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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돈독하게 | 쓰기 2021-11-2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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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늘부터 돈독하게

김얀 저
미디어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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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먼저 알았다. 김얀은 경제 관련 기사 요약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렇게 매번 경제 요약을 올리는 일은 분명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요약하는 일도 꽤 버거울 거 같기도 한데,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 조금 놀라워서 이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메인 트윗에 <오늘부터 돈독하게>라는 책이 있었다. 

글이 쓰고 싶어서, 기술직(치기공)을 버려두고, 여행, 연애 관련 에세이를 쓰면서, 바라던 대로 프리랜서 작가가 되지만, 연소득 480만 원이라는 가난한 프리랜서라는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마음 편하게 글만 쓰기 위해서는 부자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는지, 김얀은 도서관에서 대부호 관련 책을 모조리 읽는다. 돈, 부자 평생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것 같은 그런 책을 찾아 읽는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돈독을 알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돈독에 오르기 위해서는 짜투리 돈과 짜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고, 돈독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부호들이 그러했듯 좋은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을. 경제 관련 서적은 아니고, 경제 입문기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의 경험담이 고스란히 책에 담아 재미있게 풀었다. 김얀의 장기는 흡입력인 것 같다. 빠르게 잘 읽힌다. 

월 200으로 매일 바둥바둥 살았다. 월 200이 못됐을 때도, 월 200이 겨우 넘었을 때도 바둥바둥 댔다. 월급과 동시에 빠져나가는 카드값, 카드값을 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처럼 살았다. 카드값 주고 남은 돈은 다 어디로 갔는가, 카드값이 빠져나간 남은 돈으로 적금을 넣었지만, 은행 이자는 개미 콧구멍만큼이나 작았지만, 그냥 넣었다. 따박따박 적금을 넣지못한 적도 많았다. 적금을 낼 나머지 돈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 다 하는 주식은 따라하다가 망할 거 같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김얀처럼 10년의 목표가 있는가! (아니..) 

김얀은 말한다. 정기적인 수입은 계속 있어야 한다고, 경제 공부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귀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 편히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경제 관련 공부를 하고, 따박따박 월급통장으로 들어올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거 없이 고귀한 예술가를 논하다가는 굶어 죽기 딱이라고 말이다. 

무지무지하게 많이 벌기보다는 보다 경제적으로 부자에 근접할 수 있도록 방향 제시를 해 준 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가 꿈꾸어 온 부자들은 매우 알뜰하다는 것, 성공한 부자들은 우리가 그저 무심코 넘기는 생활 습관을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지켜나가고 있다는 것을 또 새삼 알게 됐다. 

<당장 시작하기 좋은 작은 습관 10가지>

1 .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신다.
2. 작심삼일 독서, 언제 어디서나 3일에 1권씩 책을 읽는다.
3. 집 안은 정리정돈으로 비우고 또 비운다.
4. 구멍 난 양말은 꿰매 신으며 매일의 날씨를 확인하고 외출한다.
5. 돈을 소중히 담을 지갑은 수시로 청소한다.
6. 저녁 식사 후 다음 날 아침까지 공복 14시간을 유지한다.
7. 가계부이자 아이디어 노트인 다이어리를 언제 어디서나 펼치고 낙서하듯 쓴다.
8. 잠들기 전, 내일의 내가 할 일을 스스로 정하는 시계부를 작성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계획한다.
9. 사소한 시비를 피하고 나쁜 생각은 곱씹지 않는다.
10. 나는 끝까지 내 편이 된다.

 

* 채널예스 인터뷰 기사가 있어서 첨부해 본다. 

http://ch.yes24.com/Article/View/4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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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딘가를 걷고 있나요. | 쓰기 2021-10-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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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걸어서 돌아왔지요

윤제림 저
난다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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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설 구실을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기쁘고, 즐거이, 지체 없이 간다고 - <네거리에서 p304> 저는 최대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구실을 만들려고 했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한 몫 했겠지만, 이제는 한몸처럼 떨어질 수 없는 관계, 휴대폰 화면 안의 세상이 재밌는 이야기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배달 앱 화면을,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인터넷 비교 사이트로 물건을 주문합니다. 편하고, 빠르다는 이유로 이 작은 화면 안에서 길을 찾고 어찌어찌 해결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뿐인가요. 보고 싶은 전시가 있거나 가보고 싶은 곳을 발견하면 길 밖으로 나서기도 전에 검색을 시작하곤 합니다. 다른 사람이 다녀온 후기를 보고, 갈지 말지를 결정해 버리곤 합니다. 집 밖을 나설 채비를 하고, 길을 걷는 와중에도 길 안내를 도와주는 네비게이션과 지도앱은 늘 함께 했습니다. 

