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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권력은 세계 역사를 어떻게 움직였나 | 역사/인물 2021-06-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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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종교 권력은 세계 역사를 어떻게 움직였나

우야마 다쿠에이 저/안혜은 역
시그마북스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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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래학자는 종교는 미래에는 취미에 불과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보면 여전히 종교가 근본에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는 특정 종교를 국교로 하지 않지만, 종교가 통합보다는 분열의 수단이 되는 것을 보고 있고, 정치권력화되고 있음을 알기에 종교 권력이 움직이는 역사라는 점이 흥미로왔다.

 

저자는 과거 지배자들은 영토, 자원, 기술의 3요소를 지배의 핵심 도구라 정의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에 못지않은 요소로 종교를 꼽았다. 과거의 역사를 보면 이 말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로 개종하며 로마의 국교로 정했고, 영국의 헨리 8세는 이혼문제로 교황청과 갈등을 겪자 로마 가톨릭과 결별하고 영국 국교 성공회를 설립했다.

비단 역사를 보면 동서양권에 국한하지 않고 종교로 국민 통합을 이루려 하거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동아시아, 인도 · 동남아시아, 유럽, 중동 · 중앙아시아 · 아프리카로 구분해 종교와 권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지역 구분이지만, 상당수 종교들이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갈등의 원인이 되기에 지역의 특징을 아는 것도 종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동아시아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우리나라의 유교를 정의하는 부분은 정확한 정의인지는 의문이다. 조선은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여러 제도를 정비하여 중앙 집권 체제를 성립했지만, 종교라기보다는 정치철학에 가까웠기 때문에, 유교에 대한 정의는 완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일본 천황에 대한 정의도 그렇다. 저자는 우리가 중화를 중시하기에 일황이라 '절대' 칭하지 않는다 말하지만, 대통령 기록물이나 과거 언론 보도를 확인해보면 정권과 상관없이 역대 대통령은 공식 외교 상황에서 "천황" 또는 "천황폐하"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분명한 왜곡인데,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거리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런 내용으로 책의 내용이 왜곡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종교의 발생과 성장을 통해 역사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아는 것이다. 과거. 사회 규범이나 체계가 확립되기 전에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지 않는 형태로 존재했고 종교 또한 정치적 힘을 가졌다. 원칙대로라면 정치와 종교는 문명이 발달할수록 분리되어야 함이 맞지만, 종교는 단순한 신에 대한 믿음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며 사회불안을 야기하기도 하고 통합하는 수단, 혹은 특정 정치세력을 대표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때마다 듣게 되는 바이블 벨트가 대표적이다.

 

책을 읽을 수록 종교란 과연 무엇인가. 역활과 기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여전히 삶의 근간을 흔드는 종교갈등을 보며 미래학자의 예언처럼 취미로 전락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종교가 가장 순수한 인간의 믿음으로 되돌아가기를 신께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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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인문/사회 2021-06-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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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박찬국 저
21세기북스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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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게 고통이다”라고 말한 쇼펜하우어.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를 통해 삶의 위안을 찾는다. 처음 제목을 읽었을 때는 삶의 구원과 염세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싶었지만,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욕망과 권태. 정반대의 의미이기도 하고, 삶을 무기력하고 무의미하게 만드는 원인이라 생각했기에, 아주 궁금해졌다.

 


 

쇼펜하우어는 17세 어린 나이에 인생과 세계의 본질이 고통임을 깨닫고, 평생 독신으로 살며 삶의 고통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사유하는 데 한평생을 바쳤다. 어린 나이에 인생이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데는 가정환경의 영향이 컸다. 엄격한 아버지와 자유분방한 어머니의 갈등을 보고 자란 그는 아버지의 자살 이후, 삶은 고통이라 단정했다. 그러나 그는 단정에 머물지 않고, 고통의 원인을 찾아 나섰다. 회피보다는 정면 대응을 선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게 고통"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 사는 것 같은데, 나만 도태되는 것 같고, 나만 흙 수저로 태어나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굴레는 지고 새며 혐오와 편견으로 세상을 정의하곤 한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대부분의 고통은 외부보다는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오가는 시계추다.(53쪽)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욕망의 존재’라고 규명했다. 이 욕망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고 가지려 하지만, 막상 욕망이 채워지면 곧 권태를 느껴 또 다른 욕망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밑 빠진 독처럼 끝없는 욕망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에 밑 빠진 독을 막아줄 것이 필요하다. 물론 동화처럼 두꺼비가 독을 막아줄 수는 있겠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결국 물을 붓는 행위를 멈추거나 양을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욕망을 완전히 잠재우는 것은 죽음뿐이다. 그렇다고 욕망을 잠재우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는 없는 법. 살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는 자아 찾기를 통해 시계추의 반동을 줄여나가야 한다.

