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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기본 카테고리 2019-12-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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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저/김은모 역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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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 미학의 정점

야마시로 아사코의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제목부터 기묘한 느낌을 주는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야마시로 아사코'란 낯선 작가의 기담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한권에 8편이란 짧은 단편이 실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담과 SF, 호러의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어 독특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아이없이 부부가 함께 사는 맨션, 어느날부터인가 집이나 회사에 그들을 따라다니는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밥을 먹을 때, 샤워를 할 때 갑자기 나타나는 귀신의 존재로 인해 남편은 겁에 질려하지만 아내인 지후유는 귀신을 관찰하며 왜 느닷없이 혼령이 부부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인지 생각한다. 머리를 맛댄 끝에 부부는 의도치 않게 혼령이 있는 곳에 갔거나 혼령이 깃든 물건을 샀거나 원래부터 집에 혼령이 있었거나의 가설을 세우지만 딱히 맞아떨어지는 가설을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아내 지후유는 혼령이 찬 시계와 넥타이를 근거로 그를 닮은 추상화를 블로그에 올리게 되고 초상화와 닮았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게 되는데....

-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도시에서 친할머니가 사는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 주인공,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교실에서도 혼자 있던 그의 눈에 자신과 같은 존재인 '후코'가 있다. 한겨울에도 스웨터 하나에 앙상한 몸매로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후코,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모댁에 맡겨진 후코는 이모의 학대를 받으며 밥을 굶기 일쑤인 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인공은 후코를 우연찮게 만나게 되고 후코가 목 없는 닭을 키우는 것을 보고 기겁하게 되지만 후코의 사연을 전해듣고 자신의 집 벽장에 목 없는 닭인 '교타로'를 키우게 해준다.

살아 계실 때 부모님이 선물해준 병아리였던 교타로를 이모는 보기 싫다며 도끼로 목을 내리쳤지만 얼굴이 없는채로 살아 남아 이모 몰래 후코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게 되었고 주인공의 집에 키우는 덕에 자주 주인공의 집에 찾아와 할머니가 주시는 먹을거리와 교타로를 보며 놀다가곤하지만 그것을 이모가 알게 되었고 그러다 갑자기 후코가 먼 친적집으로 가게 되었다며 인사도 없이 전학처리가 된 것을 보고 주인공은 이모를 의심하게 된다.

- 곤드레 만드레 SF

소설을 쓰는 주인공에게 학교 후배가 어느 날 고민 상담을 해달라며 불러낸다. 술잔을 기울이던 중 후배는 여자친구가 술을 마시고 만취상태가 되면 시간의 흐름이 혼탁해진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만약 이런 소재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쓰는게 좋겠냐는 상담에 주인공은 자기같으면 경마권을 구입해 부자가 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하는데 얼마 후 후배는 비싼 자동차를 끌고 나타나 주인공에게 소설의 주제가 아니었다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고 마권을 구입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이야기한다. 후배는 돈을 벌 수 있게 해준 선배에게 사례를 해준다고 하지만 주인공은 돈을 받지 않는 대신 후배의 여자친구를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에게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 오는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마권을 사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술을 먹였던 후배는 만취한 여자친구가 울면서 죽은 후배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며 자신은 곧 죽게 될 것이며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다급히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새벽 후배의 집에서 시체 한구가 발견되고......