너무 답답하시다고요. 변명처럼 느끼시겠지만, 처음부터 이러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길을 걷다 아무런 정보없이 들어간 전시회나 박물관을 보고 난 후 감동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저자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단추의 만물상을 구경한, 단추가 주인공인 전시회" - <박물관에서 p212>를 보던 순간이 감동이 되살아 났습니다. "그리움 하나가 막무가내로 요동치는"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p18> 마음이 어느 새 물밀 듯 다가왔습니다. 꽃대궐로 한창인 조계사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보고팠습니다. 

저자가 걸었던 길과 길 100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주 가는 장소와 좋아하는 장소를 만날 때면 반가웠습니다. 아, 맞아, 그래, 그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출석을 부르지 않는 광화문 장소를 어찌 잊을까요.- <청진동에서 p105>, "비가 내리면 비에 젖고 있을 절터 풍경" -<정림사지에서 p224>이 눈에 밟힌다는 그 마음이 스르륵 젖어듭니다. 명동과 종로와 종묘, 해방촌과 연남동 익숙한 길을 다시 걷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걸었던 그 길과 길을 따라 뻗어나간 이야기, 이야기 안에서 소개하는 짧은 시들은 익숙한 길을 새로운 길, 낯선 길 같았고, 걷고만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100편의 이야기 속에서 아직 가보지 않는 길이 궁금했고, 찾아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 첫 장에 실린 서초동 향나무입니다.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 검색하지 않겠습니다. 위치야 찾아보겠지만, 걷다가 저 향나무일 것 같은 나무에게 손짓을 하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보기 보다는, 반갑게 인사하고, 과거처럼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 봉은사에 가서 추사 김정희가 쓴 판전 편액의 글씨도 보러 가겠습니다. 과천의 추사박물관도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쭈뼛거리며, 간절한 눈짓으로 길을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흔쾌히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이가 있다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다간 사계절의 모든 감각을 이 휴대폰 안에서 다 해결하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던 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입니다. 저자가 쓴 100편의 길과 풍경을 만나면서 "새삼스럽게 발견되는 장소의 매력과 시간의 아우라" - <사람에게 물어보자p-30>에 빠지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100편의 길에는 날짜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이때가 언제였는지, 그때 우리의 마음이 어떠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습니다. 마음이 어지러웠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걷지 못할 만큼 힘든 고행길처럼 100편을 읽기에는 조금 버거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편 한 편 읽어내려가는 길이와 속도는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처럼 시원합니다. 쉬엄쉬엄 읽으라고, 그리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살피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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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욕망으로 가득한 이야기 | 쓰기 2021-10-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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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를 위한 신화력

유선경 저
김영사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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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가, 사는 것은 또 무엇인가, 도돌이처럼 멤도는 이 물음을 뒤로 하고, 하루하루 오늘도 치열하고 바쁘게 산다.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가, 왜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가,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지만, 모른 척하고, 오늘을 하얗게 태운다.

<나를 위한 신화력-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신화수업>이라는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 나라는 인간을 제대로 알기 위한 처방전(?) 같은 책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 나라는 인간에 대해, 지혜와 통찰력 있는, 좀 제대로 된 인간으로 거듭날 것만 같았다. 책을 읽을수록 이 책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고, 한번쯤 들어봤던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 그리스로마신화 외에도 이집트 신화, 북유럽신화, 중국신화 등 다양한 신화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소개해주는 그야말로 신화 수업책에 가까웠다. 여기에 인문학을 접목시켜 세상과 나 그리고 죽음이라는 방대한 주제를 얘기하는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은 <1장 세상은 언제나 혼돈의 카오스, 2장 어째서 매일 세우는 탑이 매번 무너지는가, 3장 내가 비록 가진 눈이 한 개뿐이지만>으로 나뉘어 있다. 각 장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제목과 부제가 붙어 있어, 빨리 읽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기지만, 매력적인 제목만큼 내용은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책 속에 명화마저 없었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환상 속에 내가 있고, 거울 속에 그대가 있네-자신을 진정으로 알기 위해 필요한 고통 -p156>에는 나르키소스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스신화 중에서도 제일 익숙한 이름이다. 맑은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여 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 나르시시즘이라고 하여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자주 사용하는 이 말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고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나온 철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오래 살 수 있을 것> 이라는 테이레시아의 예언의 말과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경구와 비교해 놓으니, 이상한 괴리감에 빠지게 된다. 

