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랑 디씨에서 만드는 영화마다 초인물을 만들다 보니 이제는 날아다니고 불을 쏘고 레이저로 지지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히어로의 존재가 쉽게 받아들여진다. 최근에는 물을 다스리는 아쿠아맨도 만났고. 이러다가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담는 소설이나 영화는 씨가 마르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흠.
그러다보니..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는 소설집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는 익숙하기도 하지만 이게 우리 이웃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는데서 좀 생경하다 싶기도 한 것이다.
장강명 작가의 히어로 디스토피아물 알골로 문을 열어서 김보영 작가의 희망적인 히어로물 로그스 갤러리, 종로로 막을 내리는 이번 단편집에서 작품간의 연관성은 그리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배경도 깔고 있는 전제도 히어로들간의 활동도 다 제각각이다. 그중에서도 애정하는 곽재식 작가의 영웅도전은 히어로물이라기 보다 홍길동전같은 고전에 가까운 기담 소설이기도 하고.
오히려.. 이 소설집의 전편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웃집 히어로와 연결고리가 더 많다고 봐야한단다. 아직 읽지 않은 이웃집 슈퍼히어로를 읽고 싶어지는 이유다.
가장 재기 발랄한 작품은 디씨디씨작가의 주폭천사 괄라전, 어두운 느낌이 강한 건 장강명과 듀나의 작품(프로스페로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사회 풍자물이라 생각한 건 구병모 작가의 웨이큰이었다. 표제작인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는.. 별점평가와 유튜브 같은 매체가 익숙한 현실에 대한 풍자와 악당과 히어로 사이의 벽이라는게 얼마나 넘나들기 쉬운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도 한다.
이웃집 슈퍼 히어로와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