눈여겨볼 것은 자아 찾기에서 '성격'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성격에 따라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최대치가 정해져 있기에 성격(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을 바꿔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삶을 잠식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면으로 응시하고, 문제를 찾아 나서는 것. 쇼펜하우어의 시대부터 지금도 유요한 질문이 아닌가.

염세주의는 부정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새로운 관점을 배웠다. 그의 철학이 다른 학자들에게 영향을 준 이유도 고통의 원인을 자신으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눈여겨볼 내용들이 가득하다. 쇼펜하우어가 달리 보인다.

 

아. 그렇다고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도 개인의 몫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점은 오해가 없길 바란다. 삶이 고통임을 인식하면 한 발자국 물러나 삶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면 문제점도 더 잘 보이고, 삶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거기서부터 출발하자는 말이다. 나만의 거리 두기.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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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 인문/사회 2021-06-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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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홀리 터펜 저/배지혜 역
한스미디어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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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 언제부턴가 이 말이 당연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 지속 가능한 소비, 지속 가능한 디자인, 지속 가능한 패션, 지속 가능한 도시... 등등. 물론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연속성을 포함하기에 대부분의 서비스와 서비스에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지속 가능성이 활동의 영역까지 들어왔다. 그만큼 인류의 미래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음이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인류가 멈춘 지 일 년이 훌쩍 넘어가는 요즘. 며칠 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언제 여행 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과 불만을 담은 기사였지만, 제목을 읽으며 여행을 잠시 못 가는 것이 그렇게 참지 못할 일인가? 궁금해졌고, 그동안 우리가 여행을 어떻게 소비해왔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왜냐면 인류가 멈추자 자연이 돌아왔다는 기사를 작년에 정말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사실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답은 명료하다. 빠르고 편함을 추구하는 무분별한 여행사업은 지구 환경을 빠르게 파괴하고, 기후 위기를 앞당겼다. 그러나 저자는 이후로도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자연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편하고 인간 중심인 여행이 아닌, 보다 의미 있는 여행. 바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여행이다.

 

“앞으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가 3℃ 상승하면 해수면은 1m 상승하고, 저지대 해안에 사는 6억 8,000만 명과 섬에 사는 6,500만 명은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다. 그나마도 화재나 극단적인 날씨, 가뭄 등은 빼고 계산한 결과다.” (36쪽)

 

저자가 이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제안하는 여행은 조금은 불편한 여행이다.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관광지를 찾고, 비행기 이용을 자제하고, 친환경 숙소와 제품을 사용하고, 가능하면 현지에서 생산된 식자재로 만든 식사나 채식 위주의 식사를 제안한다. 비행기도 밤보다는 낮 시간대를 이용하고, 짧은 시간에 다녀오는 주말여행도 추천하지 않는다.

 

당연히 쉽지 않다. 특히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는 장거리 비행을 피하고, 주말에 다녀오는 짧은 여행조차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줄이라 하면 "여행을 가란 말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어떤 의미로는 여행도 빈익빈 부익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온, 그리고 경험한 여행들이 얼마나 과잉되고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현지의 문화와 일상을 즐기기보다는 유명 관광지 위주로 기념사진 남기기에 바쁘거나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하지 않았나. 더 많은 곳을 보기 위해 도보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움직이며 마치 일을 하듯. 여행을 하진 않았나.

그러는 사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년 휴가철 후, 쓰레기 천지가 되는 관광지 관련 뉴스를 보면서도 내가 사용한 물건들이 저렇게 쓰레기가 되어 바다를, 산을 오염시켰다고 반성한 사람이 있을까?

 

미래에는 '여행을 떠난다'라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조금은 슬퍼지지만, 무조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유명한 관광지로 가는 것이 여행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여행의 행태로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여행의 의미와 목적을 재정립하며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노력과 실천. 이번 주말에는, 올 여름에는 무작정 떠나야지!라고 생각하기 전에 한번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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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1 | 소설 2021-06-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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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열린책들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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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다 보면 도대체 작가는 어디서 이런 소재를 찾았을까.. 정말 궁금증이 들 때가 있다. 작품 활동을 오래 하면서 조금씩 결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소재의 독특함. 작가만이 가진 느낌이 있다.

『문명』 도 그렇다. 소설은 한계에 다다른 인류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을 찾아 나서는 모험담을 소재로 한다. 소재도 시의적절한데,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멈추며 자연을 지배하고 정복해온 인간의 역사는 한순간에 역풍을 맡고 있기에 인류 문명의 고사 위기가 별로 낯설지도 않다.

 

소설은 테러와 전쟁, 전염병 등으로 인해 인류 문명은 무너지기 시작하며 시작한다. 인구가 줄어들자 쥐들이 나타나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하고 사람과 고양이가 힘을 합친다. 눈여겨볼 것은 인류가 왜 멸망 위기에 처했는 가다.