<한 번도 제 눈으로 제 모습을 본 적 없는 나르키소스와 한 번도 제 눈으로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일레인-p165> 나르키소스 이야기에 이어 샬롯 성의 일레인 이야기가 나온다. 나를 온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무슨 삶을 논할 것인가, 삶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삶의 수렁 속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넌지시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힘써 들인 시간과 노력, 마음이 흔적 없이 사라져 아무것도 되지 않는 나락을 몇 번이고 겪었다. 이렇게 되고 말 걸 뭣 하러 그리 애썼을까....혼돈의 카오스다. 모든 게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섞여 무엇을 기준이나 원칙으로 삼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p19>

나라는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본질, 인간의 고통, 불운, 불안한 미래 등 매일 맞닥드려야 하는 문제에 대해 책에서는 어떠한 답을 명확하게 주진 않는 것 같다. 답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길고 길기만 하다. 어리석기만 한 신화 속 신들의 모습이 인간들보다 더 처연하기만 하다. <산해경>, <아빌론 연대기> 등의 이야기를 빌려 이야기 한다. 그래도 확실하게 이거구나, 이런 이야기구나라고 와닿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 욕망으로 가득한 이 책의 이야기는 계속 읽어도 혼돈으로 가득한 혼란스러운 카오스 같기만 하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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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공간으로 떠나는 탐험 | 쓰기 2021-09-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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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X문화일보 국민서평프로젝트 참여

[도서]우리는 실내형 인간

에밀리 앤시스 저/김승진 역
마티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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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창밖으로 야경을 바라본다.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애틋하면서도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든다.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에 불이 켜 있고, 야근을 하는지 곳곳마다 불 켜진 사무실, 건물들이 보인다. 저 안에서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저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 것일까. 사이렌이 울리면서 구급차 지나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우리는 실내형 인간>이란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이 책의 첫 시작은 <실내 정글>이라는 사적 공간으로 가득한 집을 출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아늑하고 안전한 실내 공간인 집, 집콕 족, 집콕 생활 등 유니크한 말이 생겨날 정도로, 본질적으로 '실내 종'이라고 믿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실내 공간은 그야말로 안전한 울타리임에는 분명한 듯 보인다. 하루의 90퍼센트를 실내 공간에서 보내고, 앞으로도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더 많은 생활을 하게 될 이 실내 공간이 과연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는 가장 최적의 공간인 것인가, 과학자들은 의문을 품었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실내 종'이라고 자부하는 우리 현대인들은 나름대로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회용품을 생활화했다. 집 안에 공기청정기를 두었으며, 항균 제품을 우선 순위로 두었다. 어마무시한 쓰레기가 생기든 말든 세균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하는 '현대 실내 종'에게 과학자들은 과학자들도 미쳐 다 알지 못하는 미생물체들이 집 안에 가득하다며 우리를 불안에 떨게 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실내 종'에게 과학자들은 과학자들답게 연구와 조사, 근거 자료를 우리 코앞에 들이민다. <미생물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반박 불가능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켜주는 방식으로 조직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우리를 다독였으며, <이제 실내 환경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실내의 풍경은 우리의 사고와 감정과 행위에, 사회적 상호작용과 인간관계에, 건강과 행복과 후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답을 찾기 위해 과학 저널리스트 에밀리 앤시스와 함께 탐험을 떠나 보았다. 

<실내 정글> 이후, 이어지는 장에서는 병원, 학교, 사무실 같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공간을 소개한다. 풀 스펙트럼 공간, 인간적인 감옥, 뛰어난 첨단 기술이 장착된 스마트한 집,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물 위에 뜨는 집 등 다양하고 낯선 공간도 소개한다. 미래에도 오래 생존하기 위해 <외계 환경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의 이야기는 다소 허무맹랑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실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변화를 꿈꾸고 시도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흥미를 넘어 진심처럼 다가왔다. 유토피아 같았다. 물론 변화 이후 유토피아일 것만 같은 실내 공간의 한계점도 있었다. <활동 친화적 디자인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이것이 과연 <건강 이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점>, <변화의 과정이 빠르거나 쉽지는 않으리나는 점>, <장기간의 실천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밝혔다. <사무실 노동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공간 디자인>을 만드는 것과 노동자들의 과로, 임금 문제, 고용 관계와 같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부분을 읽을 때면 마음이 무겁기까지했다.

그래서일까, 각 장들의 도입부는 집중하며 읽어 내려갈 만큼 흥미로웠던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생각이 흐트러지고, 헛헛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우리와는 다른 남의 이야기,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 같았다.