- 이불 속의 우주

앞 편의 소설가 주인공의 아는 소설가 지인이 10년 전 대박을 치고 이후로 단 한편도 못쓰는 슬럼프에 빠져들자 가족들로부터 외면받고 급기야는 홀로 나와 살기에 이른다. 제대로 된 살림살이조차 구할 수 없었던 소설가 지인은 중고가게에 들러 추위를 막아줄 이불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게 되고 이불에서 잠을 청한 날 믿을 수 없는 기이한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다음에 주인공과 만난 자리에서 소설가 지인은 밤마다 이불을 덮으면 다리에 뭔가 스치며 기이한 현상들을 겪게 된다고 이야기하는데....이불 덕택인지 10년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지인은 소설을 내기 시작했고 표정도 밝아지기 시작하는데....그리고 갑자기 로맨스 소설을 쓸 생각이라던 지인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 아이의 얼굴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어울려 '요리코'란 아이를 괴롭혔던 주인공, 요리코에게 못할 짓을 저지르던 그들은 그것을 즐기며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요리코가 집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주인공은 자신의 철없는 행동을 후회하며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며 결혼도 하였지만 얼마 후 고등학교 때 자신과 어울리며 요리코를 괴롭히던 세 명의 친구들이 모두 결혼 후 아이를 끔찍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중 한명에게 자신이 아이를 죽인 사연을 쓴 편지를 받게 되고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았던 고향에 들러 다른 친구들도 같은 이유로 아이를 죽인건지 알아보는데....주인공이 그렇게 적극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 또한 임신중이였기 때문인데 괴로워하던 주인공은 그 사실을 남편에게 털어놓지만 남편은 자신이 많이 도와줄테니 낙태는 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무사히 아이를 낳은 주인공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경악하게 되는데....

- 무전기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아내와 아들을 잃은 주인공, 자신은 회사에 출근한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매일 무전기를 가지고 놀며 재미있어 하던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를 잃은 슬픔이 크게 자리잡아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는 폐허 속에서 짓이겨진 채로 발견한 무전기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듣게 되고 놀라게 된다. 이후로 주인공은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결혼하여 딸이 있었던 주인공은 갈수록 점점 학대가 심해지는 남편과 함께 살아낼 자신이 없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여 이혼하기로 결심하고 아이는 한달에 한번씩만 아빠와 만나기로하는데, 그렇게 아빠를 만나기로 한 날 싫다는 아이를 아빠 곁에 데려다주었던 주인공은 다시 한번 재결합하지 않겠냐는 남편의 제의를 거절하고 이에 남편은 화를 내며 주인공의 뺨을 치며 딸의 손을 무지막지하게 끌고 도롯가로 걸어가 트럭에 치여 둘다 죽게 된다. 눈 앞에서 딸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주인공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중 집 근처를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게 되는데 이상하게 어느 한 지점을 지날 때마다 살려달라는 소녀의 목소리에 시달리게 된다. 그 목소리를 듣는건 오직 주인공 뿐, 내 머리가 이상한거라서 그런건지 주인공은 혼란스럽기만한데....

- 아이들아, 잘자요

허약하고 집에서 책만 읽던 주인공을 안쓰럽게 생각한 부모님은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모임에 딸아이를 가입시키고 그렇게 배를 타고 어린아이와 카드놀이를 즐기던 주인공은 갑자기 일어난 사고에 아이들을 데리고 보트에 타다 바다에 추락하고 만다. 점점 바닷속으로 갈아앉던 주인공 앞에 천사라는 사람이 나타나 자신의 인생 필름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아이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필름을 찾던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

8편의 단편은 이야기만큼이나 다양한 형식을 담고 있다. 서정적인 기담과 무섭지만 가슴 아픈 호러까지 도대체 예견할 수 없는 이야기인지라 단편을 읽을 때마다 쏙쏙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는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그 속엔 철 없던 학창 시절 못되게 굴었던 친구가 자살하고 아이를 낳으며 그 업보를 짊어지고 가는 주인공은 물론 소설가지만 10년동안 돈벌이를 못해 가족과 소원해진 한 가장의 고독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모에게 학대 받으며 제대로 된 밥조차 먹지 못하며 하루하루 학대를 견뎌내던 주인공의 마지막 결단과 대지진으로 혼자 살아남아 가족을 그리워하는 가슴 절절한 이야기 또한 만날 수 있다.

끔찍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지만 소름이 끼쳐 오싹하기보다 아프고 슬프게 다가오는 통에 무서움의 느낌이 왠지 희석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렇게에 더욱 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아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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