현생인류는 타고난 강함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돕는 협업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인류는 더 이상 서로를 돕지 않는다. 연대와 공존보다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말살정책을 시행하기 바쁘다. 결국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를 쥐들이 채우기 시작했고 인간과 고양이는 쥐들을 피해 시테섬으로 피신하다.


 

자. 그럼 어떻게 인간은 쥐들에게 삶의 터전을 내주게 되었을까. 단순히 수적으로 불리해서가 아니다. 인간의 교만함 때문이다. 인간은 수많은 동물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고, 그중 한 쥐가 뇌에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usb 단자를 통해 인류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며 쥐 군단의 우두머리가 된다. 영화 <혹성 탈출>의 시저처럼 인간을 능가하는 쥐 '티무르'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티무르에 대적할 수 있는 제3의 눈을 가진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바스테르'가 인간의 편에 있었고 인간과 고양이 대 쥐의 본격적인 문명의 전쟁이 시작된다. 눈여겨볼 것은 이 피 튀기는 문명 전쟁에서 인간은 철저하게 소외된다는 점이다.

 

'인간의 최대 포식자는 인간'이라는 말처럼 이미 스스로 잠식되어 버린 인류는 무기력 그 자체였고, 인간의 곁에서 모든 것을 지켜본 고양이가 고양이 문명이 인간의 문명을 대신해야 한다고 결심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들의 문명을 버렸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승자박(自繩自縛).

 

 

과연 고양이는 인간을 대신할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까. 제3의 눈으로 인류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고양이가 많아질수록, 성공에 가까워질 것도 같지만, 고양이 문명을 건설을 위해서는 '사랑, 유머, 예술’이 필요하다는 나탈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 세 가지가 있다면,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서로 협력하며 지속 가능한 문명의 건립이 가능하지 않을까. 과연 고양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이들의 여정이 진행될 수록 결말이 궁금해진다.


문명 대 문명의 충돌을 둘러싼 인간과 고양이, 쥐과 벌이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도 흥미롭고, 인간이 아닌 고양이와 다른 동물들의 시건을 통해 보게 되는 세상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인간이 자초한 결말을 보며, 이런 세상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재미있다.

이미 역풍을 맞은 인류의 문명을 되돌아볼 기상천외한 이야기. 문명속으로 푹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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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 역사/인물 2021-06-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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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박시윤 글사진
디앤씨북스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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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제목을 읽는 순간. 책을 읽기도 전인데, 가슴 한편에 작은 바람이 분다. 잇대고 잇대어 일어나는 바람. 쓸쓸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정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기분이 묘해지는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지만, 생각만큼 마음이 맞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에세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과 감성으로 채워지는 글이지만, 이상하게 필자가 두드러지는 여행 에세이는 읽기가 어렵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곳을 만나고 싶은데, 작가만 온전히 그곳에 있다고 할까. 독자가 외면당하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이 없다. 작가의 감성이 가득하지만, 글의 중심은 사람이 아닌 그곳의 풍광이다.

첫 장을 읽은 순간부터 가슴이 설레었다.


 

물론 저자가 찾은 그곳들은 즐거움이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의 말처럼 망한 절터. 쇠락하고 잊힌 곳들이다. 저자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나선 이유는 사람들이 없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부대낌으로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무의미한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팬데믹은 사람을 멈추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관계의 단절을 가져왔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온전히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 특별한 공간을 찾아 나섰고, 저자 역시 "떠돌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최대한 먼 곳으로 가닿고 싶은 마음"에 길을 떠났다.

 

이 책은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2년간의 절터 탐방기다. 천년고찰이라는 말도 있듯. 예로부터 절은 자연을 배경 삼아 무구한 세월을 견디며 마음을 정진하는 곳이었다. 종교를 넘어 지금도 템플스테이를 떠나는 이유도 자연 속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닌가.

특이한 것은 저자는 온전한 절이 아닌. 이제는 석탑이나 전각의 일부, 심지어는 터만 남은 곳을 찾아 나섰다는 것. 우연히 잡지에서 본 한 장의 사진에 마음이 동요해 떠났다고 하는데,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나 또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과거의 화려한 흔적만을 간직한 쓸쓸하지만, 충만함이 느껴지는 풍경들. 자연과 어우러진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서정적인 글만큼이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들이다.

 

그 오랜 세월. 찾아오는 이도 없는 곳을 지킨 석탑과 다른 흔적들을 보며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소박한 모습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어떤 장식이 없어도 계절의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구나. 그 오랜 세월을 무너지지 않고 견뎌준 것이 고맙고 앞으로도 쭉 그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다.

혼자 태어나 자라, 혼자 죽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는데, 석탑들을 보며 우리네 인생도 석탑과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라는 마음이 드는 건. 너무 감상적일까.

아주 꽉 찬 책이다. 텍스트의 양도 정보도 많은 책이지만, 감정의 여백도 크고 여운도 크다.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여행도 참 좋겠다 싶었고, 이렇게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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