책을 읽다가 눈에 밟히는 구절을 발견했다.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 운동의 핵심은 '친절함'을 구현하려는 것>이라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지만, 정답일 수 밖에 없는 이 말, <실내 환경에 대해 사소해 보이는 결정들, 이를테면 창문을 열 것인가, 계단을 어디에 둘 것인가, 가구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같은 선택>, <우리가 정말로 짓고 싶은 건물과 마을과 도시는 어떤 것인가? 우리는 그것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 그것이 어떻게 기능하기를 바라는가? 우리는 지구에서의 삶 중 무엇을 두고 가고 무엇을 가져가고 싶은가?> 

눈에 밝히는 이 구절은 마지막 책을 덮을 때까지 질문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는 내내 헛헛한 감정이 부풀어 올랐다. 공간을 떠올리다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삶의 공간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일터의 공간, 아파트 경비실의 공간, 청소노동자들의 공간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해 버리거나 보지 못한 공간들에는 어떤 친절함으로 공간이 구현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실내 종'인 우리가 눈을 뜨고 바라보아야 하는 공간을 생각했다. 아늑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다. 나라는 개인도 그렇고, 너라는 개인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사소한 선택으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 비밀번호 단축키 소리, 윗층과 아랫층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생활 속 소음들이 아주 가까이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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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생각하게 하는 책 | 쓰기 2021-09-1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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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술가의 일

조성준 저
작가정신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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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표지 사이로 데이비드 보위 사진이 있다. 전위적이면서도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술가의 일>이라는 제목, 예술가라는 이미지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천재이면서 괴짜고, 불꽃 같지만 고독한 이미지, 한편으로 예술가 따위, 라는 지긋지긋함도 있다. 천재라는 허울 속에서 가볍게 소비되는 문화 같아서 씁쓸하기도 했다. 어쩌면 소비라는 것도 예술가의 일 중에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예술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 자신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만약 상대방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가는? 그리고 왜 그를 예술가라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피카소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인 줄 알았는데, 그저 천재에 불과했네"-p370> 이 문장을 읽고, 만약 자코메티가 있었다면, 두 손을 맞잡고, 손뼉을 쳐 주고 싶었다. 맞다!! 예술가는 천재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예술가라고 하면 그저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노력없이, 시대를 잘 만나, 운도 트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만을 가지고 예술가라는 가면을 쓴다. 그런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예술가라고 착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좀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직하게, 천천히, 한 걸음씩> 삶을 개척한 예술가들, <아물지 못한 상처>를 받아들이고 예술로 승화시키며, <고독마저 재료였을 뿐>인 33인의 예술가들의 삶을 좀 보라고, 그들이 겪어 내려갔을 고통과 외로움, 삶을 대하는 태도나 당당함과 절망과 안타까움을 한 번 느껴보라고 말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후루룩 책을 넘기다 땡기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 부분을 먼저 봐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읽어도 재미있게 술술 읽혀 내려간다. 또 하나의 재미는 데이비드 보위, 구스타프 말러, 빌 에반스, 커트 코베인 등 음악인들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의 유튜브를 열고, 그들의 음악을 검색하면서 듣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 샤갈, 프리다 칼로, 수잔 발라동, 다이앤 아버스, 비비안 마이어 등을 읽을 때면, 이들의 작품을 검색하면서 이들의 작품집이 있는지 책을 검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삼 이들의 음악을, 그림을, 사진을, 건축물을, 영화를, 만화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커져간다는 것이다. 처음 마주한 예술가를 접할 때면 흥미로웠다. 다음엔 이 예술가 작품을 봐야지 하면서 목록을 적어내려갔다. 

또 하나, 이 책의 재미는 여성 예술인들의 서사 부분이다. <연애를 삶의 연료로 삼았던 자유분방한> 남편들의 외도에 상처를 받았지만, 이겨내며 자신의 길을 나아갔던 프리다칼로와 조지와 오키프, <재능과 열정이 있었지만, 발목을 잡고, 할퀴고 상처를 주었던 세상>에 던져진 천경자, <전쟁터에 내던져진 싸움꾼처럼> 아이를 업은 채 촬영을 해야만 했던 박남옥, <화가, 여성해방운동가, 작가, 독립운동가로 살았던 뜨꺼운 영혼>으로 살았던 나혜석, <아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을 상실> 한 채 에드워드 호퍼의 뒷바라지를 한 아내 조세핀의 이야기,
작품은 작품으로만 봐야하는 게 맞겠지만, 호퍼의 <잦은 폭언과 폭력>으로 아내를 옭아맸다는 사실을 안 순간, 피카소의 여성 편력을 두고, 비난은 커녕, <위대한 예술가의 창작 재료로 여겨>지는 것을 안 순간, 이제 앞으로 호퍼와 피카소의 작품은 있는 그대로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떤 예술가의 결과물은 결국 인류의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이 유산에서 영감을 얻습니다-p6> 이 책을 쓴 조성준 작가의 말의 내용을 음미해 본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숭고한 인간이든, 고독한 인간이든 모두 걷는다. 이 세상에 내던져진 이상 누구나 걷고, 걸을 수 밖에 없다. 종착점이 어떤 풍경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p373>

예술가의 숙명과도 같은 말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예술가이든 지금의 나 자신이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말 같다. <제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p6> 이라면 어떤 예술가 못지 않게 열심히, 치열하게 삶을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마치 예술가처럼, 현재를 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삶의 일>을 되돌아보며 치열하게 전설처럼 살아나아가라고,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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