주제는 이 작품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산티아고는 헤밍웨이가 일평생 추구한 남성상이자 작가 자신의 페르소나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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