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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타계 10주년 헌정 리커버 | 책리뷰 2021-01-2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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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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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011년 한국 문학의 거목이 쓰러진지 꼭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제와 한국전쟁을 겪은 박완서 선생의 역작 중 하나라 불리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박완서 자전적 성장 3부작 중 2부에 해당된다. 3부는 《그 남자네 집》이다. 1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일제 시대를 그렸고, 2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한국전쟁 때 서울에 살던 결혼 전 시절을 담고 있다.

 

 

 

소설은 박완서 작가의 개인적인 서사를 토대로 우리 역사의 모습을 영화처럼 보는 소설이다. 배경 6.25를 체험하듯 흘러간다. 남들처럼 피난 가지 않고 가족들이 숨어 지내며 축난 식량을 소분해 멀건 수제비를 끓여내는 올케의 재능, 이마저도 하지 못해 밤마다 올케와 콤비가 되어 빈집털이에 나서는 일화는 스릴과 자매애를 느낄 수 있었다. 총에 맞아 불구가 된 오빠(가장)를 대신해 올케언니와 저자가 합심해 먹을 것을 구하여 나가는 여성 주도적 행동은 70년도 지난 지금에도 읽는 동안 재미와 벅차오름이 커졌다.

 

 

 

박적골이란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일하고 결혼 한 작가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이라는 한국사의 큰 두 줄기를 모두 경험한 여성이었다. 크게 어렵게 살지 않았던 탓인지 글 속에 담겨 있는 사정이 비참함까지 가지는 않는다. 산천과 이웃들은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전쟁통에도 정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인물이 등장한다. 공포스러운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다가도 봄, 생명, 아이에 대한 경이로움을 벅차오를 정도로 포착해 낼 때면, 왜 박완서 선생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욕먹을 소리지만 이런저런 세상 다 겪어 보고 나니 차라리 일제시대가 나았다 싶을 적이 다 있다니까요. 아무리 압박과 무시를 당했다지만 그래도 그때는 우리 민족, 내 식구끼리는 얼마나 잘 뭉치고 감쌌어요. 그러던 우리 끼지 지금 이게 뭡니까. 이런 놈의 전쟁이 세상에 어딨겠어요. 같은 민족끼리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형제간에 총질하고, 부부간에 이별하고, 모자간에 웬수지고, 이웃끼리 고발하고, 한 핏줄을 산산이 흩트려 척을 지게 만들어 놓았으니...." P82

 

 

 

이 글귀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위로 피난 갈지 아래로 피난 갈지에 따라 가족도 헤어지게 되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그대로 담아 놓은 인상적인 페이지다. 작가는 실제로 그랬는지, 아니면 그렇게 보고 싶었는지 모를 아름다운 향수를 책 속에 박제 해놨다. 그래서일까. 생전 가장 좋아했던 책이 바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시절을 기억해 내는 것에서 시작해 글로 옮겨 많은 사람과 함께 기억을 나누었다. 영화에서만 보아왔던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시대를 아픔과 날것이 아닌, 행복하고 따뜻함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거기에 엄마와의 갈등을 조목조목 자주 적어 둔 딸의 심정까지도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마음같이 공감력이 생겼다.

 

 

 

다만 그 시절에 썼음직한 단어가 술술 읽고 싶은 욕구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 방언, 비속어, 일본어가 많아서 검색하느라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붙지 않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가 이토록 선명하게 전쟁을 체험하는 과정, 그 신비한 능력은 시대가 흘렀어도 여전히 우리가 고전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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